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층낚시 뉴 트렌드

‘움직이는 좌대’ 타고 댐떡붕어 낚아볼까

송순성 프로와 동행한 소양호 1박2일 ‘보트전층낚시’

최근 전층낚시인 사이에서 ‘보트 전층낚시’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화제의 중심에는 송순성씨가 있다. 시마노와 오니가케 인스트럭터, 선라인 필드스탭으로 활동하고 있는 송순성씨는 고무보트를 타고 호수를 누비며 댐붕어 전층낚시의 새로운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그의 낚시가 낚시잡지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오후 5시경 첫 입질을 받아낸 송순성씨.

송순성씨는 10여 년 전부터 전층낚시를 즐겨왔고 올해 초 보트를 구입하여 고무보트 전층낚시란 새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 이미 20년 전에 고무보트 낚시를 즐겼던 송순성씨는 “보트를 타면 접근하기 힘든 강 건너편, 직벽 포인트, 수몰나무 주변 등을 근접해 노릴 수 있고, 깊은 수심을 바로 직공할 수 있어 월등한 조과를 보장받는다. 보트는 토종붕어보다 오히려 떡붕어에 더 알맞은 낚시장비다.”라고 말한다.
기자도 평소 보트낚시(주로 토종붕어낚시)를 즐기는 터라 송순성씨를 만나 보트 전층낚시의 매력은 어떤 것인지 체험해보기로 했다.
7월 29일 송순성씨와 함께 소양호로 들어갔다. 소양호는 의암호, 춘천호와 함께 송순성씨가 가장 즐겨 찾는 곳이다. 소양호의 야생 떡붕어는 씨알이 평균 30~35cm일 만큼 굵고 힘이 장사여서 토종붕어 전문꾼들도 혀를 내두르는 물고기다. 큰비 후 오름수위 때는 바닥낚시에 대물 떡붕어들이 무더기로 낚이지만 평소엔 녀석들이 깊은 수심에 들어가 있어 연안에서 낚기는 어렵다. “그러나 보트를 타고 호심으로 들어가면 언제라도 소양호 떡붕어의 강렬한 손맛을 볼 수 있답니다.”하고 송순성씨가 말했다.
상걸리 선착장에 도착해 보트를 내렸다. 보트는 차 트렁크에 싣고 다니며 펴고 접을 수 있는 붕어낚시용 고무보트다. 모델은 삼공 고니보트의 ‘뉴 고니Ⅴ’. “이 모델은 튜브가 커서 부력이 좋아요. 전층낚시를 하려면 보트 앞머리에 대좌를 깔고 그 위에 사람이 앉아야 하는데 튜브가 작은 보트는 뱃머리부분이 사람의 체중을 지탱하지 못합니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완성된 ‘보트용 대좌’

보트보다 더 시선을 잡아끈 것은 ‘대좌’였다. 뒷좌석을 길게 차지하고 있던 녀석을 보트 위에 펼쳐 깔자 순식간에 큰 마당이 생겼다. 자세히 살펴보니 대좌의 구석구석이 보통 신중하게 설계된 것이 아니다. 테이퍼가 진 높낮이부터 노를 저을 때 방해받지 않도록 틈을 준 공간 설계, 보트에 타이트하게 고정되는 연결 끈 등은 분명 보트 위에 설치했을 때 한두 차례 이상의 시행착오를 겪었음을 보여주었다. 송순성씨가 웃으며 말했다.
“잘 보셨습니다. 처음엔 합판으로 대좌를 만들어 얹어봤는데 보트 끝에 앉으니 무게가 쏠리면서 몸이 앞으로 기울어져 불편하더군요. 그래서 합판 대신 알루미늄 재질로 새롭게 제작했지요. 대좌의 앞부분은 두껍게, 뒤로 갈수록 얇게 설계하니까 앞쪽에 앉아도 수면과 수평이 맞더군요.”
알루미늄 대좌의 무게는 4kg밖에 되지 않는다. 반으로 접을 수 있어 휴대하기 간편하다. 떡밥그릇을 주로 놓는 왼쪽에는 탈착식 날개를 달아 여유 공간을 확보했고, 좌우 옆에는 파라솔을 고정할 수 있는 디딤판을 달았다. 어지간한 육상 대좌만큼 크고 편리하다. 대좌 뿐만 아니라 장거리 이동이 빈번한 댐낚시를 위해 2마력짜리 가솔린엔진을 달았고, 엔진이 장애물에 부닥쳐 파손될 것에 대비해 엔진가드를 별도 제작해 브라켓도 붙였다. 낚시 도중 보트가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총 4개의 폴대 링을 붙인 것 등등… ‘보통 낚시인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는 낚시 기인’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다.

▲수몰나무 군락에 보트를 띄워놓고 떡붕어를 노리는 송순성씨와 춘천의 전층낚시인들. 보트를 타면 연안에서는 접근이 어려운 알짜 포인트를 두루 노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소양호에서 만난 ‘보트전층’ 낚시인들

날이 채 밝기 전 보트를 띄웠다. 송순성씨는 랜턴으로 비춰가며 포인트를 찾았다. 물속에는 온통 육초가 잠겨 있다. 연안에서 10m 가량 앞쪽에 보트를 전진시켜 고정했다. 수심은 5m. 그토록 깊은 수심에서도 바닥에서 삭은 육초가 걸려나온다.
아침부터 육초대 바로 위에 미끼를 띄우는 낚시로 떡붕어를 노려봤지만 입질하지 않았다. 오전 10시경 송순성씨는 “상류의 본류대 본바닥을 노리는 게 낫겠어요. 어젯밤 춘천의 지인이 반드시 그곳으로 가라고 했는데 제가 고집을 부린 게 실수인 것 같군요. 삭은 수초 때문인지 붕어들이 몰리지 않는 것 같아요. 빨리 상류로 올라가보죠. 오후장에는 떡대 좋은 놈으로 한 마리 해야죠.”
소양호 조황은 최악이었다. 오름수위가 종식된 후 수몰된 육초는 썩기 시작했고 떡붕어들은 잔뜩 움츠리고 있었다. 상걸리선착장의 상류 쪽으로 이동해 보니 마침 춘천에서 온 전층낚시인들이 보트를 펴고 있었다. 댐이 많은 춘천은 고무보트를 갖고 있는 낚시인들이 유독 많은데 그중 전층낚시 애호가들도 많다. 유영석씨가 송순성씨에게 “내가 뚫어놓은 포인트가 있다”며 함께 들어가자고 제안했다.
함께 노를 저어 가보니 억센 나무들이 수몰된 곳이었다. 보트를 타지 않고서는 노릴 수 없는 곳이었다. 송순성씨와 유영석씨는 수몰 버드나무 사이에 보트를 나란히 띄워놓고 오후 시간을 기다렸다. 보트는 폴대로 고정시키는 대신 미리 유영석씨가 버드나무에 설치해 놓은 밧줄로 고정했다. 일본의 낚시잡지에서 흔히 보던 장면이다.
“왔어요!”
오후 5시경, 드디어 송순성씨의 전광석화 같은 챔질에 떡붕어가 걸려들었다. 25cm가 갓 넘는 중치급. 그러나 댐붕어답게 저항이 대단했다. 비교적 경질대에 속하는 시마노사의 ‘남마’가 한껏 휘어졌다. 5분 뒤 함께 낚시한 유영석씨도 비슷한 씨알을 끌어냈다. 그것으로 오후 낚시는 끝났고 밤에는 입질이 없었다.
비록 한 마리밖에 낚지 못했지만 나는 유쾌했다. 조용히 흔들리는 보트에 누워 별을 세며 잠드는 낭만도 좋았고, 바다 같은 소양호 수면에서 야생마 떡붕어를 추격하는 과정도 스릴 넘쳤기 때문이다.
“이웃 일본에서는 보트 전층낚시가 활성화돼 있습니다. 주로 댐과 저수지를 가로지른 로프에 FRP 보트를 고정시켜 놓고 낚시하는데 200~300명이 모이는 낚시대회도 이 방식으로 치를 정도죠. 그러나 낚시재미는 기동성 있게 움직이는 한국식 고무보트낚시가 한 수 위라고 봅니다.” 송순성씨가 말했다.
국내에서 FRP 보트를 이용한 전층낚시는 잠시 시도된 적 있다. 그러나 FRP 보트는 공간이 좁고 휴대성에서 제약이 많은데,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큰 인기는 끌지 못했다. 그러나 고무보트 전층낚시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고무보트는 이미 토종붕어 낚시인들이 30년 넘게 꾸준히 써오고 있다. 다만 보트 앞머리에 앉아야 제대로 전층낚시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보트 중간에 앉도록 설계된 고무보트로 전층낚시를 즐기기엔 마땅치 않은 면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보트용 전층대좌를 개발해낸 송순성씨의 각고의 노력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떡붕어 전층낚시는 ‘고무보트+전용 대좌’ 라는 의외의 컨셉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낚시인이 원하는 포인트로 맘껏 옮겨 다닐 수 있다는 기동성을 앞세워 그 인구가 점점 늘 것으로 보인다.

1 보트낚시에서 사용한 시마노 남마 15척 낚싯대. 2 깊은 수심 낚시에 적합하고 찌놀림도 부드러운 이찌에 올마이티 6번 찌. 3 목줄자로 목줄 길이를 측정하고 있다. 4 송순성씨가 즐겨 사용하는 심층낚시용 전층찌들.

송순성씨의 소양호 낚시 패턴

삭은 육초에서 10cm 띄워라

최근 상걸리에서는 주로 바닥층에서 떡붕어 입질이 들어오고 있다. 집어와 미끼를 겸하는 양콩알낚시(양당고) 패턴. 원줄과 목줄은 선라인 파워드 헤라 0.8호와 0.4호. 바늘은 오니카케 극야라즈 5호 사용. 취재일 송순성씨는 삭아 내린 수몰 육초에 떡밥이 묻히는 것을 피하기 피해 육초에서 10cm 가량 미끼를 띄워 떡붕어를 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