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붕어터에 배스가 줄고 있다

①원인분석

근친교배? 적자생존?

▲채집망으로 잡은 새우와 참붕어. 배스가 감소 중인 낚시터에서는 새우, 참붕어 등이 빠르게 늘고 있다.

배스 자원이 갑자기 줄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가설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낚시인들은 유력한 원인으로 근친교배와 적자생존을 꼽고 있다.

근친교배설은 쉽게 말해 같은 어미 고기에서 난 새끼들끼리 계속 교배를 이어나가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세대가 쌓일수록 열성인자가 강해져 성장저하, 기형, 불임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내 수계에 살고 있는 배스들은 모두 같은 부모로부터 파생된 개체들로 볼 수 있고 확산된 지 이미 40년 이 상 지난 상태라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적자생존설은 배스의 먹잇감이 되는 작은 물고기 즉 각종 수서 생물이 급격히 사라지자 서로 잡아먹는 공식(共食) 상황으로 변했다는 가설이다. 원래 적자생존이란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환경에 적응한 개체가 살아 남는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이론인데, 아무튼 한정된 공간에서 먹을 것이 없 어지자 살아남기 위해 새끼 배스는 물론 배스의 알까지 잡아먹으면서 크고 힘 센 배스만 살아남고 있다는 주장이다.

붕어 외에 새우, 참붕어 자원도 늘어나는 중

배스의 감소 현상으로 붕어의 산란 조건이 안전해졌고 그 결과 붕어 치어가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졌다. 더불어 새우, 참붕어 같은 수생동물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렇다면 배스가 한창 퍼져있던 시기와 현재처럼 점차 줄고 있 는 시점의 붕어낚시 패턴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배스 번성기에는 토종붕어낚시의 공식과도 같던 ‘황혼과 여명 무렵의 피딩 시간’이 깨졌다. 즉 여름을 기준할 경우 이제 막 케미를 꽂아야 할 7시 무렵부터 케미 꽂고 2~3시간 동안의 초저녁 피크, 그리고 동트기 1시간 무렵부터 동튼 후 1시간가량의 여명 피크가 사라진 것이다. 하필 두 시간대가 배스의 먹 이사냥 시간과 겹치다보니 붕어들이 연안 접근을 꺼린 것이 이유가 됐다.

결국 배스터 붕어들은 해가 진 후 한참이 지난 밤 10시 무렵부터나 입질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아침 입질 또한 배스의 먹이 사냥이 끝난 오전 8시 무렵부터 오전 11시까지 미뤄졌다. 그리고 배스가 줄고 잔챙이 붕어가 늘고 있는 현재는 또 다시 붕어 입질 시간대에 미세한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변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곳에서는 과거처럼 초저녁과 아침 입질이 살아나고 있으며, 반대로 여전히 배스가 득세 중인 곳은 오히려 더 늦어지는 양상이다. 이와 같은 붕어 자원 회복 속도 차이와 입질 시간 변화는 낚시 터별 배스 유입 시기, 수초대 밀생 여부 같은 현장 조건에 따라서도 약간씩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어류학자의 분석

인위적 배스 멸종은 불가능에 가까워 이미 우리나라 생태계 구성원으로 자리 잡아

이완옥 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 상지대 외래교수

모든 종이 새로운 환경에 처음 들어가면 초기에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개체수가 조절되고 환경에 적응하며 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는 게 생태계의 원리다(배스가 줄고 있 는 이유를 한두 가지 요인으로 특정하기는 어렵다).

즉 한국의 배스는 이미 한국 수계의 생태 피라미드에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한 상태로 보면 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배스는 지금보다 더 늘지도 줄지도 않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일각에서 진행 중인 수매나 인위적인 퇴치활동은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런 활동은 오히려 자연의 순리에 ‘간섭’이 돼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매나 퇴치활 동으로 배스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데에는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필 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