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SHING TRAVEL]

붕어낚시인들의 바다낚시 이야기

제주 가파도 1박2일

이영규 기자

▲“바람이 세게 불어 방파제에서 독가시치손맛만 즐기고 있습니다.”

붕어낚시 고수로 유명한 송귀섭(왼쪽) 선생과 군계일학대표 성제현 씨가 가파도 상동방파제에서 릴찌낚시를 즐기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운진항(모슬포 남항)에서 들어가는 가파도는 마라도보다 명성은 덜하지만 낚시와 관광 모든면에서 마라도에 뒤질 게 없는 섬이다. 특히 제주도 부속섬마다 불기 시작한 개발 영향으로 예전보다 훨씬 볼거리가 많아지고 숙박 여건 또한 좋아졌다. 군계일학 성제현 씨가 결혼기념 여행으로 제주여행을 계획했는데 제주살이를 하고 있는 송귀섭 선생이 망설이지 않고 추천한 곳도 가파도였다.

▲40cm급 독가시치를 연타로 올린 송귀섭 선생.

▲상동마을에서 상동방파제로 이어지는 중앙로.

개인적으로 가파도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섬낚시터였다. 20년전에는 사수도가 1위였으나 낚시금지구역으로 묶인 뒤로는 가파도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내가 가파도를 찾기 시작한 것은90년대 중반부터로 이때는 고무보트를 이용한 벵에돔 여치기가 붐을 이룰 때였다.

요즘 낚시인 중에는 마라도를 가파도보다 훨씬 대물낚시터로 인식하는 사람이 있는데 크게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마라도는 대물 긴꼬리벵에돔을 빼곤 딱히 내세울 게 없는 섬이다.

반면 가파도는 감성돔, 돌돔, 벵에돔, 긴꼬리벵에돔, 참돔, 농어, 넙치농어 등이 모두 잘 낚이고 씨알도 제주도 최고 수준이다(물론 현재는 과거보다는 못하지만). 최근에는 무늬오징어에깅낚시터로 제주도는 물론 육지 낚시인들에게까지 사랑받고있다.

▲낚시를 마친 후 용궁정식 식당에서 식사를 즐기고 있는 일행.

▲가파도 해물짬뽕.

▲“벵에돔은 아니지만 손맛은 대단한데요.” 릴찌낚시로 생애 첫 독가시지를 올린 성제현 씨.

▲걸어서 가파도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해안도로.

완벽하게 관광지로 변신한 가파도
이번에 내가 가파도를 찾게 된 것은 붕어낚시 전문가 성제현 씨와의 약속 때문이었다. 결혼기념일을 맞아 10월 초에 제주도 여행을 계획한 성제현 씨가 벵에돔낚시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 가이드를 겸해 동행하기로 했다. 마침 본지 필자인 붕어낚시 전문가 송귀섭 선생이 2년 전부터 제주살이를 하고있어 이번 기회에 가파도에 모여 모처럼 회포를 풀기로 했다.

지난 10월 3일, 서울에서 첫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내려가 가파도를 찾았다. 20여 년 만에 여객선틀 타고 들어간 가파도는 변해도 너무 많이 변해 있었다. 곳곳에 관광객을 유혹하는 카페와 식당이 들어섰고 민박과 펜션도 여럿 생겨났다(마라도나우도처럼 정신 사나울 정도는 아니다). 소박함을 간직한 조용한 시골 섬마을이었으나 지금은 당시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찾기 어려웠다. 내심 아쉽기도 했지만 그건 예전 기억을 갖고 있는 나에게만 해당하는 푸념일 뿐. 가파도가 처음인 관광객에게는 그저 작고 아기자기한 예쁜 섬마을로만 기억될 듯했다.

가파도 마을은 크게 여객선이 닿는 상동마을과 반대편인 하동마을로 나뉜다. 상동과 하동은 걸어서 30분 정도 거리이며 섬전체를 빙 둘러 해안산책로가 나 있어 둘레길 여행코스로도 그만이다. 상동마을과 하동마을을 가로지르는 중앙로변 집마다 변화가 멋지게 그려져 있어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모슬포 운진항과 가파도를 왕래하는 여객선.

▲가파초등학교.

▲일행이 머문 가파도민박.

▲상동방파제에서 40cm급 긴꼬리벵에돔을 올린 제주 낚시인 최인찬 씨.

남동풍 피해 상동방파제에서 낚시
우리는 송귀섭 선생이 한 달 전 예약한 하동마을에 있는 가파도민박(용궁정식 식당과 같은 집이다)에 짐을 풀었다. 가파도 산 해산물이 반찬으로 나오는 용궁정식은 1인분은 1만5천원인데 가성비가 뛰어나고 맛도 좋았다. 용궁정식 식당 안쪽에 가파도민박이 있는데 예전에 민박만 하시던 어머님이 연로하셔서 아들이 들어와 식당과 민박을 모두 관리하고 있다. 20년 전에도 민박집이 깔끔하고 아기자기해 놀랐는데 지금도 전혀 변함이 없었다.

현재 가파도에는 총 5곳 정도의 민박과 펜션이 영업 중이다. 우리가 묵은 가파도민박은 방 규모에 따라 1박에 4만원, 5만원, 6만원, 15만원을 받는다(성수기, 비수기 동일). 15만원짜리 객실은 독채로 두 가족이 머물 수 있을 정도로 넓다. 그 외에 4인 가족이라면 6만원, 1~2인이 머문다면 4~5만원짜리도 충분했다.

점심식사를 마친 우리는 곧바로 방파제로 달려 나갔다. 성제현 씨의 부인 최숙희 씨는 결혼기념 여행지까지 와서 낚시에 정신팔린 남편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우리가 낚시터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최숙희 씨는 가파도 해안도로를 둘러보기로 했다.

원래 우리는 발판 좋은 하동마을 인근 ‘두성 갯바위’에서 벵에돔을 노려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남동풍이 강하게 부는 바람에 반대편인 상동방파제로 나갔다. 오후 2시경 찾아간 상동방파제의 주요 포인트는 먼저 온 낚시인들로 이미 만원. 결국 우리는 최고 명당인 상동방파제 콧부리에는 서지 못하고 발판이 편하고 안전한 중간에 자리를 잡았다.

상동방파제는 들물과 썰물이 방파제 콧부리를 스치듯 지나기 때문에 그곳에서 밑밥을 줘버리면 안통까지 고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다행히 큰 벵에돔은 못 만났지만 송귀섭 선생은 40cm급 독가시치를 4마리나 낚아 손맛을 봤다. 육지에서 방송 일정이 있을 때마다 광주와 제주를 오가는 송귀섭 선생은 제주도에 머물 때는 매일 바다낚시를 나선다고 한다. 이미 그의 구멍찌낚시 실력은 전문가 수준이라 깜짝 놀랐다.

첫날은 밤 8시경 일찌감치 철수해 용궁정식의 맛난 정식으로 식사를 마친 후 이튿날 오전 6시에 다시 상동방파제로 나섰다. 그러나 이날도 강풍 탓에 기대했던 굵은 벵에돔은 만날 수 없었다. 송귀섭 선생과 성제현 씨는 이날도 40cm급 독가시치와 숭어로 아쉬운 손맛을 달랬다.

낚시를 마친 우리는 가파도 여객선 터미널 인근에 있는 짬뽕집에서 가파도 해물짬뽕과 짜장면을 맛보았다. 그동안 나는 소문만 자자한 마라도 짬뽕과 짜장면에 실망한터라 별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가파도 중국집 짜장면은 의외로 맛이 좋아 깜짝 놀랐다. 가파도를 찾는다면 여객선 터미널 앞의 ‘봉이네 해물짜장·짬봉’ 식당을 반드시들러볼 것을 권하고 싶다.

참고로 가파도 안에는 낚시용품을 파는 곳이 없기 때문에 여객선을 타기 전에 미리준비하는 게 좋다. 운진항 터미널 직전에 있는 사거리에 ‘모슬포낚시편의점(064794-9693)’이 있어 이곳에서 밑밥과 소품류를 구입하면 된다.

▲가파도 산 보리로 만든 보리쌀 막걸리.

가파도 주요 낚시 포인트
가파도의 주요 낚시 대상어는 벵에돔이다. 가파도 안에도 낚싯배가 있어 부속여 포인트로 옮겨주기도 하지만 주로 본섬에서 낚시하는 사람이 많다. 본섬에서 유명한 벵에돔 포인트는 상동방파제, 객주리코지, 공동묘지 앞, 하동방파제, 하동방파제 옆 두성 포인트 등이 꼽힌다. 각 포인트까지는 민박집에 부탁하면 민박집 차량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벵에돔 다음으로 노려볼 만한 낚시 대상은 무늬오징어다. 무늬오징어는 거의 섬 전역에서 낚이는데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곳이 상동방파제제, 하동방파제, 공동묘지 앞 등이며 여객선이 닿는 터미널 앞도 조황이 좋은 편이다.

▲가파도를 찾은 관광객들이 중앙로를 따라 섬 투어를 즐기고 있다.

TRAVEL GUIDE

가파도 가는 방법

가파도 외에 여러 곳을 함께 관광한다면 렌터카를 빌리는 게 좋지만 가파도만 간다면 버스가 편하고 경제적이다. 제주공항에 도착하면 4번 출구 앞에서 모슬포 운진항까지 가는 151, 152번 버스를 탈 수 있다. 종점인 운진항에 내리면 여객선터미널이 바로 옆에 있다. 이곳에서 가파도와 마라도를 들어갈 수 있다. 평일에는 자리가 많지만 휴일에는 관광객이 몰리기 때문에 미리 인터넷으로 표를 예매하는 것이 좋다. 인터넷 검색창에 ‘마라도 가파도 정기여객선’을 입력하면 예약 사이트가 우르르 뜬다. 가파도까지의 여객선 운임은 왕복 1만4100원.

예약 문의 064-794-5490

숙박 문의 하동마을 가파도민박(용궁정식 식당) 010-3694-8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