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획_섬으로 떠나는 낚시와 여행]

낚시인을 위한 섬

통영 지도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섬여행을 기획하다보면 마주하는 딜레마가 있다. 바로 각종 금지사항이 그것이다. 낚시금지, 캠핑금지, 주차금지, 취사금지 등이 빼곡히 들어찬 섬을 거닐다보면 과연 이곳을 낚시와 여행을 위한 섬으로 소개해도 될까라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하지만 여기 소개하는 통영 지도는 100% 낚시인을 위한 섬이라고 할 정도로 제약이 없다. 아무데서나 낚시를 할 수 있고 아무데서나 텐트를 칠 수 있다.

▲통영 지도의 동부마을 전경. 연안 좌측에는 폐교를 유료 캠핑장으로 만든 ‘캠락’이 있으며 우측에 큰 방파제가 있다.

▲동부마을 연안에서 한 가족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 통영 용남면 원평리에 있는 적촌선착장에서 지도를 오가는 도선. 하루 6회(동절기 5회) 운항하며 차량 6대를 실을 수 있다.

▲통영 용남면 원평리에 있는 적촌선착장.

▲통영의 굴양식장. 이 주변에서 감성돔 선상낚시가 이뤄질 때 지도 주변으로 감성돔이 붙는다.

지난 9월 26일. 통영 미수동에 있는 통큰낚시 김재복 회원과 함께 통영 지도(紙島. 종이지자를 써서 종이섬으로 불린다)로 1박2일 섬여행을 떠났다. 통영 지도는 김재복 회원이 강력 추천한 섬이다.

“가을이 되어 감성돔이 붙으면 전역에서 입질을 받을 수 있고 갑오징어와 전갱이 조과도 좋습니다. 원투낚시, 릴찌낚시, 루어낚시를 모두 할 수 있고 섬이 작아서 여러 곳을 빙빙 돌 필요가 없어요. 깨끗한 민박에 캠핑장도 있으며 방파제나 마을 입구에 텐트를 쳐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오전 10시. 통영시 용남면 원평리에 있는 적촌선착장에서 김재복 씨를 만나 함께 지도로 들어갔다. 원평항 바로 앞에 지도가 보였다. 원평리와 지도를 오가는 도선은 하루 6회 운항하고 있으며 10분이면 목적지인 서부마을 지도승선장에 도착한다. 도선에는 차량을 6대 정도 실을 수 있고 선착순으로 승선하며 차량이 많을 때는 두 번 세 번 연속으로 오가기도 한다. 그래서 차량을 싣지 못해 섬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일은 없다.

▲지도의 동부마을 입석.

▲유료 캠핑장에 설치한 텐트.

▲통영 지도의 유명한 유료 캠핑장 ‘캠락’.

하루 4만원의 요금을 받으며 전기, 수도, 취사시설, 샤워, 화장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푸른 잔디가 깔린 폐교 운동장에 그림 같은 캠핑 사이트를 설치하고 휴가를 보내는 가족들.

섬 전체가 낚시터와 트레킹 코스
10시10분 정각에 적촌선착장에서 출항, 10분 후 서부마을 지도승선장에 도착했다. 지도승선장은 방파제를 확장하기 위해 공사가 한창이었다. 소음으로 인해 낚시를 할 수 없어서 곧바로 동쪽에 있는 방파제로 향했다. 동쪽에 있는 방파제는 따로 이름이 없지만 낚시인들이 감성돔을 낚기 위해 주로 이곳을 들르기 때문에 이곳을 지도방파제라 부른다. 방파제에 도착하니 이미 낚시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중에는 텐트를 치고 며칠간 머물고 있는 낚시인도 있었다.

감성돔낚시 물때가 맞지 않아 먼저 섬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차량으로 천천히 이동하니 섬 잔체를 도는 데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섬지형이 낮고 도로가 평평해서 곳곳이 트레킹코스로 가꾸어져 있었다. 산이 낮아서 동서간 마을을 이동하기에도 좋았고 가벼운 등산코스로도 적당했다.

여러 곳을 둘러보며 잠시 낚시를 해보니 15cm 내외의 전갱이가 금방 입질을 했다. 하지만 감성돔을 낚고 싶었기에 조류가 잘 흐를 때를 기다렸다. 김재복 씨의 말에의하면 감성돔은 주로 밤에 낚인다고 한다.

지도에는 유명한 유료 캠핑장이 하나 있다. 마을 사람들이 돈을 모아 폐교를 사들여 캠핑장으로 개조한 것으로 하루 4만원을 내면 천연 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서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전기, 수도, 화장실등이 모두 구비되어 있으며 캠핑장 바로 앞에 큰 방파제가 있어서 낚시를 하기도 좋다. 대형 텐트와 타프를 치고 여러 명이 안락한 캠낚을 즐기고 싶다면 추천한다.

▲지도 승선장 앞 건물에 지도에 대한 내용을 담은 벽화가 그려져 있다.

▲마을 곳곳에 설치한 푯말.

▲도선 운항 시각에 맞춰 운행하고 있는 공영버스.

▲동부마을에 있는 작은 슈퍼. 술과 약간의 식료품 그리고 마을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만 팔고 있다.

감성돔과 갑오징어가 주종

오후 5시가 되어 서서히 어둠이 깔려 낚시를 시작했다. 조류가 마음에 들게 흘렀고 물색도 좋아서 금방이라도 입질이 들어올 것 같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강풍이 불기 시작했다. 마지막 오후 6시 도선을 타고 철수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이 될 정도로 바람이 강하게불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김재복 씨는 먼저 철수를 했고 혼자 남아 지도에서 차박을 하기로 결정했다.

밤이 되자 바람이 더 강하게 불었지만 다른 어종을 찾아 낚시를 계속했다. 방파제 곳곳에는 먹물이 튀어 있었는데 갑오징어의 것이었다. 마을 주민들도 갑오징어낚시를 할 정도로 가을에는 갑오징어가 잘 낚인다고 한다. 하지만 밤새 낚시를 해도 갑오징어의 모습은 볼 수 없었고 공사 중인 방파제에서 낚시를 한 현지인이 아침에 갑오징어 두 마리를 낚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도에서는 가을에 다양한 어종이 낚인다. 원투낚시에는 붕장어, 보리멸, 쥐노래미, 감성돔, 도다리가 잘 낚이며 릴찌낚시에는 감성돔, 전갱이가, 그리고 루어낚시에는 갑오징어와 볼락이 올라온다.

조류가 잘 흐르지 않을 때는 복어가 낚시를 방해했다. 엄지손가락만한 복어가 구름처럼 몰려다녀 미끼를 죄다 따먹었다. 지도에서 감성돔을 노린다면 경단이나 옥수수 미끼는 필수라고 실감했다.

▲밤에 가로등을 밝게 켠 신거제대교. 통영 장평리(오른쪽)와 거제시 덕호리를 연결한다.

▲입도 이튿날 동부마을과 서부마을을 연결하는 산책로에 올라 촬영한 서부마을 전경. 멀리 보이는 곳이 통영이다.

▲지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무화과나무. 마을 주민들이 재배하고 있다.

▲잘 익어서 벌어진 밤송이. 지도에는 밤나무도 많다.

출조한다면 11월이 최적기
차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에는 지도의 트레킹코스를 걸었다. 도선이 정박하는 서부마을에서 산책로를 따라 동쪽의 동부마을이나 거망마을로 갈 수 있다. 거리는 약 1.5km며 걸어서 40분 정도면 왕복할 수 있다.

섬 전체를 걸어서 이동할 수도 있다. 서부마을에서 시작해 거망 방향 숲길을 걷다가 거망마을의 캠핑장을 지나 동부마을에서 해안도로를 걸어 서부마을까지 가는 것이다. 거리는 5km이며 천천히 걸으면 4시간 정도 걸린다. 낚시를 한 후 아침에 운동 삼아 걷는다면 산책로 왕복을 추천하며 철수하기 전에 느긋하게 섬을 다 둘러볼 계획이라면 전체 트레킹코스를 추천한다.

산책로를 걷다보면 지도에 사는 많은 고양이를 만날 수 있고 섬 곳곳에 있는 무화과나무와 밤나무도 볼 수 있다. 숲이 너무 우거져서 높은 산에서 만끽할 수 있는 조망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삼림욕을 겸한 산책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지도에서는 아쉽게 조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이미 감성돔이 방파제 곳곳에 붙은 것을 확인했다. 지도 주변에 있는 양식장에서는 소형 나룻배를 타고 감성돔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이맘때 모이기 시작한다. 그 자리에 낚시인이 많다면 지도에도 분명 감성돔이 붙는다.

지도의 낚시 시즌은 12월까지다. 원투낚시와 감성돔낚시가 12월 중순이 되면 막을 내리고 그 후로는 볼락이 낚이지만 외해만큼 조과가 좋지 않다. 지도로 출조를 원한다면 지금이 적기다. 30cm 내외의 감성돔을 쉽게 낚을 수 있고 모기도 없어서 캠핑과 낚시를 즐기기 딱 좋은 시즌이다.

▲적촌선착장 대기실에 붙어 있는 도선 운항 시각표.

TRAVEL GUIDE 1

지도 가는 길

통영 원평리에 있는 적촌선착장에서 도선(지도호)을 타고 들어간다. 하루 6번 왕복 운항하며 운임은 성인 왕복 4천원이며 차량 왕복은 승용차 기준 1만원이다.

낚시 짐이나 오토바이 등도 따로 싣고 들어갈 수 있으며 지도에서는 택시와 마을버스를 이용해 이동할 수도 있다. 택시는 지도승선장에 대기하고 있으며 마을버스는 도선이 드나드는 시각에 맞춰 각 마을을 경유해 승선장까지 운행한다. 매주 수요일은 휴항하며 10월 1일~3월 31일 동절기에는 마지막 6항차를 운항하지 않는다.

원평 출항 8:20 10:20 13:10 15:20 17:10 18:10

지도 출항 8:10 10:10 12:50 15:00 16:50 18:00

문의 010-4540-6633

TRAVEL GUIDE 2

지도의 방파제 낚시터 4

지도에 있는 방파제는 모두 낚시가 잘 된다. 하지만 위치에 따라 수심이 천차만별인데 얕은 곳은 3m, 깊은 곳은 10m 내외인 곳도 있다. 수심에 따라 조과 차이는 크게 나지 않으며 얕아도 조류가 잘 흐르는 곳은 밤에 많은 양의 감성돔이 들어온다. 전갱이는 전역에서 낚이며 방파제가 아닌 해안도로에서 원투낚시를 해도 좋은 조과를 거둘 수 있다.

▲지도승선장에서 차를 몰고 우회전한 후 1km 정도 가면 나오는 첫 방파제다. 낚시인들은 이곳을 지도방파제라 부른다. 수심은 7m 내외이며 주로 밤에 감성돔이 낚인다. 감성돔은 석축 주변 가까운 곳에서 입질이 잦고 멀리 노리면 전갱이, 보리멸, 도다리 등을 낚을 수 있다.

▲지도방파제와 마주보는 방파제다.
외항 콧부리가 포인트이며 주로 감성돔이 낚인다. 수심은 5m 내외로깊지 않지만 25cm 내외의 자잘한 감성돔이 잘 붙으며 바람을 피해서 낚시하기 좋다. 갯바위와 가까이 붙어 있어서 갯바위 주변을 노려도 입질을 받을 수 있다.

▲거망마을 앞에 있는 방파제다. 외항은 수심이 3m 내외로 아주 얕지만 자잘한 감성돔이 잘 붙으며 쥐노래미와 보리멸도 많다. 펜스를 설치해서 낚시하기가 불편하지만 원투낚시를 하거나 릴대를 거치해두고 낚시하면 힘들지 않게 낚시를 할 수 있다.

▲캠핑장 앞에 있는 방파제로 지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수심은 10m내외로 깊으며 조류 소통이 좋다.
감성돔, 갑오징어, 전갱이, 참돔 등이 낚이며 10월 이후부터 본격적인 조과를 보여준다. 갑오징어는 내항을 노리고 감성돔과 다른 어종은 외항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