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 논실지

새벽 5시에 솟구친 굿모닝 월척

황병구 영천 야사낚시 대표, 다이와 민물스탭

▲ 좌안 상류에 자리를 잡은 필자. 얕은 수심을 감안해 물속에 좌대를 펼치는 수중전을 펼쳤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사계절 낚시 패턴이 다르기에 계절별 낚시의 방법과 깊이도 각각 다르다. 시기가 여름인 만큼 여름 붕어낚시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여름은 장마와 농사로 인해 만수와 배수가 잦은 시기다. 저수지에 따라 배수가 적을 수도, 많을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이철에는 틀림없이 배수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배수가 되면 예민해진 붕어는 먹이 활동이 저조해지고 조과 또한 나빠진다. 물론 같은 배수라도 평소 배수가 없던 곳에서 배수가 이루어지면 새롭게 생겨난 포인트에서 의외의 특수를 볼 수도 있다. 이렇듯 붕어낚시는 계절별 특수와 악수가 반복된다고 보면 된다.
그러므로 배수기 출조 때는 낚시터 선정, 포인트 선정, 대편성, 채비와 미끼 운용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시시각각 변하는 수위 변동과 조황 소식에도 귀를 기울이는 등의 정보전에도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주민과의 마찰로 낚시 금지됐던 곳
이번 출조지는 경북 영천시 화남면 논실지(1만8천2백평)로 몇 년 전 마을 주민들과의 마찰로 낚시가 금지되었다가 다시금 낚시를 할 수 있게 된 저수지다. 하류권은 좌우로 깊은 골이 있는데 이 중 우측 골은 만수 때는 초입 빼곤 낚시가 어려워 주로 낚시는 좌안 위주로 이루어진다.
논실지는 원래 가을에 씨알과 마릿수가 좋은 곳이다. 가을에도 90% 수준의 수위를 유지하는데도 이상하게 낚시가 잘 된다. 반대로 수위가 내려가 만수 때 2m에 달하던 수심이 70cm까지 내려가도 수초대만 노리면 어렵지 않게 입질을 받을 수 있다.
이번에 논실지를 출조지로 정한 것은 배수로 수위가 낮아지면서 그동안 공략 못했던 골자리를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논실지에 도착하니 이날은 8부 정도의 수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먼저 도착해 있던 엄태진 씨는 좌안 중상류에 자리를 잡았고 나는 좌안 상류를 유심히 눈 여겨 보았다.
배수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많은 양은 아니다 싶었다. 상류를 살피니 수심이 얕았다. 그나마 깊은 상류 물골 정도는 노려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상류에 자리를 잡았다.
대편성 중 가끔 가물치의 먹이 활동과 붕어의 라이징이 눈에 들어왔다. 날씨는 그다지 많이 덥지 않아 대편성은 원활했으며 마름과 말풀, 물수세미 등의 수초 형성도 좋았다.
수초 사이사이에 찌를 세우고 엄태진 씨와 대화를 나누는 도중 마을에서 주민 한 분이 올라와 며칠 전 쓰레기 문제로 발생한 낚시인과 마을 주민 간의 마찰 이야기를 하셨다. 대신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쓰레기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안심시키니 그제야 다시 마을로 내려 가셨다. 다시금 낚시터 쓰레기 문제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애로사항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새벽 5시부터 쏟아진 소나기 입질
밤 8시가 돼 어둠이 내려올 즈음부터 낚시에 집중을 해본다. 가끔씩 들어오는 입질에 챔질을 하면 6~7치, 때론 8치급 붕어가 올라왔다. 씨알은 잘았지만 배수 와중에 이런 입질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즐거움이요 낚시의 행복이 아니겠는가? 시기상 밤낚시 시간이 짧아 낚시에 집중할 수 있어 눈을 부릅뜨고 찌를 주시하기로 했다.
논실지는 붕어, 새우 가물치, 참붕어 등이 서식하는 토종터인데 생미끼를 향해 달려드는 가물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미끼는 옥수수를 사용했다.
초저녁에는 그나마 입질이 빈번했지만 자정 무렵이 되자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새벽 4시까지는 거의 입질이 없을 정도였다. 재차 입질이 불 붙은 것은 새벽 5시 무렵. 엄태진 씨 자리에서 큰 물파장 소리와 함께 입질이 찾아왔다. 달려가 보니 엄청난 체고를 가진 허리급 월척 붕어였다.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그것도 토종터에서 이렇게 체고 좋은 월척붕어의 얼굴을 보니 미련도 후회도 없었다. 이날 밤낚시 조과는 허리급 포함 월척 두 마리에 7~8치급이 20마리 정도 됐다. 요즘 같은 배수기 조황치고는 매우 훌륭한 조과였다.

▲ 상류에서 바라본 논실지.

▲ 살림통에 살려둔 붕어들.

▲ 새벽 5시경 허리급 월척을 올린 엄성진(왼쪽) 씨와 필자.

낚시 후 쓰레기는 반드시 집으로 가져오길
이 기사를 보고 논실지를 찾는 낚시인들이 있다면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제발 본인이 발생시킨 쓰레기는 집까지 가져와 처리하라는 얘기다. 간혹 쓰레기를 봉투에 담아 길가에 놓거나 ‘이렇게 버스정류장에 수거해 놓으면 환경미화원이 가져간다’는 식의 책임회피식 처리도 이젠 그만둘 때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논실지 농로에 주차하면 농사에 방해가 되므로 절대 금해야 한다. 이 아름다운 저수지에서 영원히 낚시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논실지를 떠났다.

내비에 논실지(경북 영천시 화남면 월곡리)를 입력하거나 월곡리 257-36(제방 밑 민가)를 을 입력하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제방 좌안으로 길이 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