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돔의 열기로 달아올랐다

좌사리도 남해동부의 지존이 되다!

국도→갈도→안경섬→좌사리도! 호황사태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특히 좌사리도 돌돔은 9월 초에도 산란을 마치지 않은 개체가 많고, 포인트가 제도 전역에 널려있다는 점에서, 양과 조황의 지속성에서 남해동부 지존으로 떠올랐다.

▲ “오전 썰물에 이만큼 낚았습니다.” 대구에서 온 문부식씨가 좌사리도 본섬 선바위 일대에서 낚은 돌돔을 자랑하고 있다. 채비는 발앞에 안착시켰고 입질은 아주 시원했다고 한다.

안경섬 돌돔을 취재하고 통영으로 나온 8월 20일 “좌사리도에서 돌돔이 터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통영에서 낚시용품 유통업을 하고 있는 해원유통 차광재 사장의 속보였다.
“어디서 낚였답니까?”
“전역에서 다 낚인답니다. 마산 진주꾼들이 들어와서 돌돔을 엄청 뽑아가고 있어요. 나도 이틀 전 민장대를 들고 출조해서 큰 돌돔을 두 마리 낚았습니다.”
당장 좌사리도를 전문으로 뛰는 통영 탑피싱의 박철민 선장에게 전화했다. 박 선장은 “돌돔꾼들이 몰려서 새벽, 정오, 오후로 나눠서 하루에 서너 번 출조합니다. 촬영하시려면 서둘러 오세요”라고 말했다. 정오 출조배를 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일단 카메라만 들고 탑피싱으로 향했다.
통영 미륵도 연명마을에 있는 탑피싱 앞에 도착하니 의외의 광경이 펼쳐져 있다. 평소 같으면 크릴과 집어제가 쌓여 있어야 할 가게 앞에 성게박스가 수북하고 가게 안에선 손님들이 오전에 낚은 돌돔 회를 맛보고 있다. 그런데 낯익은 얼굴이 몇몇 보였다. 바로 진주 서부낚시 회원들이었다. “안경섬 북여도에서 빼먹고 바로 좌사리도로 튀었어. 안경섬엔 사람이 많이 몰린데다 다이버가 좀 설쳐야지. 그런데 좌사리도는 돌돔을 뽑아낸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기자는 어디서 소식을 듣고 왔어? 선장이 인터넷엔 조황을 안올리기로 했는데 이놈의 소문이 왜 이렇게 빠른 거야?”
박 선장은 “갯바위에 돌돔을 낚아 놓고 철수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있으니 나가서 촬영을 하자”고 했다.
연명항에서 출항한 탑피싱호는 30분 만에 좌사리도에 도착했다. 먼저 첫섬과 둘째섬 사이에 있는 사이섬으로 진입했다. 최고의 참돔 명당으로 자리싸움이 치열한 곳인데, 올 여름엔 돌돔꾼들이 자리다툼을 벌였다. 오전에 출조한 낚시인들이 철수함과 동시에 오후 출조 낚시인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오전 조과는 없었다. ‘두 마리를 걸었지만 너무 커서 올리다가 떨어뜨렸다’고 했다.

▲ 좌사리도 남쪽의 등대섬 일대. 낚시인이 서 있는 자리가 안제립여로 일급 참돔, 돌돔 포인트다. 취재 당일엔 이 자리에서 함안의 최성용씨가 돌돔 세 마리를 낚았다.

포인트 다양하고 마릿수도 많다

남쪽으로 이동. 반찬단지를 지날 때 곳곳에서 돌돔낚시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대부분 민장대를 펼쳐 놓고 있었고 원투낚시는 소수였다. 좌사리도 본섬에 있는 선바위에서 첫 돌돔을 만났다. 대구에서 온 문부식씨 일행이 원투낚시를 해서 돌돔 네 마리를 낚아놓고 있었다. 문부식씨는 “20m 거리에 적당히 던져서 채비를 발앞으로 안착시키면 돌돔이 성게를 깼다”고 말했다. 낚은 사이즈는 40cm 내외로 그리 크지 않았다. “빨래판만한 놈을 다 끌어냈는데 들어뽕을 하다가 빠져버렸다. 그렇게 큰 놈은 처음 봤는데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다음에 도착한 포인트는 안제립여. 좌사리도 가장 남쪽에 있는 포인트로 역시 최고의 명당으로 꼽히는 곳이다. 안제립여 바깥엔 제립여(바깥제립여)란 돌돔 명당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하선금지구역이다. 안제립여엔 함안에서 온 최성용씨가 50cm가 넘는 돌돔 한 마리와 43cm급 두 마리를 낚아 놓고 있었다. 최성용씨는 “오전에 떨어뜨린 놈은 진짜 컸다”고 말했다. 기가 찰 노릇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큰 놈은 떨어뜨렸다니. 오죽했으면 박철민 선장이 마이크에 대고 “떨어뜨렸단 소리 좀 그만 하이소. 다음에도 고기 떨구면 배에 타지 마소!”라고 외쳤을까.
그밖에 돌돔낚시인들이 내린 자리는 본섬 앞의 이장바위 일대, 범여, 남쪽의 등대섬과 셋째섬 일대의 반찬단지 주변 등이었다. 다른 배를 타고 들어온 낚시인들이었기 때문에 포인트마다 조황을 확인할 수 없었다. 현재 좌사리도는 서너 척의 낚싯배가 매일 드나들고 있다. 돌돔 포인트는 바통터치를 하는 상황이라 돌돔 포인트에 내리려면 돌돔낚시인이 많이 타는 낚싯배를 타야 유리하다.

9월 이후 원투낚시에 계속 호황

8월 말까지는 민장대 조황이 우수했지만 9월 초가 되자 원투 조황이 급격하게 우세해졌다. 이것은 청신호다. 좌사리도 돌돔이 산란을 마치고 깊은 곳으로 내려가서도 계속 먹이활동을 한다는 뜻이므로 가을 돌돔낚시터로 아주 유력하다는 의미다. 차광재 사장은 9월 초까지 좌사리도를 드나들며 낚시를 한 결과 “처음엔 민장대가 우세했지만 지금은 원투에 더 큰 돌돔이 나오며 마릿수도 더 많다. 입질 지점이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다. 현재는 30m 정도 거리가 좋다. 좌사리도는 국도와 다르게 깎아지른 직벽보다 밋밋한 여밭이 많아 가을 원투조황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 “좌사리도에 이렇게 큰 돌돔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안제립여에 내린 함안의 최성용씨가 50cm가 넘는 돌돔을 낚아냈다. 이것 외에도 40cm가 넘는 돌돔을 두 마리 더 낚았다.

좌사리도는 마감을 앞두고 있는 지금(9월 8일)까지도 돌돔 조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9월 4~5일 등대섬 일대로 나간 탑피싱 회원들이 원투낚시로 50~60cm 돌돔을 여러 마리 낚아냈고 주변 포인트에서도 50cm 내외의 돌돔들이 꾸준히 낚이고 있다. 탑피싱 박철민 선장은 “8월 중순과 비교하면 큰 돌돔이 많이 늘었다. 생각지도 못한 무명 포인트에서도 돌돔이 낚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마릿수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잘 낚이는 날은 8월 중순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좌사리도로 돌돔 출조를 나갈 때는 찌낚시인이 많이 몰리는 주말은 피하는 게 좋다. 주말 전에 야영을 들어가거나 자정 혹은 밤 10시에 출조하는 것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만약 동틀 무렵에 출조하고 싶다면 생자리에 내릴 결심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의외로 주말 북새통에 밀려 생자리에 내린 돌돔낚시인이 대박을 친 사례가 많다. 탑피싱의 경우 좌사리도 선비 왕복 4만원, 5인 이상 수시 출조(사전 협의), 새벽·정오·오후로 나눠 하루 세 번 출조.
▒ 출조문의 통영 탑피싱 017-544-1141, 055-643-5557

좌사리도에서 7짜 돌돔 낚였다?

지난 8월 26일 ‘안제립여에서 7짜 돌돔이 낚였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외에도 68~69cm 돌돔이 낚였다는 소문은 내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정확한 증거자료가 없다. 증거자료라고 남긴 사진들은 계측자를 댄 것은 거의 없고 대부분 생수통이나 밑밥통에 놓고 찍은 사진들만 남아 정확한 사이즈를 알 수 없다. 일부 낚시인들은 “그렇게 큰 돌돔이 낚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포인트가 파괴되고 만다. 일부러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7짜 소문이 처음은 아니다. 국도, 갈도, 안경섬에서 모두 비슷한 소문이 나돌았다. 과연 남해동부에는 7짜 돌돔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