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척의 바다 부남호 시동
봉락수로에서 월척 터졌다!
5월 들어 전역으로 입질 확산, 밤낚시에 새우도 잘 먹혀
ㅣ이영규 기자ㅣ
중부권 최대 월척 배출터로 성장한 부남호가 본격 시즌에 돌입했다. 4월 마지막 주를 기해 가지수로와 본류에서 모두 입질이 불 붙었다. 올해는 씨알도 굵어 삼십대 중후반급 월척이 무더기로 낚이고 있다.
▲봉락수로에서 낚은 월척들을 자랑하는 낚시인들. 죄다 36~39cm짜리들이다. 왼쪽부터 최부근, 이명남, 정민영씨.
서산 일번지낚시 김기동 사장은 부남호를 전국 최고의 월척터로 꼽았다. 그의 말에 의하면 “4짜를 포함해 하룻밤에 월척을 서너 수 이상 쉽게 낚을 수 있는 곳이 부남호 외에 또 있느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왜 나는 그간 부남호를 자주 찾지 않았을까? 부남호의 수질이 나쁘다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겨울에 자주 찾는 호남의 간척호나 부남호 수질이나 큰 차이는 없다. 그보다 아마 부남호에선 월척이 너무 쉽게 올라오다보니 희소 가치가 떨어진 게 이유일 것이다. “천수만(부남호)에서 4짜가 낚였다”는 제보가 들어와도 ‘거긴 원래 그런 사이즈들이 낚이는 곳인데 무슨 큰일이라고…’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는 수가 많다. 월척이 너무 잘 낚여도 탈이다.
보트꾼 백승국씨 2번 제방 밑에서 월척만 18마리
올해 부남호의 월척 행진은 4월 중순에야 본격 시동이 걸렸다. 4월 초부터 본류 최상류의 샛수로와 갈마수로, 큰갈마수로 등에서 드문드문 월척이 올라왔지만 나쁜 날씨 탓에 지속적인 호황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지난 4월 26일 드디어 부남호 본류에서 월척이 올라온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비록 보트낚시 조과였지만 본류권 호황 소식은 천수만 마니아들에겐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본류에서 입질이 시작됐다는 건 부남호 전역으로 입질이 확산될 것임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4월 28일 일번지낚시 김기동 사장과 부남호를 찾았다. 5월 초 현재 2번 제방은 차량 통행이 금지돼 있어 갈마수로에서 3번 제방을 바로 건넌 뒤 하류 달산수로 제방까지 내려갔다. 2번 제방과 연결된 달산수로 제방을 건너 다시 하류 쪽으로 좌회전해 700m쯤 가자 연안에서 떨어진 수중 갈대군락에서 서울의 백승국씨가 보트낚시를 하고 있었다. 백승국씨는 전날 4짜 3마리 포함 월척만 18마리 등 하루에 20마리의 붕어를 낚았다. 월척은 죄다 35~39cm로 굵었다. 전날 백씨와 함께 낚시한 김기동씨는 사진 촬영을 위해 전날 낚은 35, 38, 40cm 붕어가 담긴 살림망을 수중갈대밭에 꺼냈다.
그에 반해 전날 밤낚시를 한 연안꾼들은 오전까지 별다른 입질을 못 받고 있었다. 아직 붕어들이 연안까지 올라붙진 않은 것 같았다.
김기동씨는 ‘스타보트’로 불리는 소형 FRP 조립식 보트를 갖고 왔다. “부피가 작고 조립 시간이 빨라 속전속결로 치고 빠지는 데는 최고”라고 했다. 이날은 나도 한번 스타보트를 경험해볼 생각으로 일번지낚시 회원의 보트를 빌려 갖고 나왔다. 크기가 작아서 몸을 움직일 때마다 약간씩 꿀렁거렸지만 짧은 시간에 근거리 포인트를 노리기엔 큰 고무보트보다 유리한 점이 많아 보였다.
연안꾼들에게 지장이 없을 만큼의 거리에서 보트를 띄워 수중갈대숲을 빠져 나가자 먼저 나가 자리를 잡은 김기동씨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더 이상 나오지 말고 거기에 폴대를 박으세요. 어제 거기서 내가 첫 입질에 사짜를 낚았고 그저께는 백승국씨가 오후에만 월척을 여섯 마리나 낚았어요.”
엥? 연안에서 불과 30m밖에 안 벗어났는데 여기서 낚시를 하라고? 수심을 재보니 고작 70cm 수준이다. 내가 “연안에서 너무 가까운 게 아니냐”고 묻자 김기동 사장이 말했다. “붕어들이 연안 대낚시의 사정거리를 살짝 벗어난 지점에서 입질하고 있어요. 특히 이 기자가 있는 곳은 낮 열두시가 넘어 햇살이 퍼질 때 소나기 입질이 붙더군요. 이른 새벽에는 내가 있는 일 미터 오십 센티 수심에서 입질이 붙다가 점차 얕은 곳으로 입질이 옮겨갑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아침부터 북서풍이 강하게 불고 오전 11시가 다 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전날 혼자 20마리를 낚았다던 백승국씨도 이유를 모르겠다며 하류로 이동해 버렸다. 12시경 1.5m 수심으로 자리를 옮긴 서울의 박재창씨가 37cm를 한 마리 끌어내면서 분위기가 반전되는 듯 싶었으나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면서 오전 조황은 이것으로 끝이었다. 모처럼 천수만의 월척 손맛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허탈하기 짝이 없었다. 올 봄엔 날씨가 원수다.
▲김기동씨가 스타보트를 타고 4짜 붕어를 낚아낼 당시를 재현하고 있다.
▲김기동씨(왼쪽)와 백승국씨가 보트낚시로 거둔 월척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살림망에도 이만큼의 월척이 담겨 있다.
봉락수로의 떼월척 사태
그런데 이날은 엉뚱한 곳에서 대박이 터지고 있었다. 나흘 전부터 드문드문 월척을 배출하던 봉락수로(큰갈마수로 하류의 소규모 샛수로)에서 무더기 월척이 쏟아진 것이다. 김기동는 “어제 봉락수로로 안내한 손님들이 월척을 많이 낚았다”며 봉락수로로 이동해 보자고 말했다. 원래 보트낚시 조황이 부진하면 수로에서 낚시를 더해볼 예정이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곧바로 수로로 들어갈 걸 그랬다. 걸었다하면 죄다 35cm 이상이고 4짜도 한두 마리씩 섞여 낚였다니… 붕어가 나를 피해 다니는구나!
봉락수로는 2번 제방의 우안 하류에 있는 소형 수로다. 큰갈마수로 입구에서 연안 길을 타고 하류로 내려가면 처음 만나는 수로다. 그동안 갈마수로와 큰갈마수로의 유명세에 가려 이름이 낯선 곳이지만 해마다 이맘때 떼월척을 배출하는 곳이다.
서둘러 봉락수로로 가보니 폭은 30m, 낚시 가능한 구간의 길이는 70m에 불과하다. 수심도 50~70m에 불과하다. 이런 곳에서 매년 이맘때 4짜에 육박하는 월척들이 떼로 낚인다고? 호황은 호황인 듯 수로 양안에 꾼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대부분 많게는 여섯 마리, 적게는 두세 마리씩 월척이 담겨 있었다. 초입의 조황이 가장 좋았고 상류로 갈수록 마릿수가 뒤졌다.
입질은 밤 10시부터 새벽 4시 사이에 집중됐다는데 미끼는 새우를 썼다고 한다. 새우 밤낚시가 먹혀든다는 것은 산란을 끝낸 붕어들이 왕성한 먹이활동을 시작했다는 증거이므로 부남호가 본격적인 밤낚시 패턴으로 돌입했음을 알 수 있는 징후였다.
중류에 앉은 이명남씨의 살림망을 꺼내보니 37, 39cm 2마리가 들어있었다. 이명남씨는 “밤에 쟀을 때는 4짜였는데 밤새 일 센티가 줄었다”며 아쉬워했다. 양손에 월척붕어를 한 마리씩 들었는데 워낙 고기가 커 몇 번 땅에 떨어뜨린 뒤에야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이번엔 초입 부근에 앉은 강정선씨의 살림망. 5마리의 월척 중 4마리가 4짜였다. 이날 봉락수로에서는 35cm 이하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였다. 촬영 도중 해프닝도 있었다. 촬영을 하는 사이에도 입질이 와서 강정선씨의 찌 하나가 갈대 속으로 박혀 버렸다. 강씨가 황급히 뛰어 내려가 낚싯대를 세워봤지만 꿈쩍도 않았다.
다음엔 인천에서 온 이동은씨의 살림망. 월척을 다섯 마리나 낚은 그는 긴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밤을 새면서 낚시해 39cm까지는 낚았는데 4짜는 못 건졌다는 게 이유였다. 참 행복한 고민이다.
그런데 워낙 많은 준4짜급 붕어를 촬영하다보니 나의 눈 감각이 무뎌지기 시작했다. 이게 월척인지 4짠지 분간도 잘 안 되고 워낙 붕어들이 크다보니 다른 각도로 찍어볼 엄두도 나질 않았다. 촬영을 도와주던 김기동씨가 건너편 연안의 조과도 촬영하자는 말에 나는 소리쳤다. “이제 그만!” 더 이상 촬영을 계속했다가는 꿈속에서도 월척 붕어가 헤엄쳐 다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
▲"꼭! 딴 짓할 때 입질한다니까!” 봉락수로 초입에 앉았던 인천의 강정선씨가 촬영 도중 입질한 붕어를 끌어내기 위해 낚싯대를 치켜세우고 있다.
▲“다섯 마리 중 네 마리가 사짜입니다.” 강정선씨가 봉락수로 초입에서 거둔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미끼는 다양하게, 풍향 따라 포인트 정해야
5월 초순 현재 월척 입질은 부남호 전역으로 확산된 상태다. 날씨에 따른 조황 기복이 있을 뿐이다. 작년 이맘때보다 2~3cm는 굵어져 37~39cm급이 주종으로 올라오고 있는데, 김기동씨는 “배스가 들어간 서산의 대부분 낚시터에서 매년 붕어 씨알이 커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부남호도 그 영향인 것 같다” 고 말했다.
부남호를 찾을 때는 두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첫째는 미끼다. 취재 전날 본류의 보트낚시에서는 월척이 떡밥에 올라왔다. 그러나 같은 날 봉락수로에서는 새우가 특효 미끼였다. 또 취재 후 많은 양의 비가 내려 배수가 이루어진 뒤부터는, 즉 수위가 내려간 후부터는 봉락수로와 본류에서 새우와 떡밥엔 입질이 뚝 끊기고 지렁이에만 입질이 활발했다. 따라서 부남호를 찾을 때는 특정 미끼를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미끼를 활용해볼 필요가 있다. 새우는 상황에 따라 선택하더라도 지렁이와 떡밥은 필수 지참물인 셈이다.
둘째는 풍향이다. 올봄엔 날씨는 화창해도 강풍이 많이 불고 바람 방향도 뒤죽박죽인 날이 많아 낚시에 많은 애를 먹고 있다. 취재일처럼 (북)서풍이 강하게 불 때는 2번 제방 서쪽 하류 연안과 달산수로 서쪽 연안이 바람과 파도에 의지되고, 동풍이 강하게 불 때는 동쪽 연안들이 바람과 파도에 의지된다. 따라서 현장에 도착한 뒤 바람이 강하게 분다고 해서 무작정 발길을 돌릴 게 아니라 풍향을 살핀 뒤 의지통을 찾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특히 주의보급 강풍이 불어도 2번 제방 상류와 달산수로는 높은 파도 탓에 낚시가 불가능하지만 2번 제방 하류는 제방이 파도막이를 해 바람만 셀 뿐 그다지 높은 파도는 일지 않는다.
▒ 조황 문의 서산 일번지낚시 041-664-5598
천수만 갈대밭 공략 요령
바닥 청태 피해 미끼를 갈대에서 1m 이상 떨어뜨려라
수초가 많지 않은 천수만에서 갈대는 붕어들의 일급 은신처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갈대밭에 미끼를 바짝 붙여서는 재미를 보기가 어렵다. 천수만의 갈대 바닥에는 항상 청태가 끼어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갈대에서 최소 50cm~1m 떨어진 곳에 미끼를 떨어뜨리는 게 관건이다. 이 청태는 여름 장마 때 폭우가 내리면 씻겨 내려가기도 하고 수온이 높아지면 수면으로 떠올라 바람에 밀려다닌다. 그때는 갈대에 바짝 미끼를 붙여도 된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것은 몇 차례 채비를 던져보아 바늘에 청태가 묻어나오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