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녕 초곡지]

새우에 소나기 입질쇼

이게 바로 토종터의 진면목이지~!

정국원 로즈피싱밴드 운영자

▲초곡지 우안 하류 모습. 도로변이라 접근이 쉽고 발판도 편해 인기가 높다.

한낮 더위가 35도를 웃돌던 8월 7일. 숨이 막힐 정도로 더운 날씨 속에 필자가 운영자로 있는 로즈피싱밴드 회원들과 창녕에 있는 초곡지로 출조했다.

초곡지는 10년 만에 찾는 곳인데 그새 지형에 변화가 있는지, 혹시 외래 어종 유입이 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8월 2일에 답사를 다녀왔다. 초곡지의 규모는 5천평 정도로 길쭉한 계곡지다. 전 연안을 통틀어 15곳 정도의 낚시 자리가 나온다. 다행히 여전히 외래어종은 유입되지 않았고 새우, 참붕어, 동사리 등의 토종어류들이 그대로 서식하고 있었다.

출조일 아침에 현장에 먼저 도착하니 낚시인 한 명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자리 선점을 위해 낚시자리를 확보한 뒤 차에서 에어컨을 켜고 휴식을 취하는 사이 로즈피싱 회원들도 도착했다. 그리고 한참 후 타 조 우회 회원 10명이 단체로 찾아왔다. 우리와 마찬가지 초곡지에서 정출을 갖기로 한 것. 포인트가 좁았지만 서로 포인트를 공유하며 하룻밤 낚시를 즐겨보기로 했다.

▲취재일 올라온 붕어들. 월척은 없었지만 6~8치급이 마릿수로 올라왔다.

태풍급 바람과 폭우에도 쉬지 않는 입질

날씨가 덥고 수온까지 높아 낮에는 전혀 입질이 없었다. 산속 계곡지라 해가 일찍 넘어가는 만큼 평소보다 일찍 저녁식사를 마치고 저녁 7시부터 밤낚시에 돌입했다. 로즈피싱 회원들은 최상류와 중하류, 다른 조우 회 회원들은 중상류와 제방에 자리를 잡았다.

밤낚시를 시작한 지 10분 만에 여기저기에서 물보라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필자의 새우 미끼에도 준척급 붕어가 걸려들었다. 오늘 밤 낚시가 은근히 기대됐다.

그런데 10시 무렵이 되자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으레 지나가는 비로 생각하고 오히려 수온을 낮춰주는 호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하늘에 구멍이 뚫렸는지 표현 그대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천둥과 번개가 몰아치더니 태풍급 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그 와중에서도 간간이 붕어 입질이 들어 왔다).

그러나 번개가 치는 와중에 낚싯대를 들었다가 자칫 감전될까 겁이 나 챔질도 못하고 쳐다만 봐야 했다. 한두 시간이면 그칠 줄 알았던 폭우와 천둥번개는 갈수록 더욱 심해졌고 이런 상황은 새벽 1시까지 이어졌다. 결국 차로 피신해 젖은 몸을 녹였다.

새벽 2시 무렵 빗줄기가 가늘어지기에 야참으로 라면을 끓여 먹은 뒤 낚시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1시간가량 옥수수 미끼로 공략했으나 입질이 없었다. 새우가 다 떨어져 닉네임 거제붕어 선배님이 거제도에서 공수해온 새우를 얻어와 꿰어 보았다. 새우는 죽었지만 바늘에 꿰어 넣자 마자 정신없이 입질이 들어왔다. 찌를 몸통까지 올리는 경우가 다반사 였고 챔질과 동시에 계곡지 붕어답게 차고 나가는 힘이 장사였다.

비록 월척급 이상은 없었지만 21~29cm급 붕어들의 파상공세를 받는 사이 어느새 여명이 찾아오고 있었다. 그때쯤 비를 피해 차에서 잠을 청했던 로즈피싱 회원들이 필자의 조과를 보고는 서둘러 낚시를 시작했다. 날이 밝은 직후에도 입질은 멈추지 않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또 찾아왔다. 골짜기를 타고 흘러내린 흙탕물로 저수지 전체가 순식간에 흙탕물로 변한 것이다. 급상승한 수위로 좌대가 물속에 잠기는 바람에 더 이상은 낚시는 불가능했다. 결국 이날 출조는 오전 8시경 일찌 감치 마감했다.

본부석에 모여 조과를 확인하니 난리통에도 모두 준척급 이상으로 손맛을 봤다. 마릿수는 필자가 가장 많았는데 방류하며 세어보니 7~9치급 만 30마리가 넘었다.

▲초곡지로 출조한 낚시인들이 서로의 포인트를 둘러보고 있다.

▲취재일의 마릿수 조과를 자랑하는 로즈피싱밴드 회원들. 황주연, 최재우, 김종국 씨다.

▲잔챙이로 손맛을 본 황주연 씨가 살림망을 보여주고 있다.

옥수수보다 새우에 입질 잦아

경남에서도 창녕권은 90% 이상 저수지에 외래어종이 유입돼 있다. 그 중에서도 이곳 초곡지는 여전히 토종붕어만 서식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토종고기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비록 월척을 낚는 것은 실패했지만 때글때글한 토종붕어로 손맛을 원 없이 봤다는 점만으로도 기분이 매우 좋았다.

토종터답게 붕어들의 미끼에 대한 반응도 배스터와는 달랐다. 옥수수에는 반응이 늦었고 새우에는 앞다퉈 붕어들이 달려들었다. 산 새우보다는 죽은 새우에 입질이 빨랐는데 낚시점에서 미리 새우를 사간다면 큰 놈 위주로 구입해갈 것을 권하고 싶다. 새우가 클수록 씨알 선별력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초곡지는 쓰레기 문제로 마을 주민들과의 마찰이 종종 있는 곳이다. 따라서 철수 시엔 본인 쓰레기를 하나도 남김없이 가져가길 바란다. 가끔씩 수거한 쓰레기를 길가에 모아 놓거나 불태우는 경우가 있는데 반드시 집에 가져가 분리수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