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_울산 관성해변]

보리멸 원투낚시

입질 약을 때는 홍갯지렁이가 해결사

박광호 시마노 원투스탭, 대물던질낚시 매니저

▲홍갯지렁이를 미끼로 사용한 위건양 씨가 보리멸 두마리를 동시에 낚았다.

최근 몇 년간 갯바위 돔 원투낚시를 주로 다녔더니 이제는 흥미가 약간 줄어들었다. 그래서 어떤 대상어를 노려볼까 하다가 동해 보리멸 원투낚시를 출조하게 되었다. 내가 보리멸 원투낚시를 아예 즐기지 않는 건 아니다. 처음에는 남해와 동해를 안 가리고 출조했으나 서울에서 너무 멀어 주로 서해안을 찾았었다.

8월 마지막 주말. 계속된 태풍이 지나간 후 고속버스를 타고 울산으로 향했다. 울산에는 친한 동호회 후배 위건양 씨가 거주하고 있다. 금요일 밤 12시 막차를 타고 동서울 버스터미널을 출발, 토요일 새벽 4시에 울산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위건양 씨가 마중 나와 있었다.
나는 집에서 미리 염장한 청갯지렁이와 참갯지렁이를 미끼로 가져왔다. 반면 위건양 씨는 해변으로 가던 도중 낚시점에 들러 살아있는 갯지렁이를 구입했다. 그가 구입한 것은 다름 아닌 홍갯지렁이였다.

홍갯지렁이는 벵에돔낚시용 미끼로 주로 쓰는데 작고 체색이 빨간 것이 특징이다. 홍갯지렁이는 주로 남해와 동해안 낚시점에서 팔고 서해안 낚시점에서는 구하기 힘들다. 위건양 씨는 “동해에서는 홍갯지렁이에 보리멸이 잘 문다”고 말했지만 나는 구입하지 않았다. 그동안 서해에서 낚시해본 경험상 염장 청갯지렁이와 참갯지렁만으로도 보리멸이 잘 낚였기 때문이다.

▲울산 도착 후 찾아간 관성해변. 원투낚시에 동행한 울산의 위건양 씨가낚시에 앞서 채비를 점검하고 있다.

30m나 쫓아오다 미끼를 문 보리멸
첫 번째 목적지는 울산과 경주의 경계인 경주 관성해변. 오전 6시 무렵 도착하자 해가 떴다. 큰 기대감을 갖고 시원하게 캐스팅을 했다. 낚시를 하다 보니 태풍에 뒤집힌 바다가 안정되지 않아 물색이 어두웠고 잔파도도 남아있어 부유물이 많이 떠다녔다. 보리멸 전용 채비는 기둥줄이 카본 1.5호, 목줄이 카본사 0.6~0.8호로 아주 약해 작은 부유물이 걸려도 쉽게 터지므로 조심스러웠다.

다행히 첫 캐스팅에 한 마리를 낚았다. 녀석은 70m 지점부터 미끼를 따라오며 애를 먹이더니 결국 40m 지점에서 덥석 미끼를 물었다. 그만큼 활성이 약한 듯했다.
낚시터로 오는 길에 위건양 씨로부터 “요즘 울산 지역에서는 두세 시간 낚시에 평균 스무 마리 정도가 잡힐 정도로 마릿수가 많지 않다”고 들었기에 첫 캐스팅에 입질을 받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더 이상의 입질은 없었고 위건양 씨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해변을 따라 포인트를 이동했다. 보리멸 원투낚시는 루어낚시처럼 이동이 중요하다. 보리멸이 스쿨링된 곳을 찾아야 마릿수로 낚을 수 있다. 민물이 유입되는 곳으로 200m 정도 이동한 후 드디어 위건양 씨가 보리멸을 낚아냈다. 그때 덜컥하고 나에게도 입질이 들어오더니 끌려오는 내내 도미처럼 꾹꾹 박아댄다. 0.8호 목줄이 끊어질까봐 살살 거두어 보니 작은 감성돔이 걸려있었다.

이후로는 다시 조용해졌다. 보리멸은 대체 어디에 숨어 있을까? 결국 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관성해변 반대편 끝으로 500m 정도 이동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잡어조차 입질이 없었다.

▲필자가 서울에서 가져간 염장 갯지렁이.

▲ 취재일 올린 보리멸 조과.

▲ 위건양 씨가 보리멸과 작은 잡어를 함께 낚아냈다.

▲위건양 씨에게서 얻어 쓴 홍갯지렁이로 보리멸을 올린 필자.

포인트 차이가 아니라 미끼의 차이 실감
그래서 우리는 좀 더 수심이 깊은 울산 정자해변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던지자마자 보리멸 입질이 들어왔다. 수심이 좀 더 깊기 때문일까? 남해안처럼 다양한 어종이 올라왔는데 망둥어, 용치놀래기, 양태와 함께 복어와 쥐치까지 등장했다.

그에 반해 위건양 씨는 꾸준하게 보리멸을 올렸다. 그래서 나는 위건양씨에게 자리를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조과차가 과연 포인트 때문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리를 바꾸고 나니 나에게도 곧바로 보리멸이 입질했다. 그래서 ‘역시 포인트가 문제였군’하고 생각 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았다. 포인트를 바꿨음에도 위건양 씨는 꾸준하게 보리멸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확신이 들었다. 포인트가 아니라 미끼가 문제였다는 사실을!
보리멸 자원이 많은 서해에서는 염장 미끼나 생물 미끼, 청갯지렁이나 참갯지렁이를 가리지 않고 잘 낚이지만 이곳처럼 마릿수가 적은 지역에서는 생물 지렁이, 특히 가늘어서 먹기 좋은 홍갯지렁이가 위력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위건양 씨는 홍갯지렁이만 사용해 20마리정도를 낚았고 주로 염장 참갯지렁이와 청갯지렁이를 사용한 나는 고작 3마리가 전부였다.

이처럼 보리멸낚시용 바늘은 매우 작기 때문에 미끼가 크면 그만큼 헛챔질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 상황에서 작은 바늘에 딱 알맞게 꿸 수 있는 홍갯지렁이가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오전 9시를 넘기자 구름이 걷히며 해가 떴다. 그와 동시에 더위가 밀려오는 바람에 이날의 낚시를 마감했다. 조과는 다소 아쉬웠지만 그동안 해보고 싶던 울산에서의 보리멸 원투낚시를 즐겨보았다는 점에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여기에 홍갯지렁이 미끼의 위력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던 점은 귀한 소득이었다.

일본 보리멸 대회에선 한때 홍갯지렁이 사용 금지하기도
일본에서는 보리멸 토너먼트의 인기가 높다. 그런데 시마노사가 주최한 대회에서는 한때 홍갯지렁이 미끼 사용을 금지한 적도 있었다. 미끼 문제였는데 일본은 지역별로 홍갯지렁이 수급이 어려운 곳이 있다 보니 미처 홍갯지렁이를준비 못한 선수들이 불만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악조건 속에서는 홍갯지렁이의 위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일 것이다.

필자의 보리멸 원투낚시 장비와 채비

릴 시마노 프리겐

로드 시마노 스핀파워 365 EX+

원줄 시마노 합사 0.6호

힘줄 선라인 캐스티스트 PE 테이퍼 힘줄 0.8-6호

목줄 가지목줄, 바늘 사사메 5호, 7호 카드채비

채비 고정식 L형 채비

봉돌 스나이퍼봉돌 25호, 2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