[충남_태안 송현지]

43cm 쌍둥이 월척

태안 최고의 한방터가 맞구나

김철규 객원기자, 호봉레져, 탑레저, 토코떡밥, 태흥 필드스탭

▲필자가 낮 시간에 올린 43cm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드론으로 촬영한 송현지 상류. 좌안 상류 밭 주변에 좋은 포인트가 많다.

추위가 일찍 찾아오며 쉽지 않은 낚시가 이어지던 지난 10월 27일. 오랜만에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향리에 있는 송현지를 찾았다. 원래는 인평지를 목적지로 잡고 아침 5시에 집을 나섰는데 도착해 보니 예전과 비교해 상황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상류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고 하류는 물색이 감탕색이어서 도무지 찌를 담그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류에 낚시하는 사람이 두 명 있어 조황을 물어보니 5~6치의 작은붕어만 나오고 있다고 불평이다. 더 머무를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송현지로 출조지를 바꾼 후 조우들에게도 통보 해줬다.

송현지의 분위기는 썰렁했다. 낚시인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는 건 조황이 부진하다는 증거. 송현지 퇴수로와 이어진 만리지로 향했다. 만리지엔 부부조사가 낚시 중이었는데 큰 씨알은 낚이지 않고 6치급이 주종이었다.

만리지는 바다와 마주보고 있는 곳으로 제방만 넘으면 바로 바다가 펼쳐진다. 부들이 잘 발달해있어 대물 붕어 자원이 많다고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이곳도 잔 씨알만 나온다는 게 문제였다.

낚시터로 오고 있는 일행에게 한방터와 잔챙이 마릿수터 중 한 곳을 고르라 했더니 모두 한방터를 원했다. 다시 송현지로 돌아온 뒤 좌안 상류염소우리 옆에 자리를 잡았다. 주차공간도 넓고 본부석 자리도 나무가 바람을 막아줘 최고였다. 본부석에서 물가까지는 가까운 곳은 5m, 멀어봤자 10m 정도라 부담스럽지도 않았다. 수초들이 떠 있는 곳을 기준으로 상류로 방향을 약간 비틀어 대편성을 했다.

▲드론으로 촬영한 송현지 제방권. 멀리 보이는 수면이 바다다.

바다와의 경계 지점이 만리지이나 수초로 뒤덮여 수면은 보이지 않고 있다.

▲취재팀이 송현지에서 올린 붕어들.

2015년 가뭄 때 바닥 보인 곳
송현지는 의항리 해안가와 인접한 3만4천평 규모의 평지형지다. 좋은 포인트는 좌안에 많은데 상류에 1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다.

하류권 소나무가 있는 곳은 봄부터 여름까지 장박낚시인들이 진을 치는자리다. 그 외에 도로가 상류에 서너 자리, 제방권 초입에 한두 자리등 저수지 규모에 비해 포인트는 한정적이다. 외래어종인 블루길 성화가 대단하고 배스까지 서식하고 있어 잔챙이 붕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지난 2015년 가뭄 때 중장비가 들어가 바닥 준설작업을 한 때문인지 수심은 2m에 육박하고 있었다. 준설작업 이후 어자원이 고갈됐다는 소문이 퍼졌지만 몇 년 후 다시 월척이 낚여 눈길을 끌었기에 대물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물속 수세미풀과 유유히 헤엄치는 블루길이 그대로 보일 정도로 물색이 맑았다. 신경이 다소 쓰였지만 어차피 밤낚시로 승부를 걸 것이라 평평한 바닥을 찾는 데 집중했다. 물속에는 물수세미가 듬성듬성 자라있어 몇 번을 던져야만 찌를 세울 수 있었다.

필자의 포인트에는 뗏장수초와 더불어 삭아내린 물수세미, 청태 등이 뒤섞여 떠 있었다. 이 거대한 수초 덩어리가 바람이 강하게 불면 이리저리 움직여 포인트를 뒤덮고 있었다. 낚시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낮에 옥수수를 달아 던지니 이내 찌가 솟아올랐다. 범인은 블루길이었다. 물속에 옥수수 한 알을 던져 넣으면 블루길 떼가 새까맣게 덤벼들었다.
우측 수초 앞으로는 2.6칸부터 3.0칸까지 4대를 편성하고 왼쪽과 중앙으로는 3.6칸부터 4.3칸까지 조금 긴 대를 편성하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낮낚시가 잘되던 곳인데 지금은 물이 맑아서인지 낮에는 블루길 성화만 있을 뿐 붕어 입질은 전혀 없었다.

점심 무렵 일행이 도착해 필자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다. 모두 낮부터 낚시를 했지만 너나없이 블루길과의 전쟁을 벌여야 했다.
무료한 낮 시간이 지나고 어둠이 내리자 본격적인 밤낚시가 시작됐다.
케미를 밝힌 지 얼마 되지 않아 왼쪽 4.2칸 대의 찌가 서서히 솟아오르는 게 보였다. 정점에 다다른 순간 챔질하니 초릿대가 그대로 물속으로 처박혔다. 손끝에 느껴지는 저항감으로 보아 월척은 훨씬 넘는 붕어였다. 한참을 버티다 뜰채에 담긴 녀석은 28cm의 준척 붕어였다. 체고가 상상 이상으로 높고 비늘이 강인해 보였다.

▲43cm 쌍둥이 붕어를 보여주는 조우 박희설(왼쪽)과 필자.

▲둘째 날 좌안 상류로 들어온 낚시인들.

▲필자의 대편성. 바닥이 깔끔한 곳을 골라 찌를 세웠다.

▲계측자에 올린 필자의 43cm 붕어.

▲드론으로 촬영한 조윤형(왼쪽) 씨와 박희설 씨 포인트.

체고 높고 비늘이 강인한 붕어
생각 외로 이른 시간에 붕어가 나오자 일행도 낚시에 집중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더 이상은 입질이 없었고 어느덧 시간은 자정을 향하고 있었다. 그때 내 왼쪽 가장 끝에 앉은 고향 친구 박희설 자리에서 날카로운 챔질 소리가 들렸다. 시끄러운 물소리가 저수지에 울려 퍼졌다.
한참 후에 뜰채에 담긴 붕어는 43cm 대물 붕어!

그리고 새벽 1시가 지날 즈음, 이번에는 중간에 자리 잡고 있던 조윤형씨가 입질을 받아 37cm 붕어를 낚아 올렸고 새벽녘에는 29cm의 준척 붕어를 한 마리 추가했다. 날이 새고 아침 입질을 기다려 보았지만 블루길의 공습이 바로 시작돼 아침 일찍 낚시를 마쳤다.

밤새 나만 재미를 못 본 터라 은근 서운했는데 행운의 여신이 나를 도왔다. 낮에 푹 자고 둘째 날 밤낚시를 위해 일찌감치 식사를 마치고 자리로 가보니 오른쪽 수초 앞에 세워져 있던 찌가 사라진 것. 조심스럽게 낚싯대를 들어보니 우욱- 하고 초리대가 물속으로 빨려들었다.

대물임을 직감하고 버티자 수초 속에 박혀있던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눈에 봐도 어마어마한 대물 붕어였다. 아직 어둠이 내리지도 않은 낮 시간에 대물 붕어가 나왔다는 것은 낮에도 낚시가 된다는 얘기다. 그렇게 나도 43cm 붕어를 낚아내고 둘째 날 밤낚시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날은 상류 쪽에도 다른 낚시인들이 출조한 터라 전날보다 소란스러웠다. 그래서인지 이날 밤에는 어느 누구도 큰 붕어를 낚지 못했다.
다만 조윤형 씨가 밤 11시경 큰 입질을 받아 챔질에 성공했지만 낚싯줄우는 소리만 몇 번 들리고 빈 바늘만 날아왔다. 새벽 4시경에는 박희설씨가 대물을 걸어 좌대 앞까지 끌어 왔지만 수초에 걸려 터지는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박희설 씨는 “붕어 얼굴까지 봤는데 분명 사짜 허리급은 되었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필자도 찌가 올라와 동동거리는 것을 뒤늦게 보고 챔질하려고 하니 이미 찌가 내려가 버렸다. 이날 밤 처음이자 마지막 입질이었다. 내심 아쉬워 하루 더 있어 보았지만 더 이상의 조과는 없었고 첫날 조과로 만족하고 철수길에 올랐다.

송현지는 6년 전 극심한 가뭄으로 물이 완전히 마른 곳이지만 여전히 4짜에 가까운 대물 붕어가 낚이고 있다. 당시 준설장비가 저수지 가운데로 들어가 바닥을 다지기까지 했던 터라 최근의 대물 조황은 미스터리하다는 게 낚시인들의 얘기다.

참고로 송현지는 바다와 인접해 있는 곳이므로 낮에 입질이 없을 때는 릴낚싯대 하나쯤 준비해 망둥어를 낚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가을망둥어는 살도 많고 손맛도 좋아 매운탕 거리로도 그만이다.

가는 길 내비에 ‘태안군 소원면 송의로 136-79’를 입력하면 포인트 뒤편 민가 앞까지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