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 대곡지]

힐링이 따로 있나요?

나무 그늘에 계곡물 흐르면 최고지

김철규 호봉레져, 탑레져, 토코떡밥, 태흥 필드스탭

▲대곡지 최상류에 자리한 필자 일행의 포인트. 보기엔 물속이 깔끔해 보이지만 마름과 줄풀이 제법 잠겨 있어 밑걸림이 심했다.

매일 비가 내리던 7월 중순이 지나자 하늘은 따가운 햇살을 연일 퍼붓고 있었다. 습하고 덥다보니 이런 날씨에 출조지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았다. 지난 조행기를 뒤적이다 몇 년 전 찾았던 충북 괴산의 대곡지(풍림지)를 찾아내고 근래의 조황을 조사해보았다. 그런대로 붕어가 나오는 듯했다. 그늘이 있고 시원한 물이 흐르는 도랑이 있던 곳이라 이런 무더위에 찾아가면 좋을 것 같았다.

7월 16일, 함께 출조하기로 한 홍순진 씨와 현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서울에서 출발해 오전 11시에 대곡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상류로 올라가 저수지를 한 바퀴 둘러 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낚시인이 없다는 것은 붕어가 안 나오기 때문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상류에 차고 맑은 물이 흐르는 도랑이 있고, 큰 나무 그늘까지 있어 이렇게 뜨거울 때는 더없이 좋은 곳이라는 생각에 자리를 잡았다. 특히 상류로 돌아 들어가면 종일 그늘이 지는 큰 나무 터널도 있어 본부석으로 최고의 장소였다.

▲개울에서 흘러든 시원 한 물이 토관을 거쳐 저수지로 유입됐다. 계곡수처럼 물이 차가워 이 곳에서 더위를 식혔다.

만수위에는 상류에 포인트 형성

대곡지는 1999년 준공한 1만8천평의 계곡지다. V자 형태의 저수지로 오른쪽 골은 사유지가 있어 만수에는 접근하기 어렵다. 왼쪽 골은 골자리가 길다. 만수위에는 중류의 수심이 깊고 급경사여서 접근이 어려워 주로 상류에 포인트가 형성된다.

몇 년 전 이곳을 찾았을 때는 자생 새우가 많았고 참붕어 등 미끼로 사용 가능한 잡어도 많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배스가 유입되어 새우는 멸종되었는지 채집이 안 됐다. 다만 이번 출조에서 동사리와 돌고기 등의 개체는 많은 것으로 보아 아직까지 배스의 개체수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날 건너편에서 낚시한 사람이 40cm가 넘는 배스를 낚은 것으로 보아 머지않아 터 센 대물터가 될 것 같았다.

낚시자리는 도로변에 약 네 자리가 있고 상류 콧부리에 약 다섯 자리, 그리고 건너편 상류에 다섯 자리 등 모두 합쳐봐야 열 자리가 조금 넘는다. 최상류권으로 마름이 잘 분포되어 있으며 건너편 안쪽 물골자리로는 수초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장마가 시작되기 전 저수위 때 자란 풀들이 바닥에 깔려 있어 찌를 세우기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전날 내린 비로 질퍽거리기는 했지만 풀이 난 곳에 짐을 내리고 약 2m 높이의 언덕을 오르내리며 좌대와 텐트를 설치하고 나니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마름이 왼쪽엔 듬성듬성 있고 오른쪽엔 빼곡했다. 우선 듬성한 왼쪽에 찌를 세웠다. 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마름이 얼마 없는 곳은 찌가 잘 서지 않았고 오히려 마름이 가득한 곳의 빈 구멍에는 그런대로 찌가 잘 섰다. 왼쪽 구멍은 물 속 마름 줄기에 찌가 걸려 잘 서지 않는다고 생각됐다. 하지만 다음날, 바늘에 걸려 나오는 줄풀을 보고난 후에야 마름 줄 기가 아니라 줄풀이 깔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닥을 찾아가며 12대의 낚싯대를 펴다보니 대편성에 무려 2시간이나 걸렸다.

어렵게 대편성을 마치고 끈적이는 몸을 씻으러 작은 도랑을 찾았다. 약 1.5m 지름의 원통 관을 통해 흘러내리는 물은 그냥 마셔도 될 정도로 맑고 시원하다 못해 너무 차가웠다. 한 바가지 퍼서 머리 위에 부어주니 얼음장같이 느껴지며 땀이 쏙 들어갔다. 오후가 되니 동출하기로 한 홍순진 씨가 도착했다.

▲ 동행한 서운석 선배님이 조황 촬영의 모델이 되어주셨다.

▲ 미끼를 감쪽같이 따먹은 돌고기.

▲낮에 낚시를 방해한 피라미.

▲밤낚시 풍경.

만수위 전에는 월척이 잘 낚였다는데…

땀을 식히고 앉아 찌가 잘 서지 않는 오른쪽 마름 밀집 공간을 찾아 어렵게 찌를 세웠더니 이내 입질이 들어왔다. 챔질하니 9치에 조금 빠지는 붕어가 첫수로 나와 주었다. 아니 계곡지에서 이 대낮에, 그것도 2.4칸 짧은 대에 붕어가 나온다고? 열심히 해봐야 할 명분이 생겼다. 상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낚시하지 못할 정도로 수심이 얕았다고 한 다. 그러던 것이 장맛비로 만수위가 되었고 상류 수심도 2m에 육박하 게 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입질이 들어왔는데 이번에는 조금 작은 7치였다. 이후 6치 작은 붕어 한 수를 더 만났고 밤낚시로 접어들었다.

저녁이 되자 건너편으로 2명의 낚시인이 들어 왔고 도로 쪽으로도 2명이 더 들어와 모두 6명이 자리를 잡았다. 그중 건너편에 들어온 한 분은 얼마 전에 출조해 37cm, 38cm 등 허리급 붕어 3마리를 낚았다고 한다. 그때는 만수가 아니었고 필자가 앉은 상류에는 물이 없어 낚시를 하지 못할 때였다고 한다. 어둠이 내리고 본격적으로 밤낚시가 시작되면서 씨알 좋은 붕어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입질 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 어쩌다 끌려가는 찌를 채보면 동사리만 걸려 나왔다. 늦은 밤까지 앉아 있으며 작은 붕어만 한 수 낚고 휴식을 취했다.

잠시 졸다가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낚시를 시작했다. 동이 트자 입질은 들어오는데 챔질하면 빈 바늘만 날아왔다. 옥수수를 달아 던진 후 10여 분 뒤 들어 보면 옥수수가 없거나 빈 껍질만 남아 있었다. 찌의 움직임이 전혀 없는데도 미끼가 사라졌다. 얼마 후 범인을 잡고 보니 입이 작은 돌고기였다. 밤사이 건너편 조황을 살펴보니 도로 아래에서는 월척급 붕어가 나왔다. 하지만 나무 그늘 속 건너편은 잔챙이 붕어 몇 수로 마감이었다.

▲취재일 올라온 붕어들. 7~9치급이 주종이었다.

▲ 나무 그늘 밑에 자리한 본부석 자리.

▲낚시 후 필자가 수거한 쓰레기들.

물골자리에서 4짜 붕어 출현

오전 7시가 지나자 오른쪽 마름 속에서 입질이 들어왔다. 오른쪽 마름 군락은 구멍은 작아도 그런대로 찌가 잘 섰고 입질도 잘 들어왔다. 오전 9시가 지날 즈음 마름 사이의 3.2칸 대 찌가 살며시 올라왔고 챔질 하니 묵직함이 느껴졌다. 마름을 뒤집어쓰고 나온 녀석은 월척 붕어였다. 그러나 계측자 위에 올려놓고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뛰어오르며 물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아쉽게도 이날 잡은 유일한 월척 붕어는 그렇게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고 말았다. 필자가 철수한 다음날 건너편 물골자리에서 4짜 붕어 한 수 나왔다고 서운석 선배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지만 확인할 길은 없었다. 하지만 분명 4짜 이상의 대물 붕어가 살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찬바람이 불면 다시 한 번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때쯤이면 물속에 가득한 육초도 삭아 장해물이 되지 않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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