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

여서도 호텔자리에서
52cm 긴꼬리 쐈다

홍경일 다이와 필드테스터, 바다낚시연구소 소장, 제로FG 서울지부장

6월 중순의 여서도는 대물 벵에돔과 돌돔을 함께 노릴 수 있는 호기다. 지난 겨울부터 여서도 대물 벵에돔을 낚기 위해 꾸준히 출조해 온 나는
이번에도 5짜 이상의 벵에돔을 목표로 완도로 향했다.

지난 6월 25일, 여서도항에 도착과 동시에 민박집 배를 타고 여서도 진드렁이 포인트 옆의 일명 호텔자리라는 곳에 내렸다. 발판이 평평하고 좋아 붙여진 이름인데 보통 이런 곳은 낚시가 잘 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곳만큼은 대물 벵에돔과 돌돔이 잘 낚이는 곳이다. 이날 나는 낚싯대 1.25호대와 제로찌, 원줄 1.85호는 그대로 쓰되, 대물에 대비해 목줄 2호, 긴꼬리벵에돔바늘 6호로 세팅했다.

▲친신만고 끝에 52cm 긴꼬리벵에돔을 끌어낸 필자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두 번이나 처박은 5짜 긴꼬리
썰물이 지속적으로 흐르는 상황에서 조류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강하게 흘렀다. 그때가 오후 4시 무렵. 순간 이상조짐이 감지됐다. 잡어들이 멀리 나가지 않고 계속 발 앞에만 머무는 게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원줄을 훅 가져가는 입질과 함께 40cm 중반급의 긴꼬리벵에돔이 올라왔다. 그러나 이 고기가 낚인 후 조류가 멈추고 다시 잡어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에 나는 채비를 장타해 잡어를 분리해가며 입질을 기다렸다. 그리고 오후 5시 30분경, 원줄이 살짝 끌려가는 입질이 초리대에 들어왔다.
앞서 올린 40cm급 긴꼬리벵에돔과 비슷한 힘이 전달됐다. 그래서 큰 기대 없이 릴링을 지속하는데… 갑자기 발 앞으로 끌려오던 녀석이 엄청난 힘과 스피드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발밑까지 와서는 수중여에 박아버리는 게 아닌가! ‘아! 이렇게 터져버리는구나’라는 생각에 망연자실했다. 그래도 포기하긴 아깝다 싶어 5분 정도 기다렸다. 그러자 녀석이 수중여에서 빠져나와 또 다시 도주를 시작했다. 그러나 웬걸? 이번에는 왼쪽에 있는 수중여로 박히고 말았다. 이미 두 번씩이나 박았으니 목줄이 온전할 리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기다려보자는 생각에 또 다시 3분간 기다렸다. 그러자 또 다시 원줄이 스르르 끌려갔다. 5분여의 파이팅 끝에 올라온 녀석은 5짜가 훨씬 넘어 보이는 긴꼬리벵에돔이었다.
5짜 긴꼬리벵에돔은 6짜 감성돔보다 더 귀한 놈이다. 감성돔 6짜는 종종 낚이지만 긴꼬리벵에돔 5짜는 거의 몇 년에 한 번씩 낚이기 때문이다. 여서도 이장님댁으로 돌아와 계측하니 52cm가 약간 넘는 씨알이었다. 여서도 주민들도 이런 긴꼬리벵에돔은 처음 본다며 놀라워했다.

▲여서도 호텔자리에서 긴꼬리벵에돔을 히트해 파이팅을 벌이고 있는 필자.

▲긴꼬리벵에돔을 성공적으로 뜰채에 담아낸 뒤 환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