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 명곡낚시터]

충남의 알프스라더니

소문대로군!

김병조 ㈜천류 민물스탭, 유튜브 춤추는찌불의 일조삼락

▲드론으로 촬영한 명곡낚시터. 산세가 좋아 공기가 맑고 수질이 깨끗하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마른장마가 짧게 지나고 폭염이 시작됐다. 그 폭염도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처서가 지나면서 물러나고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낮에는 더위가 느껴지는 날씨이다. 여름에는 꼭 한 번 출조를 하게 되는 시원한 계곡지인 충남 공주의 명곡낚시터로 막바지 피서 낚시여행을 떠났다.

대전당진간고속도로를 달려 유구IC를 빠져나왔다. 아산 외암리 방향으로 가다가 꼬불꼬불한 마을길을 따라 한참을 가다보니 저 멀리 제방이 보인다. 제방에 올라 저수지를 내려다보니 아기자기한 풍경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른장마로 저수지마다 수위가 떨어졌는데 명곡낚시터는 배수 영향이 없는지 만수에 근접해 있었다.

명곡낚시터는 계곡에서 물이 흘러들어 1급 수질을 자랑한다. 1만평 규모의 청정 계곡지이다. 주로 상류에 배치되어 있는 연안 좌대와 골자리에 있는 세 개의 수상 잔교 그리고 저수지 곳곳에 있는 1인용 접지좌대에서 낚시를 한다. 골자리 맞은편 곶부리 포인트에서는 텐트를 치고 캠낚을 즐길 수 있다. 조황도 늘 좋기에 자리다툼이 치열한 곳이다. 저수지 길을 따라 제방까지 차로 이동이 가능하며 어디에든 주차하고 바로 앞에서 낚시할 수 있어 편리하다.

노지 입어료는 3만원. 8개의 연안 좌대는 이용료가 5만원(입어료 별도)이다. 좌대가 상류 쪽에 모여 있다 보니 낚시할 때 정숙은 기본이고 밤에는 헤드랜턴 빛이 맞은편 좌대를 비추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명곡낚시터는 계곡지라 한여름에도 밤에는 점퍼를 입어야 할 정도로 서늘하다. 식당은 운영하고 있지 않다. 주변 식당에서 음식을 배달해 먹을 수는 있는데 좌대뿐 아니라 노지에서도 취사는 금지되어 있다. 취사는 금지하지만 포장해온 음식을 끓여 먹거나 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그만큼 낚시터 환경 관리에 철저하다.

▲명곡낚시터를 찾은 낚시인이 큰 붕어를 걸어 손맛을 즐기고 있다.

▲대전에서 온 강철호 씨가 거둔 풍성한 조과.

고즈넉한 밤 풍경에 빠져들다

명곡낚시터 권만주 대표를 관리실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최근 조황을 물었더니 조황 편차가 심하다고 한다. 오늘은 1번 좌대가 좋았다가도 다음날은 7번 좌대가 호조황인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동출하기로 한 이상민 씨가 도착해 하룻밤 지낼 좌대로 입실했다. 이상민 씨와 나는 3.2칸 두 대씩을 편성했다. 주 어종이 향붕어인 것을 감안해 평소대로 어분과 보리를 집어떡밥으로, 새우어분글루텐을 미끼떡밥으로 써서 낚시를 시작했다. 상류지만 수심은 2m 정도였다.

이상민 씨가 먼저 첫 붕어를 낚았다. 찌도 잘 올리고 계곡지 향붕어답게 손맛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이상민 씨는 여행업을 하다가 코로나 상황 탓에 어쩔 수 없이 사업을 접었다. 이후 취미로 배웠던 찌 제작 기술을 살려 지금은 용인에서 ‘찌멋대로’ 라는 수제찌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낚시인들에게 입소문이 나서 지금은 주문이 많이 들어와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한다.

잠시 후 떡밥을 교체하려고 하는데 뭔가 걸리는 느낌이 들더니 제법 힘을 쓴다. 아마도 먹이를 먹으려는 순간에 낚싯대를 거둬들인 것 같았다. 낚싯대에 전해지는 손맛이 강렬했다. 실랑이를 벌이다가 올라온 녀석은 향붕어였다. 그리고는 입질이 뜸해져 주변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나섰다. 최상류 언덕에서 바라보니 좌우 골자리 포인트가 보이지 않아서인지 더욱 아담한 계곡형지의 모습을 띠고 있다. 좌대 지붕 색상도 파랗게 채색돼 있어 저수지 풍경에 어울리게 시원함이 느껴졌다. 저수지를 끼고 산길을 따라 내려가니 골자리 포인트에 오렌지색 지붕의 수상잔교 3개가 있다. 주말을 맞이해 많은 출조객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골자리에 배치된 까닭에 아늑해 보였다. 언젠가는 이곳에서 낚시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제방을 지나 우측 골 자리에서 저수지를 바라본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병풍처럼 둘러 싸여 있는 산자락에 맑은 물이 담수되어 있는 저수지 풍경이 마치 깊은 산속에 사는 노루가 물 마시러 내려오는 옹달 샘 같은 정경이다. 낚시인들이 명곡낚시터를 충남의 알프스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좌대로 돌아오니 서산에 해가 저물고 있어서 서둘러 저녁을 먹기로 했다. 필자가 포장해온 도가니탕에 소주 한잔 반주를 곁들여 저녁을 먹고 찌불을 밝혔다. 저수지 주변으로 민가가 없어 불빛도 없기에 고즈넉하게 밤낚시를 즐기기에 좋았다.

▲이상민 씨가 제작하는 ‘찌멋대로’ 붕어찌. 감도가 뛰어나고 시인성이 좋다.

▲대전에서 온 강철호 씨가 살림망 가득 풍성한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깔끔한 수상 방갈로 내부.

▲필자가 명곡낚시터에서 사용한 떡밥.

수상잔교의 대박

어둠이 내려앉고 수면에는 초록빛 요정인 찌불만 오롯이 빛을 발하니 적막강산이 따로 없다. 낮에는 더웠었는데 밤이 되면서 계곡지의 싸늘함이 느껴졌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들이 금방이라도 물가에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운치 있는 밤 풍경에 서서히 빠져들 찰나에 좌측 3.2 칸 낚싯대에서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순간 빠른 챔질로 이어지고 앙탈을 부리는 향붕어를 우는 아기 달래듯 조심스레 뜰채에 담았다. 옆에서 낚시하던 이상민 씨도 간헐적으로 입질을 받아 향붕어를 낚아냈다. 필자 역시도 드문드문 입질을 받았으나 새벽 2시가 되어 졸음이 밀려와 잠을 청했다.

창문 사이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에 잠을 깼다. 다른 낚시인의 조과를 확인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예상대로 좌대 조황은 별로 좋지가 않았다. 그나마 최상류에 있는 2번과 3번 좌대에서 앉은 낚시인만 10여 수 이상 손맛을 보았다. 많은 낚시인들이 있었던 골자리 포인트는 의외로 조황이 저조했다.

반면 골자리 수상잔교 옆 노지에서 낚시한 단골 낚시인 임현배 씨는 대박 조과를 거두었다. 수상잔교에서 낚시하던 박영식 씨가 큰소리로 말 하기를 “노지에서 붕어를 다 잡으니 수상잔교까지 붕어가 오질 않았어요”라고 말해 한바탕 웃음보가 터졌다.

노지 콧부리 포인트의 조황이 궁금해 제방을 지나는데 명곡지 수면에 비친 반영이 고요한 아침 호숫가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명경지수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가장 인기 있는 노지 포인트여 서 그런지 콧부리에서 낚시한 낚시인의 살림망에는 향붕어가 가득 담겨 있었다.

좌대로 돌아오니 이상민 씨가 철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주문받은 찌를 약속 날짜에 맞추어 제작해야 해서 일찍 올라가야 한다기에 함께 철수 하기로 하고 낚싯대를 거둬들였다. 비록 낱마리 조과를 거두었지만 충 남의 알프스라는 명곡낚시터의 풍경 속에서 후배인 이상민 씨와 하룻밤 추억을 새길 수 있어서 만족스러운 출조가 되었다.

▲명곡낚시터에서 올린 붕어를 보여주는 이상민(왼쪽) 씨와 필자.

▲좌안 하류골 포인트. 부교에서 낚시를 많이 한다.

문의 010-8771-9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