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 현장]

"부산에 무늬가 이렇게 많았나?”

잠자던 두도, 에깅으로 대폭발

날카롭게 바람을 가르는 저킹 소리가 부산 앞바다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올해 6월, 부산의 송도 암남공원과 해운대 청사포 연안에서 무늬오징어가 낚이기 시작하더니 7월이 되자 부산 전역에서 낚이고 있다. 특히 주목할 곳은 부산 서구 암남동에 있는 두도 일대다.

부산 서구 암남동에 있는 두도(頭島)는 일명 머리섬으로 불리는 곳이다. 부산 감천항 동방파제 바로 앞에 있는 작은 섬으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산 낚시인들의 안방터와 같은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부산 동방파제와 서방파제가 태풍으로 무너지고 보수공사를 시작한 이후, 방파제는 물론 두도와 마주보는 연안으로 낚시인의 출입이 금지되 었기 때문에 이 주변이 무주공산이 된 셈. 그리고 이웃한 송도의 유명한 낚시터인 암남공원 역시 주차요금이 하루 2400원에서 8천원으로 올라 낚시인이 급감한 덕분에(?) 두도 주변의 자원이 고스란히 남게 된 것이다. 두도는 다대포에서 낚싯배를 타고 출조할 수 있으며 규모가 크지 않고 지금 시기에는 참돔, 벵에돔, 전갱이를 노리는 낚시인이 많기 때문에 무늬오징어 자원만큼은 잘 보존되어 있다.

▲“이런 씨알들은 포인트 주변 에 꽉 찼습니다.” 지난 7월 31일 부산 서구 암남동에 있는 두도로 선상 에깅을 나간 남수근 (좌),

박상욱(HDF 필드스탭) 씨가 동시에 무늬오징어를 낚고 즐거워하고 있다.

두도의 변화

지난 7월 31일, 부산 다대포에서 전어잡이 어선을 운항하는 남수근 씨, HDF해동조구사 필드스탭 박상욱 씨와 함께 두도로 에깅 출조를 나갔다. 남수근 씨는 어선을 운항하는 선장이지만 전어철이 오기 전에는 루어낚시를 즐긴다. 솔트루어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었기에 박상욱 씨와 오랜 친분을 가지며 함께 출조해오고 있다. 그리고 전어잡이와는 별도로 9.77톤 어선을 개조해 루어낚시 출조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오전시간은 물때가 나빠서 출조를 하지 않았고 만조에서 초썰물로 바뀌는 오후 1시를 노리고 출조에 나섰다. 다대포항에서 남수근 선장의 선외기에 승선, 다대포항을 빠져나가 부산의 관문이라고 불리는 감천항을 지나 두도 앞바다에 도착했다. 물때는 14물, 거의 정오가 다되어 아직은 조류가 멈추어 있는 상황에서 낚시를 시작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예전 같으면 방파제와 연안에 낚시인들이 가득했을 테지만 두도에 내린 커플 낚시인 한 팀을 제외하고는 낚시인을 볼 수 없었다.

초썰물이 시작하기 직전, 닻을 놓기도 전에 두도와 연안을 연결한 방파제 주변에 성급한 마음으로 던진 에기에 곧바로 오징어가 물고 늘어졌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곳곳에서 드랙이 ‘찌익찌익’ 풀려나가고 무늬오징어가 먹물을 내뿜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배 주변의 물색은 순식간에 검은 빛으로 변했다.

▲빨간 등대 좌측에 있는 섬이 두도며 우측은 두도의 부속여다.

▲서방파제 연안(우측)과 두도를 연결한 방파제에서 무늬오징어를 히트한 남수근 씨.

▲부산의 관문인 감천항. 좌측이 감천항 서방파제, 우측이 감천항 동방파제며 지금은 보수공사로 인해 출입이 제한되어 있다.

▲600g이 넘는 무늬오징어를 낚은 박상욱 씨.

▲송도 동섬 앞에서 무늬오징어를 낚은 남수근 씨.

▲박상욱 씨가 낚은 무늬오징어를 촬영하려는 순간 남수근 씨가 연이어 입질을 받았다.

▲두도 앞에 닻을 내리고 무늬오징어를 노리는 취재팀.

팁런 아닌 캐스팅, 3호 노멀 타입 에기 필수

포인트는 정확했다. 박상욱 씨와 남수근 씨가 지정한 방파제 주변이 딱 입질 포인트였다. 낚이는 씨알의 크고 작음이 차이가 났을 뿐 마릿수는 손색이 없었다. 이곳의 특징이 있다면 선상에서 에깅을 하지만 팁런 방식으로 운영하지 않고 연안에서와 같이 캐스팅게임을 한다는 것. 그리고 3호 노멀 타입의 에기가 필수라는 것이다.

두도 일대는 수심이 얕고 조류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천천히 가라앉는 섈로우 타입의 에기는 맞지 않고, 현재 낚이는 무늬오징어의 씨알을 감안하면 보디의 크기는 3호가 적당하다. 그리고 약한 입질을 잘 감지 할 수 있는 낚싯대가 필요했는데 강도는 미디엄이나 라이트에 길이는 7.9~8.3ft로 다소 짧은 낚싯대가 유리했다. 액션은 화려하기보다는 큰 동작으로 ‘쑤욱’ 들었다가 놓는 것이 효과적이다. 마치 크게 고패질을 하듯이 에기를 움직여 주었더니 이내 오징어가 힘차게 입질을 했다.

이날 오전 물때에 낚인 무늬오징어는 10여 마리. 무게는 적어도 400g 이상이고 많이 나가는 것은 800g 정도로 준수했다. 한낮에는 너무 더워서 철수를 할까 싶었지만 에깅을 한 뒤에는 인근의 모자섬으로 가서 농어를 낚았다. 80mm 슬로우싱킹 펜슬을 던지면 농어가 입질을 했는데, 낚이는 농어가 40cm 내외로 작은 것이 흠이었지만 끝없는 입질에 사람이 다 지칠 정도로 낚이는 양이 많았다.

두도 앞바다가 큰 변화를 맞았다는 것을 이번 출조에서 실감했다. 과연 부산에 이렇게나 무늬오징어가 많았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만약 두도 일대로 출조를 한다면 선상낚시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다대포 내항에서 출항하는 낚싯배를 이용하면 두도 주변 어디든 내릴 수 있고 에깅과 농어낚시를 즐길 수 있다. 주의할 것은 갯바위에 내린다면 에깅 물 때는 한두 시간에 불과하니 전갱이나 농어 같은 다른 어종을 노릴 장비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대포 일대의 낚싯배는 하루에 두세 번 시간(일출, 일몰에 따라 시간이 달라진다)을 정해서 출조와 철수를 하기 때문에 그에 맞춰 효율적으로 낚시를 해야 갯바위에서 지루한 시간 을 보내지 않는다.

▲ 송도암남공원과 동섬을 연결한 송도용궁구름다리.

▲얕은 여밭에 숨은 농어를 공략하기 위해 사용한 80mm 싱킹 펜슬. 피나투라 제품이다.

▲ 40cm 농어를 낚은 박상욱 씨.

▲배스만한 농어를 낚은 남수근 씨.

▲오후에 농어낚시를 시도한 모자섬.

▲부산 송도 일대에서 에깅, 농어 취재를 함께한 남수근(좌) 씨와 박상욱 씨.

취재협조 HDF해동조구사 www.ihdf.co.kr

출조문의 다대포 은성호 051-264-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