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범섬]

폭풍의 동코지에서 만난
코발트 전사들

이영규 기자

▲포탄처럼 날렵한 체구의 긴꼬리벵에돔을 보여주는 엔에스 필드스탭 원성조 프로.

▲끝썰물경 본류대를 노리던 원성조 씨가 긴꼬리벵에돔을 걸어 파이팅을 벌이고 있다. 필드테스트 중인 엔에스 알바트로스 VIP PRO 릴대가 유연한 휨새로 긴꼬리벵에돔을 제압하고 있다.

▲원성조 프로가 사용한 엔에스의 알바트로스 VIP PRO 릴대와 이날 올린 벵에돔들.

▲취재일 원성조 프로가 사용한 쯔리켄사의 아시아LC 마스터즈 03번(우측) 구멍찌. 왼쪽 00(투제로)보다 약간 침력이 강하다.

제주 벵에돔낚시가 호황을 맞고 있다. 고사리장마가 찾아오는 5월 초부터 조황이 살아나더니 본격 장마철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보통 제주도는 5~6월에 호황을 보였다가 7월 한 달 주춤하는 게 상례였으나 올해는 그런 기복 없이 꾸준한 조황이 이어지고 있다.
벵에돔낚시 전문가들은 해수온 상승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전의 패턴을 보면, 3월 영등 벵에돔 시즌이 끝난 후 4월 한 달은 거의 낚시가 되지 않는 조한기였고 고사리장마가 내리는 5월부터 서서히 입질이 살아나는 게 상례였다. 5월에 서쪽 차귀도부터 입질이 붙었다가 이후 형제섬-우도 순으로 조황이 살아났고 서귀포쪽은 가장 늦게 벵에돔이 입을 열었다. 그러나 3~4년전부터 그런 패턴이 깨져 3~4월에도 꾸준히 낚이는가 하면 올해처럼 4,7월 조한기도 사라지고 있다. 그만큼 바다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알바트로스 VIP PRO 실전 테스트
지난 6월 22일, 서귀포의 원프로피싱 원성조 대표와 함께 범섬을 찾았다. 범섬 역시 올해는 5월부터 꾸준한 조과를 보이고 있는데 씨알 뿐 아니라 마릿수에서도 예년 조황을 크게 웃돌고 있었다. 이날은 엔에스에서 8월에 출시할 최고급 릴찌낚싯대 알바트로스 VIP PRO의 필드테스트를 겸한 출조라 두 명의 엔에스 직원도 취재 현장을 찾았다.
알바트로스 VIP PRO는 앞서 나온 알바트로스 VIP보다 가볍고 가늘면서 허리는 질긴 로드다. 초리를 가늘게 설계해 미세한 당김에도 쉽게 반응하며 2번대까지 부드럽게 휘어드는 특성을 보인다. 채비를 가늘고 예민하게 쓰는 요즘 벵에돔낚시에 딱 어울리는 로드다.
원성조 프로는 벵에돔을 걸어낼 때마다의 로드 반응을 개발실 진중배 부장에게 전달했고 엄장수 사원은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저장한 동영상은 엔에스 본사 복귀 후 다시 돌려보는데 현장에서 놓친 소소한 문제점까지도 찾아낸다고 한다.
오전 11시에 낚싯배를 타고 남단으로 들어갔으나 예보와 달리 남동풍이 강하게 불었다. 목적했던 동코지에 상륙은 했지만 강풍과 조류가 역방향이라 낚시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 바람이 불면 너물이 직벽을 타고 올라와 낚시인을 덮칠 수 있어 안전에도 문제가 있어 보였다.
발밑에서 30cm급 잔챙이 벵에돔을 몇 마리 끄집어낸 원정조 프로가 쉽지 않은 상황을 직감하고 채비를 교체했다. 거친 파도 덕분에(?) 벵에돔들이 상층까지 떠서 물고는 있지만 좀 더 큰 놈을 노리기 위해서는 본류를 직공해야 됐기 때문이다. 원성조 프로의 상황 설명이다.
“바람과 조류가 반대라 채비가 본류를 제대로 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찌를 03번(투제로와 쓰리제로 사이의 부력)으로 바꾸고 목줄도 10미터로 길게 쓸 생각입니다. 이 정도로 채비를 무겁게 세팅해도 이 상황에서 노릴 수 있는 수심은 3미터 내외입니다. 다행히 벵에돔들이 그 수심대에서 입질하고 있어 승부를 내볼 생각입니다.”

▲바람을 피해 홈통에서 낚시한 김민준(낚시문화연구회 회원) 씨가 35cm급 벵에돔을 낚았다.

▲본류대를 노려 긴꼬리벵에돔을 올린 원성조 프로. 확실히 발밑을 노릴 때 보다 씨알이 굵었다.

▲원성조 프로로부터 필드테스트 결과를 전달받고 있는 엔에스 직원들(우측).

▲갯바위 지형이 독특한 범섬 남쪽 직벽 포인트.

▲갯바위 지형이 독특한 범섬 남쪽 직벽 포인트.

봉돌 대신 10m 목줄로 채비 안정화 시도
우리가 포인트에 내린 시간은 한창 중썰물이 진행 중이었고 그 여파로 바람도 강하게 불고 있었다. 그 강풍 속에서도 밑밥과 채비는 본류로 잘 날렸지만 채비 착수 후가 문제였다. 바람에 원줄이 밀리자 채비가 밑밥띠에서 자꾸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이 경우 보통은 원줄을 들어 다시 찌와 일직선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데 원성조 프로는 그런 동작 없이 계속 채비를 흘려줬다. 그리고 그 상태로 30m 정도 흘러간 채비에 입질이 연타로 들어왔다. 내가 원줄 정비를 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채비를 걷은 원성조 프로가 스풀까지 감겨 들어온 10m 목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상황에서 원줄을 들어버리면 채비가 밑밥띠에서 완전히 빠져나오게 됩니다. 동조가 깨지는 것이죠. 그래서 바람에 약간 밀리더라도 그 상태로 흘려주고 있습니다. 대신 비중 무거운 카본사 목줄을 십 미터로 길게 쓰고 있는 덕분에 목줄을 삼사 미터로 짧게 줬을 때보다는 채비가 밑밥띠에서 덜 끌려나오게 되죠. 다만 목줄 길이가 십 미터라고 해서 미끼가 십 미터까지 내려간 것은 아닙니다. 원줄이 바람에 강하게 밀리고 있어 깊어야 삼 미터권에 늘어져 있습니다.”
원성조 프로의 설명이 끝남과 동시에 알바트로스 VIP PRO의 1번대와 2번대가 썰물 방향으로 휘어져 들어갔다. 찌는 이미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지 오래라 원줄을 타고 강한 입질이 전달됐다.
파도를 뒤집어쓰는 고생 끝에 뜰채도 없이 들어뽕해 올린 놈은 이날 가장 굵은 36cm짜리 긴꼬리벵에돔이었다. 로드 테스트용으로는 다소 아쉬운 씨알이었지만 강풍 탓에 주변 낚시인 대다수가 제대로 된 입질도 못 받던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매우 양호한 조과였다.
원성조 프로의 감각적인 현장 적응력에 또 한 번 놀람과 동시에 알바트로스 VIP PRO의 고성능을 엿볼 수 있는 취재길이었다.

▲서귀포 보목항에서 바라본 범섬.

▲필드테스트에 동행한 엔에스 엄장수 사원도 긴꼬리벵에돔으로 손맛을 봤다.

문의 서귀포 원프로피싱 010-3698-4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