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_광주 대야제]

유원지 앞에서 5짜가?

45, 51, 49, 45cm 연타

김철규 객원기자, 호봉레저, 탑레저, 토코떡밥, 태흥 필드스탭

▲회전관람차와 보트낚시의 묘한 조화. 대물터로 유명한 광주 대야제 상류에서 박현철 프로가 붕어를 노리고 있다.

필자가 박현철 프로의 유튜브 영상을 찍은 지 벌써 3년째가 되었다. 그동안 5짜 붕어 몇 수와 4짜 후반의 붕어를 여러 수 촬영했지만 이번 광주 대야제 촬영 때처럼 체구가 대단하고 튼실한 붕어는 구경한 적 없는 것 같다.
어떤 여건에서도 핀포인트 공략이 가능한 보트낚시의 위력을 실감한 취재였다.

지난 9월 18일, 박현철 프로로부터 광주로 내려와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동료 낚시인으로부터 5짜에 이르는 역대급 붕어가 나오고 있다는 정보를 전해들은 박 프로는 이미 광주로 향하고 있었다. 마침 나는 서산 풍전지에 있던 터라 곧바로 대를 접고 광주로 내려갔다. 보내준 주소지에 도착해보니 이미 늦은 오후가 되어 있었다.

▲박현철 프로가 광주 대야제에서 밤 11시경 올린 51cm 붕어.

▲박현철 프로와 동행한 진성형외과 정태봉 원장이 보트를 타고 상류 수초대를 공략하고 있다.

▲51cm 붕어의 놀라운 체구. 뜰채망이 가득 찰 정도로 빵이 좋았다.

▲취재일 조과를 보여주는 박현철 프로. 51cm 외에 4짜만 3마리를 더 낚았다.

박현철 프로의 급보
대야제(인근에 같은 이름의 대야지가 있어 현지에서는 대야지와의 구분을 위해 대야제로 부른다) 도착 후 주변을 살펴보니 저수지 상류 유원지 방향에 대형 회전관람차가 돌고 있었다. 입구의 넓은 주차장에는 주말을 맞아 찾아온 관람객들의 차량으로 가득했다. ‘이런 유원지에서도 붕어가 낚일까?’ 싶은 의문이 드는 곳이었다.

박현철 프로와 만나 제방을 타고 안쪽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니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그곳은 유원지가 아닌 그저 유원지와 담장을 맞대고 있는 마을이었다. 우려했던 유원지 안 저수지가 아니라 유원지 밖의 독립된 저수지였다. 아무 문제없이 낚시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그제야 저수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대야제는 광주광역시 북구 생용동에 있는 3만9천평의 준계곡지로 우치공원 내의 패밀리랜드와 인접해 있다. 패밀리랜드에는 동물원과 함께 각종 놀이시설이 많아 소란스럽다. 밤에도 높이 65m에 이르는 대형 회전관람차가 무지개 색깔을 표현한 10만개의 LED 조명을 밝히기 때문에 아늑한 분위기는 못된다. 여기에 저수지 초입에는 오리배를 타는 곳까지 있어 낚시 여건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대야제는 10여 년 전만 해도 붕어와 잉어를 대상으로 장박낚시를 즐기는 꾼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인근이 유원지로 개발되면서 낚시 포인트도 줄어들었고 그런 곳들이 방치되며 수초가찌들자 찾는 이가 부쩍 줄었다. 다행히 수초가 드문 초봄과 늦가을에는 찌를 세울 공간이 생겨 대물붕어를 노리는 낚시인들이 찾고 있다고 한다.

대야제는 오래 전 배스와 블루길 유입 이후 붕어 개체수가 급감했다. 대신 걸면 4짜 중후반부터 5짜까지 낚이는 곳이다. 씨알이 너무 좋다보니 비정상적인 엄청난 체구의 붕어가 낚이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대야제 대물 붕어들. 왼쪽부터 51, 49, 45, 45cm다.

회전관람차 불빛 꺼지자 입질 시작
상류로 진입해 저수지를 살펴보니 연안으로는 낚시 흔적이 거의 없었고 저수지 중앙은 물론 연안으로도 각종 수초가 밀생해 찌 하나 세울만한 곳이 보이지 않았다. 먼저 도착해 있던 박현철 프로는 보트를 조립해 저수지 상류 중간 지점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필자 또한 촬영을 위해 보트를 조립해 저수지로 들어가 보니 워낙 찌든 수초 때문에 포인트가 보이지 않았다,

수면에는 개구리밥이 뒤덮여 있어 수질이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수질은 괜찮았고 물속 수초들도 들여다보였다. 물속 바닥에는 물수세미가 가득했고 수면엔 마름과 개구리밥이 떠 있었다, 마름줄기에는 청태가 잔뜩 달라붙어 있었다. 수심은 상류권임에도 2m 전후로 꽤나 깊은 듯했다.

다행히 박현철 프로의 보트가 떠있는 지점에만 어느 정도의 포켓형 공간이 열려 있었다. 그리고 상류에 보트 한 척이 더 떠 있었는데 광주 진성형외과 정태붕 원장님의 보트였다.

옥수수를 달아 첫 채비를 던지자 바로 입질이 들어왔다. 살짝 빨리던 찌가 천천히 솟아오르는 게 분명한 붕어 입질! 그러나 올라온 것은 30cm에 육박하는 뱅에돔 크기의 블루길이었다. 이후 땅거미가 질 때까지도 블루길 성화는 이어졌다. 어쩔 수 없이 완전히 어둠이 내리기전까지 대편성만 해놓고 붕어 입질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 7시가 지나도 멈추지 않던 블루길 성화는 밤 8시경 패밀리랜드의 영업이 끝나고 회전관람차의 불이 꺼지면서 사라졌다. 금방이라도 씨알 좋은 붕어가 올라올 것만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좀처럼 입질은 들어오지 않았다.

▲박현철 프로가 사용한 해결사 속공채비. 미끼는 옥수수에 글루텐을 덧입힌 옥무침을 사용했다.

▲유튜브 촬영 장면.

▲진입로에서 본 대야제 상류.

▲광주 대야제

이렇게 체구 높은 붕어는 처음
밤 9시30분경 드디어 박현철 프로 왼쪽에 세워져 있던 찌가 꿈틀대고 있었다. 살짝 빨리는 입질에 긴장을 하며 바라보니 잠시 후 서서히 솟아올랐다. 숨 막히는 기다림 끝에 정점에서 챔질하자 초릿대 끝이 파르르 떨리며 물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마름과 물수세미를 한가득 뒤집어쓰고 나온 놈은 향어 체구를 갖춘 45cm의 물돼지급 붕어였다. 그동안 필자는 수없이 많은 4짜 붕어를 낚았지만 이곳처럼 크고 체구 높은 붕어는 처음이었다.

이후 밤이 깊어지며 정적을 이루더니 밤 11시가 지날 즈음 다시 첫 붕어가 낚인 낚싯대의 찌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긴장하며 찌를 바라보니 잠시 후 살짝 잠기던 찌가 슬로우비디오를 보듯 서서히 솟고 있었다.

거의 몸통까지 솟아오르며 정점에 다다른 찌를 보고 챔질하니 역시 수초 속으로 파고들며 저항하고 있었다. 박현철 프로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 붕어를 끌어내기 위해 보트 위에까지 올라 안간힘을 썼고, 결국 물위로 끌어 올려 뜰채에 담을 수 있었다. 첫 붕어보다도 더 크고 비만한 체형의 역대급 대물붕어였다. 계측자에 오른 녀석은 51cm! 워낙 빵이 좋아 계측자 전체를 가릴 정도로 큰 체구를 가지고 있었다.

박현철 프로가 2마리의 대물 붕어를 낚는 것을 촬영한 후 나도 모르게 잠깐 잠이 들었다가 새벽 3시에 눈을 떴다. 그때까지 박 프로는 낚시중이었는데 다행히(?) 그 사이에는 별다른 입질이 없었다고 한다. 대야제는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가 가장 입질받기 좋은 시간대라고 하는데 이날은 이상하게도 입질이 없었다.

촬영 종료 멘트 중에 45cm 낚여
정신을 차리고 다시 촬영을 시작할 무렵. 맨 오른쪽에 세워져 있던 빨간색 케미 불빛이 길게 늘어지고 있었다. 천천히 솟구치는 찌올림을 보며 애간장이 타는 필자와 달리 박현철 프로는 느긋하게 찌올림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올라온 녀석은 49cm짜리 대물 붕어였다.

이후 동이 틀 때까지 입질을 기다려 보았지만 더 이상은 입질이 없었고 블루길 성화가 시작됨과 동시에 밤낚시를 마감했다. 그런데 예상 못한 입질이 한 차례 더 들어왔다. 아침 6시 30분경 철수 멘트를 하고 있는사이 맨 우측에 있던 찌가 어디론가 사라진 것. 낚싯대 2대의 채비가 엉킨 가운데 끌려 나온 붕어 역시 45cm의 대물 붕어였다.

박현철 프로의 동영상을 촬영하다 보면 몸통까지 솟아오르는 찌올림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유난히도 몸통까지 자주 찍는 찌올림은 그의 독특한 채비가 원인이 아닐까 싶다. 해결사 속공채비라고 부르는 그의 채비는 유동분할채비와 원봉돌채비를 병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스위벨대신 사용하는 작은 도래는 붕어에게 이물감을 덜 주고 유동채비는 입질 시 저항감을 덜 줘 역시 찌올림이 좋아지는 것이 이유가 아닐까 싶다.

미끼는 캔 옥수수에 옥수수어분글루텐을 몇 차례 코팅한 ‘옥무침’을 사용하는데 이것 역시 잦은 입질을 유도하는 비결로 보인다. 지난밤 늦은 시간에 낚시를 시작한 광주 진성형외과 정태붕 원장님도 49cm의 대물붕어 한 수를 낚았다.

이날 보트낚시 조과를 목격한 필자는 수초가 삭는 10월 말쯤 연안낚시 출조를 계획하고 있다. 부디 그때 이런 씨알의 붕어를 한 마리만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는 길 내비에 ‘북구 지내마을길58’을 입력하면 대야제 우안 상류로 진입하다가 우측 폐 민가 앞으로 안내한다. 폐 민가 맞은편 비닐하우스 끝의 큰 나무 두 그루 사이로 내려가면 보트를 내릴 공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