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획_섬으로 떠나는 낚시와 여행]

캠낚과 힐낚을 모두 원한다면!

통영 노대도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상노대도 등산로를 오르며 촬영한 상노대도 탄항마을 전경.

마을에서 운영하는 양식장 주변으로 항상 전갱이, 벵에돔, 감성돔이 붙어 있으며 마을 곳곳에서 캠핑을 해도 좋다.

상노대도와 하노대도 그리고 몇 개의 부속섬으로 이루어진 노대도는 낚시인을 위한 섬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낚시터가 많다. 통영과 노대도를 매일 오가는 바다누리호가 들르는 섬과 마을은 모두 낚시가 잘 되고, 마을주민들 또한 오랜 세월 낚시인들을 맞이했기에 출조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올 가을에 섬에서 조용히 감성돔과 전갱이를 대상어로 캠핑과 낚시를 즐기고 싶다면 노대도를 추천한다.

지난 7월 25일의 통영여객선터미널. 예년 같으면 여름 피서객으로 북새통을 이뤘을 테지만 올해는 여름이 되어도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꺾이지 않아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다. 통영 곳곳에 있는 해수욕장은 개장을 하기도, 미루기도 하면서 오락가락 하는 상황. 일부 섬은 외부인의 출입을 자제하는 현수막을 걸기도 했지만 통영 노대도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오후 2시30분. 통영항에서 출항해 노대도로 향하는 바다누리호에 올랐다. 처음에는 차박을 할 계획이었지만 바다누리호에 실을 수 있는 차량이 6대로 제한되어 있어서 만약 섬마을 사람들이 여객선에 차량을 많이 싣고 나오는 날에는 자칫 섬에서 나올 수 없기에 차박은 포기하고 민박을 택했다.

간단한 낚시장비와 밑밥, 아이스박스만 배에 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대부분 낚시인. 바다누리호는 상노대도를 시작으로 하노대도를 경유해 두미도까지 운항하기에 낚시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욕지도나 사량도에 비하면 섬이 작지만 조용하게 낚시할 수 있고 조과도 좋으며 무엇보다 마을사람들이 낚시인들을 꺼리지 않아서 낚시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통영항에서 출항해 상노대도에 도착한 바다누리호.

▲ 탄항마을 초입. 민박집과 마을 회관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 앞에 있는 양식장. 1~2만원을 내면 가두리 양식장 주변에서 낚시를 할 수 있다.

▲탄항마을방파제와 선착장. 이 주변에서 벵에돔, 감성돔, 전갱이가 잘 낚인다.

탄항마을 민박집 주인의 인심

통영에서 출발한 지 1시간30분이 지나 첫 기착지인 상노대도 탄항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은 마을 앞에 가두리 양식장이 있는 평범한 어항으로 수심은 9~10m로 다소 깊지만 조류가 없고 잔잔한 곳이다. 포인트는 선착장과 주변 방파제. 배에서 내려 몇 발만 걸으면 도착한다. 다른 곳도 좋지만 상노대도 탄항마을을 택한 이유는 처음 배가 닿는 곳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조용하기 때문이다.

우선 전화로 예약한 상노대민박에 들렀다. 짐을 내리고 돈을 내려고 하니 민박집 주인이 그냥 자고 가란다. 이게 무슨 소린가? 사연을 듣고 보니 상노대도에는 마을 곳곳에 민박이 많으며 예전부터 혼자 노대도를 찾는 사람이나 방파제에서 비박을 하다가 풍랑을 만난 낚시인들에게는 가끔 무료로 호의를 베푼다고 했다. 그래도 공짜로 묵기는 미안해서 돈을 지불하니 마당에 있는 냉동고를 가리키며 “생선 묵고 싶으면 꺼내 드소. 아지(전갱이)가 씨알이 좀 잘아도 구워먹으면 맛있어”라며 인심을 베풀었다.

민박집에 짐을 풀고 마을을 돌아보니 바로 아래에 있는 하노대도와는 불과 500m도 떨어지지 않았다. 다리가 없기에 배를 타고 가야 하노대도로 갈 수 있었다. 낚싯배는 왕복 1만원. 마을 뒤로 걸으니 마을 뒤 언덕은 나지막했고 탄항마을에서 산등마을로 이어지는 도로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도로가 완공하면 상노대도 전체가 도로로 이어져 걸어서 섬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고 한다.

▲노대도행 바다누리호가 출항하는 통영여객선터미널 매표소

▲바다누리호 차량탑승 안내문. 일반차량은 6대를 실을 수 있다.

TRAVEL GUIDE 1

노대도 가는 길

노대로 가려면 두미도로 가는 여객선을 타야 하다. 통영여객선터미널의 (주)한솔해운이 운영하고 있다. 통영항에서 출항해 상노대도 탄항마을, 하노대 도항, 상노대도 상리마을, 상노대도 산등마을, 두미도 남구, 두미도 북구를 거쳐 다시 통영항으로 기항한다. 여러 곳을 들르기 때문에 운항시간이 긴 것이 조금 불편하지만 섬마을에서 낚시를 원하는 낚시인들에게는 골드라인으로 불릴 정도로 좋은 낚시터를 많이 들른다.

차량은 6대를 실을 수 있으나 무조건 마을 사람에게 우선순위가 배정되기 때문에 마을에서 나오는 차량이 많을 때는 차를 가지고 못 나올 수 있으므로 차량을 가지고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마을 곳곳에서 양식장을 운영하기에 사료차와 수리차량 등이 수시로 드나들어 자칫 만차가 될 수 있다.

통영여객선터미널(총 3시간 소요)

성인 편도 1만5천원(목적지에 따라 요금이 다르다)

●통영 출항 오전 7:00, 오후 14:30(삼천포 장날인 4, 9, 14, 19, 24, 29일은 통영 출항 이 없고 삼천포에서 출항하므로 주의)

●통영 입항 오전 10:05, 오후 17:36 (주)한솔해운 055-645-3717

▲탄항마을에서 만난 개. 성가 신 고양이를 쫓아준다.

아뿔싸! 노대도마을에선 술을 팔지 않는다

오후 6시가 되어 어둠이 깔려 낚시를 시작했다. 1호 고부력 막대찌채비로 선착장 앞에서 바닥층을 노리니 기대한 대로 전갱이가 올라왔다. 밑밥을 뿌리면 많은 양의 자리돔이 피어올라 낚시를 하기 어려울 정도라 밑밥은 최대한 조금씩 뿌려가며 전갱이를 노렸다.

만조가 되자 조류가 거의 흐르지 않았는데 그때부터 본격적인 입질이 시작되었다. 막대찌가 까딱 하더니 이내 쑥하고 사라졌고 그때마다 전갱이가 올라왔다. 씨알은 20cm 내외. 그리 크지 않지만 가을이 되면 충분히 손맛을 볼 수 있을 씨알로 자랄 것 같았다.

전갱이를 낚는 도중에 감성돔도 한 마리 올라왔다. 원래 이곳은 늦가을에 감성돔이 마릿수로 낚이는 자리로 유명한데 벌써 감성돔이 붙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조류가 서서히 흐르기 시작하자 어느 샌가 고등어와 전갱이가 몰려와서 입질 경쟁을 벌였다. 전갱이와 고등어가 붙은 이후로는 선착장 앞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는데, 밑밥을 한 주걱 뿌리면 온갖 고기들이 달려들어 밑밥을 놓고 경쟁을 벌였다. 잡어 등쌀에 먹을 만큼만 고기를 낚은 후 철수, 만약 전갱이를 좋아하는 낚시인이라면 밤새도록 손맛을 즐겨도 좋을 듯했다.

포인트에서 철수해 민박집에서 낚은 고기를 먹을 계획이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실패했다. 노대도마을 구판장에서는 술을 팔지 않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노대도 마을주민 모두가 기독교를 믿고 있으며 예전부터 술 없는 마을을 유지하고 있기에 술을 구할 곳이 없었다. 그렇게 소주 없이 밍밍한 회를 먹으며 민박집에서 밤을 보냈다.

참고로 낚시는 방파제뿐 아니라 가두리양식장에서도 할 수 있다. 1인당 1~2만원의 요금을 내면 낚싯배를 타고 나가 주변 가두리 양식장에서 낚시를 할 수 있다. 전갱이, 고등어, 우럭, 참돔이 잘 낚인다. 마을마다 낚싯배와 민박을 운영하는 집이 여러 곳 있으므로 굳이 예약을 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다. 인원과 식사, 낚싯배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므로 노대도 어촌계(055-643- 7596)로 문의하면 된다. 낚시인 외에도 여름에는 다이버가 노대도를 많이 찾는다. 노대도에도 훌륭한 다이빙 포인트가 있으며 낚싯배를 타고 더 먼 연화도나 좌사리도로 가는 경우도 있다.

▲가로등을 밝힌 탄항마을방파제 야경. 방파제에 텐트를 치고 조용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선착장에서 낚은 전갱이와 감성돔. 벌써 쓸만한 씨알의 감성돔이 붙었다.

▲민박집에서 직접 장만한 회. 그러나 소주가 없어서 회만 먹는 불행(?)을 겪었다.

▲마을 소각장. 쓰레기는 모두 여기에 버려서 소각하면 된다.

하노대도-두미도 거쳐가는 뱃길 풍광도 볼거리

다음날 아침에는 노대도 정상인 깃대봉에 오르기 위해 등산을 했다. 봉우리라고는 하나 해발 200m밖에 되지 않아 아침 운동 겸 오르기 좋다. 마을 뒤편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정상에 오를 수 있는데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깃대봉에 오르면 건너편 마을로 내려갈 수 있지만 길이 험하다. 길이 험한 대신 사방으로 탁 트인 멋진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등산을 마치며 민밥집에서 짐을 챙기고 있으니 주인이 ‘낚시도 안 되는데 가져가라’며 끝내 나에게 냉동한 전갱이를 몇 봉지 손에 주었다. ‘문어 금어기만 없었어도 문어라도 한 마리 대접했을 텐데’라며 오히려 미안하다고 한다. 무엇이 미안하다는 건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전갱이를 받아들긴 했지만 이것이 섬마을 인심이 아닌가 싶었다.

돌아가는 배는 통영항에서 오전 7시에 출항한 여객선이 오전 8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했다. 여객선은 상노대도를 떠나 하노대도와 두미도를 거쳐 2시간 정도 걸려서 통영항에 도착한다. 그 뱃길도 훌륭한 볼거리다.

노대도의 낚시 시즌은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무늬오징어, 감성돔, 벵에돔, 참돔, 전갱이, 성대가 곳곳에서 잘 낚이며 11월에 가장 호황을 맞는다. 캠핑은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다. 방파제든 마을 앞 공터든 원하는 곳에 텐트를 치면 되고 민박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노대교회. 마을 사람 전원이 기독교를 믿고 있어서 작은 섬이지만 큰 교회가 들어서 있다.

▲방파제 한켠에 텐트를 친 낚시인.

▲상노대도 상리항에 도착한 바다누리호. 바다누리호는 노대도와 두미도를 거쳐 통영항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