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_영천 진바곡지]

서리 내릴 즈음

허리급 찬스

황병구 영천 야사낚시 대표, 다이와 민물스탭

▲영천 진바곡지 하류 무넘기 부근에 앉았던 권재용 씨가 밤 낚시로 올린 33cm 월척과 준척을 보여 주고 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한가위 명절은 대목이라 출조도 못하고 2주쯤 지나니 머릿속에 온통 저수지와 수초, 찌만 보이는 듯하다. 모처럼 아담하고 아늑한 계곡 소류지를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고 명절 후 인사도할 겸 엄태진, 권재용 씨와 일정을 짰다.

지난 9월 25일 우리가 찾아간 곳은 경북 영천시 오미동에 있는 진바곡지다. 2천여 평의 산 속 계곡지로 수심은 만수 시 상류 1~1.5m, 중류 1.5~2m, 하류는 2.5~3.5m가 나온다.

진바곡지에서 낚이는 어종은 붕어. 잉어. 가물치, 새우, 참붕어 등이 있으며 입질은 전반적으로 깨끗한 편이다, 미끼는 새우, 참붕어, 옥수수, 지렁이가 두루 사용된다. 생각보다 깊은 산속이라 하룻밤 쉬어가는 곳으로도 괜찮은 곳이고 주차 여건도 좋다. 다만 저수지 진입로가 다소 좁아 운전에 주의해야 한다.

▲중류권에서 중치급 붕어의 입질을 받은 필자.

▲약 2천평 규모의 영천 진바곡지.

▲취재일 올린 월척을 자랑하는 권재용(왼쪽) 씨와 엄태진 씨.

오늘은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오랜만에 찾은 진바곡지는 옛 모습 그대로다. 진입로가 좁은 것은 여전했고 저수지 상류에는 누군가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조금은 낯선 모습도 보인다. 몇 년 전 이곳에서 4짜 붕어와 월척 붕어를 여러 마리 낚은 기억에 마음은 벌써 설랬다. 과연 오늘은 또 어떤 일들이 우리에게 일어날까 하는 궁금증에 대를 펴는 손이 빨라졌다.

다소 규모가 줄어든 마름수초대가 눈에 들어왔다. 올해 가을의 일조량 영향인지 아니면 가을장마 영향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올해는 수초군락이 부쩍 작아 보인다.
저수지 제방 좌안 상류는 엄태진 씨가, 하류 무넘기 쪽은 권재용 씨가, 중류에는 내가 자리 잡았다. 저수지 우안은 나무와 장애물이 울창해 잡풀이 죽고 난 뒤에야 제방에서 상류로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대편성 후 삶은 보리 밑밥을 뿌린 뒤 본부석으로 모여 저녁식사 준비를했다. 해가 짧아진 만큼 밤낚시 준비를 서둘러야 해 얼른 채집망을 던져 놓고 식사를 마쳤다. 이런저런 입낚시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저수지에 어둠이 찾아왔다.

각자 자리에서 케미 불빛을 밝히며 입질을 기다렸다. 풀벌레 소리와 함께 나지막이 켜놓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추억의 노래가 밤의 정취를 한층 더 끌어 올렸다.

▲취재일 미끼로 사용한 참붕어와 옥수수.

▲진바곡지에서 올린 조과.

▲참붕어 미끼를 먹고 올라온 청거북이와 가물치.

생미끼 쓰면 가물치, 청거북이 성화
한창 분위기가 오르고 있을 무렵 하류 쪽에서 월척 붕어 소식이 들려왔다. 이후 계속 입질이 들어오는 듯 했고 상류 쪽의 엄태진 씨 자리에서도 월척이 올라왔다. 씨알은 31cm급. 옥수수를 먹고 나왔다고 한다. 비슷한 시간대에 권재용 씨도 월척을 올렸는데 역시 옥수수 미끼에 33cm를 걸어냈다.

밤이 되자 계곡지답게 갑자기 기온이 떨어졌고 밤이슬 또한 많이 내렸다. 좀 더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고서야 추위를 면할 수 있었다. 초저녁에 던져 놓은 살림망을 살펴보니 채집된 새우와 참붕어 양이 적었다.

이곳에선 참붕어를 미끼로 쓰면 가물치가 자주 달려들므로 주의해야 한다.
시간이 흘러 아침이 밝자 생미끼에 가물치와 청거북이 덤벼들었는데 옥수수로 미끼를 교체하자 아예 입질이 끊겨 버렸다. 밤새 올린 조과를 들고 기념촬영을 마친 우리는 모닝커피를 마신 후 상류에 있는 쓰레기를 모두 수거한 후 철수길에 올랐다.

진바곡지는 11월 말까지는 꾸준하게 붕어가 입질하며 서리가 내릴 즈음 찾으면 허리급 이상의 굵은 씨알이 낚일 확률도 높은 곳이다. 2년전 10월 초에 진바곡지를 찾았던 나는 최대 42cm를 비롯해 38, 36,34cm 등 월척만 총 5수를 올린 적 있다.

내비 주소 영천시 오미동 70(저수지 좌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