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_부안 격포]

가을 감성돔

씨알로는 전국 최고!

이영규 기자

▲“격포 감성돔 힘이 보통이 아닙니다. 5짜인 줄 알고 깜짝놀랐습니다.”

부산에서 온 유튜브 기술자TV 운영자 김종호 씨가 노은여에서올린 47cm 감성돔을 보여주고 있다.

서해 감성돔낚시의 원조 격포 내만에서 가을 감성돔 입질이 거세다. 격포 내만은 출항지인 격포항에서 뱃길 10여 분 거리로 가깝지만 조황이 꾸준하고 씨알도 굵게 낚여 서해권 최고의 감성돔낚시터로 꼽힌다. 올해도 부침 없는 조과를 선보이며 낚시인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감성돔을 뜰채에 담은 김종호 씨.

▲내만권 전문 낚싯배인 명랑호에 승선 중인 낚시인들.

▲김종호 씨가 47cm 감성돔을 낚을 때 사용한 테크니션 JH24 구멍찌.

원투형 슬림찌로 수심이 최고로 얕아진 간조 무렵이라 B찌를 사용했다.

지난 9월 28일 부산에 사는 김종호 씨와 함께 격포를 찾았다. 유튜브‘기술자TV’를 운영 중인 김종호 씨는 평소 남해안과 원도권을 주로 찾았으나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지역의 감성돔낚시를 소개해볼 목적으로 서해 격포를 찾았다. 김종호 씨는 이번이 두 번째 격포 원정이었다.

9월 초에 처음 찾아 위도에서 첫 낚시를 했고 그때 격포 감성돔낚시에 매료됐다고 한다. 김종호 씨는 “남해안의 유명 포인트들은 경쟁이 너무 심해 좋은 자리는 내리기 힘들다. 또 너무 많이 손을 타 손맛 보기도 쉽지 않은데 격포는 너무 한산해서 좋았다. 감성돔들도 순진해서 내가 즐기는 원투 찌낚시를 시도하자 어렵지 않게 손맛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종호 씨는 이번이 격포권 감성돔낚시 초행길이다 보니 격포를 ‘무주공산 낚시터’로 느끼는 듯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올해는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는 갯바위 낚시인을 구경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조황이 나빠서가 아니다. 경기 불황으로 낚시인들이 주중에는 꼼짝 않고 있다가 주말에만 한꺼번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낚시에 만국한된 것은 아니다. 등산을 비롯한 각종 야외 레포츠도 사정은 비슷해서 주중에는 거의 ‘움직임’이 없다고 한다.

▲서울에서 온 김강호 씨가 낙철여에서 올린 두 마리의 감 성돔을 보여주고 있다.

격포 내만의 감성돔 명당들
올해 격포권 감성돔은 근래 보기 드문 호황을 보이고 있다, 원래 격포내만은 산란기인 봄에 굵은 씨알을 배출하다가 여름에 잠시 씨알이 잘아지는데 올해는 여름에도 4짜와 5짜가 많이 올라왔다. 이런 상승세는 초가을인 지난 9월까지 계속 이어져 물때만 제대로 맞춰 출조하면 4짜 이상 급으로 손맛을 보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가을 씨알만 놓고 본다면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19일 오전 6시에 격포항을 출발해 김종호 씨와 내린 곳은 격포 내만의 명낚시터인 노은여. 격포항에서 낚싯배로 15분 거리로, 봄부터 가을까지 꾸준한 조황을 보여주는 곳이다. 바로 인근에 내만권 명당인 사당도와 누에머리, 사자섬 등이 포진하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간출여인 쌍여, 낙철여, 성균여 같은 A급 여치기 포인트도 산재한다. 반경1km 안에 이렇게 많은 섬과 여가 있다는 것은 이 일대가 하나의 큰 여밭임을 입증하는것이다.

우리는 육지 방면 하섬을 바라보는 동쪽 높은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들물과 썰물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으로 만조 때는 10m 가까이 수심이 나온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물때가 끝썰물로 치닫고 있었다. 채비를 30m 이상 멀리 던지자 수심이 6m 정도가 나왔다.

이렇게 간조 무렵에도 수심이 깊게 유지되는 곳은 간조에서 초들물로 돌아서는 순간 입질이 들어올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초들물을 피딩타임으로 예상하고 꾸준히 밑밥을품질했다.

그런데 한 가지 악재가 우리의 희망을 가로 막았다. 이날은 물때가 조금이라 그런지 물색이 너무 맑았다. 조류는 그런대로 원만하게 흘렀지만 3m 물속까지 들여다보이는 상황이다 보니 초들물이 임박했음에도 입질은 찾아오지 않았다.

조급해진 나는 밑밥통을 들고 북쪽 콧부리로 이동해 30분 정도 채비를 흘려보다가 다시 서쪽 직벽으로 이동해 발밑을 노려보는 등 한 시간 가까이나 노은여를 걸어 다녔다. 이처럼 노은여는 물때와 조류 방향에 따라 포인트가 수시로 달라지기 때문에 한 섬에서 들물과 썰물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간조 무렵 노은여 동편 포인트를 공략 중인 낚시인들.

▲중썰물경 간출여인 성균여에 내린 낚시인들. 격포 내만에는 간출여 여치기 포인트들도 많다.

틀림 없이 5짜가 넘을 줄 알았는데…
내가 처음 자리로 돌아온 것은 초들물 무렵. 철수 시간인 오후 2시를 30분가량 앞둔 시점이었다. 한 자리를 고수하면 원투낚시로 먼 거리 수중여를 공략하던 김종호 씨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지 잠시 긴장했다. 분명 감성돔 입질 같았는데 헛챔질이 됐다는 것이다. 다시 크릴을 꿰어 하섬 방향으로 원투해 격포항 방면으로 흘리자 0.8호 구멍찌가 어느 순간 시야에서 사라졌다.

김종호 씨의 릴대가 허리까지 휘어지며 드랙이 풀려나갔다. 의심할 여지없는 감성돔의 저항이었다. 침착하게 대를 세우자 녀석의 은빛 비늘이 어둡고 맑은 물속에서 번득거렸다. 녀석의 지칠 줄 모르는 저항에 우리는 틀림없는 5짜 감성돔이라고 생각해 환호했으나 수면에 뜬 감성돔을 보곤 약간 실망했다. 47cm 정도 되는 씨알이었기 때문이다.

감성돔을 뜰채에 담은 김종호 씨는 “아이고 놀래라. 초반에 너무 강하게 차고 나가 5짜는 훨씬 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무게가 상당하네요. 남해에서 올린 비슷한 씨알들보다 훨씬 중량감이 있습니다. 이래서 서해 감성돔낚시가 매력적인 것 같아요”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조과 촬영을 마친 우리는 철수배를 타고 돌면서 다른 섬에 내린 낚시인들의 조과를 살폈다, 예상대로 맑은 물색 탓인지 이날은 마릿수 조과는 부진했다. 그런데 씨알이 돋보였다.

사자섬에 내렸던 김희동 씨는 48cm를 한 마리 올렸고 함께 내린 낚시인도 36cm를 올렸다. 김희동 씨는 아침 중썰물 때 큰 입질을 두 번이나 받았으나 모두 목줄이 터지면서 놓쳤다고 한다. 그 녀석들을 5짜에 육박하는 놈들로 추정했다. 누에섬에 내린 서울 낚시인도 36cm를 한마리 올렸는데 이 낚시인 역시 오전에 두 번이나 침을 맞았다며 아쉬워했다.

조금 물때임에도 가을에 보기 드문 대형급이 올라오자 김종호 씨는 10월 8일에 또 다시 격포를 찾았고 간출여인 낙철여에 올라 36, 38cm 2마리를 낚아냈다. 이날은 너울이 강하고 물도 너무 빠져 낚시 여건이 나빴지만 그의 명성대로 어렵지 않게 기본 손맛은 볼 수 있었다.

▲김종호 씨가 47cm 감성돔을 낚을 때 사용한 NS의 알바트로 VIP PRO 1호 릴대.

▲지난 9월 초에 출조한 낚시인들이 올린 씨알 굵은 감성돔들. 대부분 4짜 후반에서 5짜급이다(사진 제공 격포 변산낚시)

▲배 위에서 바라본 사자섬 끝바리(오른쪽)와 누에머리(왼쪽 큰섬). 가운데 작은 여는 간조 때 누에머리와 연결되는 일명 똥여 포인트다.

▲취재일 사자섬에서 48cm를 올린 김희동 씨.

▲올해는 여름부터 굵은감성돔이 올라왔다.
지난 7월 중순경 격포내만에서 56cm 감성돔을 올린 낚시인(사진제공 격포 변산낚시).

주중에는 한산, 주말에만 낚시인 몰려
한편 이처럼 격포 내만 감성돔 조황은 꾸준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평일에는 출조가 어려운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출조 인원이 최소한 5명은 돼야 하는데 평일에는 한두 명도 모객 되지 않는 날이 빈번한 것. 반대로 주말에는 많은 낚시인이 한꺼번에 몰려 포인트 경쟁이 치열하다는 게 변산낚시 이태영 사장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격포권 감성돔은 언제까지 꾸준한 조황이 이어질 것인가. 이태영 사장은 사당도, 노은여, 사자섬, 노은여 일대의 완전 내만권은 10월 말, 좀 더 먼 바다인 위도권과 형제섬 일대는 11월 초순 정도까지를 피크 시즌으로 내다봤다. 이 중 가장 출조가 애매한 섬이 위도권인데 시기적으로 이때가 되면 원도권으로 볼 수 있는 왕등도가 본격 감성돔 시즌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내만권만 놓고 볼 경우 죽는 물때(11물 이후부터 조금까지) 즈음에는 누에섬, 사자섬, 노은여가, 사는 물때(5물~10물) 즈음에는 사당도 일원이 두각을 나타낸다.

격포 감성돔낚시의 또 다른 매력은 간출여 여치기에 있다. 쌍여, 명인여, 낙철여, 성균여 등이 대표적인 여치기 명당으로 이런 곳들은 날씨가 좋은 날 소형 낚싯배로만 상륙이 가능하다. 외지에서 온 낚시인들은 각 간출여에 올라설 수 있는 타이밍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현지 선장으로부터 안내를 받아야 한다.

격포 내만권 출조 선비는 거리에 따라 3~4만원을 받는다. 남해안처럼 무조건 이른 아침에 출조하지 않고 낚시 당일 물때에 따라 출조 시간이 유동적이다.

문의 격포 변산낚시 010-3683-3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