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_시즌개막 갈치낚시]
여수 먼 바다 배낚시 현장
반갑다! 갈치야!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여수 먼 바다에 도착해 채비를 준비하고 있는 낚시인들. 해가 지기도 전부터 갈치가 입질하 기 시작해 마릿수 조과를 거두었다.
지독한 여름이다. 7월에 장마는커녕 그 흔한 태풍 하나 한반도를 지나가지 않았다. 이런 무더위가 우리나라에 있었던가? 하지만 이런 무더위를 날릴 조황이 여름 내내 계속되었으니 낚시인들은 지루하지 않았다. 한치가 대박이었고 무늬오징어, 돌돔, 부시리, 방어, 삼치가 연일 호황을 보였다. 낚시인들은 ‘너무 고수온이면 낚시가 잘 되지 않는다’고 쉽게 말을 하지만 올해는 표층 수온이 30℃를 넘나드는 상황에서도 많은 여름 어종이 호황을 보인 것을 보면 상식은 상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상황에 지난 8월 1일 갈치낚시는 지루한 금어기를 끝내고 막을 올렸다. 갈치 금어기는 7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불과 한 달이지만 가장 호황(산란을 앞둔 큰 갈치가 잘 낚인다)을 보일 시즌이 금어기로 묶이는 바람에 오매불망 갈치 시즌을 기대하는 낚시인들에겐 고문과 같은 시간이었다. 기자도 갈치 시즌 오픈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한 달 전부터 예약을 시도했으나 출조 첫날인 8월 1일이 주말과 겹치는 바람에 연락하는 곳마다 만석이었다. 그나마 운이 좋았기에 그 다음날인 8월 2일에 여수의 진프로호 진승준 선장에게 예약을 하게 되어 취재를 할 수 있었다.
▲먼 바다 갈치낚시 장비와 채비. 갈치낚시 전용대에 전동릴을 사용하며 가지바늘이 8~10개 달린 외줄채비를 사용한다.
낮부터 입질 시작
8월 2일 오후 1시. 여수 국동항에 있는 진프로호 사무실에 낚시인들이 모여 장비와 채비를 준비하고 오후 1시30분에 곧바로 출항했다. 배에 얼음을 싣고 좋은 포인트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했다. 빨리 움직였기에 출항은 순조로웠고 여수 연도를 벗어나 먼 바다 갈치 포인트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4시 정도였다.
추첨한 자리에 앉아 채비를 마치고 선장이 물닻을 놓는 즉시 채비를 던 져 넣었다. 예상대로 해가 지지 않은 상황임에도 3지 갈치가 낚시인들을 반겼고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위기가 흘렀다.
‘갈치낚시는 집어등을 켠 이후부터 시작이다’라고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해가 지기 전에도 갈치가 잘 낚였다. 단 문제가 있었는데, 배에 그늘이 지는 자리에서 앉은 낚시인들은 갈치를 낚는 데 여념이 없었지만 햇빛이 들어오는 자리에 앉은 낚시인들은 갈치는커녕 뙤약볕에 살이 익을 지경이라 낚시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햇볕에 노출된 낚시인들은 뭔가 손해를 보는 느낌이었지만 낚싯배의 방향은 조류가 결정하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진프로호에 승선한 낚시인들의 조과. 3~4지 씨알이 많았으며 꼬리투라치(최상단 우측)와 삼치(최하단 우측)도 낚였다.
예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여성 낚시인들의 출조(가운데 사진)가 많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갈치낚시도 이제는 ‘여성시대’
오후 6시. 해가 저물자 집어등을 켜고 본격적인 낚시를 시작했다. 물 때가 1물이라 조류가 거의 흐르지 않는 최악(바람도 불지 않고 조류가 흐르지 않아 물닻도 잘 펴지지 않고 배도 움직이지 않는)의 상황이었지만 3지 내외의 갈치는 쉴 새 없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왕갈치를 기대한 낚시인들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운 상황이었겠지만 갈치 얼굴이 그리운 낚시인들에겐 반갑기 그지없는 호황이었다.
이번 출조에서는 여성 낚시인들의 대단한 파워를 느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서울 영등포에서 홀로 출조한 김미미 씨는 갈치낚시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처음에는 선장님의 도움이 필요한 초보 낚시인이 아닌가 싶었지만 알고 보니 갈치낚시 출조 경험만 수십 차례가 넘는 베테랑이었다.
김미미 씨는 낚싯배 맨 뒷자리를 뽑아(뽑기마저 달인 수준) 마릿수 전략에 ‘올인’했다. 수심은 바닥과 바닥에서 약 10m 띄운 중하층만 노렸고 입질이 오면 딱 한 타임만 기다린 후, 곧바로 채비를 회수하며 한 마리가 물었든 두 마리가 물었든 채비를 걷어내고 다시 미끼를 끼워 던졌다. 보통 낚시인이 꽁치 두 마리를 쓰는 동안 김미미 씨는 대여섯 마리의 꽁치를 사용할 정도로 부지런히 채비를 넣고 올리고를 반복했는데, 그 결과 자정이 지날 무렵에 대여한 아이스박스를 모두 채우고 사무장에게 여분의 아이스박스를 요청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여성 낚시인은 김미미 씨 외에도 부부 동반으로 출조한 김은경, 김미,
정은영 씨가 타고 있었는데 모두 능숙하게 갈치낚시를 하며 남다른 조과를 과시했다. 진프로호 이승천 사무장은 “요즘은 여성분들이 낚시를
더 잘하세요. 여수와 가까운 순천이나 진주에는 농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많은 편인데 여름 전에 수확을 끝내고 갈치낚시 출조를 하시는 여성낚시인들을 보면 보통 남자들보다 월등한 조과를 거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요령이 있는 게 아니라 가르쳐준 그대로 한 마리라도 더 낚기 위해 부지런히 낚시를 하기 때문에 더 많이 잡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성분의 경우 마트나 시장에서 갈치가 비싸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기에 갈치에 대한 애착도 더 강한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3지~4지 갈치로 가득 찬 아이스박스. 낚시가 끝난 후 해수를 담은 상태다.
대물도 좋지만 역시 마릿수!
이번 출조에서는 5지급 왕갈치가 폭발적으로 터지는 대호황은 없었다. 대신 3지~4지 갈치가 끊임없이 물었고 새벽 1시가 지나자 3~4지 갈치가 한 번에 대여섯 마리씩 올라오며 훌륭한 마릿수 조과를 보였다. 철수 시각인 오전 4시30분까지도 계속 입질을 했고 아쉬운 마음으로 낚싯대를 접어야 할 정도로 입질은 끝이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물 위주로 바닥을 노린 낚시인의 조과는 기대 이하였지만 중층과 바닥을 골고루 노리며 마릿수를 거둔 낚시인은 아이스박스가 모자란 상황이 었다.
주목할 점은 낚시 중에 80~90cm 대삼치가 더러 낚였으며 한치나 고등어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는 것. 또 하나 작년과 다른 것은 작년과 재작년에는 집어등에 노린재가 떼로 달려들었지만 올해는 잠자리가 떼로 달려든다는 것이다. 여수권 먼 바다에서는 해마다 집어등에 모여드는 벌레가 다른 것이 특징인데, 어떤 해는 풍뎅이, 어떤 해는 나방이 창궐해 낚시인들을 괴롭히기도 하지만 올해는 오랜만에 잠자리 떼가 등장한 것이 갈치 시즌의 호황을 알리는 좋은 징조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갈치 시즌은 오는 12월까지 계속된다. 12월에도 갈치가 낚이지만 북서풍이 불기 시작하면 매서운 찬바람이 몰아치기 때문에 추워서 출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는 북서풍의 영향을 덜 받는 제주 먼 바다에서 주로 갈치를 낚으며 남해안은 갈치 시즌을 마감하고 타이라바, 외수질 등으로 출조 상품을 전환한다.
출조문의 여수 진프로호 010-8796-1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