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_춘천 강촌낚시터]
老釣士의 노래
박일 객원기자
▲자연지의 풍광을 간직한 춘천 강촌낚시터.
이제 아침저녁으로 느껴지는 서늘함에 한낮의 더위조차 잊게 만드는 가을이다. 반백을 한참이나 넘어선 나이가 주는 삶의 관조, 그리고 달관, 삶의 여유 같은 것들, 이런 것들이 지금 머물러 있는 삶보다는 언젠가 닿고 싶은 ‘곳’에 마음이 가곤 한다. 정말 나이가 들긴 한 듯하다.
강이나 호숫가 또는 저수지에서 낚시 때문에 노숙을 했던 지난 많은 날들은 이제 희미한 추억으로 가슴에 남아 있을 뿐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요즈음은 더 낮아질 수 있으면 더 낮게 내려가 마주치는 내 삶과 낚시 인생에 대한 단조로우면서도 결코 그렇지만은 않은, 추억과 아픔 그리고 이윽고는 새로 꿈꾸는 ‘나지막한 꿈’에 관심이 주어질 때가 많다.
서울이라는 도시를 떠나 그리 멀지 않은 강가에 고요한 중년 꾼이 여기에 하루 터를 잡는 것은, 반드시 대물 붕어를 찾으려는 이유 때문은 아니다. 그저 물의 편안함, 물의 유구함, 물의 자유로움, 더불어 주변의
자연과 사귐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요즘처럼 코로나19 때문에 온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삶에 많은 제약이 따르던 때가 없었기에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변한 듯하다.
▲전영민 씨가 춘천 강촌낚시터에서 월척급 붕어를 낚아내고 있다.
박암리 마을에서 관리하는 홍천강가의 낚시터
낚시도 마찬가지다. 같이 모일 수 있는 인원의 제약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 특성상 여러 명이 어울려 오지 강이나 노지를 찾아 낚시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젊은 꾼들은 그래도 좀 덜하지만 나이가 들은 꾼들은 노지 낚시터를 찾기가 쉽지 않게 되었고 인위적으로 꾸며진 양어장이나 관리형 낚시터를 찾는 게 유일한 방안인데 자연스럽지 않고 인위적은 낚시터를 선호하지 않는 꾼들은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필자 역시 자연에 잘 어울리는 낚시터를 좋아하기 때문에 올해는 낚시다운 낚시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지내다 얼마전 서울 근교 홍천강가 의 강촌낚시터를 찾게 되었다. 이곳은 예전에는 홍천강 하류에 있는 둠벙과 습지로 자주 찾았던 곳이다. 2020년 5월호에 한 번 소개한 적 있다.
이곳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이유는 유료터이지만 자연낚시터 원형 그대로 모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2만 평에 가까운 습지형 둠벙의 반은 편의성을 갖춘 낚시터고 반은 예전처럼 자연지 그대로다. 부들, 마름, 연이 밀생해 있어 붕어의 서식 환경이 좋다. 강촌마을인 박암리 어촌계 사람들이 모여 공동으로 관리하는 낚시터로 근처 강에서 잡은 붕어 중 씨알이 좋은 것만 골라서 둠벙에 계속 넣기 때문에 자원은 아주 많은 편이다.
수초가 발달한 1~2m 남짓한 평지형 둠벙은 수면과 낚시자리의 높낮이가 거의 없어 낚시하기에 정말 편하다. 연안에 주차하고 텐트 치고 낚시하면 된다. 조우 몇몇과 함께 자리 잡고 채비를 드리우니 젊은 시절의 추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입질을 받고 낚싯대에 손을 얹은 낚시인.
▲연꽃이 봉우리를 터뜨리고 있는 수면.
▲춘천 강촌낚시터. 2만평 크기의 늪지로 반은 관리형낚시터,
반은 자연낚시터로 운영하고 있다.
▲춘천 강촌낚시터에서 낚은 월척 붕어들.
반딧불이 나는 밤낚시에 허리급 입질
수심은 1~1.5m 정도로 부들과 마름 사이로 채비를 던져 넣으면 많이 기다리지 않아도 입질이 들어온다. 낚싯대는 3.0칸 내외 두 세대면 족하지만 다대편성도 가능하다. 낚이는 씨알은 보통 8~9치에서 허리급이 토종붕어 위주로 낚인다. 뱀장어나 대형 메기도 가끔 손님 고기로 나온다. 마릿수도 가능하며 밤낚시에는 대형 붕어도 종종 낚인다고 한다.
미끼는 글루텐. 옥수수, 지렁이가 잘 듣는다. 한적한 강촌마을이라 그런지 밤에는 밤하늘의 별과 반딧불이 날고 소쩍새 소리가 꾼의 심금을 울린다. 필자를 포함한 일행 3명의 조과는 35~38cm 토종붕어 6마리와 준척급 15수다. 이만하면 요즘 준수한 조과다.
시즌은 8월 중순에서 10월 중순이 적기이며 이 시기면 낚시터 풍경도 아주 훌륭하다. 낚시터에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가족 동반 캠핑낚시에도 적격이다.
내비 주소 남면 박암리 514-1
문의 033-264-3773, 010 5092 86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