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 저자

명정구 박사

“바닷물고기가 궁금한 모든 분들을 위한 안내서”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우리나라 어류학의 최고 권위자인 명정구 박사가 우리바다에 서식하는 528종의 바닷물고기가 담긴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보리출판사 刊)」을 출간했다. 820쪽의 방대한 분량의 이 책엔 저자가 30년간 정리해온 물고기 자료와 함께 사진보다 더 사실적인 세밀화로 완성도를 높혔다. 지난 9월 16일 부산 영도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명정구 박사를 만났다.

▲좌측은 어랭놀래기 암(좌) 수 비교 그림. 비늘의 개수와 위치까지 정확하게 그렸으며 암수의 크기까지 맞추었다.

▲오른쪽은 아귀의 사냥법을 묘사한 그림. 이처럼 다양한 어종의 생태를 알 수 있는 세밀화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명정구 박사는 낚시인에게 친숙한 어류학자다. 본지에 낚시 대상어의 생태, 낚시방법, 상식, 요리 등을 소개한 ‘조어박물지(釣魚博物志)’를 1991년 3월호부터 1999년 12월까지 연재했다. 1995년 1년간 노르웨이에 머물렀을 때도 연재 원고를 한 번도 빠뜨리지 않았다. 인터넷이 없었던 당시 외국의 자료를 찾고 번역해서 우리나라 여건에 맞게 원고를 쓰는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명 박사는 어종별로 하나하나 완성해 나가는 연재 원고들을 토대로 자신이 원하는 어류도감을 만들고 싶었다.

명 박사가 쓰고 싶은 어류도감은 어려운 논문식 책이 아니라 어린이나 학생, 일반인도 쉽게 물고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조어박물지 연재를 통해 모아온 물고기 자료에 사진자료를 더해 2009년에 「우리바다 어류도감(다락원 刊)」을 출간했다. 글보다는 사진 중심으로 구성했고 물고기 증명사진은 물론 수중에서 촬영한 사진을 실어 호평을 받았다. 많은 이들에게 물고기를 알려주고 싶다는 열망은 이번에 출간한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으로 이어졌다.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에는 지난 수십 년간의 원고 자료를 기초로 하여 최근 국내 연구 결과들과 일본, 중국, 미국 등 외국 자료들을 취합해서 원고를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국내외 수중에서 만난 물고기들의 생태를 수록하고 낚시를 하면서 얻은 지식들도 추가했습니다. 이 책은 수중의 어류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어떤 분야의연구가 필요한지, 지구상의 생물이 사는 공간으로서는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바다를 어떻게 물고기 눈으로 바라보아야 할지 등에 대한 안내서입니다.”

▲부산 영도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실에서 명정구 박사가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바닷물고기 528종을 수록하고 있으며 모든 어종을 세밀화로 정밀하게 묘사했다.

사진보다 더 사실적인 물고기 세밀화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의 특징은 물고기를 사진이 아닌 세밀화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조광현 화가가 15년에 걸쳐 그림을 그렸고 명 박사가 암수의 크기, 피부의 질감, 체색을 일일이 감수해 완성했다. 그 과정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조광현 화가는 2017년 59세의 나이로 군산대 해양생물공학 대학원에 입학해 석사학위를 받고 직접 잠수해서 물고기의 생태를 공부할 정도로 열성적인 학자이지만 ‘과학 일러스트는 엄밀해야 한다, 비늘 숫자뿐 아니라 비늘의 각도까지 모두 맞춰야 한다’는 명 박사의 요구를 반영하는 작업은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조광현 화가가 눈다랑어를 그릴 때 일이다. 물고기 눈이 다 동그랗지하고 생각한 그는 눈다랑어의 눈을 동그랗게 그렸는데 명 박사가 그림을 본 후 ‘눈다랑어는 눈이 미세하게 찌그러져 있다. 나도 처음에는 몰랐는데 물 밖에서나 물속에서도 눈이 미세하게 찌그러져 있었다’고 지적해 깜짝 놀랐다고 한다. 물고기 세밀화의 완성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수 있는 일화다.

▲직접 다이빙을 해서 물고기를 촬영, 관찰하고 있는 명정구 박사. 국내 어류학의 최고 권위자이다.

잘못된 어류정보 바로 잡기 위해 노력
물고기 자료는 최신 정보를 수록하되 기존 어류도감이나 인터넷에서 잘못 알려져 있거나 표기된 지식과 용어를 수정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학명, 목, 과. 속, 종의 종수 등은 최신 분류학적 정보를 종합했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암반 위나 뻘바닥에서 사는 쑤기미, 쏨뱅이, 붕장어, 아귀는 부레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쑤기미, 쏨뱅이, 붕장어는 부레를 가지고 있다. 평생을 바닥에 붙어 살며 수중으로 뜰 이유가 없는 데 왜 부레를 가지고 있어야 할까? 그런 질문에 대한 답들을 찾을 수 있으며 읽으면 읽을수록 몰랐던 지식을 알 수 있다.
명 박사는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어류도감이 낚시인에게 훌륭한 안내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말한다.

“산 물고기를 쫓는 육식성 부시리, 농어 등을 잡으려면 이 어종의 식성과 습성을 이해해야 보다 재미있는 낚시를 즐길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무서운 육식성 어종들도 자기보다 작은 먹잇감을 쫓아갈 때는 병들거나 약한 놈을 먼저 공격합니다. 공격용 에너지를 최대한 절약하도록 어미로부터 가르침(유전)을 받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면 실제 낚시터에서 먹잇감인 루어를 병든 물고기처럼 놀리면 됩니다. 오래전 여수의 백도 수중에서 잿방어가 자리돔을 사냥하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재빠른 자리돔을 잡기에는 잿방어 머리가 바위에 부딪히든지 아니면 입에서 단내가 나몸살이 나도록 쫓아야 한 마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실은 대도감이 낚시꾼 수천 명을 한 번에 모아놓고 하는 어류생태학 강의라고 생각하니 보람이 컸습니다.”

낚시인을 위한 어류생태학 교과서
명 박사는 작년에 30년간 몸담은 한국해양연구소 연구원직을 정년퇴임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바다를 누비며 물고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고민은 그동안 연구한 것을 어떻게 전달할까 하는 것이다. 그 숙제를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 출간을 통해 풀었다.

“자연의 한가운데 서 있는 해양생물학자의 모습을 갖추려 노력했지만 아쉬움이 많습니다. 몸소 실현하지 못한 점들에 대한 과제는 앞으로 후학, 후배들이 하나씩 풀어 갈 수 있도록 기록을 남겨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가진 경험과 조그만 정보라도 도움이 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남겨 두는 것이 저로서는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