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붕어 대박 조행기 ① 안좌도
한때 장어 양식했던 내호리 삼각둠벙
매달리는 월척 공세에 하마터면 배 못 탈 뻔
| 글 사진 임연식 서울 대림낚시 대표 |
▲ 안좌도 내호리 삼각둠벙. 부들이 밀생한 야산 밑에서 수초직공낚시를 하고 있다.
▲ 최모성씨와 필자가 안좌도 내호리 삼각둠벙에서 이틀 동안 낚은 조과. 월척 10마리 등 총 50여 수의 붕어를 낚았다.
1월 19일 아침 9시 압해도 송공리 선착장에서 안좌·팔금도행 철부선 대흥페리5호에 차를 실었다. 중부지방은 얼음낚시가 한창이지만 신안 앞바다의 섬에는 햇살이 따뜻하다.
신안군 섬이라도 이런 날씨가 흔한 것은 아니다. 나는 2주 전 안좌도를 찾았었는데 폭풍주의보를 만났다. 폭풍이 터지면 눈보라가 몰아쳐 낚싯대도 펴보지 못하고 그 먼 길을 그냥 돌아와야 한다. 눈물을 삼키고 나오는 길에 현지에 사는 한 지인으로부터 ‘얼음만 얼지 않는다면 조황을 보장받을 수 있는 둠벙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날씨가 어느 정도 풀리자 서울 최모성씨 부부와 함께 그 둠벙을 찾아 다시 안좌도를 찾아가는 길이다.
배는 30분 만에 팔금도 고산선착장에 도착했고, 우리는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곧장 지인이 알려준 안좌도의 둠벙으로 향했다. 둠벙은 안좌면소재지 사거리에서 우회전해 깔치기수로 상류를 지나 서부교회 앞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면 커브길 도로 밑에 위치해 있었는데, 둠벙이라고 하기에는 큰 저수지 같았다. 수면적은 약 3천평. 야산자락 밑으로 부들이 발달해 있었고, 물색이 탁해 기대를 갖게 했다. 도중에 만난 다른 저수지나 둠벙들은 물색이 맑았다.
둠벙은 부분적으로 얼어 있었다. 우리는 부들이 밀생한 도로 밑으로 나란히 앉아 낚싯대를 폈다. 나는 부들 사이사이에 12개의 찌를 세우고 입질을 기다렸다. 하지만 입질 없이 해는 기울어져갔고, 어둠이 내리면서 다시 얼음이 잡히기 시작했다. 밤낚시는 얼음 때문에 불가능했다.
▲ 살얼음을 깨고 세운 찌.
오전 10시부터 빗발치기 시작한 입질
다음날 아침 날이 밝아 텐트에서 나오니 수면은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어떻게 하지? 이대로 돌아갈 수도 없고….” 난감했다. 할 수 없이 수초제거기에 얼음망치를 달아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다행히 얼음은 두껍게 얼지 않아 쉽게 깨졌고, 수초직공 채비로 공략할 수 있었다. 스윙낚싯대에 줄감개를 달아 3대(40, 42, 44대)를 폈다. 수심은 1.2~1.4m.
입질은 해가 중천에 뜬 오전 10시경부터 들어오기 시작했다. 최모성씨가 먼저 7~8치급을 연이어 올렸다. 5분쯤 지나 나에게도 입질이 왔는데 마수걸이가 월척이다. 햇살이 강해지고 수초대의 얼음이 천천히 녹아내리면서 입질은 더 잦아졌다. 우리는 붕어 입질에 신이 나 점심도 거른 채 낚시에 열중했다. 입질은 오후 2시경 최고조에 다다랐다. 최씨와 나는 월척붕어를 사이좋게 낚아들고 서로 쳐다보며 깔깔거리기도 했다.
오후 4시가 지나면서 입질은 뜸해졌고, 해가 지자 입질은 끊어졌다. 밤에는 다시 살얼음이 잡혔다. 우리는 낚싯대를 접고 안좌면의 여관에서 휴식을 취했다. 우리 두 사람이 하루 동안 낚은 조과는 약 30마리. 32~33cm 월척도 6마리나 올렸다.
▲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호황을 보였던 안좌도 내호리 둠벙.
셋째 날 동이 틀 무렵 다시 그 둠벙을 찾아 얼음구멍을 뚫고 찌를 세운 뒤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했다. 이날도 약속이나 한 듯 어제와 똑같이 10시가 다가오면서 입질이 이어졌다. 12시가 넘어가면서 입질은 더 잦아졌으나 목포로 나갈 2시30분 배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낚싯대를 접어야 했다. 원래 오전에 철수하려던 일정을 오후 배로 미루면서까지 낚시를 했던 것이다. 이날도 오전 3시간 낚시에 월척 4마리와 20여 수의 준척붕어를 올렸다. 이틀 동안 낚은 붕어가 담긴 살림망을 들려니 혼자서는 들 수 없었다.
수도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이런 호황이야말로 섬붕어낚시의 매력이 아닐까? 먼 길을 찾은 보람을 새삼 느끼면서 서울로 돌아왔다.
내호리 삼각둠벙 가는 길 ● 안좌면소재지에서 치동지(신촌지) 방면으로 진행하다 치동지를 지나 약 3km 가면 우측에 서부교회가 있고, 서부교회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작은 야산을 넘는데 곧 도로 좌측에 둠벙이 보인다. 제방에 ‘붕어·장어 양식 낚시금지’라고 적힌 푯말이 있지만, 지금은 양식을 하지 않고 낚시에 대한 제재도 없다. 제방은 땅이 질기 때문에 차량 진입을 삼가는 것이 좋다.
안좌도는 압해도 송공리 선착장에서 철부선을 타고 암태도(오전 7시30분 배)나 팔금도(오전 9시 배)로 들어간 뒤 진입한다. 아이코드 727-867-2204
■출조문의 서울 대림낚시 02-845-9895, 011-247-7456
▲ 압해도 송공리 선착장에서 철부선 대흥페리5호가 와 닿는 암태도 오도선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