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

20년 빅게임 커리어의 마침표

신안 태도 소발서 해상에서

161cm 부시리

안용희 블루솔트클럽 회장

캐스팅 빅게임을 즐기는 앵글러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섬 태도.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속한 태도는 울진 왕돌초 못지 않은 대물 부시리 산지로 알려져 있다. 태도는 상태도와 하태도가 있는데 상태도에서 뱃길 20분 가량 떨어진 소발서 해상에서 드디어 필자의 부시리 기록을 경신했다. 무려 161cm!

▲태도 소발서 해상에서 개인 기록인 161cm 부시리를 낚고 기뻐하는 필자.

지난 10월 8일~10일 사이 필자가 속한 블루솔트클럽 회원들과 함께 소발서를 찾았다. 소발서는 간조에는 두 개의 봉우리가 물 밖으로 나오고 만조에는 잠겨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간출여다.

정출에 참가한 회원은 모두 6명으로 필자 외에 강진구, 김동호, 양승권, 김도용, 임경도 회원이 원정에 합류했다. 태도는 모두가 처음 가보는 필드여서 기대감이 상당했다. 마치 외국으로 원정낚시를 가는 느낌이랄까?

서울에서 4시간 30분을 달려 진도 서망항에 도착한 뒤 사선을 타고 상태도에 도착한 것은 새벽 5시. 숙소는 상태도에 있는 철희민박으로 정했다. 철희민박은 정말 이곳에 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에 있었다. 특히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멋진 바다는 지금도 생각이 난다.

아침을 먹고 드디어 1일차 빅게임 시작! 갯바위 돌돔 포인트에 찌낚시인들이 내리고 10분을 더 달려 소발서에 도착했다. 중썰물이 시작되고 있었다. 물때는 9물, 수온은 25.5도, 바람은 남동풍이 불고 있었다.

첫 캐스팅부터 부시리가 올라왔다. 사이즈는 좀 잔 편이나 활성도와 파이팅은 동해나 서해 부시리보다 당찼다. 앞, 뒤에서 히트와 랜딩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며 첫날부터 즐거운 낚시가 이어졌다. 첫날 낚인 큰놈들은 110. 115. 120cm였다, 지깅에도 화끈한 반응을 보여주었으나 역시 작은 부시리만 달려들었다.

▲161cm 부시리를 계측하고 있다. 무게는 자그마치 38kg이 나갔다.

▲만새기를 히트한 270mm 만새기 루어.

270mm 만새기 루어를 덮치다
2일차 아침식사로 섭(홍합)죽이 나왔다. 전날의 과음으로 손상된 속이 말끔히 치료되는 느낌이다. 태도산 해산물로 만들어져 나오는 철희민박의 식사는 너무 맛있고 신선해서 우리 모두가 감동할 지경이었다. 오늘은 10물로 전날보다 조류가 좋아 좋은 조과가 예상됐다.

오늘 오전도 소발서 포인트에서 낚시를 시작했는데 예상대로 어제보다 조금 커진 사이즈의 부시리가 히트되며 정신을 없게 만들었다, 이날 가장 많은 입질을 받은 루어는 고등어 컬러의 플로팅 타입으로 190mm 사이즈였다. 비슷한 사이즈의 정어리, 날치, 만새기 타입 루어는 고등어 타입 루어보다는 입질이 더뎠다.

필자는 다른 회원들보다 좀 더 크고 특별난 루어를 사용하는 바람에 마릿수는 뒤졌지만 씨알은 가장 출중했다. 20년 동안 빅게임이라는 한 장르만 고집해온 나로서는 기록 경신이 궁극적인 목적이라 꿋꿋하게 빅사이즈의 루어로 낚시를 이어갔다. 그 결과 2일차 오전낚시에서도 20여 수의 부시리가 올라왔고 최대어인 117, 110cm짜리 모두 필자가올렸다.

썰물이 끝나갈 무렵 입질이 점점 소강상태를 보임에 따라 지깅 포인트로 이동해 양승권 회원을 제외한 전원이 지깅을 시도했다. 그때 선두에서 캐스팅을 하던 양승권 회원이 “부시리가 루어를 따라온다”는 외침에 무엇엔가 홀린 듯 헤비하게 세팅된 캐스팅 장비를 손에 쥐었다.

양승권 회원 옆에 서서 만새기 루어 270mm짜리를 캐스팅한 후 ‘하나, 두~울, 세~엣…’ 하며 다이빙을 반복시켰다. 그 순간 갑자기 어마어마한 물 파장이 생기며 초대형 부시리의 머리와 몸체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가 만새기 루어를 물고 사라져버렸다.

▲김동호 회원이 필자가 올린 161cm 부시리 옆에 누워 길이를 비교하는 모습.

▲태도 원정에 동행한 블루솔트클럽 회원들의 기념촬영.

▲127cm 부시리를 올린 강진구 회원.

▲소발서 포인트에 도착한 회원들이 루어를 날리며 부시리를 공략하고 있다.

태도에서 낚인 부시리 중 역대 최대어
요란한 드랙음과 동시에 풀려나가는 라인. 200m는 풀렸을까? 어느 순간 부시리의 질주가 멈추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릴링을 거듭하며 파이팅에 돌입했다. 동료들의 응원과 선장님의 노련한 낚싯배 컨트롤 덕분에 용기가 생겼다. 이후로도 녀석의 질주는 서너 번 반복됐는데 그때마다 라인이 모두 풀릴까봐 왼손으로 스풀 써밍을 하며 침착하게 대응했다.

드디어 녀석의 실루엣이 어른거리자자 주위의 함성이 커져 갔다. “140이다 아니 150 이상이야!”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천신만고 끝에 뱃전에 올리고 나니 지금껏 올린 140cm급들과는 체구가 전혀 다른 괴물이었다. 서둘러 줄자로 계측하니 161cm! 무게는 자그마치 38kg이나 나갔다. 선장님의 말로는 태도에서 낚인 부시리 기록으로도 역대 최고 기록이라고 한다.

이놈을 낚고 나니 앞으로 내가 또 다시 이런 대물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찾아왔다. 그동안 빅게임계에서 ‘안관장’이란 호칭으로 통하는 나의 빅게임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아울러 이번 출조를 기획하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강진구 회원이 유독 고마웠다. 강진구 회원은 내 낚시인생의 동반자이며 형님이자 친구같은 사람이다. 그가 있었기에 이번 기록 달성이 가능했다. 아울러 원정에 함께 동고동락해준 블루솔트클럽 회원 5명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문의 철희민박 010-8622-6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