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석]

조황을 좌우하는 자연현상

가을 폭우는 호재보다는 악재다

본격 가을 붕어낚시 시즌을 맞아 환절기 붕어낚시 상식을 알아보는 지면을 마련했다. 가을에 조황을 좌우하는 직접적 요인과 간접적 요인을 전문 낚시인 6인의 경험을 통해 들어본다.

▲수면에 물안개가 덮인 저수지. 물안개가 심할수록 외기온과 수온 간 온도차가 크다는 뜻이다. 이런 날은 평소보다 조황이 떨어진다.

초가을은 수온 격변기

큰 일교차에 수온 안정돼야 조황 회복

백진수 김천 해수조우회 회원

붕어낚시에 있어 큰 일교차만큼 낚시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도 드물다. 요즘 같은 초가을만 놓고 볼 때, 분명 여름보다는 선선해져 낚시하기에 좋지만 조과는 따라오지 못할 때가 많다. 큰 일교차가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 여름 유례없는 무더위에 8월 중순까지 고생하다가 처서를 기해 갑자기 날씨가 선선해졌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역시 절기는 속일 수 없구나’라며 신기해하곤 한다. 여기서 판단 미스가 생긴다. 날씨가 선선해졌으니 수온도 안정돼 낚시가 잘 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기(기온)는 갑자기 변할 수 있어도 수온이 안정되는 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며칠의 시간이 지나 분명 고수온이 사라졌음에도 낚시가 안 되는 날이 상당 기간 지속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변화하는 수온을 상대하는 붕어의 적응 기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특징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시기가 9월이다.

그렇다면 가을 붕어 입질이 본격적으로 살아나는 시기를 언제쯤으로 봐야할까. 대체로 빠른 곳은 9월 말, 늦은 곳은 11월은 넘겨야 한다. 시기의 차이는 해당 낚시터가 평지지냐 계곡지냐에 따라 달라지고, 저지대냐 고지대냐 따라서도 좌우되는 문제다. 만약 평지지이면서 고지대에 있다면 일교차 영향을 많이 받아 붕어들의 적응이 빨라질 것이고, 계곡지이면서 저지대에 있다면 입질 시기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구분이 복잡하다면 수초만 보고 적정 시기를 감 잡으면 된다. 가장 좋은 샘플이 마름이다. 마름이 몰라보게 빨리 삭아 내린 곳에서는 가을 입질이 왕성하게 들어올 확률이 높다. 반대로 여전히 마름이 푸르고 수면을 빼곡하게 덮고 있다면? 시즌이 멀었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수로에서 입질을 기다리는 낚시인.

▲수면에 떨어지는 빗방물. 저기압 상황에서는 비 오기 전날의 조황이 비오는 당일보다 부진할 때가 많다.

저기압은 붕어 스트레스의 원인

비오는 당일보다 전날 조황이 더 나쁘다

성제현 군계일학 대표

비가 내리는 날은 대체로 조황이 부진하다고 말한다. 올해는 가을의 문 턱에서 많은 비가 내려 그 속설을 실감하고 있다. 여름 폭우는 고수온을 안정시키고 용존산소량을 늘려 호재가 되지만 그 외의 계절에는 악재로 작용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여름 외에, 비가 오는 날을 전후해 조황이 부진한 가장 큰 원인은 저기압 때문이다. 저기압이 형성되면 수압이 약해지면서 붕어 몸 속 부레가 팽창하게 된다(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기압이 낮아지면 수면 높이도 미세하게 상승한다). 부레가 팽창하면 자연적으로 붕어들이 바닥에서 뜨게 된다. 뒤바뀐 물속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민감해지고 먹이활동에도 관심이 없어져 조황이 부진한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낚시를 해보면 비가 오는 날 의외의 재미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분명 저기압 상황인데 왜 그럴까? 이유는 바로 비 오는 당일보다 비 오기 전날의 저기압 상황이 붕어들에게 더 큰 압박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일단 비가 내리면(많은 비가 내려야 한다) 수면에 떨어지는 파장으로 용존산소량이 늘어나고 빗물을 타고 각종 먹잇감(각종 곡식 알갱이와 비료 성분까지도 포함)들이 저수지로 흘러든다. 땅 속에 굴을 파고 사는 땅강아지 같은 각종 벌레들도 일시에 밖으로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질식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낚시 당일 내리는 비는 붕어들의 ‘저기압 스트레스’를 해소해주어 활발한 입질로 이어지게 만든다. 다만 조건이 있다. 비가 오더라도 폭우 수준으로 시원하게 내려야지 보슬비 수준으로 양이 적으면 영향이 미미하다.

한편 규모가 작은 유료터일수록 저기압의 영향을 강하게 받기 때문에 비 예보 때 조황이 부진할 때가 많다. 평소 고기압에 눌려 유료터 바닥에 응측돼 있던 가스가 새어나오면서 용존산소를 감소시키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갈수가 된 저수지. 수온이 높은 여름에는 폭우가 호재가 되지만 가을에는 악재로 작용할 위험이 크다.

가을 폭우는 호재보다는 악재

오름수위 찬스도 첫날 반짝하고 끝날 때 많아

신혁진 신의한수밴드 매니저

올 가을 붕어낚시인들의 예상을 빗나간 것 중 하나가 가을 오름수위다. 여름 조황이 부진하게 끝나고 가을에 많은 비가 내리자 은근 가을 오름 수위 효과를 기대했다. 그런 기대 심리 때문인지 지난 가을 장마 때 충 주호 좌대는 주말마다 만원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많게는 하루 60cm 이상 수위가 올랐지만 조황은 부진했다.

이처럼 여름과 달리 가을 오름수위 때 조황이 뒤지는 것은 수온 변화가 심할 때이기 때문이다. 환절기 특성상 속물과 겉물의 변화가 한창 진행 중인 시기에 차가운 빗물까지 대량 유입되니 붕어의 활성이 더욱 나빠지는 것이다. 물론 오름수위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기간이 여름보다 훨씬 짧아서 큰 비가 와도 길어야 하루 이틀 정도만 반짝 호황을 보이고 끝난다는 게 가을 오름수위의 특징이다.

시기에 관계없이 오름수위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기본 조건이 몇 가지 있다. 일단 마른 저수지에 비가 내려야 한다. 즉 며칠간 비가 오락가락 내려 조금씩 빗물이 유입된 상태, 이미 만수인 상황에서의 빗물 유입은 수온만 내릴 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교차가 큰 상황에서 차가운 냉수까지 유입되니 득보다 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참고로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을에 비가 오면 오름수위 첫날 정도는 붕어가 그런대로 낚여도 그 다음날부터는 잉어가 설칠 때가 많다. 그런 경우는 오름수위 호기가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붕어만큼 잉어도 새물을 좋아하는데 일단 잉어가 득세하면 붕어가 밀린다. 잉어의 철퍼덕 대는 소음에 붕어들이 연안 가까이 붙지도 않는다.

▲서리가 내린 낚시가방. 이 시기를 즈음해 월동을 앞둔 큰 붕어들이 왕성한 먹이활동을 벌인다.

밤~새벽 물안개 끼면 조황 저조

차라리 서리가 내릴 정도로 추워지면 조황 좋아

박현철 비바붕어 운영자

멋진 분위기에 비해 낚시가 안 되는 상황으로 물안개 낀 날을 꼽을 수 있다. 낮에는 멀쩡하다가 밤이 되면 수면 위로 물안개가 생겨나고 새벽으로 갈수록 짙어지는 상황이라면 그날 조황은 평균 이하로 끝날 때가 많다. 특히 요즘 같은 환절기 때 물안개를 자주 만나게 된다.

낚시터에 물안개가 끼는 이유는 수면과 외부 기온 간 비열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수온보다 외부 기온이 크게 낮기 때문에 발생하 는 현상. 이런 상황에서는 어째든 외부 기온이 저수지 상층수에 영향을 미치는 중이므로 붕어들의 연안 접근에 악영향을 미친다. 시기적으로 9~10월 사이에 이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그러나 11월로 접어들면 양상이 또 달라진다. 서리가 내릴 정도로 기 온이 내려가는 시점에 조황이 갑자기 좋아지는 것이다. 이때는 월척이 상급도 마릿수로 낚이는데 서리가 내린다는 건 곧 겨울이 닥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 시기에 맞춰 월동을 앞둔 붕어들이 왕성하게 먹이활 동에 나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을에 수로낚시터를 찾은 낚시인들.

동풍도 동풍 나름

약한 동풍은 영향 미미, 늦가을에는 남풍 불 때 호기

김중석 객원기자, 천류 명예필드스탭·사외이사

동풍, 흔히 샛바람이라고 불리는 바람이 불면 조황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내 나의 경험으로는 동풍도 동풍 나름이었다. 쉽게 말해 초속 2~3m로 약하게 불 때는 별 영향이 없었고 6m 이상 강하게 불 때가 문제였다. 과연 진짜 동풍이 불어서 낚시가 안 된 건지 단순히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낚시가 안 된 건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어떤 바람이 불어도 초속 6m 이상의 바람이 불면 낚시가 힘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는 초가을에 동남풍이 불면 좋은 조황을 만난 경험이 많다. 북서풍처럼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은 수온을 끌어내리는 반면 남쪽에서 불어오는 훈풍인 동남풍은 수온을 안정적으로 유지시켜주기 때문이다. 특히 남풍은 센 바람이 아니기 때문에 낚시에 지장을 덜주고 떨어진 수온을 약간 올리는 역할도 하는 것 같다. 따라서 일기예보에 동풍이 예보됐다고 해서 출조를 머뭇거릴 게 아니라 바람의 강도를 먼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초저녁에 산 위로 떠오른 달. 보름달이 뜨면 구름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조황이 부진할 때가 많다.

보름달 뜨는 날은 조황 부진

구름에 가려도 영향은 비슷, 가급적 수초 많은 곳 노려야

박동우 동일레저 대표

보름달은 붕어낚시의 악재 중 악재다. 보름달이 뜨면 사방이 훤해져 낚시인이 밤에 활동하기는 좋지만 조황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우선 붕어 씨알이 급격히 잘아진다. 큰 붕어일수록 밝은 빛에 경계심을 갖는 게 아닐까 싶다. 봄에는 산란 욕구 때문에 낮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활동 하지만 그 외의 시기(장마철 오름수위 제외)에는 대부분 밤에 큰 붕어들이 올라온다. 그만큼 큰 붕어가 빛에 민감하다는 얘기다. 붕어만 잘아지는 게 아니라 잡어 성화도 심해진다. 평소에는 피라미나 살치 정도만 설쳤다면 달밤에는 물속에 사는 온갖 생물들이 나와 돌아 다니는 느낌이다. 찌에 표시도 없이 미끼가 사라지거나 쉬지 않고 찌를 건드는 통에 피곤하기까지 하다.

구름이 낀 날은 달빛이 가려지므로 괜찮다는 사람도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구름에 달이 가리면 일명 ‘무드등’ 효과가 발생해 밝기에 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산 너머로 달이 넘어가면 영향이 줄어든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 역시도 마찬가지다. 달빛을 극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초가 많은 포인트에 자리를 잡는 것이다. 바닥이 깨끗하고 뻥 뚫린 맨바닥에서는 입질이 없어도 수초 옆에 채비를 바짝 붙이거나 수초 구멍을 직공하면 의외로 잦은 입질을 받을 수 있다. 이 말은 곧 밝은 빛에 움추린 붕어들이 은신처 부근에 몰려있다는 얘기다.

또 하나의 방법은 해질녘과 동틀 무렵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다. 보름 달이 뜨는 날은 초저녁의 경우 평소보다 30분~1시간 빨리 입질이 들어올 때가 많다. 따라서 평소보다 일찍 낚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 후 밤새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동틀 무렵 또한 차례 짧은 입질이 들어온다. 이 시간대도 놓쳐서는 안 된다. 이 두 시간대 역시 수초를 끼고 앉는다면 더욱 효과를 볼 수 있다.

가을에는 왜 수로낚시가 잘 될까?

예부터 ‘가을은 수로낚시의 계절’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낚시인들은 왜 가을에 수로낚시가 잘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본론 부터 말해 가을이 되면 농사가 끝나면서 수로에서 물을 끌어다 쓰는 일이 없어진다. 그만큼 수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마침 그 시기에 환절기라 저수지는 턴오버 현상이 발생해 수온이 들쭉날쭉해진다.

비가 많이 온 곳은 만수가 된 곳도 많아 대다수 연안 포인트가 물에 잠기기 때문에 낚시 여건도 불리해진다. 그에 비해 수로는 늘 물이 조금씩 흐르기 때문에 상층수와 하층수가 늘 비슷한 컨디션을 유지한다. 붕어들도 그런 잦은 변화에 이미 적응돼 있는 상태라 영향을 덜 받는다. 쉽게 말해 꼼짝 않고 고여 있는 물속 붕어보다 물 흐름이 있어 평소 활동성이 강했던 붕어가 더 낚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