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_서귀포]

손맛 충족 200%

쇼어 플러깅X에깅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히트! 서귀포의 문섬 불덕으로 출조한 박상욱(HDF 필드스탭) 씨가 92cm 잿방어를 히트해 파이팅을 하고 있다.

입질은 하이브리드폽퍼로 받았다.

일부 루어낚시인들이 제주도에 관해 가지고 있는 편견 중 하나는 제주도가 겨울낚시터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겨울이 되어 북서풍이 불면 제주도 북부는 대부분의 어종이 시즌을 마감한다. 거친 북서풍을 피해 제주도 남쪽인 서귀포 일대에서 에깅, 지깅, 벵에돔낚시 등이 이뤄지지만 육지와 마찬가지로 제주도의 겨울낚시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몰황이 빈번하고 출조할 수 없는 날도 많은 것이 현실. 제주도의 피크는 가을이며 이때는 모든 어종이 잘 낚인다.

▲철수 때 촬영한 문섬.

오른쪽이 문섬, 가운데 섬이 새끼여이며 오른쪽에 낚시인이 있는 자리가 불덕이다.

멀리 보이는 섬은 섶섬.

▲박상욱 씨의 쇼어 플러깅 장비.

로드는 리플피셔 러너엑시드 110H, 릴은 14000번에 합사 6호, 쇼크리더는 130lb를 사용했다.

▲위미항에서 야간 에깅 중 박정운 씨가 작은 무늬오징어를 낚았다.

▲문섬 불덕에서 하이브리드폽퍼로 92cm 잿방어를 낚은 박상욱 씨.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브리드폽퍼는 펜슬베이트와 폽퍼의 기능을 모두 갖춘 제품이다.

지난 9월 28일 HDF필드스탭 박상욱 씨 그리고 솔트루어린 박정운, 신재완 씨와 함께 가을의 대물을 만나기 위해 제주도 서귀포로 갔다. 3박4일 일정으로 낮에는 잿방어를 대상어로 쇼어플러깅을 하고 밤에는 무늬오징어를 노리고 에깅을 할 계획이었다. 일본 남쪽을 지나가는 초대형 태풍 민들레의 영향으로 기상이 썩 좋지 않았지만 서귀포 일대가 최근 꾸준히 호황을 보이고 있어서 일정대로 진행하게 되었다.

28일 오후에 제주도 서귀포에서 박상욱 씨 일행과 합류한 후 에깅을 했지만 서귀포 일대의 연안으로 집채만 한 너울파도가 밀려오는 바람에 제대로 낚시를 할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다음날 오전에 서귀포 문섬에서 쇼어 플러깅을 하기로 하고 다음날 서귀포항에서 오전 5시 첫배를 타고 포인트로 나갔다.

문섬은 제주도 서귀포항에서 낚싯배로 10분 거리에 떨어진 가까운 섬이다. 하지만 수심이 깊고 조류가 빠르게 흐르기 때문에 대물 부시리와 잿방어가 잘 낚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쇼어 플러깅의 인기로 인해 주말에는 하선할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낚시인들이 출조하므로 물때를 맞춰 무조건 첫배를 타야한다.

취재팀도 오전 4시에 서귀포항에 모여 낚싯배 사무실이 열리는 동시에 승선명부를 작성하고 낚싯배에 올랐다. 서귀포항 낚싯배는 서너 척의 낚싯배가 무조건 선착순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첫배를 타려면 일찍 서둘러야 한다.

▲잿방어를 해체해 머리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한 신재완 씨.

역도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했지만 부모님이 대구에서 운영하는 횟집을 이어받은 후론 낚은 고기는 모두 해체해서 가져간다고 한다.

▲박상욱 씨의 펜슬베이트.

모두 다이빙 액션이 가능한 다이빙펜슬이며 주로 나무로 제작한 것을 사용한다.

▲문섬에서 철수후 서귀포항으로 돌아가고 있다. 왼쪽에 등대가 있는 곳이 새섬방파제다.

펜슬베이트로 다이빙 액션 연출
어스름이 깔린 오전 5시에 첫배를 타고 문섬으로 나갔다. 우리의 목적지는 불덕. 문섬의 유명한 쇼어플러깅 포인트로는 새끼섬, 불덕, 잠수함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불덕이 입질 받을 확률이 높고 발 앞이 깎아지른 직벽이어서 대물을 걸어도 터트리지 않을 확률이 높다. 새끼섬과 잠수함도 자리가 좋지만 조류의 형성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본류가 포인트 앞으로 강하게 흐르면 어디서든 입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날엔 입질을 받기 힘들다. 대신 새끼섬과 잠수함은 발판이 좋아서 캐스팅할 공간이 넓은 것이 장점이며 불덕은 발판 바로 뒤에 직벽이있어서 캐스팅이 힘들다는 것이 단점이다.

포인트에 내리자마자 박상욱 씨는 리플피셔 러너엑시드 110H 쇼어 플러깅 전용대에 14000번 스피닝릴을 체결, 170mm 플로팅펜슬베이트로 낚시를 시작했다. 동행한 신재완, 박정운 씨 역시 같은 스펙의 낚싯대로 낚시를 시작했다.

낚시방법은 간단하다. 펜슬베이트를 힘껏 캐스팅한 후 다이빙 액션을 연출하면 된다. 무작정 펜슬베이트를 감아 들이면 입질을 받기 어려우며 낚싯대를 아래로 저킹해서 펜슬베이트가 완전히 물에 잠겼다가 떠오르게 해야 입질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잿방어를 노릴 때는 다이빙 액션이 중요하다.

오전 6시가 되자 서서히 동이 트기 시작했고 전날의 너울이 채 진정되지 않았는지 새끼섬은 파도가 넘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잿방어가 먹이활동을 할까 싶었지만 신재완 씨 앞으로 베이트피시를 쫓는 대형 어체를 목격할 수 있었다.

▲서귀포 세천포구로 출조한 신재완(좌), 박상욱 씨가 동시에 무늬오징어를 낚았다.

▲서귀포 위미리에 있는 세천포구. 발판이 편하고 마릿수 조과가 뛰어나 에깅 명소로 꼽힌다.

▲작은 씨알의 무늬오징어. 너무 작아서 다리만 끊겨 오는 것도 있었고 무만한 씨알도 섞여 낚였다.

대형 폽퍼에 잿방어가 퍽
“왔다! 왔어!”
불덕과 잠수함에 내린 모든 낚시인들이 한 번에 소리쳤다. 대형 어체는 빠르게 신재완 씨쪽으로 향했고 그대로 입질을 하는가 싶었지만 아쉽게도 신재완 씨가 다이빙 액션을 주다가 액션이 깨지는 바람에 물고기가 머리를 돌렸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박상욱 씨가 대형 하이브리드폽퍼로 수면을 강타! 눈앞에서 호쾌한 잿방어의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빅게임 고수인 박상욱 씨는 입질을 받는 것과 동시에 강하게 챔질을 했고 단숨에 잿방어를 띄워 올렸다. 워낙 순식간이라 잔챙이 잿방어가 올라 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올려보니92cm가 나왔다. 맨손으로 그것도 파이팅벨트도 없이 순식간에 대형 잿방어를 제압한 박상욱 씨는 역시 빅게임 고수다운 파이팅을 보여주었다.

입질은 연이어 들어왔다. 박정운 씨가 초리가 빨려 들어가는 강력한 입질을 받아 재빨리 챔질을 했지만 아쉽게도 원줄이 터져버렸다. 만약 박정운 씨가 미터급 잿방어나 부시리를 낚았다면 한국 여성 최초로 쇼어 플러깅 미터급조과를 달성할 수 있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컸다.

두 번 입질을 받고 나니 더 이상 반응이 없었다. 제주도 서귀포 일대는 중썰물부터 끝썰물까지가 주요 입질 시간대로 그 타이밍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입질이 사라진다. 취재팀은 오전 10시가 넘어서 철수했고 숙소에서 에깅 장비를 챙겨 다시 포인트로 나갔다.
지금부터는 체력 싸움이다. 에깅 출조를 나선 시각이 정오 무렵이지만 첫 출조를 오전 4시에 했기에 이미 체력을 꽤 소진했기 때문이다.

▲취재 이튿날 문섬 불덕에서 입질을 받고 화끈하게 파이팅을 펼치는 신재완 씨.

▲박상욱 씨가 낚은 잿방어를 계측자에 올리니 92cm가 나왔다.

▲에기에 걸려 나오는 무늬오징어.

▲서귀포 위미항. 밤에 큰 무늬오징어가 들어오는 곳이다.

에깅은 감자, 고구마 씨알 마릿수 풍성

에깅을 하기 위해 찾은 첫 포인트는 제주도 서쪽의 대평포구 일대. 그런데 서귀포의 사계리를 지나자 전날과 같은 높은 파도가 치는것이 보였다. 그래서 동쪽과 서쪽으로의 출조는 과감하게 포기하고 서귀포 가운데에 있는 세천포구로 향했다. 세천포구는 어지간한 날씨에도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만곡진홈통에 조류가 잘 흐르고 무늬오징어 조과도좋은 곳이다. 단점이라면 너무 유명해서 낚시인이 항상 많다는 것이다.

이른 시각에 도착해서인지 다행히 낚시인이없었다. 취재팀은 무늬오징어의 씨알이 작을 것을 예상하고 3호 섈로우 에기를 사용해 낚시를 시작했다. 운이 좋았을까? 곧바로 박정운 씨가 감자, 고구마 씨알의 무늬오징어를올리기 시작했다. 오전에 대어를 터트린 분을 무늬오징어에게 풀어내려 한 듯 연속으로 입질을 받아 내었다. 곧, 신재완, 박상욱 씨도 무늬오징어를 올렸고 대부분 손바닥만 한 씨알을 올릴 수 있었다.

큰 씨알의 무늬오징어를 기대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제주도는 여전히 수온이 높은 상태로 본류를 타고 다니는 부시리, 잿방어가 항상 오징어들을 노리기 때문에 낮에는 큰 씨알이 잘 낚이지 않는다.

▲신재완 씨가 취재 이튿날에 낚은 부시리를 보여주고 있다.

▲보냉가방에 부시리를 담은 신재완 씨.

▲낮에 세천포구를 찾아 무늬오징어로 손맛을 본 박정운 씨.

▲신재완 씨가 현장에서 해체한 잿방어. 92cm였지만 머리와 꼬리를 모두 자르니 그리 크지 않았다.

▲흥분해서 몸통이 하얗게 변한 무늬오징어. 낮에도 높은 활성도를 보여주었다.

10~11월이 출조 최적기
큰 씨알의 오징어는 밤에 위미항에서 만날 수 있었다. 위미항은 내항의 수심이 10m 내외로 깊은 곳으로 연중 대형 무늬오징어가 낚인다. 박상욱 씨를 시작으로 박정운, 신재완 씨가 모두 손맛을 볼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밤 10시가 지나자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음날도 문섬으로 출조를 하려면 체력을 아껴야 했기에 철수를 결정했다.

다음날에는 오전에 문섬에서 박상욱, 신재완 씨가 미터급 부시리를 올렸고 오후에는 다시 서귀포 일대로 나가 에깅으로 무늬오징어를 낚았다. 이렇게 연이어 출조를 하면 체력을 상당히 소모해서 힘들지만 1년에 한두 번 있는 찬스라고 생각하면 사서 고생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현재 제주도의 조황은 본격적인 괘도에 오르지 않았다. 여름에 호황을 보이는 잿방어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지금부터 120cm가 넘는 대형 부시리가 낚일 시기다. 무늬오징어 역시 감자, 고구마가 아닌 무나 킬로급이 주종이 된다. 만약 제주도에서 쇼어 플러깅과 에깅을 병행할 계획이라면 9월도 좋지만 10~11월이 최적기다.

취재협조 HDF해동조구사, 솔트루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