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75]

도암댐 갈등의 원인과 대책

김범철 강원대 환경융합부 명예교수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댐이 건설타당성, 환경영향 문제 등의 논란으로 관심 대상이 되었다. 건설이 취소되기도 하고, 완성 후에도 수문을 열고 담수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건설이 취소된 댐이라면 영월 동강댐이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한강에 더 이상 댐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과 함께 동강의 자연을 지키자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었고, 지자체인 강원도에서도 반대하자 결국 거의 결정단계에 이르러 있던 댐 건설이 취소되었다.

환경변화 우려에도 강행된 댐들
반면에 반대를 무릅쓰고 댐건설이 강행된 사례는 훨씬 더 많다. 새만금호는 건설의 경제성이 없다고 비판을 받았으며 갯벌 손실로 인한 환경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매우 컸음에도 건설이 강행되었다. 많은 학자들은 얻어지는 토지의 가치보다 사업비가 더 크고, 갯벌의 가치가 간척지 농지보다 크다고 평가하였다. 수질악화도 우려되는 이슈의 하나이었다. 결국 댐건설은 완료하였으나 수질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아 담수를 하지 못하고 바닷물이 드나들도록 수문을 열어 두고 있는 상태이다.

안산의 시화호 방조제 역시 갯벌 손실로 인한 환경변화 때문에 많은 반대가 있었으나 건설되었다. 만조 시 수위상승을 막아 갯벌을 토지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토지 이득은 얻었으나, 수질악화로 담수화에 의한 수자원확보는 포기하고 수문을 개방하여 바닷물을 유입시키면서 조력발전을 하고 있다.

4대강 보는 우리나라 댐 건설의 역사에서 가장 논란의 대상이 된 사례일 것이다. 건설타당성과 자연변형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었고 건설 후에도 녹조현상으로 일부의 보는 수문을 개방하였다. 그 외에 낙동강, 영산강, 금강,삽교천 등 하천의 하구둑은 바다와 강 사이의 어류 회유를 차단하여 생태학적 영향이 가장큰 것으로 지목되는 댐들이다.

▲도암댐. 터널을 뚫어 급경사의 동해안으로 방류하며 발전 낙차를 얻는 유역변경식 발전소이다(사진 출처 한국수력원자력원).

도암댐 건설로 생긴 문제점들
도암호는 강릉수력발전소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호수인데 이미 건설이 완료되었고 담수가 된 상태임에도 발전이 중단되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특이한 사례이다. 도암댐은 한강 최상류 지역인 평창군의 해발 700미터위치에 건설되었다. 우리나라 지형 특성상 산맥 서쪽은 경사가 완만하고 동쪽은 경사가 급하기 때문에 터널을 뚫어 경사가 급한 강릉 쪽으로 방류를 하면서 600미터 이상의 큰 낙차를 얻어 발전하는 방식이다. 보통 발전소의 낙차가 수십 미터에 불과하므로 이 낙차는 매우 큰 편이다. 그런데 원래 한강으로 흐르던 강에 댐을 만들고 유로를 변경하여 영동의 남대천으로 방류하는 유역변경방식이 후일 복잡한 갈등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었다.

도암호의 유역인 평창군 대관령면은 용평스키장으로 잘 알려진 지역인데 고랭지 채소농업이 성행하고 있다. 배추, 무, 감자 등의 채소를 기르는 밭이 많이 있는데 그 이유는 여름에 기온이 높으면 채소의 병이 많고 질이 나빠지기 때문에 기온이 낮은 지역을 찾아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서 경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산맥의 정상부이다 보니 밭의 경사가 매우 크고, 폭우 시 토양침식이 심하다. 급경사 밭에서는 평지의 밭에 비하여 토양침식량과 탁수발생량이 수십 배 높다. 게다가 뿌리채소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객토를 하고 토양을 갈아주어 흙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점도 토양침식을 더하는 요인이다.

▲탁수로 채워진 도암호 전경(사진 김범철).

▲평창군의 고랭지 채소밭. 경사가 급하면 토양침식이 많이 일어나 탁수와 부영양화의 원인이 된다(사진 전만식).

밭토양이 침식될 때는 토양과 함께 퇴비도 침식되는데 퇴비의 유기물은 토양보다 가벼우므로 더 많이 유출된다. 퇴비에는 호수를 부영양화시키는 인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도암호의 조류가 증식하고, 강릉 남대천의 부착조류가 과잉번성하는 원인이 되었다. 댐이 건설되자마자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는데 도암호의 탁수가 발전에 의해 강릉으로 방류되자 남대천에서 혼탁한 냉수가 흐르게 된 것이 주요 환경피해였다. 하상에는 기다란 실모양의 부착조류도 번성하여 미관상 좋지 않아 민원이 발생하였다. 결국 강릉시에서 발전중지소송을 제기하여 20년째 발전을 중단한 상태이다.

한편 한강 측 하류에 위치한 정선군에서도 탁수장기화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였다. 댐을 만들면 탁수와 모래가 침전 제거되어 탁도가 크게 감소하는 이점이 있지만 홍수 시 저류하였다가 방류하므로 탁수 기간이 길어지는 부작용도 있다. 댐이 없을 때는 강우 시에만 강도높은 탁수가 흐르던 하천이지만 댐이 있으면낮은 탁도의 탁수 발생이 한 달 이상으로 장기화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도암호로 유입하는 대관령면 송천의 탁수 모습(사진 김범철).

▲도암호 유역 대관령면의 하천변 토양침식과 탁수 발생 모습(사진 전만식).

알루미늄 응집침강 촉진제 투여가 대책
그러면 대책은 무엇일까? 유역의 경사진 밭은 산림으로 복원하는 것이 근원적 대책이지만 아마도 오랜 세월이 걸릴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가장 적절한 임시대책은 호수에 알루미늄염 응집침강 촉진제를 투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응집제에 관한 과학적 지식을 갖지 못하고 막연히 수처리제 투여에 반감을 가지고 있어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알루미늄염 응집제는 정수장에서 탁수를 수돗물로 만드는 데에 100년간 사용해온 안전한물질이다. 부유물질은 표면에 음전하를 띠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서로 밀치는 힘이 작용하여 작은 입자로 오래 떠 있을 수 있는데 알루미늄 양이온이 투여되면 전하를 중화하고 입자들이 큰 입자로 뭉치게 하여 침강속도를 빠르게 한다. 응집침강제 없이 흙탕물을 침강시켜 맑게 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정수장에서는 홍수 시에도 응집제를 넣어 3시간이면 맑은 물을 만들 수 있다. 응집제를 호수에넣는 것은 정수장에서 흙탕물을 침전정화하는 것과 동일한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므로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처리비도 물 1톤당 10원 정도로 저렴하면서 안전하여 미국의 많은 호수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고랭지 채소밭에서는 침식이 많으므로 매년 퇴비를 평지보다 더 많이 투입한다(사진 전만식).

▲미국의 호수에서 알루미늄염 응집침강제를 투여하는 모습. 부유물질을 침강시키고 녹조현상을 저감한다(사진 미국 호수 수질관리학회 NALMS).

알루미늄은 지각을 구성하는 원소 가운데 3번째로 양이 많은 물질로서 모든 물과 식품에포함되어 있고, 제산제 위장약으로도 먹을 만큼 안전하다. 60여 년 전에 알루미늄이 치매의 원인이 된다는 논문이 하나 있었는데 이후많은 연구에서 모두 부정되어 학계에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어쨌든 호수에서 알루미늄염을 넣어 침전시키면 정수장에서는 응집제를넣지 않아도 되므로 수돗물의 알루미늄을 줄이고자 한다면 오히려 호수에 투입해야 하는것이다. 알루미늄염은 부유물질 침강 외에 녹조현상을 없애는 데에도 효과가 매우 뛰어나므로 세계적으로 녹조현상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도암댐이 탁수를 정화하여 발전을 할 수 있다면 친환경 발전으로서 이산화탄소 저감효과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며, 물부족을 겪고 있는 강릉지역에 수자원을 제공하는 이점도 있다.
불필요한 댐을 많이 만드는 자연변형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기왕에 만들어진 댐이라면 유익하게 활용하는 것이 친환경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