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_창녕 옥산소류지]

4년 전 말랐던 곳 맞아?

폭우처럼 쏟아지는 입질 깜놀

정국원 객원기자, 로즈피싱밴드 운영자, 피닉스 영업이사

▲출조에 동행한 로즈피싱 회원 문태환 씨가 8치급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입추가 지났는데도 열대야 현상을 보이던 8월 하순. 로즈피싱 회원들과 사천권으로 출조 계획을 잡았으나 밤새 비 소식이 있어 창녕권으로 방향을 돌렸다.

회원들보다 일찍 출발한 필자는 좋은 낚시터를 알아보기 위해 아침 일찍 창녕IC에 다다른 뒤 여러 곳의 저수지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가는 곳마다 마름이 덮여있는 상태라 할 수 없이 희미하게 기억이 떠오르는 준계곡형 저수지로 발길을 돌렸다. 창녕군 대합면 대곡리에 있는 옥산 소류지(대곡지라고도 한다)다.

10여 년 전 작고한 서찬수 님, 천지어인 회원들과 함께 이곳으로 출조한 적 있는데 그때만 해도 낚시인의 손을 거의 타지 않은 처녀지였다. 공기도 좋고 인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밤낚시에 최적의 장소였다.

오후 1시쯤 도착하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저수지 수량은 50% 정도 의 갈수상태였다. 준척급 붕어가 수면 위에서 군집해 회유하는 모습이 보여 내심 가슴이 두근거렸다. 10년 만에 다시 찾았지만 아직까지도 손을 많이 타지 않은 상태였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그저 부푼 마음에 비를 맞으며 대편성을 시작했다. 낚싯대 서너 대를 펼쳐 준비해온 새우 미끼를 꿴 뒤 투척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1분도 안 돼 준척급 붕어가 연신 입질을 하였다. 그만큼 붕어들은 순진했다. 반면 희한하게도 지렁이와 옥수수에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

▲길쭉한 형태로 생긴 옥산소류지.

▲비가 오는 와중에 낚시를 즐기는 모습.

▲취재팀이 올린 마릿수 조과.

▲출조에 동행한 낚시인들의 기념촬영. 왼쪽부터 양수호, 고성철, 문태완 맨 뒤는 황선영 씨다.

바늘이 부러져 놓친 4짜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대편성을 끝내고 나니 함께 하기로 한 로즈피싱 회원들이 도착하였다. 각자 포인트를 정한 뒤 낚싯대를 편성하자마자 필자처럼 연신 붕어 입질을 받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씨알이 모두 15~17cm였다. 그때 필자 우측 최상류에 앉은 양수호 회원이 소리를 질렀다.

“사짜다!”

갑작스런 4짜 소식에 당황하며 뜰채 지원에 나섰는데 정말로 빨래판만 한 대물급 붕어였다. 그러나 아뿔사! 뜰채를 대려는 찰나에 빠져버렸다. 양수호 회원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늘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바늘이 부러져 있었다.

양수호 회원이 아쉬운 마음으로 다시 바늘을 묶고 낚시에 열중하는 사이, 필자 맞은편에 자리한 문태환 회원이 월척급 붕어를 낚아 내었다. 카메라에 담기위해 자리로 가보니 0.3cm정도 모자라는 30cm 붕어 였다.

오후 3시부터 또 비가 폭우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침 갈수찬스라 생각하고 큰 기대감을 가졌는데 폭우다 보니 물골 사이로 흙탕물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2시간여를 쏟아 붓던 비가 소강사태에 접어들 쯤 회원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각자 준비해온 음식들로 즐거운 시간이 이어졌다. 그때 제방 쪽에서 택시 한 대가 들어오고 있었다. 이 시간, 이런 외진 곳에 택시가 무슨 일일까 싶었다. 알고 보니 우리가 자리한 곳이 택시 기사의 조상 님 묘지터였다.

그 택시 기사 분은 정자를 편하게 쓰라고 말하면서 다만 철수 때는 쓰레기는 꼭 챙겨 가라고 당부하였다. 아울러 이곳 저수지 상황도 말씀해주셨는데 2017년도에 물이 바짝 말라 지금은 큰 고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연을 벗 삼아 힐링하고 가라며 응원도 해주셨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밤낚시를 시작하였다. 수면 위에 케미가 줄을 이어 켜지자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그러나 낚시 시작 20여 분 뒤 또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설상 가상으로 여러 곳의 골자리에서 내려오는 물로 인해 수위가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였다. 계곡지라 언제 물이 급상승할지 알 수 없어 회원들은 여유 있게 뒤로 물러나 낚시를 이어갔다. 흙탕물 유입 탓인지 입질은 뜸해졌고 밤 11시까지는 말뚝이었다. 12시에 야식타임을 가진 뒤 새벽낚시를 시작할 쯤 훤한 달까지 떠오르더니 저수지 전체를 대낮처럼 밝혔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지자 회원들 모두 차 안으로 들어가 잠을 청한 뒤 아침낚시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기념촬영 후 낚은 붕어를 모두 방류하고 있다.

▲월척급 붕어를 올린 문태호 회원.

정자는 깨끗하게 이용해주길

알람 소리에 기상해보니 오전 7시. 회원들은 각자 열심히 낚시를 하고 있었다. 제방 쪽에서 한 마리 걸었다는 소리가 들려와 가보니 황선영 회원이 29cm 붕어를 낚아냈다. 조금 아쉬운 씨알이었지만 악조건 속에서도 준수한 씨알을 낚아내 기분이 좋다며 무척 즐거워하였다.

이곳은 준계곡형 저수지라 만수 때보다 갈수 때 대물 붕어를 만날 확률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한때 월척급이 엄청 잘 낚이고 준척급도 정신없이 나오던 곳이었는데 몇 해 전 마른 이후 입질이 더욱 예민해진 것 같았다.

밤이고 낮이고 큰 대물들이 수면 위로 뒤집는 모습을 보았기에 더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었다. 오전 10시에 또 비소식이 잡혀있어 아쉬움이 남지만 늦가을에 다시 한 번 출조하기로 하고 출조를 마쳤다. 21cm 이하는 낚자마자 모두 방생하고 21cm급 이상만 모아 기념사진을 찍은 후 역시 방류했다.

옥산소류지는 제방 안쪽 묘지 앞에 정자가 있는데 이곳을 이용한 뒤 철수 시에는 쓰레기를 되가져 가길 바란다. 정자 주인께서도 신신당부를 한 터라 꼭 지켜주길 바란다.

내비에 ‘대합면 대곡리 528’을 입력하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