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터]

삼척 비화항

강원도 1등 벵에돔터를 넘본다

김진현 기자 blog.naver.com/yasukkk

강원도에서 이름난 벵에돔 포인트는 얼마나 될까? 강원도 바로 아래에 있는 경북 울진만 본다면 후포항, 구산항, 죽변항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유명 벵에돔 포인트가 있지만 강원도는 임원항을 제외하면 그리 유명한 곳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눈을 돌려 규모가 작은 방파제와 갯바위를 훑어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35cm가 넘는 벵에돔은 물론 비슷한 씨알의 긴꼬리벵에돔도 만날 수 있다.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노곡리에 있는 비화항방파제. 규모가 작은 테트라포드형 방파제지만 35cm가 넘는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이 낚인다.

7월 중순, 강원도 태백에서 활동하고 있는 쯔리켄FG 소속 유규상(유튜버 낚시하는팔계형, 이스트시피싱클럽 회원)씨 에게서 전화가 왔다. “김 기자님, 삼척으로 벵에돔 취재 한 번 오세요. 비화항에서 벵에돔이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씨알이 괜찮은 게 35cm가 넘는 것도 제법 있습니다.” 마릿수는 어떠냐고 물으니 “네다섯 마리에서 많이 낚으면 열 마리도 낚아요”하고 말했다.

사실이라면 구미가 당겼다. 35cm가 넘는 벵에돔이 네다섯 마리 올라오는 포인트는 남해안에도 그리 많지 않다. 인터넷이나 방송에서 너도나도 30cm가 넘는 벵에돔이 낚인다고 자랑하지만 정작 현장에 가보면 30cm가 넘는 놈은 한두 마리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25cm 이하다. ‘마릿수가 대박이다’하는 곳은 대부분 25cm 이하가 많고 그 이상은 구경하기 힘들다.

벵에돔 천국이라 불리는 제주도도 35cm만 낚이면 씨알이 괜찮다며 입을 모은다. 남해서부의 거문도나 남해동부의 국도, 구을비도, 좌사리도 등 남해의 원도 역시 35cm가 여러 마리 낚이면 호황이라고 쳐준다. 그러니 더 내만으로 들어오면 십중팔구 25cm 이하다. 그마저도 장맛비에 물색이 흐려지면 잔챙이 천국으로 변하거나 잡어천지가 된다. 그런 이유 때문에 동해북부의 삼척 일대에서 35cm가 넘는 벵에돔이 제법 낚인다는 말은 선뜻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여름 무더위가 지속되고 한치와 갈치가 큰 호황을 보이고 있기에 뭔가 달라도 달라졌을 거라는 믿음으로 취재를 결정했다.

▲오전 10시가 넘어 35cm 긴꼬리벵에돔을 낚은 유규상 씨.

▲비화황 입구에 있는 넓은 주차장. 차박하기 좋은 곳이다.

▲유규상 씨가 사용하는 벵에돔낚시용 목줄. 0.8호, 1호, 1.5호를 사용한다.

▲벵에돔용 바늘. 2.5호와 3호로 크기가 작은 것을 선호한다.

35cm 벵에돔을 만나다

지난 7월 28일, 취재 준비는 간단하게 했다. 삼척 원덕읍에 있는 비화항은 차로 진입할 수 있는 작은 방파제라 많은 준비가 필요 없었다. 낚시장비와 구명조끼, 갯바위신발만 챙겼다. 단 펠트화는 필수다. 갯바위가 낮고 테트라포드 역시 파도에 젖는 일이 많기 때문에 안전하게 낚시하려면 꼭 챙겨야 한다.

경기 일산에서 출발해 300km를 달려 오후 1시에 비화항에 도착하니 유규상 씨 일행은 먼저 포인트에 도착해 낚시를 하 고 있었다. 이미 벵에돔 두 마리를 낚아 살림망에 살려두고 있었는데 그중 한 마리는 양손에 가득 찰 정도로 씨알이 좋았다. 내가 막 현장에 도착하기 직전에 낚았다고 했는데, 밑밥통 계측자에 재어보니 35cm가 나왔다. 나머지 한 마리 도 30cm가 돼보였다. 벵에돔의 빵빵한 몸매가 여느 원도권 못지않았다.

지금이 입질타임이라는 말에 서둘러 낚시를 시작했다. 포인트에 오르니 갯바위 너머로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것이 보였다. ‘호황이구나’하고 짐작했다. 동해는 파도가 많이 치는 날 호황을 보이곤 했기 때문이다. 파도가 치면 물속의 부유물이 떠올라 물색이 탁해져서 고기의 경계심이 떨어진다. 그렇게 되면 고기가 갯바위에 바짝 달라붙어 낚시하기도 쉽고 마릿수 조황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낚시를 해보고 얼마 안 있어 비화항에서는 그 공식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유는 너울이 일고 파도가 밀고 들어오면 가벼운 제로찌가 금방 밀려오고 또 원줄 관리가 되지 않아서 낚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취재당일 사용한 쯔리켄의 자이로N 제로 알파 구멍찌. 입수저항이 적고 예민해서 여 름철 벵에돔낚시를 할 때 효과적이다.

▲길이가 다른 찌멈춤봉. 긴 것을 사용하면 찌멈춤봉 아래에 바로 목줄찌를 달아서 사용 할 수 있다.

30cm 오버 긴꼬리도 등장

바다가 뒤집힐 정도로 파도가 치니 잡어가 피어오르지도 않았고 벵에돔의 활성도 내려가는 듯했다. 그래서 작전을 바꾸어 발밑에 붙은 벵에돔을 집중적으로 노리기로 했다. 천천히 가라앉는 0α(제로알파) 구멍찌를 사용하고 캐스팅은 앞치기를 하듯 해서 바로 발 앞에 채비를 내렸다. 밑밥 역시 발 앞에 뿌렸는데, 그렇게 하면 테트라포드나 갯바위 앞에 있는 큰 씨알의 벵에돔이 낚인다고 했다.

유규상 씨는 “여름철에는 날씨가 나쁘더라도 금방 구름 사이로 해가 나면 파도가 잦아들고 잡어가 피어오르면서 벵에돔이 뜹니다. 따라서 한낮에도 벵에돔이 잘 물기 때문에 더워도 낚시할 시간대를 잘 잡고 집중해서 낚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오후 3시가 되어 해가 떴는데 금세 잡어가 피어오르더니 잔챙이 벵에돔이 한두 마리씩 낚였다. 이때부터는 발밑과 전방 10~20m 구간을 함께 노렸는데 멀리 노릴 때 씨알이 굵다고 했다. 상황은 금방 좋아졌다. 잡어 사이로 벵에돔이 입질을 했고 씨알은 30cm가 넘었다.

함께 출조한 김민준(삼척 삼거리낚시 대표) 씨는 35cm 긴 꼬리벵에돔도 한 마리 올렸으며 김남균씨 역시 30cm가 넘는 벵에돔으로 손맛을 볼 수 있었다. 가장 많은 마릿수를 기록한 낚시인은 유규상 씨로 두 시간 정도 낚시를 해서 5마리 벵에돔을 낚아냈다. 35cm 벵에돔과 32cm 긴꼬리벵에돔을 포함해 28~30cm 벵에돔을 3마리 더 낚았다. 이런 조황이면 남해 못지않다고 할 수 있다. 씨알이 더 굵어지는 늦가을에는 40cm 벵에돔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마저 들었다.

▲비화항 방파제에서 30cm급 벵에돔으로 손 맛을 본 김남균(좌, 이스 트시피싱클럽 회원) 씨와 김민준 (삼척 삼거리낚시 대표) 씨.

태풍 지나가면 호황 예상

비화항에서 낚시할 때 주의할 것은 테트라포드의 경우 발판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안전장비는 철저히 준비하라는 것 이다. 특히 테트라포드에서 잘 미끄러지지 않는 펠트화를 반드시 신고 포인트에 진입해야 한다. 테트라포드로 진입하는 길은 찾기 쉽고 테트라포드가 크지 않아 크게 위험하지는 않지만 파도에 테트라포드가 젖어 있는 구간이 있기 때문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비화항방파제는 규모가 작아서 낚시할 자리가 5군데 정도밖 에 되지 않는 것은 단점이었다. 주변 갯바위 역시 군사지역으로 출입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일찍 출조해서 자리를 잡아야 낚시를 할 수 있다. 아직은 현지에서도 소문이 덜 난 덕분에 낚시인이 많지 않지만 소문이 나서 낚시인이 늘어난다면 비좁은 자리에서 낚시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할 수도 있다. 다행인 것은 비화항 자체는 군사지역이 아니라 야간에도 낚시를 할 수 있으며 주변에 마을이 없어 낚시인의 출입을 제재하는 일도 없다는 것이다.

포인트를 공개한 유규상 씨는 “8월 중순이 되어 태풍이 지나간 후라면 분명 지금보다 마릿수 조황이 좋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씨알도 커진다면 삼척에 이만한 벵에돔낚시터는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비화항의 씨알 좋은 벵에돔을 보여주고 있는 유규상 씨. 오전에 혼자서 5마리를 낚았다.

▲비화항 옆 공간에 텐트를 치고 캠핑을 즐기는 피서객들.

▲비화항 옆 갯바위. 수심이 얕고 파도가 쳐서 낚시할 여건이 좋지만 군사지역으로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비화항 정면으로 보이는 삼척 임원항. 임원항도 좋은 벵에돔 포인트다.

▲테트라포드에 올라 벵에돔을 노리는 취재팀. 테트라포드의 맨 좌측부터 초입까지 네다섯 자리가 나온다.

내비 주소 원덕읍 노곡리 14-5(방파제 입구에 넓은 주차장이 있다)

조황문의 삼척 삼거리24시낚시백화점 033-572-66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