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추자도]

참돔 원투낚시
수령섬에서 참돔, 돌돔 타작

박광호 시마노 필드스탭, 대물던질낚시 매니져

추자도 참돔 원투낚시 출조는 이번이 네 번째다. 갈 때마다 큼직한 씨알을 낚았지만 시원스럽게 마릿수 조과로 이어지지 못해 매번 아쉬웠다. 이번에는 최근 동출이 잦아진 친구 김병건이와 함께 출조했다. 그동안 병건이는 육지 연안에서 감성돔만 노리다가 본격적으로 참돔에 도전하기 위해 갯바위신발과 구명조끼까지 장만한 터였다.
우리가 출조한 6월 중순은 내만권에서도 참돔이 낚이지만 기왕이면 더 ‘큰 물’에서 입문시켜주고 싶었다. 입문 때부터 꽝이 잦아지면 낚시에 흥미를 잃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병건이도 추자행을 강력하게 원했다.
출조 당일인 6월 12일, 퇴근 후 안양 리더낚시에 도착하자 대표님이 “대물던질낚시팀이 오면 참돔 조과는 매번 장원이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워 주신다. 참돔 원투낚시를 동호회를 통해 전파해온 나로서는 회원들의 활약상을 들을 때 마다 기분이 매우 좋아진다. 대표님은 ‘최근에는 돌돔 조황이 더 좋다’며 돌돔 미끼도 챙겨왔냐고 여쭤보셨다.
몇 시간을 달려 진도 서망항에 도착한 후 뉴진도호라는 배에 올랐다. 다시 두 시간 가량을 달려 상추자항에 도착했고 현지배로 갈아탄 뒤 직구도로 향했다. 날씨는 좋았으나 현재 돌돔 조황이 좋다는 소문 때문인지 직구도는 인산인해였다. 결국 우리는 수령섬 배꼽이라는 포인트에 내리게 됐다. 짐을 날라주던 가이드는 “이곳은 참돔 조황이 좋은 곳이니 열심해 해보라”고 응원을 해줬다.

▲필자가 원투낚시로 올린 45cm 돌돔을 자랑하고 있다.

추자도 첫 출조에 74cm 참돔으로 마수걸이
우리가 낚시를 시작한 타이밍은 끝썰물. 내일 아침까지 썰물을 3번 볼 수 있었는데 마침 물때도 우리 일정과 잘 맞아 큰 기대가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올해 첫 참돔이 나를 반겨줬다. 씨알은 상사리급이지만 거의 1년 만에 보는 참돔이었다.
“병건아~ 걱정마라 이번 출조에는 너도 최소 두세 마리는 낚을 수 있을 것이다” 호기롭게 소리쳐 본다. 이후 입질은 간간이 들어오는데 참돔이 잘은 지 후킹이 되질 않는다. 락피시 입질은 아니고… 강하고 짧은 게 도미 입질은 분명하다. 채비를 거둬보니 개불 미끼가 너저분하게 훼손돼 있었다.
얼마 되지 않는 썰물 낚시가 끝나갈 무렵, 갑자기 “찌이익~” 드랙 풀리는 소리가 나며 대물 참돔이 친구의 채비를 사정없이 끌고 달려 나간다. 놀란 친구를 진정시키며 옆에 딱 붙어 드랙을 조절해가며 파이팅을 도왔다. 그리고 74cm급 참돔이 올라왔다. 인생 첫 참돔으로 무려 7짜급을 끌어올린 친구의 표정은 대만족이었다.
하지만 오전 10시경, 우린 생각지 못한 상황과 마주하게 됐다. 약 35m 지점에 커다란 수중여가 있었는데 대물 참돔을 걸면 끌고 오다 그 수중여에 원줄이 걸려 터지는 경우가 다반사로 발생한 것. 다행히 병건이는 그 지점에서 41cm짜리 돌돔도 낚아냈는데 추자도 첫 출조에 이미 참돔과 돌돔을 모두 낚았으니 완벽하게 입문에 성공한 셈이다.
그런데 병건이가 사용한 미끼는 개불이 아닌가? 다시 생각해보니 이제까지 개불미끼를 헤집어 놓은 것은 참돔 뿐 아니라 돌돔도 섞여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도 곧바로 그곳으로 개불을 던져 넣었고 바로 입질을 받아 45cm 중치급 돌돔을 낚았다. 하지만 끝썰물까지 대물참돔 입질은 다시 오지 않았고 놓쳐버린 참돔만 머리 속에 맴돌며 아쉬운 두 번째 썰물 참돔낚시를 마쳤다.

▲추자도 원투낚시 첫 출조에서 74cm 참돔을 낚고 기뻐하는 친구 김병건.

▲추자도 수령섬 배꼽 포인트에서 원투낚시로 참돔을 노리는 필자 일행.

▲수령섬에서 올린 조과를 자랑하는 필자(왼쪽)와 친구 김병건.

▲원투낚시로 올린 굵은 돌돔과 돌돔을 낚아낼 때 사용한 장비.

▲아이스박스에 가득 찬 참돔과 돌돔.

9회말 투아웃에 터진 참돔
내일 새벽 다음 썰물까지 기다리기 지루해 잠깐 잠이 들었다. 저녁에 일어나 밤낚시도 조금 즐겼다. 병건이는 난생 처음 보는 크기의 대물 붕장어와 음식점에서나 사 먹던 먹장어(꼼장어)를 낚아 3연타석 홈런을 쳤다. 병건이로서는 낚시 인생 최고의 경험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다음날 새벽. 마지막 썰물 시간이 찾아왔다. 여지없이 참돔 입질이 들어왔지만 내가 원하는 사이즈가 아니었다. 난 7짜, 8짜가 넘어가는 대물 참돔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60cm 이상급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어제 올라온 41cm만 한 돌돔이 한 마리 더 낚였고 이후로도 40cm 이상급 돌돔 몇 마리가 올라왔다. 내가 노린 대물 참돔이 아니어서 썩 반갑지는 않았다. 낚시천국 추자도라서 이런 경우도 생기는가 싶었다.
하지만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고~ 드디어 잠잠했던 내 낚싯대가 드랙 소리를 내며 고꾸라졌다. 용왕님이 다시 한 번 내게 기회를 주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