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조홍식의 로드빌딩]

11 로드피시니를 활용한 에폭시 코팅

욕심 부리지 말고 가이드 2~3개씩 차례대로

조홍식

로드빌딩이 완성단계로 들어섰다. 이전 회에서 가이드 랩핑을 완전하게 했다면 이제 에폭시 수지(로드피니시)를 이용해 코팅할 차례다. 코팅이 끝나면 로드빌딩이 마무리됐다고 생각해도 좋다. 본 로드빌딩 연재 1~3회(작년 11월호와 12월호, 올해 1월호)의 내용을 다시 한 번 복습해 보면 이해가 빠를 것으로 생각한다. 필요한 도구와 로드피니시에 대한 내용을 확인하고 나서 코팅 과정에 들어가기를 권한다.

코팅 과정은 랩핑과 마찬가지로 아주 섬세한 작업이며 시간과 공을 많이 들여야 하는 과정으로 아날로그 방식의 작업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가이드를 단단히 고정하고 있는 랩핑 위로 깔끔하게 코팅을 하려면 이론과 실제 와 함께 숙련도가 요구된다. 차근차근히 해나가다 보면 만족할 만한 완성도의 로드빌딩이 되리라 생각한다.

에폭시 코팅을 위한 준비물

가이드를 단단히 고정한 랩핑 위에 코팅을 할 때 필요한 준비물은 다음과 같다.

먼저, 랩핑한 실의 색상을 보존하고자 한다면, 우선 ‘컬러프리저버(Color Preserver)’ 가 필요하다. 이것을 코팅하고 난 다음에 로드피니시를 코팅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랩핑을 NCP(Color fast) 실로 했다면 곧바로 로드피니시를 바를 수 있다. 로드피니시는 당연히 2액성의 에폭시 수지로 로드빌딩 전용제품 이 필요하다. 하이빌드 타입 또는 라이트빌드 타입 어느 것이든 좋다.

블랭크를 고정하고 천천히 회전하는 로드드 라이어(드라잉모터)는 필수. 여기에 로드피니시 레진과 경화제를 각각 개량할 소형 주사기 (3cc 용량) 2개, 로드피니시를 섞을 믹싱용 용기와 저어줄 막대, 로드피니시를 바를 때 사용하는 붓, 거품을 제거하는 데 사용할 알코올램프를 작업대 위에 전부 준비해 둔다.

마지막으로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작업 환경이다. 상온의 건조하고 먼지가 없고 환기가 잘 되는 실내를 선택해야 한다. 비가 내리는 날과 같이 습도가 높으면 코팅한 표면이 굳으면서 광택이 없어지므로 곤란하다. 먼지가 많다면 코팅 표면에 먼지가 들러붙으므로 이 역시 문제가 크다. 더욱이 환기가 좋지 않다면 몸에 해로운 에폭시 성분이 실내에 남아 있게 되어 위험하다. 다시 말하지만, 에폭시 수지는 완전히 굳기 전에는 유해물질이다.

작업대 위에 필요한 물품

로드드라이어, 컬러프리저버, 2액성 로드피 니시, 계량용 주사기, 믹싱컵, 믹싱용 막대, 붓, 알코올램프, 시너(솔벤트), 휴지

로드피니시 계량과 혼합

소주잔 정도 크기의 믹싱컵에 로드피니시의 레진과 경화제를 각각 똑같은 양을 계량하여 넣고 섞는 과정이다. 서로 약간의 차이만 있어도 경화가 일어나지 않고 끈적이는 상태로 남게되므로 계량이 중요하다. 소형 주사기 (3cc 용량)를 이용하면 편리한데, 로드피니시를 구매하면 계량용 주사기가 들어있으므로 그것을 사용하면 된다.

얼마만큼을 계량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단순히 ‘아주 조금씩’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랩핑이 끝난 외발가이드 3~4개를 초벌 코팅하는 데에 필요한 로드피니시의 양은, 가이드 크기에 다르기는 하지만, 1~2㎖(㏄)정도로 매우 적은 양이다. 레진과 경화제 각각 을 0.5㎖ 씩 정확하게 계량해서 믹싱컵에 넣 은 후 잘 섞는다.

믹싱컵은 화학적으로 안전한 소재로 만들어진 것이 좋다. 가장 편리한 것은 로드빌딩 전용으로 판매되는 믹싱컵이나 알루미늄 포일로 만들어진 소주잔 등이다. 믹싱컵은 일회용으로 사용 후 버린다.

믹싱컵에 넣은 로드피니시는 잘 휘저어 섞어 준다. 젖는 막대 역시 녹거나 표면에 보푸라기가 이는 것은 사용하지 말자. 로드피니시 두 가지 성분이 서로 잘 융합되도록 완전히 섞다 보면 자잘한 거품이 생기기도 하는데, 가능한 한 거품이 없도록 섞는 것이 숙련된 로드빌더의 기술이다. 물론 혼합 과정에서 생 기는 거품을 100% 없앨 수는 없으니 거품이 일어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실제 코팅 작업에선 로드피니시는 섞어도 1~2시간 정도는 굳지 않으므로 코팅하는 동안에 굳어버릴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코팅 작업에 숙련이 되기 이전에는, 블랭크에 달아놓은 가이드 전부를 단숨에 다 코팅하겠다는 욕심은 버리는 게 좋다. 그러지 말고 레진과 경화제는 각각 0.5㎖씩만 덜어서 섞고 가이드 2~3개씩 차례로 코팅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하자.

▲로드피니시에 동봉되어 있는 소형 주사기. 이 주사기를 사용해 계량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후지공업의 로드드라이어

▲믹싱컵, 전용제품 외 알루미늄 포일로 만들어진 소형 그릇 이나 소주잔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각종 로드피니시

코팅의 실제

가이드 랩핑과 정렬이 끝난 블랭크를 로드드라이어에 고정하고 작동시켜 회전시키기 시작한다. 믹싱컵에 담긴 혼합된 로드피니시를 붓으로 찍어 랩핑 부위 표면에 바르면 된다. 이게 에폭시 코팅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로드피니시가 랩핑한 실 속으로 잘 스며들어서 블랭크와 가이드 다리의 틈새로 빈 곳이 없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에폭시 수지는 비중이 커서 원래 틈새나 공간으로 파고 들어가 메우는 성질이 있지만, 틈새의 공기가 빠져나가지 않으면 그곳으로 스며들지 못한다. 빠져나가는 공기는 거품으로 나타나는데, ‘공기(거품)를 빠지게 만들면서 로드피니시가 완전히 스며들게 하고 거품을 없애서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것’이 로드빌더로서 필요한 기술이다.

코팅에 사용하는 붓은 로드빌딩 전용, 또는 미술용 붓을 사용한다. 가능한 한 작은 붓을 사용하는 것이 거품 제거에 훨씬 유리하다.

코팅은 랩핑과 마찬가지로 가이드의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해나간다. 로드피니시가 가이드의 발과 블랭크의 틈으로 랩핑한 실 사이사이로 스며들어 공간이 메워지고 안쪽과 실이 머금고 있는 공기가 완전히 밀려 나가야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물론 붓질로 완벽하게 공기를 제거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래도 가능한 한 천천히 조금씩 전진하면서 코팅한다. 코팅 과정의 성패가 여기에 달려있다.

급한 마음에 붓에 로드피니시를 잔뜩 묻혀서 덥석 랩핑 위에 발라버린다면, 가이드 발과 블랭크와의 틈이나 실이 머금고 있는 공기가 빠져나갈 곳이 없어진다. 과도한 로드피니시 코팅은 흘러내림, 울퉁불퉁한 표면, 가이드 크랙 등 나중에 트러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코팅을 마치고 거품을 제거할 수는 있지만, 원인을 미리 제거하는 편이 훨씬 좋다.

▲로드피니시를 바를 때 사용하는 전용 붓.

▲주사기를 사용해서 레진과 경화제를 각각 계량하고

▲믹싱컵에서 잘 섞고

▲붓으로 잘 발라주고

▲알코올램프를 사용해 잔거품을 제거하고

거품 제거

로드피니시를 이용한 코팅 과정에서 가장 까다로운 것은 거품 제거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떤 방법으로 가이드와 블랭크와 틈새에 로드피니시가 완벽하게 스며들도록 할 것인가? 자잘한 거품을 완전히 제거해 매끄럽고 평평하게 코팅을 완성할 것인가? 로드빌딩의 완성도가 달린 문제이자 로드빌더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다.

거품을 제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가열해서 터트려버리는 것이다. 틈틈이 숨어있던 공기는 뜨거워지면 팽창해서 거품이 되어 표면으로 올라오고 터져서 없어진다. 이때 주로 사용하는 도구가 알코올램프다.

▲알코올램프는 과하지 않게 조심해서 사용한다.

▲로드피니시를 너무 많이 바르면 흘러내릴 수 있으므로 휴지 등 닦을 수 있는 걸 미리 준비해둔다.

회전하고 있는 코팅 부위에 알코올램프 불꽃을 접근시켜 가열하면 코팅 속에 갇혀 있던 거품이 표면으로 올라와 터져 없어진다. 당연한 말이지만, 불꽃을 너무 오래 쬐거나 너무 가까이 두면 안 된다. 조심해서 너무 뜨거워지지 않도록 하고 거품이 없어지면 바로 치울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서 알코올램 프를 사용한다. 알코올램프를 사용하는 이유는, 불꽃이 깨끗하고 상대적으로 저온의 불꽃이라는 점 때문이다. 헤어드라이어 같은 경우는 불꽃이 없지만 바람이 강해서 사용할 수 없다. 가스라이터의 불꽃은 순간적인 고열이라서 로드피니시가 순식간에 끓어버리므로 사용하기 불편하다.

▲초벌 코팅이 다 마른 후 튀어나온 부분이 있으면 커터로 다듬어준다.

▲초벌 코팅은 랩핑한 실의 표면이 보일 듯 말 듯한 정도로 얇게 코팅된 상태가 적당하다.

실제로 알코올램프를 이용해 가열하며 거품을 제거하다 보면 발라 놓은 로드피니시가 마치 물처럼 점성이 낮아져서 흘러내릴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은 드물지 않은데, 로드피니시를 한 번에 너무 많이 발랐거나 너무 뜨겁다는 증거다. 초보 로드빌더라면 코팅할 때 로드피니시를 얼마나 발라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초벌 코팅은 랩핑한 부위이 충분히 젖어 들고 랩핑한 실의 표면이 보일 듯 말 듯한 정도가 적당하다. 실제로 로드피니시가 다 말라도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랩핑 실이 약간씩 드러나 보이는 등 표면이 살짝 거칠게 보이지만 2차, 3차 코팅 후에는 매끈하고 부드럽게 표면이 완성될 것이므로 실망할 필요가 없다. 또한, 초벌 코팅이 다 마른 후에 표면을 살펴보면 실의 자투리로 인해 뾰족하게 솟아오른 곳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곳은 커터로 살짝 잘라 내 편평하게 만들면 2차 코팅 후에는 전혀 보이지 않게 된다.

로드피니시 코팅에서 실제 건조는 최소 24시간이다. 2차 코팅은 이후 48시간 이내에 하는 편이 좋다. 더블랩핑을 할 것이라면 2차 코팅을 하지 않고 다시 랩핑 과정으로 돌아간다. 초벌 코 팅한 위에 다시 랩핑을 반복한 다음 다시 초벌 코팅 과정을 반복한다. 그 이후에 2차, 3차… 코팅을 한다. 참고로 하이빌드 타입이 아니라 얇게 코팅되는 라이트빌드 타입의 로드피니시를 사용했다면 코팅 과정은 계속 늘어나기도 한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로드빌딩 입문자에게 있어서 로드피니시의 사용량과 코팅의 반복 횟수는 고민거리가 아니라 할 수 없다. 코팅의 두께는 너무 얇아도 너무 두꺼워도 좋지 못하므로 적절한 정도를 유지해야 로드빌딩의 완성도가 올라간다. 경험치를 쌓을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일단 초보 로드빌더라면 단번에 두껍게 코팅해서 빨리 완성하겠다는 생각만은 버리기를 바란다.

▲컬러프리저버

컬러프리저버Color preserver 사용방법

실에 잘 스미도록 붓으로 발라줘야 지난 7월호의 로드빌딩 연재 9회, 랩핑용 실에 대한 기사에서 ‘컬러프리저버’는 코팅제이지만 가이드 고정이 목적이 아니라 랩핑 실의 색상 보존용 약품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랩핑에 사용한 실이 NCP라면 로드피니시로 코팅한 이후에도 색상이 보존되지만, 일반 랩핑 실은 고유의 색상을 잃어버리고 진한 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컬러프리저버를 사용한다.

컬러프리저버는 마르기 전에는 수용성이고 미술용 아크릴 물감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사용방법은 붓으로 고르게 실에 잘 스미도록 발라주는 것으로 족하다. 붓에 남은 것은 굳기 전에 물로 헹구면 없어진다. 완전 건조에 반나절은 걸리는데 혹시 덜 발라진 부분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건조 후에 한 번 더 발라주는 게 좋다. 이후 24시간 이상 방치하고 나서 로드피니시 코팅 단계로 들 어간다. 컬러프리저버는 섬유에 대한 침투력은 좋은 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섬유 표면에 막을 형성해서 로드피니시가 실의 섬유 속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아버리는 역할도 한다. 즉, 에폭시 수지가 랩핑 실 사이 틈틈이 잘 흘러드는 것을 방해해 완성 후 가이드 고정 강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실제 로드빌딩에서 라이트급의 낚싯대는 싱글랩핑을 하게 되는데, 랩핑 한 실의 색상을 완성 후까지 유지하고자 한다면 NCP실을 사용하는 편이 더 좋다. 일반 실을 사용하고 컬 러프리저버를 바르는 것은 랩핑 실과 가이드 발 틈틈이 로드피니시가 침투하는 걸 방해할 우려가 크다.

▲붓질은 회전하는 블랭 크에 대해 수평 상태로 움직이며 칠한다.

로드피니시 붓질 요령

회전하는 블랭크에 좌우로 움직이며 붓질 로드피니시를 묻힌 붓은 랩핑 끝단에서부터 안쪽으로 조금씩 발라주도록 한다. 덥석 랩핑 중간 부분에 발라주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안 되는 이유는 본문에서 충분히 설명했다.

한 가지 더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 있다. 붓질은 보통 회전하는 블랭크에 대해 붓을 수직으로(위아래로) 움직이며 발라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붓질은 회전하는 블랭크에 대해 수평으로(좌우로) 움직여 발라준다. 돌고 있는 블랭크에 붓질이 직각운동이 되므로 익숙해지기까지 조금 노력이 필요하다. 사용하는 붓은 전용제품이나 일반 미술용 붓으로 충분하다. 작은 붓일수록 코팅에 시간은 걸리지만, 잔거품 발생이 적다는 것을 알아두자. 사용한 붓은 알코올이나 시너 등으로 잘 닦아 두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취재협조 후지공업(富士工業, Fuji kogyo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