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성 장광낚시터]

수해복구 뒤 옛 명성 되찾다

백두장사급 향붕어 손맛 일품

김병조 천류 민물스탭, 유료터닷컴 고문, 유튜브 춤추는찌불의 일조삼락 진행자

▲드론으로 촬영한 장광낚시터. 말끔히 정돈된 낚시터가 눈길을 끈다.

올해 장맛비는 산발적으로 내려 예년보다는 비로 인한 피해가 적은 것 같다. 장마가 소강상태를 보이는 주말에 경기도 안성 장광낚시터로 낚시여행을 떠났다.

지난 7월 중순, 장광낚시터에 도착하니 주말을 맞아 많은 낚시인들이 자리를 하고 있다. 장광낚시터는 중부고속도로 일죽IC에서 5분 거리에 있어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아주 좋은 낚시터다. 붕어 방류량이 많기로 소문난 곳. 그래서인지 찌는 듯한 무더위에도 낚시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것 같았다.

장광낚시터는 비봉산 계곡수가 유입돼 1급 수질을 자랑한다. 6천 평의 아담한 준계곡지다. 다양한 수심과 포인트가 있으며 좌대는 2인부터 4인까지 크기별로 갖추어져 있다. 좌대는 총 12개로 모두 걸어서 진입이 가능하도록 연안에 배치돼 있다.

노지 입어료는 4만원, 좌대 이용료는 2인 좌대 평일 10만원, 주말 12만원이며 4인 좌대는 3인 기준 평일 15만원, 주말 17만원으로 모두 입어료 포함 가격이다. 1인 추가 시 4만원의 입어료만 더 지불하면 된다. 좌대에서는 취사금지다. 관리실 뒤에 취사장이 따로 있어 이곳에서 음식을 요리하면 된다. 또한 바로 옆에 샤워장이 마련돼 있어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엔 샤워도 할 수 있어 좋다.

장광낚시터 출조가 처음이라 장광지 마니아인 회사 선배 조신호 씨에게 출조 전 전화로 팁을 물었더니 “장광지에서는 꽝을 치는 것이 더 어려워, 꾸준하게 밑밥을 주면 초보자라도 충분히 손맛을 볼 수 있는 곳이야”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낚시인들이 출조 전에 인터넷으로 올라오는 조행기를 참고하는데 나 역시도 장광지 출조 전에 조행기를 찾아서 보았더니 호조황 소식이 많아 내심 기대가 되었다.

▲정년퇴직한 두 선배와 필자가 좌대에서 올린 푸짐한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인구, 필자, 김영교 씨.

깊은 수심에서 올라오는 향붕어 손맛 짜릿

장광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수박과 참외 모양의 관리실에 들려 홍순전 사장과 인사를 나누었다. 장광낚시터가 작년 태풍 때문에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은 알고 있었는데 당시의 상황을 물었더니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철렁거리네요. 제 차뿐 아니라 좌대가 떠내려 가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하고 말했다. 그의 표정에서 피해 규모가 어떠했는지 짐작하고도 남을 것 같았다.

작년에는 어느 해 보다 길었던 장마와 한반도를 쓸고 지나간 여러 개의 태풍 탓에 전국적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하였는데 낚시터도 예외는 아니었다. 장광낚시터 역시 태풍 영향을 피해 갈 수가 없었다. 작년 8월 태풍 때의 엄청난 폭우로 산에서 내려온 토사만도 2.5톤 덤프트럭 250 대 분량이었다. 복구 기간만 6개월이 걸렸으며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한 결과 다른 낚시터보다는 늦은 올해 4월 중순에야 개장을 했다. 달라진 점 중 하나는 예전에는 살치 때문에 낚시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저수지 물을 완전히 빼고 살치 퇴치 작업을 함께 한 결과 지금은 살치 걱정은 사라졌다.

관리실에서 시원한 냉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으니 함께 동출하기로 한 황인구, 김영교 선배가 도착했다. 낚시 짐을 차에서 내려 이날 함께 낚시할 사과 모양의 애플좌대에 올랐다.

3.2칸 두 대를 편성하고 어분과 보리를 배합한 집어제, 새우어분글루 텐으로 미끼를 만들어 낚시를 시작했다. 수심이 4m 정도로 깊어서인 지 3.2칸 낚싯대의 찌가 초릿대 바로 앞에 매달렸다.

집어한 지 10분도 되지 않아 첫 입질이 왔다. 찌의 미세한 움직임이 살짝 포착되더니 바로 몸통까지 밀어 올린다. 챔질하자 당길 힘이 예사롭지 않았다. 한 손에서 급기야는 두 손으로 낚싯대를 부여잡고 물 밖으로 끌어냈더니 향붕어다. 크기는 준척급인데 그 힘이 항우장사처럼 느껴졌다. 찌올림도 좋고 손맛이 대단한 게 가히 일품이다. 바로 옆에서 낚시하는 두 분의 선배 역시 무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계속해서 올라오는 향붕어 손맛에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다.

장마가 소강상태지만 예보대로 국지성 폭우가 내렸다. 한바탕 굵은 빗줄기를 쏟아 붓고 나니 더위가 조금 가시는 것 같았다. 보통 여름에는 수온이 올라 낮보다는 밤낚시가 잘 되는 게 보편적인데 장광낚시터는 밤낮 가리지 않고 활성도가 좋다. 아마도 수심이 깊어서 그런 것 같았다.

▲낮에 입질을 받은 낚시인이 파이팅을 벌이고 있다.

▲서울에서 온 이경환 씨가 제방 쪽 깊은 수심에서 거둔 하룻밤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밤낮 안 가리고 올라오는 찌들

향붕어들의 짜릿한 손맛에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어느덧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서 관리실로 향했다. 장광낚시터 식당은 음식이 맛있기로 낚시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여름에 낚시터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 힘에 부쳐 급식차를 불러 식사를 해결했다고. 그러자 낚시인들의 항의가 빗발쳐 다시 원래대로 낚시터에서 식당을 운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정갈한 반찬에 칼칼한 닭볶음탕을 먹어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오랜만에 선배들과의 동출이라서 반주로 소주 한잔을 곁들이며 맛있게 저녁을 먹고 찌불을 밝혔다.

밤이 되어서도 환상적인 찌올림은 계속되었다. 향붕어 씨알은 다양했지만 크기에 상관없이 그 힘은 대단했다. 황인구 선배의 챔질에 이어진 강렬한 피아노줄 소리가 고요한 밤의 정적을 깨뜨렸다. 자연스럽게 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씨알이 굵은 놈일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한참 실랑이를 하다가 간신히 뜰채에 담았는데 생각했던 대로 월척이 훨씬 넘는 향붕어였다. 챔질했을 때의 강렬한 손맛이 잊히지가 않는지 황인구 선배가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이곳 향붕어들에게 보약을 먹였나봐. 무슨 향붕어가 이렇게 힘이 좋아?”

그 말을 들은 김영교 선배가 “힘이 백두장사급인가 보네요”라고 말하는 바람에 모두 한바탕 웃음보가 터졌다. 씨름 중계방송을 많이 했던 선배 들이라 즉석에서 멋진 비유를 만들어냈다. 이번에는 김영교 선배가 향붕어를 낚아내면서 하는 말이 “이번 붕어는 금강장사급이네”라며 웃음을 지었다. 대체로 향붕어는 찌를 끌고 들어 가는 경우가 많은데 장광낚시터 향붕어는 토종붕어처럼 찌를 몸통까지 올리는 게 환상적이었다.

계속되는 향붕어들의 야습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낚시하다가 새벽 2시에야 잠을 청했다. 잠시 눈을 붙이고는 알람 소리에 잠을 깨어 6시에 밖으로 나와 아침장을 보기 위해 다시 낚시를 하자 입질이 지속됐다. 장광낚시터에서는 열심히만 하면 100수도 거뜬하다고 하더니 정말 그 런 것 같았다. 아침 햇살이 강해지면서 더위가 시작되기에 그만 철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