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_영동 추풍령지]

준설한 상류 둠벙이

월척 소굴로 변신

이영규 기자

▲둠벙 인근 과수원 앞에서 수중전을 펼치고 있는 백진수 씨. 연안에서 3m 정도 들어가 좌대를 설치했다.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 죽전리에 있는 추풍령지는 경북 김천과 충북 영동의 경계지점에 있는 계곡형 저수지다. 규모는 약 11만평. 2011년 무렵 상류 연안을 준설하면서 원래 10만평이었던 수면이 1만평 정도 늘어났다. 상류 죽전리 마을 앞 죽전교 안쪽으로 5천평, 다리를 지나 최상류 5천평 정도가 준설을 통해 늘어난 수면이다.

내가 추풍령지를 마지막으로 취재한 것은 2017년 가을로 그 때도 김천 해수조우회 회원들과 동행했었다. 당시에는 준설 여파 때문인지 조황이 썩 좋지 못했다. 당시 나는 수몰 구도로변에 자리를 잡았다가 입질 한 번 못 봤고 다른 낚시인들도 7~9 치를 낱마리로 올린 게 전부였다.

그러나 2018~2020년 사이에는 호황을 보인 날이 많았다. 특히 다리 안쪽 준설 둠벙의 조과가 눈에 띄었다. 논밭이었던 곳이 세월이 지나며 붕어들의 안식처로 자리 잡은 것이 원동력이었다. 다만 씨알은 여전히 다른 저수지에 비해 약간 잘게 낚였다. 현재도 4짜 붕어는 낚인 적이 없고 커야 35~36cm가 대부분. 7~9치를 주종으로 보면 틀림이 없다.

추풍령지에 4짜급 대물이 없는 것에 대해선 ‘배스가 늦게 유입 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15~20 년 전부터 배스가 유입된 다른 저수지와 달리 추풍령지는 고작 6~7년 전부터 배스가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붕어 씨알이 3년 전부터는 1년에 2cm 정도씩 커지고 있어 앞으로의 추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추풍령지 최상류권. 낚시인들이 앉아있는 곳이 구도로다.

▲둠벙 포인트에서 34cm 월척을 올린 백진수 씨.

준설 뒤 죽전교 안쪽 둠벙은 평지형 소류지로 변모

규모가 10만평이 넘는데도 추풍령지가 요즘 낚시인들에게 덜 알려진 것은 한때 유료터로 운영됐던 이력을 빼놓을 수 없다. 준설 직전인 2010년 이전 약 10년간의 기간인데, 이때는 ‘무료터 대물낚시’가 한창 유행일 때여서 유료터인 데다가 터 센 계곡지를 찾는 낚시인도 많지 않았다.

준설 이후로는 낚시 포인트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제방을 높여 수위가 올라가면서 기존 도로는 물론 완만한 수심을 보였던 좋은 포인트가 모두 물속에 잠겼다. 그 영향으로 추풍령지 연안 곳곳에는 물에 잠긴 수몰나무들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아무튼 준설 10여 년째를 맞은 현재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포인트는 상류 다리 안쪽의 큰 둠벙이다. 본 저수지는 전형적인 계곡지인 반면 다리 안쪽 둠벙은 평지형 소류지를 연상시킨다. 연안이 얕고 수초가 많아 대물좌 대 없이는 낚시가 힘든 곳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수초가 잘 발달해있다.

지난 8월 28일 내가 취재에 동행한 김천 해수조 우회 회원들이 거둔 조과 중 유일한 월척 붕어 역시 이 둠벙에서만 낚였다. 과수원 앞 부들수초 앞에 대좌대를 깔고 수중전을 펼친 백진수 회원이 33, 34cm 월척 2마리를 올려 월례회의 장원을 차지했다. 나머지 두 마리는 8~9치였다. 추풍령지 본 저수지에서 낚시한 회원들은 8~9치를 낱마리로 올리는데 그쳤다.

백진수 씨는 “추풍령지는 포인트 여건이 아주 좋은 낚시터는 아니다. 특히 본 저수지의 경우 눈으로 봤을 때 멋져 보이는 구간은 유독 조황이 나쁜 경우가 많다. 그런 곳들은 수위가 오르면서 수몰나무나 장애물이 잠긴 곳들인데, 과거보다 깊어진 수심 때문인지 평소에는 붕어들이 잘 올라붙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진수 씨와 김춘복 씨가 취재일 올라온 월척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재형 씨는 60cm급 잉어로 손맛을 봤다.

▲추풍령지 월척의 평균 씨알. 큰 놈들은 허리급이 주종으로 낚인다.

▲낚시를 마친 백진수 씨가 수중전에 사용했던 좌대를 차에 싣고 있다.

그림 좋은 상류는 봄 포인트

현재 추풍령지에서 가장 손꼽히는 구간은 좌안의 경우 앞서 설명한 죽전교 안쪽 둠벙, 좌안 중류 민가 앞 연안(태양광 집열판이 떠 있는 구간 앞)이다. 좌안 중류부터 제방까지의 하류 구간은 급심이어서 낚시가 잘 되지 않는다.

맞은편 우안은 골 안쪽 연안들이 명당이다. 다만 골자리 근처까지는 도로가 나있지만 주차 후 100m 이상 걸어가야 되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찾는 이가 적다.

상류 일대는 눈으로 볼 때는 편하고 그림 같은 포인트가 많지만 초봄 산란기 때와 초여름 오름수위 때만 잠시 반짝하고 이후로는 별 재미가 없다(추풍령지는 떡붕어와 잉어 자원도 많아 릴낚시를 즐기는 낚시인들은 발판이 편한 상류권을 자주 찾는다).

따라서 추풍령지를 처음 찾는다면 일단 죽전교 안쪽 둠벙, 좌안 중류 민가 앞 순으로 포인트를 잡는 게 좋을 듯싶다. 미끼는 옥수수가 가장 잘 먹힌다. 추풍령지는 규모에 비해 인지도가 높은 낚시터는 분명 아니다. 그러나 언제 찾아도 포인트에 여유가 있고 경치도 뛰어나 단체 출조지로는 제격이다. 아울러 현재는 가장 큰 씨알이 허리급이지만 2~3년 뒤에는 충북 영동지역을 대표하는 대형 4짜터로 성장할 조짐이 점쳐지고 있다.

▲둠벙 곶부리에 자리를 잡은 김춘복 씨. 멀리 죽전교가 보인다.

▲ 월례회를 마친 해수조우회 회원들의 기념촬영.

추풍령지 붕어는 중국붕어 후손?

추풍령지를 자주 찾는 낚시인 중에는 추풍령지 붕어들이 중국붕어의 ‘후손’이 아니냐는 의문을 자주 표시하고 있다. 토종붕어는 맞는데 체형이 제각각인데다가 결정적으로 입이 너무 작기 때문이라는 것. 흔히 배스터 붕어들이 입이 작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만도 않다. 배스터 토종 붕어도 월척급만 되면 엄지가 쑥쑥 들어갈 정도로 입이 큰 놈들이 많기 때문이다.

참고로 추풍령지는 준설 직전 약 10년간 유료터로 운영됐다. 그때 중국붕어를 대량 방류했는데 단골 낚시인들은 ‘현재 낚이는 붕어들이 당시 방류한 중국붕어가 낳은 새끼들이 성장한 것’으로 추측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흔히 1세대 교잡종(F1)은 산란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산란이 가능하고 알들은 새끼로 성장한다. 이후 2세대(F2)부터는 번식을 못한다. 즉 길게 봐서 2010년 무렵이 마지막 중국붕어 방류라고 봤을 때, 11년이 지난 현재는 F1이 나은 새끼들이 성장 해 낚이는 것으로 단골 낚시인들은 추측하고 있다.

▲유난히 입이 작은 추풍령지 붕어.

내비에 ‘죽전저수지’를 입력하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제방 밑에서 좌안으로 올라가면 죽전교와 둠벙 쪽으로 진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