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담백하고 구수한 참박 갈치국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참박을 넣어 맑게 끓인 갈치국.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해장국이다.

갈치로 국을 끓인다면 놀라는 사람들이 있다. 비린내를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제주도에서는 갈치국이 아침 해장국으로 유명세를 탄 지 오래고 먹어본 사람들은 누구하나 갈치국에서 비린내가 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 맛에 반해 두 번 세 번 갈치국을 찾는 사람이 더 많다.

제주도식 갈치국은 대부분 호박을 듬뿍 넣어서 끓인다. 가장 많이 넣는 것은 여름부터 본격적인 출하를 시작하는 늙은 호박이다. 딱딱한 늙은 호박을 얇게 썰어 갈치를 넣고 끓이면 호박의 단맛과 갈치의 구수함이 만나 아주 깔끔한 국물 맛을 낼 수 있다. 그 외 애호박, 단호박 등을 넣고 끓이기도 하는데 많은 박 중에서도 여름에 나는 참박을 넣으면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다.

참박은 주로 제사 때 탕국을 끓일 때 쓰는 재료다. 다른 호박과는 달리 멀겋고 담백, 구수한 국물을 만들기 좋다. 참박은 쉽게 물러지는 것이 단점이지만, 손질한 박을 냉동실에 얼렸다가 사용하면 언제든지 싱싱한 상태로 사용할 수 있다.

은빛 갈치의 구아닌은 싱싱함의 증표

갈치국을 끓이긴 쉽지만 비린내가 걱정일 것이다. 우선 알아두어야 할 상식은 갈치는 의외로 비린내가 잘 나지 않는 생선이라는 사실이다. 갈치의 피부에는 비늘대신 은빛을 내는 구아닌이라는 성분의 색소가 덮여 있는데, 많은 사람들은 이 구아닌이 냄새를 유발하고 복통이나 설사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오랜 유통기간으로 인해 갈치의 구아닌이 상했다면 일반적인 비린내가 아닌 악취가 나며 복통이나 설사를 일으킬 수 있지만 싱싱한 갈치의 구아닌은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실제로 많은 낚시인들이 구아닌을 제거하지 않은 상태로 갈치 회를 먹고 있으며, 갈치의 품질도 은빛이 살아 있는 것을 은갈치, 은빛이 죽고 검게 변한 갈치를 먹갈치라고 구분해서 판매할 정도로 은빛 구아닌은 갈치에게는 싱싱함의 증표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갈치를 고를 때는 은빛이 싱싱하고 눈알이 검고 주변 눈동자가 투명한 것을 고르고 갈치의 구아닌이 벗겨지거나 검게 변한 것은 피해야 한다. 국을 끓이기 좋은 씨알은 손가락 두세 마디 크기다. 원래 제주도 사람들도 자잘한 풀치를 넣어 끓인 해장국이 갈치국이 된 것이므로 너무 큰 갈치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싱싱한 갈치를 골라 국을 끓이면 신기할 정도로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단, 물을 끓인 후에 갈치를 넣어야 비린내가 나지 않으며, 갈치의 구아닌을 제거한 상태로 국을 끓이면 갈치국 특유의 칼칼한 맛이 나지 않는다. 갈치는 그냥 넣는 것이 좋다.

▲갈치의 머리와 내장을 제거한 후 지느러미를 잘라낸다.

▲갈치는 작은 크기로 자른다. 크게 자르면 끓을 때 살이 물 러져서 먹기 불편하다.

▲물을 팔팔 끓인다.

▲다진마늘과 청양고추를 준비.

▲물이 팔팔 끓을 때 다진 마늘과 청양고추를 넣고 다시 팔팔 끓인다.

▲팔팔 끓는 물에 갈치를 넣는다.

▲마지막에 넣을 파와 참박을 준비한다.

▲5분 정도 팔팔 끓인 상태에서 액젓(멸치 또는 참치)을 1큰 술 정도 넣는다.

▲5분 정도 더 끓인 후 마지막에 파와 참박을 넣고 5분 정도 더 끓인다. 참박을 넣고 너무 오래 끓이면 박이 물러지므로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