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_상주 지평지]

가을 장마 후

수위 안정되면 4짜 예감

김철규 객원기자, 호봉레저, 탑레저, 토코떡밥, 태흥 필드스탭

▲필자 일행이 낚시한 지평지 우안 하류골. 수위가 80% 수준을 유지할 때 조황이 좋다고 한다.

필자가 경북권 낚시터를 찾는 것이 10년은 더 된 듯하다. 수년간 충남과 전라도권만 파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그렇게나 흘렀다. 그러던 중, 지난 8월 중순경 경북 문경에 사는 조우가 밴드에 올려놓은 상주 지평지 조황 사진 몇 장을 보고 출조를 계획했다. 사진에는 멋진 포인트와 더불어 씨알 좋고 체색과 체구가 늠름한 붕어들이 담겨 있었다.

출조를 앞두고 후보지 몇 곳을 추가로 정한 뒤 동행할 조우를 물색했다. 고향 친구인 박희설이 덥석 미끼를 물었다. 그런데 출조 날짜를 정하자 1주일가량 많은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 들렸다. 가을장마였다. 한번 출조를 결정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성격이라 일주일은 너무나 길었다. 출조를 강행했다.

첫 출조지는 상주시 함창읍에 있는 대조못이었다.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보니 포인트가 모두 좋았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낚시하는 2박 내내 비가 퍼부었다. 수위가 20cm가량 오르는 가운데 준척급 한 수, 목줄이 터지는 강한 입질을 한 번 받은 게 끝이었다. 태풍이 다가온다는 소리에 급하게 철수했다.

태풍을 피해 산 속 나한지라는 소류지에서 1박을 했으나 별 성과는 없었다. 결국 애초에 염두에 두었던 상주 지평지 하류 우측 골을 찾았다. 수몰나무와 마름이 잘 발달해 있어 포인트는 너무 좋아 보였다. 저수량은 72%. 먼 골자리는 수심이 있어 보였지만 육초가 잠긴 연안은 30cm 수심을 보였다.

그러나 이곳을 추천해준 문경의 조우로부터 “지평지는 저수량이 85%는 돼야 포인트가 좋아지고 굵은 붕어가 나온다” 는 얘기를 듣고 이곳은 비가 좀 더 내린 후 다시 찾기로 했다. 다른 소류지에서 4일간 낚시하고 지평지로 돌아오니 어느새 저수량은 80%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원래는 하루 정도 더 있다 들어오려고 했다. 그러나 전날 지평지로 출조한 이재순(낚사 3833) 씨가 4짜 포함 씨알 좋은 붕어 몇 수를 낚았다고 알려와 서둘러 들어간 것이다.

▲지평지 수면에 떠 있는 태양열 집열판.

▲이재순 씨가 올린 4짜 붕어.

밤낮으로 지속되는 들쭉날쭉 수위에 당황

지평지는 상주의 오태지와 더불어 대물터로 소문난 곳이다. 수면적은 16만6천평으로 1969년에 준공한 대형 계곡지다. 오래전 배스가 유입돼 마릿수가 크게 줄었으나 최근 들어 다양한 씨알의 붕어가 낚이면서 다시금 관심을 받고 있다.

어느새 소문이 났는지 아니면 주말이라 그런지 지평지에는 많은 낚시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뒤늦게 합류한 박경식 씨까지 합류해 우리 일행은 4명으로 불었다. 그 결과 자리 잡기가 쉽지 않았는데 다행히 제방에서 가까운 우안 골자리 하류권에 몇 자리가 있어 서둘러 자리를 잡았다.

진입로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사유지로 출입을 금한다’며 쇠 사슬이 쳐져 있었다. 나는 최대한 진입해 주차 후 마름과 줄풀이 잘 발달한 곳에 포인트를 잡았다. 진입로는 좁았지만 본부석으로 사용할 작은 공간도 있어 낚시하기에는 좋은 여건이었다.

우리 일행이 찾아 들어간 제방 우측의 긴 골짜기는 수몰나무와 마름 등이 잘 발달 되어 있었다. 마침 철수하는 분들이 있어 조황을 확인해 보니 월척부터 허리급까지 5수가 들어 있었다. 씨알 좋은 붕어를 보고 나니 마음이 바빠졌다. 며칠 전 처음 찾았을 때 수심이 30cm가량 되었던 줄풀 사이 포인트가 어느새 70~80cm의 수심을 보였다. 좌측 마름 사이는 1.1m가량의 수심을 보여 붕어낚시에 딱 알맞은 여건이었다.

대편성을 끝내고 잠시 숨을 돌리는 사이 중간의 긴 대에서 입질이 들어 왔다. 결국 한 마리 걸어냈는데 올라온 놈은 20cm가 조금 넘는 발갱이었다. 낮 시간임에도 발갱이 입질이 들어오다 보니 바짝 긴장이 되어 찌를 바라보았다.

▲이재순 씨는 얕은 물 속에 대좌대를 설치하고 수중전을 벌였다.

▲닉네임 두올님이 보내온 상주 대조못 월척 붕어. 이 붕어에 반해 상주권 출조가 시작됐다.

농어촌공사의 인위적 수위 조절이 원인?

이윽고 날이 어두워져 밤낚시에 돌입했다. 모처럼 맑은 날씨에 수온도 올랐으니 대물붕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자정이 되어도 기다리던 붕어 입질은 없었다. 그 대신 찌 높이가 조금씩 높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 눈을 붙였다가 새벽 4시에 일어나보니 수위가 10cm가량 내려가 있었다. 어둠이 가시기 전에 8치 붕어 한 마리를 낚은 게 전부였다.

동이 트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 비는 폭우가 되어 오전 내내 내리며 황토물을 저수지에 풀었고 수위를 다시 10cm가량 끌어 올렸다. 오후가 되면서 비는 그치고 다시 저녁 무렵이 되니 황토물도 점차 사라지며 낚시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게 무슨 일이람? 다시 배수가 시작됐다.

작년 태풍 때 홍수로 저수지 제방이 붕괴되는 곳들이 생기면서 농어촌공사의 잘못된 물관리 정책이 지적된 적 있는데 그 이후로는 가을 저수량을 최대 70%로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하필 우리가 지평지에 머물던 이틀 동안 내린 비로 저수율이 80%를 넘기자 배수가 이어진 것 같았다.

큰 기대를 갖고 출조했던 경북권 투어는 이렇다 할 조황이 없이 9박10일간의 출조를 마감하게 됐다. 그나마 마지막 기착지인 지평지에서 8~9치의 붕어 4마리와 다수의 발갱 이로 멋진 찌맛을 본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철수하기 전 다른 골짜기에서 낚시한 이재순 씨가 4짜 붕어를 들고 찾아왔다. 이 붕어들은 필자가 도착하기 전날 낚은 것들로, 배수가 이루어지기 전날은 그런대로 입질이 있었다고 한다. 필자 일행이 낚시한 날은 오름수위와 내림수위가 지속되는 바람에 불황이었지만 앞으로 가을장마가 끝나면 충분히 큰 손맛을 볼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추석 전 후가 그 기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재순 씨가 거둔 조과.

▲필자 일행의 포인트.

▲우측골에서 올린 조과를 보여주는 필자.

▲많은 비로 황톳물로 변한 수면.

▲필자의 대편성.

▲지평지로 가기 전에 들렀던 예천 감천지.

▲9치급 붕어로 손맛을 본 박경식 씨.

가는 길 내비에 ‘상주시 이안면 양범리 1038’을 입력하면 필자 일행이 낚시한 우안 하류 골자리로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