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_배낚시]

만쿨을 위한 팀플레이

갈치를 상층에

피워 올려라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경주에서 제주도로 갈치 원정낚시를 온 박기현 씨가 2번 자리에서 채비를 날리고 있다.

▲제주도에서 제주은갈치복수산을 운영하며 현지에서 갈치낚시 고수로 통하는 김남구 씨가 5지가 넘는 갈치를 낚아 보여주고 있다.

지난 8월 31일, 돌돔낚시 취재를 통해 알게 된 제주도의 김덕한(타스코피싱연구소 대표) 씨의 초청으로 제주도로 갈치 배낚시 취재를 갔다. 오후 1시. 김포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한눈에 봐도 갈치낚시를 하러온 듯한 낚시인들이 공항 출구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김덕한 씨와는 1번 게이트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모든 낚시인들이 1번게이트로 향했다. 혹시 일행이 아닐까 주변 낚시인들에게 물었지만 아니라고 한다. 공항으로 들어선 승합차를 타고 흩어졌다. 김덕한 씨도 승합차를 타고 마중을 나왔다.

김덕한 씨는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제주도도 5인 이상 집합금지여서 승합차로 여러 번 픽업을 합니다. 요즘은 지방에서 들어오는 비행기가 많아 도착시각도 제각각입니다. 그 시각에 맞춰 계속 픽업을 나가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대형버스에 낚시인이 우르르 오르던 예전과는 다른모습이었다.

▲ 제주공항 1번 게이트로 모인 낚시인들. 각자 예약한 출조점의 픽업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제주시 내도동에 있는 김덕한 대표의 타스코피싱연구소 사무실. 갈치는 물론 돌돔낚시 장비와 소품까지 모두 구비하고 있다.

▲제주 도두항에서 출조를 준비하고 있는 파워3호.

▲출항하며 바라본 제주시 연안의 제주공항.

채비가 엉키지 않도록 자리간격 2m 이상 확보

달라진 픽업 서비스는 출조 패턴도 바꾼 모양이다. 승합차에는 나 혼자탔고 먼저 도착한 낚시인들은 제주시 내도동에 있는 김덕한 씨의 사무실에 도착해 출조를 준비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낚싯배 출항지로 바로 갔지만 지금은 사무실에 모였다가 식사를 하거나 채비나 장비를 점검하는 등 한층 여유가 있었다. 식사는 방역지침에 따라 인원에 맞춰 밖에서 따로 먹는다. 오후 3시30분에 출항지인 도두항으로 갔다.

도두항에는 출항을 준비하는 낚시인들로 북적였다. 우리가 승선한 낚싯배는 파워3호. 주차를 하고 낚싯배에 짐을 싣는데 조금 이상했다. 예전 같으면 자리를 잡기 위해 바쁘게 움직일 상황인데 긴박한(?)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 이유를 곧 알 수 있었다. 9.77톤 낚싯배는 쾌적한 낚시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2m이상 널찍하게 14개의 낚시자리를 마련해두었다. 예전 22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타 지역의 16석 보다 넓다. 게다가 오늘 출항하는 낚시인은 단 9명. 선장과 사무장을 제외하고 9명만 출조하니 낚시자리가 넓어도 너무 넓었다. 평소에도 주말이 아니면12명 내외를 유지한다고 하니 어지간해서는 채비가 엉킬 일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분만 나가도 수심 100m
오후 4시가 되자 낚싯배는 항구를 빠져나와 포인트로 향했다. 남해안 먼 바다 배낚시는 출항 후 포인트에 도착할 때까지 두세 시간이 걸리지만 제주도에서는 20~30분이면 포인트에 도착한다. 그런데 배 타는 시간이 짧다고 얼핏 가까운 앞바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도착한 곳은 얕보기 힘든 난바다다. 수심은 100m가 넘고 물때에 상관없이 강한 조류가 흐르는 곳이라 남해안 먼 바다보다 훨씬 깊고 거칠며 파도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포인트에 도착한 직후 선장과 사무장은 물닻을 놓았고 낚시인들은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자리가 넓으니 4단 꽂기식 갈치낚싯대를 길게 펴고 채비를 하기가 편했다. 미끼를 썰어놓을 공간도 충분했다. 채비를 마친후엔 옆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 놓고 채비를 던질 수 있었다.

갈치는 낮부터 올라왔다. 수심 100m인 곳에서 중층을 노리니 금방 갈치가 물고 나왔다. 낮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4지급 갈치가 올라오며 ‘만쿨’의 기대감에 부풀었다.

1번과 14번 낚시인의 역할
그러나 집어등이 켜진 후로는 마음대로 낚시를 할 수 없었다. 선장의 지시대로 하는 것이 제주도에서는 원칙. 낚시자리는 추첨이지만 선두의 1번과 14번은 선장이 지정하는 사람이 앉는다. 그 이유는 1번과14번이 두 벌 채비로 얼마나 집어를 잘 하느냐에 따라 그날의 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주도 현지에서 유명한 1번 선수(?)는 20단 카드채비를 두 개씩 사용해서 갈치를 집어해 낚는다고 하니 선장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 선두에는 앉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명당자리는 2번과 13번이 될 수 있다. 1번과 14번이 집어한 갈치를 그대로 받아서 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끝번인 7번과 8번도 좋다. 자리가 가장 넓고 마음대로 낚시할수 있으며 배 후미에도 갈치가 잘 들어오기 때문이다. 가운데 자리는 멀미를 하거나 채비 관리가 서툰 낚시인들이 해도 좋지만 자리가 넓기때문에 선두에서 한번 갈치가 집어되면 가운데 자리까지 조과가 이어진다. 그래서 가운데 자리라고 해서 채비 엉킴이 생기거나 조과가 떨어지지 않는다.

오후 6시30분. 집어등을 켜고 본격적으로 낚시를 시작했다. 처음 사용하는 미끼는 무조건 꽁치. 이때는 다른 생미끼(갈치, 고등어, 전갱이,삼치 등)를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모두 같은 종류의 미끼인 꽁치를 써서 빨리 갈치를 모으기 위해서다.

선장은 갈치의 어군이 수심 40m 내외라고 알려준 후 배에 탄 낚시인 전원이 수심 40m를 노리라고 했다. 이때 큰 갈치를 노리기 위해 바닥으로 채비를 내리거나 생미끼를 쓰면 선두에서 힘들게 모은 갈치어군이 흩어지기 때문에 개인플레이는 자제해야 한다.
그렇게 1시간 정도 꽁치를 이용해 상층으로 갈치를 집어하자 선장이 “지금부터는 다른 생미끼를 써도 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마릿수게임에 들어간 것이다.

▲ 조기구이, 두루치기, 튀김을 밑반찬으로 제공하는 외도식당.

▲제주시 외도이동에 있는 외도식당. 064-743-7733

맛집

제주외도식당

제주외도식당은 낚시터를 오가며 만나는 흔한 식당이 아니다. 현지인들에게 이미 정평이 난 맛집으로 코로나19상황임에도 배달로 더욱 장사가 잘 되는 곳이다. 8천원짜리 정식을 시키면 두루치기, 조기구이, 호박튀김 등이 푸짐하게 나오며 공기밥 추가는 무료. 저녁에 외도 식당을 방문해 오겹살(1인분 1만6천원)을 시키면 주인장의 여력에 따라 회나 다른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운이 좋은 날엔 오겹살을 시키면 더 비싼 벵에돔, 참돔이 나온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영업시간이 짧아 저녁에 손님이 많으므로 일찍 방문하는 것을 추천.

▲선수에 자리를 잡고 장비와 채비를 점검하고 있는 박기현 씨.

▲제주 갈치낚시에 필수 소품인 가지바늘. 육지권에서 쓰는것과 달리 가짓줄의 길이가 2.5m로 길다.

조류가 빠른 제주현지에 맞게 만들어 졌으며 거치적거리는 튜닝 없이 형광고무만 바늘에 덧씌워 채비가 꼬이지 않게 했다.

▲ 박기현 씨의 가지바늘채비. 보라색 가짓줄은 UV도료를 넣어 물속에서 빛나게 만든 것이다.

▲널찍한 공간을 확보하고 여유 있게 갈치를 낚는 낚시인들.

상층에 집어되자 본격 마릿수게임 돌입
미끼를 갈치로 바꾸고 채비를 넣으니 채비가 정렬되기도 전에 입질을 하는 것이 느껴졌다. 큰 갈치의 경우 1000호 봉돌이 내려가다가 멈출정도로 강력하게 입질을 하기 때문에 채비가 정렬되는 과정에서도 초리와 라인의 움직임을 통해 입질을 파악할 수 있다.

처음에는 갈치가 집어된 30~40m 수심에서 입질이 집중되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갈치는 상층으로 피기 시작해 급기야 수심 10~15m에서 5지 갈치가 입질을 했다.

남해안은 40~60m 수심에서 이런 ‘피워 올리기 전법’이 잘 먹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낚시인들이 제각각 수심을 노리기도 하고 갈치를 피워 올린다고 말할 수준으로 수심이 깊지 않기 때문이기도 한데 제주도에서는 선장의 지시가 딱 맞아떨어졌다. 기자가 출조한 날만 우연히 맞아 떨어진 것이 아니라 제주도 연안에는 수백 척의 갈치 낚싯배가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선장과 낚시인의 손발이 잘 맞지 않으면 좋은 조과를 올리기 힘들다고 한다.

이날의 조과는 두말할 것 없이 좋았다. 선두에 선 김남구 씨는 제주 용담동에서 ‘제주은갈치 복수산’을 운영하는 유명한 갈치낚시인인데 혼자서 5지 갈치로 아이스박스를 절반 이상 채웠다. 함께 출조한 김남구 씨의 부인 김복순 씨도 4지급으로 아이스박스를 채웠으며 경주에서 온 박기현 씨는 2번 자리에서 갈치 두 박스를 낚았다.

강진에서 온 낚시인들 역시 조과가 좋았다. 이미 여수권으로 20년 정도 갈치낚시를 다닌 베테랑들이라 일찌감치 한두 박스씩 갈치를 낚아철수 무렵에는 포장까지 마치고 입항을 기다렸다. 참고로 제주의 낚싯배에는 배에 스티로폼 박스가 실려 있어서 철수하기 전에 개인이 낚인갈치를 포장할 수 있다.

▲타스코피싱연구소 김덕한 대표가 제작해서 판매하고 있는 만능미끼. 갈치, 꽁치, 한치, 전갱이 등을 염장해서 만든 것이다.

▲만능미끼 시리즈. 가격은 5천~1만원이며 한치미끼는 인기가 너무 좋아 품귀현상을 보일 정도다.

타스코피싱연구소의

만능미끼시리즈

김덕한 씨가 운영하는 타스코피싱연구소에서는 다양한 낚시용 소품과 채비, 미끼 등을 제작 판매하고 있다. 그중 최근 출시한 만능미끼 시리즈는 없어서 못 팔정도로 인기가 좋다. 만능미끼는 한치, 갈치, 전갱이,꽁치, 소라(돌돔용)를 적당한 크기로 썬 후 염장해서 현장에서 누구나 쉽게 쓸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한치살로 이미 올해 생산한 물량은 품절. 그 다음으로는 갈치살이 인기 있다. 직접 낚은 갈치를 두툼하게 썰어 큰 씨알의 갈치를 노리기 좋다. 먼 바다 갈치배낚시에 써도 좋으며 멀미를 해서 미끼를 썰기 힘든 낚시인이나, 미끼를 써는 것을 극도로 혐오하는 낚시인에게 추천한다. 미끼의 소모량이 적은내만 갈치나 연안 갈치낚시인들에게는 이미 입소문이나서 잘 팔리고 있다.

작은 것은 5천원, 큰 것은 1만원. 아이러니한 사실은 미끼를 만들어 파는 것보다 낚은 갈치를 그냥 파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갈치살 미끼를 개봉해보면 3지 이상의 제주산 은갈치를 썰어서 만들었고 염장 후 포장까지 했으니 밑지는 장사다.

문의 010-3070-8831

▲갈치낚시 중 민전갱이를 낚은 김남구 씨. 살이 단단하고 기름이 많아 회와 구이가 맛있다.

▲김덕한 씨가 배 후미에서 갈치를 올리고 있다. 대부분 3지가 넘는 큰 씨알이 올라왔다.

▲함께 출조한 낚시인들의 갈치 조과. 언뜻 봐도 3.5지 이상의 씨알 굵은 갈치로 아이스박스를 가득 채웠다

▲김남구 씨의 부인 김복순 씨는 채비를 내리자마다 4.5지 갈치를 올렸다.

▲전남 강진에서 제주로 출조한 김홍선(위)씨와 경주에서 제주로 출조한 박기현(아래)씨. 박기현 씨는 큰 씨알로 두 박스를 낚았다.

출조점 이용하면 편리
갈치낚시를 마치고 항으로 돌아온 시각은 오전 6시. 항에 도착한 직후 낚시인들은 포장한 스티로폼 박스를 택배나 항공편으로 부쳤다. 식당에서 각자 아침식사를 한 낚시인들은 사무실에 있는 샤워장에서 샤워를 할 수 했다. 4단계 방역에 들어간 제주도에서는 타지 사람이 목욕탕이나 사우나 등의 시설을 이용할 수 없으므로 개인 샤워장은 낚시인으로서는 꼭 필요한 시설이다. 그렇지 않으면 잠도 자지 않을 숙소를 예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철수 시각은 출조 때와 마찬가지로 자유다. 지방마다 비행기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춰 김덕한 씨가 모두 데려다준다.

제주 갈치 배낚시는 출조점을 이용하는 것이 여러 모로 이점이 많아 보였다. 일일이 조황을 알아볼 필요가 없으며 낚싯배 알선은 기본. 제주도는 조황에 따라 서쪽의 우도, 북쪽의 도두항, 동쪽의 한림항 등 출조지와 낚싯배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아서 일반인이 낚싯배를 예약하기가 힘들지만 모든 과정을 김덕한 씨가 해결해준다. 모든 장비와 채비 일체를 사무실에 구비하고 있으며 출조비는 20~22만원으로 낚싯배를 예약하는 비용과 같으며 장비 대여나 바늘 소품 등은 추가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출조문의 타스코피싱연구소 010-3070-8831

▲가이드와 원줄의 엉킴을 방지하는 줄잡이 라인(하얀색). 돌돔용 와이어줄에 우레 탄 케이블을 덧씌워 제작했다.

현장 테크닉

줄이 엉키지 않는 줄잡이 라인

사진에서 보면 낚싯대 아래로 길게 늘어진 흰 선이 줄잡이 라인이다. 일반 줄잡이 라인은 굵은 나일론줄로 만드는 것이 보통이지만 소개하는 줄잡이 라인은 37호 와이어 강선에 우레탄 케이블을 씌웠다.

아래에는 봉돌을 달아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도록 했는데 김덕한 씨가 돌돔 채비로 아이디어를 떠올려 만든 것이다. 사용해보면 원줄이 가이드에 걸리는 일이 전혀 없고 실수로 가이드에 걸치더라도 줄잡이 라인의 무게로 인해 자동으로 걸린 줄이 풀린다. 바람이 부는 날, 너울이 심한날은 필수 아이템. 채비를 던질 때 가이드에 줄이 꼬이는 낚시인에게 추천하다.

▲메탈지그에 올라온 갈치.

큰 씨알과 손맛을 원한다면

갈치 지깅

제주도에서는 생미끼 위주의 갈치 배낚시가 성행하고 있지만 루어낚시인들을 중심으로 갈치 지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출조하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갈치 배낚시가 밤을 새는 것과는 달리 갈치 지깅은 오후 5시경에 출조해 새벽 1시경에 철수한다. 조과보다는 손맛이 우선이며 잔챙이를 피하고 지깅으로 큰 갈치를 노리기 위한 낚시인들이 즐겨 한다.

출조비는 12만원 내외로 출조지에 따라 다르며 지깅 전용선을 따로 예약해야 한다. 예전에는 갈치배낚시와 지깅을 병행하는 낚싯배도 있었지만 채비가 걸리거나 자리 배정 문제로 인해 지깅은 전용선이 아니면 할 수 없게 됐다. 일반 낚싯배에는 지깅 낚시인을 태우지 않는 추세다.

갈치 지깅은 낮에 깊은 수심을 노려 큰 씨알을 노리는 방식이 있으며,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해가 진후 배를 조류에 흘리며 낚는 방식이 있다. 낮에 큰 갈치를 낚으면 재미는 있지만 마릿수가 떨어져 크게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편. 대신 밤에는 배낚시 못지않은 조과를 거둘 수도 있다.

갈치 지깅의 매력이라면 큰 갈치의 강력한 입질을 낚싯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수심을 노릴 수 있고 상층에서는 더 빠른 조과를 거두기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