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_태안 먼 바다 배낚시]



우럭, 농어 휴가 떠난 자리

광어가 외수질 원톱



이영규 기자



고수온 탓에 우럭, 농어 조황이 부진해진 충남 태안 배낚시에 광어가 원톱으로 등장했다. 보통 초복~말복 무렵까지는 연중 최고로 수온이 높아 찬물에 활성이 좋아지는 우럭, 농어 조황은 바닥을 친다. 반면 광어는 꾸준한 조황을 보임에 따라 이 지역의 메인 출항지인 안흥과 신진도의 낚싯배 대다수가 광어를 타깃으로 출조하고 있다.



▲선두에 선 낚시인이 굵은 광어를 올리자 사무장이 뜰채로 안전하게 걷어내고 있다.



부진한 우럭, 농어 조황에도 광어 조황이 꾸준한 이유는 무얼까? 우스개로 ‘광어는 바닥에 붙어살고 모래를 몸에 덮고 있어 햇살을 피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50~60m의 물속까지는 빛이 도달하지 못하므로 당연히 근거가 없는 얘기다. 다만 위 세 어종 중 가장 저층에 머물고, 몸 전체를 차가운 바닥에 붙이고 사는 습성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타당성도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난 7월 중순. 신진도의 항공모함호를 타고 올해 첫 광어만을 노린 외 수질에 나섰다. 이날은 사흘간의 주의보 끝에 나서는 출조라 은근 기대가 됐다. 오늘은 격렬비열도의 주요 인공어초를 포인트로 정했는데 며 칠간 공략하지 않은 만큼 좋은 조과가 기대됐다.

2시간여의 항해 끝에 도착한 곳은 동격렬비도 동쪽 해상. 수심 40m 물속의 인공어초를 먼저 더듬었다. 채비를 내리자마자 40~50cm급 광어가 솟구쳤다. 고수온 탓에 깊은 수심의 어초를 노린 것이 맞아떨어진 듯했다. 예상대로의 상황이 진행되자 배 안이 술렁거렸다.


그러나 호황은 길지 않았다. 30분가량 정신없이 올라오던 광어들이 들물로 바뀌자 입을 꼭 다문 것. 결국 서격렬비도 남쪽 해상으로 이동해 1시간가량 낚시를 이어갔지만 어초에 배를 댈 때마다 한두 마리 수준의 광어만 올라왔다. 고수온 상황에서는 우럭, 농어 뿐 아니라 광어도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편 흔히 배낚시는 조황이 보장되고, 특히 외수질은 살아있는 새우를 미끼로 쓰기 때문에 꽝이 없는 낚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늘 같은 고수온 상황에서는 제 아무리 팔팔한 새우를 들이밀어도 입질 받기 힘들다. 이런 시기적 특성을 잘 모르는 낚시인들은 선장의 가이드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오인하고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 7월 24일 영복1호를 타고 출조에 나선 김종호 씨가 다운샷으로 올린 102cm 광어를 보여주고 있다.



낚시 당일 먹이고기가 외수질과 다운샷 간 우위 결정

오전 11시까지 동격렬비도와 서격렬비도를 헤집고 다니다가 좀 더 안 쪽의 석도 해역으로 포인트를 옮겼다. 석도는 신진도와 격렬비열도의 중간 정도 거리에 있는 ‘미드필드’ 섬으로 인근에 우배도, 병풍도를 거느리고 있다. 90년대 중순까지만 해도 갯바위낚시가 활성화돼 취재를 다녔지만 현재는 모두 하선금지로 묶여 있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


항공모함호 전영수 선장의 포인트 선정 능력은 석도에서 또 다시 빛을 발했다. 석도 남쪽 인공어초에서 광어 입질이 쏟아지면서 낮 12시로 예정된 점심식사 시간을 1시로 미뤄야 했다. 격렬비열도 광어와 씨알 에서 별 차이가 없는 게 아쉬웠지만 요즘 같은 손맛 기근기에는 감지덕지가 아닐 수 없었다.


한편 취재일 눈길을 끈 현상 중 하나는 산 새우 외수질과 웜을 사용한 다운샷의 조과 차이였다. 격렬비열도에서는 무창포에서 올라온 다운샷 전용선과 항공모함호가 200m 정도 거리에 떨어져 낚시했는데, 산 새우에는 입질이 뜸한 반면 웜에는 입질이 활발한 경우가 있어 대조를 이뤘다. 반대로 석도 해상에서는 다운샷은 부진하고 외수질에만 꾸준히 입질이 들어왔다. 과연 어떤 여건이 이런 차이를 발생시키는 것일까? 항공모함호 전영수 선장은 ‘현재 낚시 해역의 먹잇감 차이가 유력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매치더베이트(Match The Bait)에 따라 잘 먹히는 미끼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전영수 선장의 말이다.


“싱싱한 산 새우라고 해서 늘 인조미끼인 웜을 앞서는 건 아닙니다. 만약 낚시 구간에 멸치 떼가 밀려왔다면 외수질에는 입질이 없고 멸치 닮은 웜을 쓰는 다운샷에만 입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멸치 떼가 없다면 당연히 외수질이 유리하지요. 따라서 만약 다운샷에만 입질 오는 상황이 지속되면 외수질 배는 신속히 포인트를 옮기는 게 유리합니다.”

신진항 태풍투어낚시에는 항공모함호 외에도 하진호, 영복1호, 은양호, 루나호 등의 낚싯배가 선단을 구성하고 있다. 이 중 산 새우 외수질은 항공모함호와 하진호, 다운샷은 영복1호, 은양호, 루나호, 3부 길호가 전문으로 출조하며 낚시 당일의 먹이고기 분포 패턴을 점검하며 조황을 파악 중이다. 태풍투어낚시 선단들이 늘 탄탄한 조황을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취재일 영복1호에 승선해 광어를 노리는 낚시인들.

▲항공모함호가 등대가 있는 동격렬비도 서쪽 해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선미에서 굵은 광어를 올린 안성의 박동수 씨.

▲ 점심 무렵 입질이 활발했던 북격렬비도 남쪽 해상에서 광어를 노리는 모습.

▲서울에서 온 박승규 씨는 60cm급 광어를 올렸다.

▲철수 직전 마릿수 조과를 올린 낚시인.



김종호 씨, 다운샷채비로 102cm 대광어 낚아

한편 지난 7월 24일에는 영복1호에 승선한 김종호 씨가 102cm 대광어를 낚아 화제가 됐다. 보통 봄에 대광어가 잘 낚이는 인천권과 달리 태안 앞바다에서는 7~8월에 80cm 이상의 굵은 대광어가 잘 낚이는 게 특징이다.


봄에 인천에서 낚이는 대광어들은 100% 산란을 위해 깊은 곳에서 얕은 곳으로 이동한 놈들이지만 태안 앞바다에서 낚이는 대물들은 산란과는 관계가 없다는 게 선장들의 얘기다. 일각에서는 봄에 얕은 곳에서 산란을 마친 대물들이 한동안 휴식을 취하다가 여름에 깊은 수심에서 먹이활동을 재개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기도 한다.


아무튼 8월 한 달까지는 쫓고 쫓기는 탐색전이 지속되다가 수온이 안정되는 추석을 전후한 시점부터 우럭, 농어, 광어가 호황을 보일 것이라는 게 단골 낚시인들의 전망이다. 항공모함호의 외수질낚시 선비는 12만원(미끼 값 포함). 오전 4시경에 출항하며 귀항 역시 오후 4시 무렵이다. 귀항 시간은 조황에 따라 약간씩은 달라질 수 있다.



▲광어가 뱉어낸 새우. 이런 날은 산 새우를 미끼로 쓰는 외수질이 잘 된다.

▲선상낚시의 필수품이 된 HDF의 아이스박스.

▲취재일 사용한 외수질 장비.

▲신진항으로 철수하는 도중 조황 사진 촬영을 위해 낚은 광어를 물칸에서 꺼내고 있다.




문의 010-7437-1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