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

여수 초도 말심에서 이룬 꿈

내가 67CM 돌돔을 낚다니!

박리안 유튜브 리안TV 진행자

남편을 따라 대마도에서 처음 낚시를 배워 시작한 지 1년. 돌돔낚시를 배운 지 이제 10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여자가 하기에는 돌돔 낚시 장비들이 무겁고 장타 포인트가 많아 캐스팅도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돌돔 원투낚시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고 30연속 꽝. 돌돔낚시를 그만둬야하나 생각까지 하는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초도로 출조하기 전 추자도에서 일주일을 지냈지만 꽝꽝꽝… 돌돔이 그렇게 많다던데 나에겐 잡히지 않았다. 추자도 출조 일정을 끝내고 강석 종(제립여) 씨가 “초도 한 번 같이 들어가볼래?”라고 제안해서 집에 가지 도 않고 돌돔을 잡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남편과 함께 초도로 향했다.

▲지난 7월 20일 돌돔 원투낚시 유튜브 촬영을 위해 내린 여수 초도의 말섬에서 67cm 돌돔을 낚은 필자.

추자도에서 일주일 연속 꽝

지난 7월 20일 새벽 3시30분. 여수 초도 말섬이라는 포인트에 내렸 다. 내린 포인트에서 낚시를 해도 되지만 이리저리 어둠을 헤치며 지형을 살펴보던 남편이 10m 정도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자고 제안했다. 돌돔낚시는 장비가 무거워서 낚싯대를 설치하면 포인트 이동이 힘들기 때문에 처음부터 좀 더 지형이 좋아 보이는 곳으로 가자는 것이다.

짐을 다 옮기고 보니 잠시 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산 넘어 산이 이런 걸 두고 하는 표현일까? 하지만 비가 그치니 선명하고 큰 무지개가 떴 다. 정말 기분 좋은 스타트였다. 해가 뜨니 탁한 물색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시거리가 전혀 나오질 않을 것 같고 내가 던진 미끼가 돌돔 근처에 떨어지길 빌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우선 이리저리 낚싯대를 던지며 물속 지형을 살펴봤다. 전방 20m 이후는 지형을 찍어 보니 돌돔이 서식할 만한 특정한 지역이 없고 갯바위 앞쪽으로만 공략해야 하는 상황. 발 앞 수심은 10~15m가 나왔다. 물색 때문에 물돌이가 시작 후 한두 시간 내에 입질이 없으면 오늘도 희망이 없겠구나 생각해서 오전 9시 전에 승부를 보기로 했다. 15분에 한 번씩 싱싱한 성게로 교체했다. 성게를 쌓다 보면 돌돔이 들어오겠지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낚시를 이어나갔다.

입질은 8시부터 들어오기 시작했다. 잡어는 아닌 게 분명했으나 기존에 알던 돌돔 입질과는 다른 패턴의 시원하지 않은 입질. 이상하다 느꼈지만 확실하게 들고 간다는 느낌이 없어서 챔질을 하지 못하고 채비를 걷어 보면 성게가 없었다.

▲돌돔을 히트한 순간! 자칫 물속으로 끌려들어갈 뻔한 것을 남편이 잡아주었다.

발 앞에 던진 낚싯대로 ‘밀당’ 시작

그런 입질을 받기를 두 번. 잠시 후 8시30분쯤 갯바위에서 2m 정도 앞에 던져 놨던 낚싯대에 입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성게를 이물감 없이 삼키게 하기 위해 원줄을 살짝 풀어주니 다시 한 번 더 들어오는 예신. 그렇게 그 녀석과의 숨 막히는 밀고 당김이 시작되었다.

확실하게 들고 가지 않는 녀석과 잡고야 말겠다는 나. 성게가 남아있다면 다시 건드릴 거라 믿고 누가 이기는지 보자는 심정으로 애타게 낚싯대 앞을 지켰다. ‘이미 다 먹고 간 건 아닐까?’ 생각이 들 때 다시 한 번 더 낚싯대를 들고 가는 본신을 받았고 챔질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힘과 무게로 누르는 것이 느껴졌다.

대를 세우기도 힘든 무게였지만 돌돔다운 돌돔을 잡아 본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돌돔이 원래 이렇게 무겁구나 하는 마음으로 있는 힘을 다해 힘차게 낚싯대를 뽑아 올렸다. 낚싯대를 뽑고 랜딩을 시작하는데 묵직한 손맛, 순간 다시 한 번 더 어마어마한 힘으로 저항을 한다.

내 몸이 끌려갈 정도의 힘이었지만 물에 빠질까봐 허겁지겁 뛰어온 남편이 뒤에서 내 몸을 잡아주지 않았다면 정말 끌려 들어갔을지도 모르는 힘이었다. 두 달 전 67cm 돌돔을 잡아본 적이 있는 남편은 초릿대 휨새만으로 크다는 것을 직감하고 뒤에서 크다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내 인생 돌돔은 끝이다’라는 생각으로 있는 힘껏 릴을 감아 돌돔을 수면 위로 띄우는 데 성공했다.

물속에 있을 때는 그냥 크다고만 생각했는데 뜰채로 올려보니 남편이 6짜라고 소리친다. 아이스박스에 60cm 줄자를 붙이고 다니는데 그 60cm를 그냥 넘어간다. 이때부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가방 속에서 줄자를 꺼내 길이를 쟀다. 이게 웬일인가! 67cm! 남편의 최고 기록과 같다. 낚시를 다니면서 큰 입질을 받았을 때 입질과 동시에 나일 론줄이 터지는 경험을 많이 해서 항상 합사 20호를 감아서 다녔던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아직 랜딩이 미숙한 나로서는 줄이 터졌어도 진짜 터졌을 만한 크기의 돌돔이었다. 내가 돌돔을 낚을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포인트가 갯바위 가까운 곳에 위치한 덕분이다. 릴링 몇 번으로 돌돔을 수면으로 띄울 수 있는 바다 상황도 한몫했다.

▲계측자에 올린 돌돔. 67cm가 나왔다.

꿈이 맞아 떨어졌다

순간 며칠 전 꿨던 꿈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초도에 가기 전에 꿈을 꿨는데 씨알 좋은 돌돔을 잡는 꿈이었다. 꿈에서 돌돔을 들고 “내가 드디 어 잡았다~”하고 소리치는데 그 순간 불타는 커다란 붉은 새가 날아오 더니 내 몸을 낚아채서 하늘 위로 떠오르는 꿈이었다. 잠에서 깬 뒤 그 꿈이 너무 생생해서 ‘아 내가 돌돔 잡은 게 아니었구나’라는 실망을 감출 수 없었지만 남편은 돌돔 들고 승천하는 꿈이면 좋은 꿈이라며 ‘너 돌돔 잡나보다’하고 웃어넘겼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 현실이 되었다.

내 인생에 언제 이런 돌돔을 만나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무지개부 터 시작해서 좋은 꿈까지 모든 것이 행운처럼 다가온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