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_추자도]

살인적 무더위 속 여름낚시

비박낚시로 정면돌파

이영규 기자

▲하추자의 비박낚시 명소인 밖미역섬 큰여에서 찌낚시로 상사리와 뺀찌를 노리고 있다.

밤에는 긴 꼬리벵에돔 출몰도 잦은 포인트다. 정면에 보이는 섬이 푸랭이, 우측으로 보이는 섬이 사자섬이다.

추자도에서는 으레 여름 밤낚시가 성행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아주 다르다. 예년의 경우는 더위를 피하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낮보다 밤에 낚시하면 더 크고 많은 고기 를 낚을 수 있다’는 목적의식이 더 강했다. 그러나 올해는 낮 기온이 35도에 육박하는 살인적 무더위가 지속되자 비박낚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렸다.

자연스레 출조 시간도 달라졌다. 낮에는 쉬고 오후 5시경 출조해 비박낚시를 즐긴 후 새벽 5시경 철수하는 패턴이 자리 잡은 것. 평소 밤낚시는 체질에 맞지 않는다던 낚시인들도 올 여름은 무더위 앞에 꼬리를 내려야 했다.

지친 건 낚시인뿐 아니라 고기도 마찬가지. 해수온이 28도까지 상승하자 낮에는 어종불 문하고 입질이 뜸했다. 보통 여름낚시는 씨알 이 문제일 뿐 상사리(참돔 새끼), 뺀찌(돌돔 새끼), 벤자리, 볼락, 벵에돔 등으로 마릿수 조과를 거두는 게 통례지만 올해는 낮 조황이 너무 부진하다.

그나마 조류 빠른 사리물때에는 입질이 왕성 하지만 조금을 전후해 조류가 느려지면 고기의 입질도 뚝 끊겼다. 그만큼 고기들이 받는 피로도 큰 모양이다. 앞으로 올해처럼 여름 더위가 매년 심해진다면 원도권 비박낚시가 완전히 자리 잡을지도 모를 일이다.

▲거제도에서 온 조영우 씨가 밖 미역섬 큰여 비바낚시에 올라 온 긴꼬리벵에돔과 뺀찌를 보 여주고 있다.

상사리, 긴꼬리, 뺀찌 모두 밤에 잘 낚여

내가 추자도로 들어간 지난 7월 30일이 딱 그 상황이었다. 너무 더워서 원래는 첫날 오후낚시, 이튿날 오전낚시만 하고 철수할 생각이었으나 오산이었다. 민박집의 출조 시간은 이미 ‘비박낚시’에 맞춰져 있었다. 새벽 2시경 출조해 아침 10시경 나오던지, 오후 5시에 출조해 이튿날 새벽 5시에 철수하던지를 결정 해야 했다(민박집에 따라, 손님들 의사에 따라 출조 시간은 달랐지만). 결국 나의 취재 일정은 1박2일에서 2박3일로 늘어났다.

첫날은 낮 12시경 오후낚시를 들어갔는데 소문대로 갯바위는 불가마였다. 1주일 전 서해 참돔 갯바위낚시 때 무더위에 호되게 당한 터라 은근 내성이 생겼다고 판단했지만 오판이 었다. 뺀찌와 상사리를 노리고 들어간 밖미역 섬 큰여에서의 6시간은 말 그대로 불지옥이었다. 그나마 작은 양산을 들고 갔기에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열사병에 걸렸을 것이다. 조황도 부진했다 . 이틀 전까지만 해도 30~35cm급 상사리와 뺀찌가 곧잘 물었다는데 불과 이틀 사이로 입을 다문 것. 조금물 때로 접어드는 시점에는 평소보다 급격하게 조황이 하락하는 경우가 있는데 하필 그 즈음 에 맞춰 들어온 듯했다.

오후 5시에 철수배를 타고 묵리항으로 들어가면서 마침 비박낚시를 나온 순천의 김준현 씨와 마주쳤다. 이틀 전 들어온 김준현 씨는 오늘이 두 번째 비박낚시였다. 김준현 씨는 나에게 철수하지 말고 함께 수영여에 내리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미 더위에 지치고 온몸이 땀범벅이라 그 상태로는 밤낚시가 불가능했다. 결국 ‘내일 밤에 같이 비박낚시를 가자’고 약속하고 민박집으로 철수했다.

이튿날 조과를 살펴보니 수영여에서 밤낚시한 김준현 씨 일행은 30~40cm 상사리로 쿨러를 채웠다. 수영여는 대표적인 참돔 포인트로 특이하게 뺀찌 조황은 부진하다. 뺀찌 조황 은 바로 옆 중간여가 앞선다. 중간여에 홀로 내린 서병우 씨는 볼락과 뺀찌, 농어로 쿨러를 가득 채웠다. 역시 비박 밤낚시가 정답이었다.

반면 전날 오후에 내가 내렸던 밖미역섬 큰여는 부진했다. 총 4명이 내려 30cm 전후 뺀찌와 35cm급 긴꼬리벵에돔 세 마리가 전부였다. 날이 밝을 때는 입질이 전무했고 모두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낚였다고 한다. 고기들이 새벽에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노린여에 상류한 취재팀. 상사리, 뺀찌, 농어 등의 여름 어종이 잘 낚인다. 멀리 왼쪽으로 보이는 섬이 횡간도다.

▲날이 어두워지자 전지찌 채비를 갖춰 밤낚시를 준비하고 있다.

여름 비박명소 노린여에 내리다

민박집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다가 오후 5시에 밤낚시에 나섰다. 김준현 씨와 함께 온 박문호 씨 부부와의 동행출조였다. 그런데 넷이 내릴 자리가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추자도의 모든 민박집이 비박낚시 위주로 출조하다 보니 밤낚시 명당으로 불리는 곳은 대부분 바통터치로 포인트 교대가 이루어지는 상황. 쇠코에서 공여로, 공여에서 직구도로 틀었다가 철수길에 만난 다른 선장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노린여가 비어있다는 얘기였다.

땡 잡았다는 심정으로 달려갔다. 노린여는 상추자권에서는 최고의 특급 밤낚시터다. 모기가 없을뿐더러, 일단 비박하기 좋은 널찍한 발판이 많고 들물과 썰물 포인트과 완벽하게 구분된다. 조류발이 좋아 참돔, 돌돔, 농어가 우글거리는데 10년 전만 해도 잘 낚이던 30cm급 벤자 리가 요즘은 코빼기도 안 보이는 점은 아쉬웠다. 그만큼 추자도 물속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는 증거다.

우리가 노린여에 내린 시간은 끝들물 무렵. 만조가 오후 6시30분이니 어둑해질 8시경이면 썰물이 횡간도 방향으로 잘 흘러 입질이 쏟아질 것 으로 예상했다. 1호 전지찌에 마이너스 1호 수중찌를 달아 수심 10m를 주고 흘리자 손바닥만 한 상사리가 연속 3마리 올라왔다. ‘이런 씨 알이 나오면 안 되는데…’ 하며 실망하는 사이 박문호 씨가 25cm 정도 되는 굵은 볼락을 낚아 올렸다. 이어 부인 이은영 씨가 그보다 약간 더 큰 볼락을 들어뽕했다.

만조 무렵엔 볼락이 올라오더니 본격적으로 썰물로 바뀌자 그때부터 상사리가 제대로 붙기 시작했다. 30~35cm가 주류였다. 중들물이 되자 김준현 씨가 밑밥통을 들고 노린여 동쪽 콧부리로 이동했다. 넷이 서기엔 번잡한 것도 이유였지만 상사리 씨알이 불만족스러워 본류를 직공해볼 계산이었다.

김준현 씨는 2호 전지찌에 수심 15m를 주고 횡간도 방면으로 30m 이상 채비를 캐스팅했고 예상대로 발밑을 노릴 때보다 굵은 35cm 이상 급 상사리들이 올라왔다. 확실히 조류가 약한 물때이다 보니 낮보다는 밤, 발밑보다는 본류, 얕은 곳보다는 깊게 멀리 노릴수록 씨알 차이가 크게 났다.

한편 이날 나의 눈길을 끈 건 김준현 씨 일행이 준비해온 청갯지렁이 미끼였다. 보통 청갯지렁이는 밤에 볼락, 농어에만 효과적인 걸로 알려졌지만 여름 밤낚시 때는 어종을 가리지 않는 만능 미끼다. 볼락, 농어는 물론 참돔, 돌돔, 벵에돔, 혹돔, 부시리 등이 모두 청갯지렁이에 올라온다. 이 중 낮에는 청갯지렁이에 반응이 뜸한 부시리, 벵에돔, 돌돔이 여름 밤낚시 때는 입질이 왕성하다는 게 다소 특이한 현상이다.

김준현 씨는 “청갯지렁이는 몸에서 특유의 빛을 발합니다. 어두운 물속에서 확실하게 존재감을 나타내지요. 밤에 포인트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녀석들은 먹이사냥에 몰입 중인 놈들입니다. 평소 부시리와 벵에돔은 청갯지렁이에 반응이 약하지만 밤에는 달라집니다. 거의 모든 어종이 입질한다고 보면 돼요. 잡어에도 강해서 여름 밤낚시 때는 크릴 대신 청갯지렁이만 사용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준현 씨는 감성돔 바늘 5호에 청갯지렁이 2~3마리를 꿰어 미끼로 사용했다.

확실히 입질도 빨랐다. 썰물 지류에 채비를 태워 40m가량 흘리면 수심이 잡히자마자 전지찌가 사라졌다. 크릴 미끼 같으면 바로 챘겠지만 부피가 큰 청갯지렁이는 충분히 삼킬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게 좋다. 찌가 잠긴 후 5초 정도 뒤 챔질하면 정확했다. 연타로 6마리의 상사리가 올라오더니 밤 11시경 이날 가장 큰 45cm짜리 상사리가 올라왔 다.

입질이 뜸해진 밤 12시에 잠시 낚시를 멈추고 늦은 저녁을 먹었다. 김준현 씨가 회를 뜨고 박문호 씨 부부가 준비해 온 반찬을 곁들여 성대한 ‘회정식’을 즐겼다.

이날 취재낚시를 도와준 김준현 씨는 추자도낚시 전문가다. 보통 때도 이런 사람과 내리면 즐겁지만 특히나 챙길 게 많은 여름낚시 때는 최고의 취재원이다. 덕분에 이날 밤 나와 박문호 씨 부부는 낭만적인 여름 밤낚시의 정취를 느끼며 손맛과 입맛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었다.

▲“볼락 씨알이 대단합니다.” 순천에서 온 박문호, 이은영 부부가 동시에 올린 볼락을 보여주고 있다.

▲밤낚시에 사용한 1.5호 전지 구멍찌 채비.

▲상추자의 여름낚시 명소인 노린여. 발판이 좋고 모기가 없어 인기가 높다.

▲사계절 명당인 수영여. 큰여에서는 상사리, 중간여에서는 뺀찌가 잘 낚인다.

▲철수하며 바라본 밖미역섬 큰여.

▲찌낚시 도중 에깅을 시도해 무늬오징어를 마릿수로 올린 윤용택 씨.

▲수영여 중간여에서 볼락과 뺀찌로 쿨러를 채운 서병우 씨.

▲노린여에 함께 내렸던 김준현 씨는 야간 찌낚시로 올린 상사리 보여주고 있다.

▲갯바위에서 즐긴 맛난 저녁식사. 비바낚시에서 즐길 수 있는 묘미다.

▲ 여름 비박낚시 최고의 만능 미끼인 청갯지렁이.

▲박문호 씨가 노린여에서 올린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어종에 대비해 장비와 채비도 고루 준비해야

추자도를 비롯한 여름 원도로 밤낚시를 들어갈 때는 가급적 낚시장비를 다양하게 준비하는 게 좋다. 어종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찌낚시 대상어 종인 상사리, 뺀찌, 긴꼬리벵에돔 외에 농어, 볼락, 무늬오징어, 부시리 같은 고기들도 잘 낚인다.

볼락 위주로 노린다면 민장대가 필수. 밤에는 발밑에서 볼락이 물기 때문에 릴찌낚싯대는 오히려 거추장스럽다. 농어는 루어낚시에 잘 낚이기 때문에 민장대와 더불어 반드시 챙겨가야 할 장비다.

특히 올해는 무늬오징어가 강세다. 본섬에서도 낚이지만 섬으로 들어가면 초보자도 쉽게 낚을 수 있을 정도로 자원이 풍부한 상황이다. 취재 첫날 나와 함께 밖미역 큰여에 내렸던 윤용택 씨는 찌낚시 조황이 부진하자 에깅 장비를 꺼내들었고 불과 2시간 여 만에 300~400g짜리 무늬오징어를 15마리가량 낚아냈다. 서툰 실력임에도 워낙 무늬오징어가 많다보니 쉽게 에기에 걸려들었다.

신양리 유스테이추자 카페

눈꽃빙수

여객선이 드나드는 하추자 신양리 여객터미널 인근에 유스테이추자(YOU STAY CHUJA) 카페가 생겨나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추자도를 찾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했으나 여러 메뉴 중 눈꽃빙수가 맛있기로 소문나면서 낚시인들도 자주 찾고 있다. 현재 추자도에서 눈꽃빙수를 판매하는 곳은 이 카페가 유일해 현지 주민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민박 집도 겸하고 있다.

문의 010-9818-4912, 추자면 신양2길 28-12

문의 하추자 묵리25시민박 010-9440-7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