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 대제지]

펄펄 끓는 고수온 뚫고

월척 캤다

황병구 영천 야사낚시 대표, 다이와 민물스탭

▲상류에서 바라본 대제지 하류권. 전 수면이 마름으로 덮혀 있었다.

▲취재일 올라온 붕어들.

무더위가 대단하다. 37~38도가 이젠 예사가 되었다. 왜 이렇게 더워졌을까? 날씨가 더워 출조도 차일피일 미루며 그냥 사무실 에어컨 밑이 천국이라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낚시방송을 몇 년간 함께한 류승우 PD로 부터 전화가 왔다. “형님, 휴가인데 이번 기회에 얼굴도 뵙고 낚시도 한 번 합시다”라는 거다. 그동안 서로 너무 바빠 몇 개월간 못 봤는데 모처럼 휴가라 시간을 낸 모양이다.

“그래 운전 조심하고 내려와라.”

통화를 마치고 그때부터 저수지 선정에 들어갔다. 이곳저곳 생각하니 그래도 여름낚시는 그늘이 기본이며 잠시 쉴 곳도 필요하다. 기왕이면 그늘 밑에 낚싯대를 편성하고 오순도순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저수지를 떠올리는데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계곡지가 떠올랐다. 영천시 화북면 옥계리에 있는 대제지다.

▲류승우 피디가 수초구멍에 채비를 던져 넣고 있다.

인적 드물고 한적한 산속 계곡지를 찾아서

대제지의 만수면적은 1만5천평으로 주 서식 어종은 붕어와 가물치며 미끼용으로 쓸 참붕어와 새우도 서식하고 있다. 대제지는 바로 밑의 동네 길을 따라 진입하는데 길이 좁고 험해 차폭이 넓은 차는 돌담으로 인해 진입이 어렵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자칫 잘못 들어섰다가는 큰일날 수도 있으므로 진입하기 전 미리 걸어들어가 길 폭을 확인 하기 바란다.

류승우 PD와 만나 대제지에 도착하니 수위는 만수였다. 저수지 전역에는 마름수초가 덮여 있었다. 상류에 주차하고 저수지를 바라보니 수초만 보인다. 저수지 우안과 좌안 어디에도 작업한 포인트는 없고 수초만 가득했다. 눈여겨 본 좌안은 진입하기가 조금 힘들다. 어떡해야 될 지 몰라 고민이 됐다. 이 무더운 날씨에 수초작업을 해야 하나? 아니면 다른 저수지로 옮겨야 하나? 기로에 선 우리는 잠시 고민했다.

결국 포인트 개척이 힘은 들겠지만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끌려 그냥 자리를 잡기로 했다. 류 PD는 제방 우안 상류에 자리를 잡았다. 이 포인트 우측은 갈대밭이고 정면과 좌측은 마름과 물수세미가 자라있 다. 류 PD는 이곳에서 수초제거작업을 시작했다. 나는 제방 좌안 최상류를 포인트로 정했다. 우측으로는 물버들이 자라고 정면으로는 마름과 물수세미, 좌측으로는 뗏장수초밭이다. 생자리이다 보니 수초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작업을 끝낸 후 대편성에 들어갔다.

수심은 두 구멍이 50~100cm로 상류치곤 제법 깊었다. 이것을 위안 으로 삼고 급한 마음에 참붕어와 옥수수를 미끼로 달아본다. 그리고 물에 손을 넣어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물이 너무 뜨겁다. 아마도 밤이 되어야 수온이 내려갈 것 같다는 생각에 잠시 그늘 밑에서 저녁식사 준비를 했다.

▲류승우 피디가 올린 32cm 월척. 황금빛이 찬란했다.

▲낚시를 마친 후 류승우(왼쪽) 피디와 함께.

▲여름휴가를 맞아 대제지를 찾은 류승우 피디가 밤낚시로 올린 월척을 자랑하고 있다.

밤 11시에 찾아온 월척

날이 어두워지자 케미를 달아 낚시를 시작했다. 류 PD 쪽에서 계속 입 질이 들어온다. 붕어 씨알은 6~7치급으로 시간이 흐르자 내 쪽에서도 입질이 들어왔다. 그러나 여전히 씨알이 잘다. 참붕어 미끼에는 붕어대신 가물치가 물고 늘어졌다.

그렇게 다문다문 잔챙이 입질이 이어지더니 밤 11시경 드디어 류 PD 자리에서 챔질 소리와 함께 육중한 물보라 소리가 들렸다. 32cm 월척이었다. 축하의 말은 전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낚시를 이어갔는데 더 이상 입질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한 마리를 끝으로 날이 밝고 말았다. 확실히 바쁘게 떠오르는 여름 태양은 우리를 바쁘게 만들었다.

이날은 비록 가장 큰 놈이 월척 1마리였지만 요즘 같이 저수지 물이 펄펄 끓는 상황에서는 매우 귀한 월척이었다. 그것도 배스터가 아닌 산간 계곡의 토종터에서 말이다. 여기에 모처럼 휴가를 내고 찾아온 류승우 PD가 월척을 올려서 기분이 좋았다. 오로지 나의 기억과 경험을 더듬어 대제지를 선정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만족스러운 결과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대제지를 떠났다.

내비 주소 화북면 옥계리 533번지

문의 영천 야사낚시 010-3806-7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