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_울릉도]

벵에돔 손맛과 경치 모두 Perfect!

추석 이후에는 참돔, 부시리도 호황 보일 듯

이영규 기자

▲취재 둘째 날 본섬 토끼굴 포인트에서 벵에돔을 노리고 있는 취재팀. 김태호 씨가 벵에돔을 걸어 파이팅을 펼치고 있다. 멀리 보이는 섬은 죽도.

동해의 원도 울릉도는 벵에돔낚시의 천국이다. 특히 올해는 무더운 날씨만큼이나 그 열기가 뜨거웠다. 울릉도는 보통 빠르면 5월 초순부터 벵에돔낚시가 시작되지만 마릿수 조과로 이어지려면 적어도 5월 말은 돼야 한다. 낚시인들도 그 즈음에 맞춰 울릉도를 찾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5월 초부터 꾼들의 러시가 이어졌다. 벵에돔도 양호한 조황을 보여 8월 초 현재까지도 발길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울릉도가 초반부터 인기를 끈 이유는 갈수록 높아가는 벵에돔낚시의 인기가 원동력이다. 마니아층의 증가는 집중적인 출조로 이어졌고, 여기에 나날이 가팔라지는 해수온 상승도 조기 호황에 영향을 미쳤다는 예상이다.

일각에서는 5월 한 달이 감성돔 금어기로 묶인 여파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해와 남해 뿐 아니라 동해에도 5 월은 ‘벚꽃감성돔’ 시즌이 한창일 시기에 금어기가 생기자 5월 한 달이 붕 떠버린 것. 그 대안으로 울릉도를 찾는 발길이 늘었 다는 분석이다.

지난 7월 23일 다이와 필드테스터로 활동 중인 홍경일 프로 일행과 울릉도로 들어갔다. 원래 우리의 일정은 가거도 돌돔 찌낚시였으나 태풍 여파로 남해안 출조가 어려워지자 차선책으로 울릉도를 찾게 됐다.

사실 우리가 들어간 7월 중순은 울릉도 벵에돔낚시의 씨알 피크는 약간 지난 시기였다. 울릉도에서는 5월 말~6월 중순 사이에 벵에돔이 가장 굵게 낚이는데, 시즌 초반이고 수온까지 낮아 마릿수는 떨어지지만 40cm 이상급의 출몰 빈도가 높을 시기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예년과는 약간 달랐다. 시즌도 보름 정도 일찍 시작하고 마릿수 조과도 좋았지만 초반에도 40cm 이상급은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커야 30~35cm가 주류였고 잡어 성화도 일찍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낚시인이 빨린 몰린 것 은 유튜브와 인스타 등을 통해 울릉도 벵에돔낚시가 알려진 것도 빼놓을 수는 없다.

7~8월에도 벵에돔은 잘 낚이지만 이때부터는 수온이 급격히 상승해 20~25cm급 잔챙이와 잡어의 성화가 심해지는 게 단점. 특히 복어의 성화가 가장 문제로 수심과 거리에 상관없이 미끼를 따먹기 때문에 울릉도에서는 자리돔보다 퇴치가 어려운 난적으로 꼽히고 있다.

▲취재에 동행한 낚시인들. 후포항을 출발하기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날로 높아가는 울릉도 벵에돔낚시 인기

울진 후포항에서 오전 8시에 출항하는 여객선을 타고 2시간 30분을 항해해 울릉도 사동항에 도착했다. 마중 나온 세진민박차량에 짐을 실은 뒤 민박집이 있는 저동항으로 이동했다. 세진민박은 약간 언덕에 있지만 트럭에 짐을 실어 보내고 맨몸으로 선착장까지 걸어가기엔 충분한 거리. 방은 총 9개로, 시설은 다소 노후했지만 여느 원도권의 민박집과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세진민박 안정수 사장이 직접 모는 낚싯배가 저동항에서 출발해 매우 편리했다.

크릴과 미끼, 집어제는 민박집에서도 팔고 있다. 다만 육지에서의 비싼 운송료 탓에 남해안 출조점에 비해서 비싼 편이다. 크릴의 경우 1.5kg 1장에 6천원을 받는다. 그래서 낚시인 중에는 첫날 쓸 크릴 정도는 아이스박스나 밑밥통에 담아오는 사 람도 있다. 파우더는 저렴한 국산 위주로만 취급하다가 고급 제품을 찾는 손님들의 요구가 늘자 마루큐사의 V9, V10 같은 제품도 구비하고 있었다.

1층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후 저동항으로 걸어 내려가 첫 날 출조에 나섰다. 나는 지난 1998년에 처음 울릉도 취재를 갔고 2000년 무렵이 마지막 출조라 약 20년간 변화된 울릉도의 낚시 여건이 매우 궁금했다. 당시에는 낚싯배 사정이 열악했지만 현재는 저동항 세진민박과 도동항 독도낚시 등지에서 전문 낚싯배를 운항하고 있었다.

오후 12시경 저동항을 출발한 낚싯배는 죽도 2번자리에 김태호, 용강철 씨를 내려놓았고 나와 홍경일 씨는 천부동 앞바다에 있는 딴여에 상륙했다. 원래는 먼 바다를 바라보는 북쪽자 리가 A급 포인트이나 취재일의 살인적 무더위를 피해 일부러 그늘진 동쪽 포인트에 내렸다.

발밑이 직벽인 딴여는 울릉도의 1급 벵에돔 포인트 중 한 곳이다. 멀리서 볼 때는 발판이 좁아 위험해 보였지만 막상 내려 보니 혼자 서 있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이곳에서 홍경일 씨와 나는 오후 5시까지 낚시해 25~35cm급 벵에돔을 10마리가량 낚을 수 있었다. 안통이다 보니 조류가 느린 탓인지 마릿수는 물론 씨알도 잘게 낚인 것 같았다.

반면 죽도2번 자리에 함께 내린 김태호, 용강철 씨는 30마리 가까운 벵에돔을 낚아 눈길을 끌었다. 역시 4짜가 넘는 씨알은 없었다. 김태호 씨는 상층에 잡어와 잔챙이 벵에돔이 몰리자 쓰리제로 채비로 7~8m 수심을 빠르게 노린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딴여 동쪽 직벽에 내린 다이와 필드테스터 홍경일 씨가 벵에돔과 힘을 겨루고 있다.

▲사동항 도착 후 세진민박의 트럭에 짐을 싣고 있다.

▲저동항 인근 언덕에 있는 세진 민박.

▲세진민박의 넓고 깔끔한 식당.

▲토끼굴에서 올린 35cm급 벵에돔을 보여주는 홍경일 씨.

수심 6~7m 노릴 수 있는 잠길찌가 유리해

이튿날은 새벽 4시 출조가 예정됐다. 무더위 때문에 아침 일찍 나가 오전 10시경 철수하는 스케줄이 짜여진 것. 그러나 오전 조과는 극도로 부진했다.

전날도 오전에는 꽝 수준이었고 그나마 우리가 들어온 오후에 그나마 입질이 활발했다. 벵에돔낚시의 특징대로 오전보다는 오후가 유리한 것인가 싶었지만 그보다는 취재일 당시는 오전 들물이 오후 썰물보다 느린 게 원인같다는게 세진민박 안정수 사장의 분석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전낚시는 쉬고 오후에 출조했는데 확실히 오후 썰물에 활발한 입질이 들어왔다. 우리가 내린 곳은 저동항에서 가까운 토끼굴이라는 포인트로 뒤쪽에 어른 키 높이의 굴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발판이 편하고 포인트 뒤쪽으로 그늘까지 있어 더위를 피해 낚시하기에는 그만이었다.

한 가지 단점은 울릉도 벵에돔 포인트 가운데 복어 성화가 심하기로 악명 높은 자리라는 것. 미끼가 들어가면 찌에 표시도 안 나고 사라져 버리는 데다가 상층과 하층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최고의 난적으로 꼽힌다. 다행히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끝들물이 난 바다로 왕성하게 흐른 덕분에 복어 분리가 가능했고 채비를 던지자마자 연타로 벵에돔이 물고 늘어졌다. 씨알은 25~35cm까지 다양했지만 30cm 이상급은 여전히 가뭄에 콩 나듯 올라왔다. 이 조과가 취재일 세민민박에서 거둔 가장 푸짐한 조과였다.

울릉도에서의 2박3일간 낚시를 정리해 해보니 크게 두 가지 특징이 나타났다. 첫째 벵에돔이 생각보다 깊은 곳에서 입질한다는 점이다. 제주도나 남해안 벵에돔은 깊은 수심에서 물다가도 여건이 맞으면 2~3m까지도 떠오르지만 울릉도 벵에돔은 적어도 6~7m는 채비를 내려야 입질이 잦고 씨알도 굵었다. 울릉도 전문 낚시인들은 “울릉도는 긴꼬리벵에돔도 채비를 5 미터가량 내려줘야 입질이 잦다”고 조언한다.

둘째 투제로 이하의 잠길찌낚시가 잘 먹힌다는 점이다. 투제로는 채비 정렬 후 찌가 2m가량 더 잠기지만 울릉도에서는 이보다는 더 깊게 잠기는 찌가 유리하다. 그래서 제주도에서도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자주 쓰지 않는 쓰리제로찌가 울릉도에서 는 매우 잘 먹힌다.

제로찌를 쓴다면 목줄에 봉돌을 무겁게 달아 채비를 가라앉히 는 것도 방법이지만 목줄에 무거운 봉돌이 추가되면 확실히 입질 빈도가 떨어졌다. 가급적 찌 자체가 가라앉는 잠길찌를 준비하는 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취재팀이 토끼굴에서 올린 벵에돔과 부시리 조과. 사용 낚싯대는 엔에스의 플래그십 갯바위 릴대인 알바트로스 VIP PRO 1호대.

▲하늘을 찌를 듯이 솟구친 삼선암의 위용. 울릉도의 대표 볼거리 중 하나로 이곳에도 벵에돔 포인트가 있다.

일정 중 하루 정도는 관광을 겸하길

울릉도 벵에돔은 매년 5월 초순 시작돼 길게는 10월 초순까지가 시즌이다. 그러나 단골 낚시인들은 9월 말까지를 벵에돔 핫 시즌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8월만 넘기면 벵에돔낚시를 위해 울릉도를 찾는 낚시인은 급격히 줄어든다. 찬바람이 불어오면서 동해 연안에서도 벵에돔이 곧잘 낚이고 감성돔낚시도 본격 가을 시즌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인트 경쟁 없이, 한적한 분위기에서 울릉도 벵에돔낚시를 즐기고 싶다면 9월을 노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추석 이후로는 벵에돔 외에 참돔과 부시리 조황도 좋아지므로 다양한 손맛을 즐길 수 있다.

▲토끼굴 포인트에서 낚인 65cm급 부시리를 보여주는 홍경일 씨. 부시리는 가을로 갈수록 씨알과 마릿수가 좋아진다.

▲세진민박의 세진호.

▲취재일 사용한 소품들.

▲벵에돔을 히트한 김태호 씨가 뜰채질을 시도하고 있다.

▲김태호 씨가 첫째 날 죽도 2번 포인트에서 거둔 마릿수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딴여에서의 조과를 보여주는 홍경일 씨.

한편 울릉도에서는 벵에돔 외에 감성돔도 노려볼만하다. 벵에돔은 9월 말을 기점으로 입질이 뜸해지지만 감성돔은 초겨울 까지도 입질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감성돔은 본섬 갯바위와 방파제에서 주로 노리는데, 물이 맑고 수심이 얕다보니 낮보다는 밤에 낚을 확률이 높다. 울릉도 감성돔은 손을 덜 탄 이유인지 예부터 걸면 50cm 이상급들이 자주 낚인다. 본지에 소개된 기사 중에는 최대 63cm까지 보도된 바 있다. 그러나 울릉도까지 온 외지 낚시인들은 낮에는 벵에돔을 낚고 밤에는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야간 감성돔낚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TRAVEL GUIDE

서울에서 간다면 강릉 안목항 또는 동해 묵호항 추천

울릉도로 가는 여객선은 포항, 울진 후포항, 동해 묵호항, 강릉 안목항 등에서 탈 수 있다. 여객선이 울릉도에 도착하면 도동항, 저동항, 사동항 중 한 곳으로 입항하게 된다. 주로 포항에서 오는 배는 도동항, 강릉에서 오는 배는 저동항, 후포에서 오는 배는 사동항, 묵호에서 오는 배는 사동항 또는 도동항으로 입항한다.

만약 서울에서 간다면 강릉 안목항이나 동해 묵호항에서 여객선을 타는 게 가장 가깝다. 서울에서 묵호항까지는 2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아침 배가 8시 50분(안목항에서는 8시20분 출항)에 출항하니 새벽 5시 정도에 서울을 출발해도 충분히 배 시간에 맞출 수 있다. 묵호항에서 울릉도까지 왕복 여객선비는 일반석 기준 12만원.

문의 1577-8665.

▲토끼굴에서 35cm급 벵에돔을 뜰채에 담은 김태호 씨.

▲김태호 씨가 용인에서 직접 갖고 온 벵에돔 전용 파우더 V10을 밑밥에 섞고 있다.

저동항 반대편의 태하리 태하방파제, 일반추, 대풍취, 현포동의 현포방파제 등이 야간 찌낚시에 감성돔 조황이 확인된 곳들이다(감성돔 외에 참돔도 잘 올라온다). 그 외에도 저동항과도 동항에서 가까운 남양리 통구미 일대, 한전방파제 등도 유력한 밤 찌낚시터들이다.

만약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북면과 서면의 본섬 포인트를 찾아 낚시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곳들 역시 여름에는 벵에돔이 꾸준하게 올라온다. 울릉도는 단순히 낚시만을 위해 찾기에는 아까운 섬이다. 국내 섬 중에서 가장 빼어난 경치를 보유한 만큼 일정 중 하루 정도는 관광을 하며 섬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FISHING GUIDE

울릉도 숙박과 낚시 비용

민박과 식당을 겸하고 있는데 세진민박의 경우 하루 숙박비용은 2인 1실에 5만원, 식사는 1식 8천원을 받는다. 선비는 3만원이며 간혹 공암 등지로 멀리 갈 때는 추가 요금이 붙는다. 참고로 울릉도 낚시점에는 크릴과 기타 밑밥 소품은 팔지만 파우더의 종류는 다양하지 못하다. 파우더에 신경 쓰는 낚시인이라면 별도로 챙겨 가길 권한다.

▲울릉도 최고의 명당으로 꼽히는 노인바위에 낚시인을 내려놓은 세진호가 다른 포인트로 이동하고 있다.

▲본섬에서 다리가 놓여 걸어서 갈 수 있는 관음도. 벵에돔 포인트는 낚싯배로만 진입할 수 있다.

▲울릉도의 아름다운 해안도로. 인근 섬들과 조화를 이뤄 멋진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죽도의 명당인 2번자리.

▲홍경일 씨가 포인트 상륙에 앞서 세진호 안정수 선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낚싯배를 타는 저동항 선착장.

문의 울릉도 저동항 세진민박 010-9707-0606, 010-3543-07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