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붕어 대박 조행기 ② 하의도
겨울비가 따뜻한 봄비 같더니…
허박동수로 기지개 켜다!
| 글 사진 김용남 광천 대물야인 대표 |
▲ 하의도 허박동수로에서 낚인 쌍둥이 월척을 자랑하는 서울꾼 오재영(44세)씨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겨울이면 내가 사는 홍성은 어한기가 되어 낚시점은 일시적 개점휴업 상태가 된다. 그러면 나는 얼씨구나 낚시점 문을 닫고 섬으로 들어가 겨울칩거에 들어간다. 안좌도, 팔금도, 암태도, 자은도가 내가 겨울을 나며 섬붕어를 낚는 낚시터들이다.
그런데 올 겨울은 한파 때문에 차질이 생겼다. 홍성, 보령까지 얼음이 두껍게 얼어서 얼음낚시를 즐기려는 손님들이 몰려들어 낚시점을 비울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몸은 얼음낚시터를 오가면서도 마음은 섬에 가 있었다.
12월 하순께 군포리더낚시 박훈 실장이 “하의도에서 12월 초중순에 4짜를 포함해 준월척 붕어를 팔이 아프도록 낚았다”며 “날이 풀리면 들어가보자”고 한다. 하의도는 배를 타고 2시간30분이나 가야 하는, 섬붕어낚시터 중 최장거리 코스다. 그 덕에 손을 덜 타 대물자원이 많고 안좌도에 비해 기온이 2도 정도 높은 곳이다.
얼음낚시 열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1월 마지막 주말, 추위가 누그러지고 기온이 높아진다는 예보를 듣고 26일 오후 광천을 출발했다. 안좌도에서 하루 조황을 살핀 다음 하의도로 넘어갈 작정이었다. 오재영씨와 필자는 압해도 송공리에서 암태도행 마지막 철부선을 이용해 안좌도에 도착했다.
지난번 출조에서 아쉬움을 두고 왔던 산두수로에 도착하니 먼저 온 낚시꾼들이 있어 산두지에서 하룻밤 낚시를 해보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입질 한 번 보질 못했다. 아직 저수지 낚시는 이른 듯했다. 물색은 앞전보다 흐려졌지만 그래도 아직 맑은 편. 산두수로에 가보니 수면이 얼어서 밤낚시를 못했단다. 아침햇살이 비치자 살얼음은 녹아 없어졌고 낮낚시에 20~30cm 붕어가 간간이 낚였다.
오후에 남강수로와 깔치기수로 주변의 둠벙 몇 곳을 둘러보았지만 조황이 없었다. 차를 돌려 하의도행 오후 배를 타기 위해 안좌도 최남단 복호선착장으로 향했다.
(필자는 하의도에 갈 때 안좌도를 경유해 진입한다. 배멀미 때문이다. 목포여객터미널에서 직접 하의도로 갈 경우 2시간 30분 이상 소요되지만 안좌도에서는 1시간 30분 걸리기 때문에 덜 지루하다.)
▲ 취재기간 동안 호황을 보여준 허박동수로 하류의 전경.
허박동수로! 과연 하의도 제일의 명당
1월 27일 오후 4시, 하의도로 향하는 철부선의 뱃고동소리와 함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올 겨울은 섬에도 유난히 많은 눈이 내렸는데, 어느덧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구나. 이 비에 얼음이 녹아내리면 조황은 살아나겠지!
하의도에 도착하자마자 허박동수로로 향했다. 그곳에는 안산꾼 장홍석(더피싱 회원, 닉네임 짱)씨와 서울 대림낚시 임연식 사장이 먼저 들어와 있었다. 장홍석씨는 “하의도의 수로들을 다 둘러보았는데 허박동수로의 물색이 가장 좋으니 다른 곳 갈 필요 없이 이곳에서 함께 낚시하자”고 말했다. 대림낚시 임연식 사장도 34cm 월척을 포함해 준척급 다섯 마리를 낚아놓고 있었다.
우리는 임 사장과 장씨가 앉아 있는 하류를 피해 다리를 사이에 두고 상류 쪽에 자리를 잡고 밤낚시 준비에 들어갔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점점 거세지는 비바람이 앞쪽에서 들이치며 낚시를 어렵게 했다. 누가 그랬던가? 낚시의 적은 술이라고. 만나면 반가운 게 꾼들의 마음이 아닌가. 비바람을 핑계로 일찌감치 술자리가 벌어져 그날 밤낚시는 일찍 마무리되었다.
▲ “허박동수로에서 저 혼자 낚은 거랍니다.” 34, 32, 31cm외 준척급을 마릿수로 낚은 서울 대림낚시 임연식 사장.
대리수로에서도 4짜급 월척 확인
28일, 아침에 비가 그쳤고 서둘러 낚시자리로 가보니 이런~ 엉망진창이다. 지렁이미끼는 전부 따먹었고, 찌들은 제각각 움직여 엉망이었다. 붕어들이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렁이를 새로 달아 던져 넣고 있는데 하류쪽 장홍석씨의 낚싯대가 활처럼 휘었다. 제법 힘을 쓰는 모양새가 예사 놈이 아니다. 역시나 월척이 그의 손에 안겼고, 이에 질세라 대림낚시 임연식 사장도 연달아 붕어를 낚아 올린다. 그 모습에 자연히 오재영씨와 나의 손놀림도 바빠졌다.
하지만 우리가 앉은 자리는 수심이 1m 내외로 얕아서 그런지 잔챙이 입질만 들어온다. 큰 놈이 8치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장홍석씨와 임연식 사장은 이날 낮에 월척 여섯 마리와 준척 20여 수를 올렸다.
29일, 장홍석씨와 임연식 사장이 9시30분 배로 철수하며 자리를 우리에게 넘겨주었다. 자리를 옮긴 오재영씨와 필자는 비로소 씨알 좋은 녀석들을 낚을 수 있었다. 다음날까지 준월척급을 타작하며 사이좋게 38cm급도 두 마리 낚았다. 나는 며칠 더 낚시를 하고 싶었지만 오재영씨가 갑자기 일이 생겨 아쉽게 하의도를 빠져나와야 했다. 나오는 도중에 들른 대리수로에서는 천안꾼 박재출씨가 4짜에 육박하는 붕어 외에 굵은 붕어를 여러 마리 낚아놓고 있었다.
▲ 소나무가 있는 대리수로 전경. 하류에서 상류를 본 모습이다. 취재일 동안 허박동수로와 함께 대리수로에서도 꽤 많은 준월척 붕어가 배출되었다. 대리수로는 하의면에서 북쪽으로 5분 정도 가면 도로 왼쪽에 위치해 있으며 수로변에 소나무 한 그루가 있어 찾기 쉽다.
하의도 가는 길
●목포여객터미널에서 갈 경우 하루 2회(06:40, 15:00) 철부선 운항.
도선료 : 차량 운전자 포함 35,000원(승객 1인 15,000원) 061-244-9915
안좌도는 압해도 송공리 선착장에서 철부선을 타고 암태도(오전 7시30분 배)나 팔금도(오전 9시 배)로 들어간 뒤 진입한다.
●안좌도 복호선착장에서 갈 경우 하루 2회(08:00, 16:20) 철부선 운항.
도선료 : 차량 운전자 포함 25,000원(승객 1인 12,000원) 061-262-0118
■출조문의 광천IC 대물야인낚시 010-3767-1797
하의도&안좌도 현재 조황
2월 초 현재 다시 기온이 떨어지면서 하의도를 찾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허박동수로는 한두 팀 정도 번갈아가며 낚시를 하고 있는데 마릿수는 적은 대신 34~35cm는 한 두 마리는 계속 낚이고 있다고. 안좌도를 찾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중이며 조황도 살아나고 있다.
올해 섬붕어 산란과 특수?
추위 때문인지 평년보다 섬붕어의 산란이 조금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설날연휴(2월 중순)를 기점으로 전반적인 산란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온이 가장 먼저 오르는 작은 수로나 저지대 둠벙부터 산란이 시작되는데 2월 하순이면 일조량이 많은 고지대 저수지의 수초대에서도 산란이 예상되며, 3월 중순경까지는 산란특수로 섬붕어 호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