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

제주 지귀도 등대 포인트서

122cm 저립

양성호 제주 낚시인

지난 9월 12일 일요일. 조금에 가까워지는 물때였지만 새벽 피딩을 기대하고 쇼어 플러깅 출조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장소는 지귀도 등대 포인트. 물때가 좋았던 4일 전에는 부시리와 잿방어 조황이 좋았던 터라 내심 호조황이 기대 되었다. 전날에도 잠시 출조해 오후 낚시를 해봤지만 하필 아침과 저녁으로 간조를 맞을 때라 별다른 반응은 얻어낼 수 없었다.

새백에 포인트에 도착하자 동풍이 강했다. 옆바람과 앞바람이 수시로 불어와 캐스팅 여건은 최악. 플러그 중비거리가 뛰어나고 거친 파도에도 안정적으로 유영하는 230mm 이상의 플러그를 선택해 낚시를 시작했다.

▲지귀도 등대 포인트에서 올린 122cm 저립을 들고 있는 필자.

종전 개인 기록 120cm를 2년 만에 2cm 경신했다.

2년 전 개인 기록 120cm를 2cm 경신
아직 사위가 어두운 5시 30분부터 낚시를 시작했고 20분 정도 지났을 때 첫 입질이 왔다. 전방 30m 앞에서조금 빠른 템포로 플러그에 액션을 주던 중 입질이 들어왔다. 순간적으로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바로 치고 달리는 녀석. 수심이 얕은 필드라 여쓸림을 대비해 조심조심 랜딩을 하는데 바로 앞에서 몸을 뒤집는 건 부시리도, 잿방어도 아닌 저립의 실루엣이었다.

녀석은 나를 보자마자 큰 꼬리로 물보라를 일으키며 다시 한 번 더 차고 나가기 시작했다. 저립은 처박는 고기가 아니어서 얼른 드랙을 풀어 안전한 곳으로 빠져나가도록 만들었다. 이후로도 조심스럽게 달래가며 릴링한 결과 얕은 갯바위까지 끌어오는 데 성공. 잽싸게 꼬리를 잡고 뭍으로 끝어 올렸다.

2019년도 같은 포인트에서 낚았던 120cm짜리보다 2cm가 더 큰 122cm였다. 이번에는 당시보다 조금 더강한 장비를 사용한 것이 무리 없이 녀석을 랜딩할 수 있는 비결 같았다.

▲122cm 저립을 올릴 때 사용한 장비와 함께.

▲낚은 직후 줄자로 계측했다.

4일 전부터 저립이 낚일 조짐이…
사실 여간해선 한 마리도 낚기 힘든 저립을 두 마리나 올릴 수 있었던 데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앞서 말한 부시리와 잿방어가 많이 낚였던 4일 전 이른 아침.

어두컴컴한 시간대에 플러그를 치고 날아오르는 대어를목격했다. 부시리나 방어는 루어를 흡입하기 때문에 최소한 두 고기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조심스럽게 저립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이후 다음날 아침에도 저립과 비슷한 유형의 바이트를 받았지만 또 다시 실패. 저립은 윗턱과 아래턱이 굉장히 딱딱하기 때문에 훅킹이 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4일 뒤인 오늘 저립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한 끝에 녀석을 끌어낼 수 있었다.

최근들어 제주 앞바다에는 저립의 출몰이 잦아지고 입질 빈도수도 높아지고 있다. 내가 낚시한 포인트 전방의 선상낚싯배에서도 저립이 모습을 보인다는 소식이다.
조만간 저립이 제주도의 대표 쇼어 플러깅 대상으로 자리 잡을 것을 전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