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코리아 브랜드가 뛴다]
(주)싸파에프앤씨
온오프 오픈마켓 ‘피싱세일’ 서비스
낚시유통의 미래는 플랫폼에 있다
서성모 편집장
싸파에프앤씨가 6월부터 낚시용품 온오프마켓을 결합한 ‘피싱세일’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했다. 온오프 오픈마켓이란 소비자인 낚시인과 판매자인 낚시점이 쇼핑몰과 낚시매장을 이용해 직접 거래를 할 수 있는 열린 유통망으로, 구입한 상품에 대해서는 구입자가 판매자의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수령해도 되고, 24시간 내에 배송 받을 수도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전문 용어로 O2O(online to offline)라고 한다. 언뜻 보면 포털사이트의 오픈마켓과 비슷해 보이지만 소비자와 판매자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모두 거래를 할 수 있고 기존의 쇼핑몰보다 한층 높은 신뢰 관계로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난 6월 23일 경기 부천 오정동의 싸파에프앤씨 본사를 찾은 기자가 이성희 대표에게 피싱세일에 대한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옥션과 같은 일반쇼핑몰이 아닌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피싱세일 앱을 다운받고 실제 접속해보니 이 대표가 추구하고 있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피싱세일은 한 마디로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정거장이었다.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편한 대로 사고 팔 수 있는 장을 마련해놓고 있었고 그 서비스를 막 시작한 것이다.
이성희 대표는 “피싱세일에 입점한 판매점은 상품 구색 갖추기에 매달릴 필요가 없습니다. 가입한 판매점들의 상품이 모두 모이는 만큼 물건은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갖고 있는 물건만 올리면 되는 것이죠. 소비자는 피싱세일에서 상품을 구입한 뒤 거주지에서 가까운 매장을 방문해 찾아가거나 24시간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면 됩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선 온라인에서 스펙을 살펴 구입하고 오프라인에서 직접 상품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구매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대표는 피싱세일의 성공을 자신하고 있었다.
“소비자가 물건을 구입할 때의 기준은 품질, 가격, 브랜드 등입니다. 요즘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은 바로 서비스입니다. 낚시시장도 전통적인 판매방식에서 새로운 구매 가치를 제공하는 앱과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부천 오정동의 싸파에프앤씨 본점
대학 4학년 때 도서대여점 프랜차이즈 창업
이성희 대표는 27년 넘게 유통업에 몸담은 전문가다. 전남 순천에서 2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집에서 거는 기대가 컸다고 한다. 전국에서도 명문으로 꼽히는 순천고를 다녔을 때는 공부도 공부지만, 넉넉하지 못한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울로 상경해 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하던 그가 사업가적인 기질을 발견한 시기는 뜻밖에도 공인회계사 공부에 전념하던 대학 3학년 때였다.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공부 대신 여러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그렇게 휴학을 한 뒤 슬리퍼, 수박을 떼어 파는 등 초보 장사꾼의 길로 나섰다.
“당시만 해도 제 성격은 내성적이었습니다. 서울 청계천 8가에서 슬리퍼를 떼어다가 1호선을 타고 인천 동암역에서 내려 주공아파트 입구에서 난전을 펼쳤습니다. 아주머니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나중엔 창피함도 사라지더라고요. 사업에 대한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대학 4학년으로 복학할 때엔 그 동안 구상해두었던 아이디어 하나를 사업으로 발전시켰다. 바로 도서대여점 프랜차이즈다. 대학생 이성희는, 만화책만을 대여해주는 도서대여점에 대해 ‘왜 만화책만 빌려줄까? 소설책이나 구입하기 부담스러운 전집류를 대여해주면 더 매출이 오를 텐데’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설날과 추석을 제외하고는 쉬는 날 없이 일했다. 만화책 외에 소설, 전집류를 빌려주는 도서대여점은 순식간에 전국에 500개 지점을 가진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사업 아이템만 공유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은 생각보다 큰돈이 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3년 뒤 영성유통을 창업해 서울 고척동에 본점을 내고 생활용품을 유통했다. 냉온수기, 게임기, 선풍기 등 생활용품 중 품질이 좋은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해 전국의 50개 매장에 공급했다. 20평 남짓한 매장엔 온갖 생활용품이 쌓여 통행조차 불편했지만 좋은 물건을 알아본 소비자들은 매장 앞에 줄을 서서 지갑을 열었다.
95년도엔 낚시용품을 팔기 시작했다. 이것 역시 역발상에서 시작한 이성희 대표의 사업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 케이스다. 생활용품점에서 낚시용품을 판매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그는 직접 물건을 찾으러 다녔고 오로라낚싯대를 판매할 수 있었다.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두 칸부터 세 칸까지 낚싯대 세트를 들여 놓았는데 이 대표도 놀랄 정도로 잘 팔려나갔고 자연스럽게 품목을 하나 둘씩 늘려 나갔다.
▲회사 로고 앞에 선 ㈜싸파에프앤씨 이성희 대표.
IMF에 중국으로 진출, 유통과 생산을 병행
97년은 사업이 전환점을 맞은 해다. IMF로 제품을 공급해주던 수입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자 이 대표는 아예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1년간 중국 시장 조사를 마친 그는 천진의 복동어구를 인수한 후 중국에 낚시용품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산동성과 광동성 지역에선 쓸 만한 낚시용품과 가전제품을 수입했다.
같은 해 영성유통은 (주)싸파로 법인 전환을 한다. ‘SAPA’는 ‘Social Appointment Product Appointment’ 네 단어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좋은 제품으로 사회에 이바지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낚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져 갔다. 하지만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잘 나가던 낚시용품이 겨울엔 매출이 떨어져 맥을 못 추는 것이었다. 겨울철 낚시용품을 대체할 만한 상품으로 전기매트를 생산하거나 매입해 팔았고, 99년도에는 국내 공장에서 OEM 방식으로 생산한 참죽낚싯대가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일취월장하던 사업은 2002년도에 접어들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시장이 큰 변화를 맞았기 때문이다. 도매와 소매로 이어지는 전통의 유통구조가 무너지고 온라인 쇼핑몰과 대형마트가 급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대표는 2003년부터 2013년까지의 10년간을 사업의 전환기라고 표현했다.
“인터넷이나 대형마트의 시장이 커지면서 전통 매장인 프랜차이즈 사업은 힘을 못 쓰게 됐습니다. 시장이 바뀐 거죠. 가전제품은 직수입업체가 늘어났습니다. 주력 사업 대상을 생활용품에서 낚시용품 쪽으로 바꾸었고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직판체제로 판매 시스템을 바꿨습니다.”
(주)싸파에서 현재의 (주)싸파에프앤씨로 법인을 전환한 2014년은 회사가 새로운 도약기를 맞은 해다. 현재의 부천 오정동에 본점을 내고 2017년 청주점, 2019년 평택점을 내며 사세를 확장했다. 회사는 유통기업에서 생산을 병행하는 원스톱 기업으로 변화를 꾀했다. 제품을 직접 개발하고 자사 브랜드 품목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 1년에 200개 이상의 신제품을 만들고 보급형 스펙을 중급, 중고급으로 넓혀 나갔다.
그 결과 2021년 현재 메탈 원투대 받침대, 붕어낚싯대 프리미엄도도는 생산 물량이 달릴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프리미엄도도는 지난 6월 낚시 분야에서 유일하게 브랜드K에 선정됐다.
▲지난 6월 서비스를 시작한 피싱세일의 앱 화면.
▲지난 6월 서비스를 시작한 피싱세일의 QR코드.
2014년부터 자체 브랜드 개발 등 공격적 경영
- 싸파 프리미엄도도가 브랜드K에 선정됐는데요. 브랜드K가 무엇입니까?
브랜드K는 현 정부가 중소기업의 수출과 내수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정책입니다. K팝, K드라마가 전 세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듯이 품질이 우수한 한국의 중소기업 제품을 해외에 소개하고 우수성을인정받은 제품을 브랜드K라고 해서 공동 글로벌 브랜드를 붙여준 것이죠. 2천여 개 업체가 참여해 60~70여개 제품만이 선정됐는데 낚시 분야에선 싸파 프리미엄도도가 유일하게 선정됐습니다.
- 자체 브랜드 개발에 힘쓴 결과는 어떻습니까?
2014년 이후 매출은 계속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매년 50프로 이상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30에서 40프로는 꾸준하게 오르고 있습니다. 2019년 200억, 작년엔 260억 정도 매출을 이뤘고 올해는 350억을 예상하고 있습니다(이 매출액은 싸파에프앤씨 외 3개 계열사의 매출액을 합친 것이다).
- 온오프 오픈마켓 플랫폼이라고 설명한 피싱세일이 인상 깊은데요. 어떻게 이 사업을 기획하게 되었나요?
사실 피싱세일은 2003년부터 머릿속에 담아둔 사업 아이템입니다. 지금 쿠팡에서 하고 있는 일을 당시에 구상한 것이죠. 앱이나 플랫폼과 같은 새로운 가치로 낚시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은 우리 회사의 장점이자 비전이기도 합니다. 낚시사업은 유통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어야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피싱세일은 고객이 원하면 택배비 정도만 부담하는 선에서 애프터서비스까지 제공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회사가 해외로 진출하는 데 있어서도 큰 무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브랜드K 수상도 그렇고 해외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계시는군요?
현재 중국에 생산기지가 있고 베트남 호치민시에 사무실이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해외 진출은 주춤한 상태이긴 하지만 베트남의 경우 시장과 거래처 조사는 모두 마친 상태입니다. 우리 제품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동력은 피싱세일에서 나올 겁니다. 네이버는 우리나라의 플랫폼이지만 네이버에서 개발한 라인은 일본에서 이미 대중화되어 있지 않습니까? 우리나라의 플랫폼이 중국이나 베트남 에서 1위를 한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세상입니다. 낚시용품 플랫폼인 피싱세일이 우리 회사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내년 신사옥 입주, 2023년을 제2 도약의 해로
인터뷰를 진행한 회의실 벽면엔 그동안 싸파에프앤씨가 낸 상표등록증, 디자인등록증 등이 걸려 있었다. 상표등록증을 살펴보니 대표 브랜드인 싸파 외에도 DODO, SEABIG, DK, SAPUN, MIRACLE-X, BIG HUNTER 등의 브랜드들이 보였다. 제품 카테고리 별로 내놓은 브랜드라고 한다.
현재 싸파에프앤씨는 부천 본점을 비롯해 청주점, 평택점까지 5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성희 대표는 피싱세일 정착을 위해 앞으로 지점을 더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피싱세일의 핵심은 소비자가 자신의 거주지에서 온오프라인 서비스 혜택을 받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각 시마다 피싱세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영매장이 있어야 합니다. 회사는 내년 말 신사옥으로 이전할 계획입니다. 2014년이 싸파에프앤씨가 도약한 해로 자리매김했듯이 신사옥으로 이전한 다음해인 2023년을 제2 도약의 해로 만들고 싶습니다. 피싱세일을 필두로 새로운 낚시유통 시스템을 개척하고 있는 싸파에프앤씨를 지켜봐 주십시오.”
▲싸파에프앤씨 이성희 대표가 회의실 벽면에 걸린 상표등록증을 가리키면서 그간 출원한 상표와 브랜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싸파에프앤씨 부천 본점 2층 사무실
▲평택 팽성의 싸파에프앤씨 평택점
▲충북 청주 석실리의 싸파에프앤씨 청주점
▲싸파에프앤씨 개발실. 박정훈 부장이 화면에 루어낚싯대 설계 화면을 띄워놓고 있다.
▲싸파에프앤씨 부천 본점에서 영업부 김성민 과장이 벽면에 진열된 프리미엄도도를 설명하고 있다.
▲싸파에프앤씨 부천 본점 매장. 자체 개발한 싸파 낚싯줄이 진열되어 있다.
▲싸파에프앤씨 스튜디오. 신제품 낚싯대의 홍보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주)싸파에프앤씨 연혁
2014. 8 (주)싸파에프앤씨 법인 설립
2014. 8 중국 이우지사 설립
2015. 2 낚시, 레저용 자체 브랜드 제품 생산
2016. 2 자체 브랜드 제품 1,000품목 달성
2016. 12 매출 100억 달성
2017. 5 청주점 오픈
2019. 6 평택점 오픈
2019. 6 이성희 대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수상
2019. 12 매출 200억 달성
2020. 2 벤처기업 인증, 자체 브랜드 제품 2,000품목 달성
2020. 12 매출 260억 달성
2021. 6 자체 브랜드 프리미엄도도 브랜드K 선정
2021. 6 낚시용품 온·오프 오픈마켓 플랫폼 피싱세일 서비스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