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 내봉지

이것이 양수형 저수지의 저력!

김현 아피스 인스트럭터

▲ 고흥 내봉지 동쪽 야산 아래의 석축 포인트. 이곳에서 월척 붕어가 다수 낚였다.

배수가 이어지면서 잦은 수위 변화로 인해 붕어 입질 빈도도 떨어지고 수면은 마름으로 덮여 낚시여건은 나빠지고 있다. 그래서 이 시기가 되면 낚시인들은 계곡지로 향한다. 계곡지는 갈수기를 거치면 잠겼던 연안이 드러나면서 장마와 우기까지 하절기 낚시터로 각광을 받는다. 삼복더위와 모기를 피해 떠나는 피서낚시인 셈이다. 계곡지는 아니지만 갈수 때 빛을 내는 낚시터가 또 있다. 물을 퍼올려 담수하는 양수형 저수지로 대개 2면 또는 3면 제방을 갖고 있다. 갈수기에 접어들면 본제방이 다 드러나고 그 밑의 보조제방까지 낚시자리가 나온다면 호황을 보이곤 했다.

잘 낚인다는 소식 듣고 달려갔건만
주위의 계곡지를 둘러보았으나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 그러던 중 물이 많이 빠진 내봉지에서 얕은 수심임에도 씨알 굵은 붕어가 잘 낚인다는 얘기를 듣고 출조에 나섰다.
6월 25일 금요일 오후, 광주에서 2시간여 달려 고흥군 도덕면 봉덕리에 있는 내봉지에 도착했다. 12만여 평의 내봉지는 동서로 비스듬히 석축제방이 형성되어 있고 만수 시 3.5~4m의 깊은 수심을 유지한다. 수심이 워낙 깊어서 만수 시 포인트 여건이 좋지 않고 수면에 수초는 전혀 없다. 외래어종이 없는 토종터로 붕어, 잉어, 가물치, 장어 등 다양한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으며 새우와 참붕어가 자생한다.
석축제방은 배수로 인해 거의 드러난 상태였고 연안은 폐허 같은 몰골이었다. 유독 남쪽에 태양광패널이 설치된 연안 인근에만 낚시인들이 몰려 있어서 찾아가 보았다. 조황을 물어보니 하룻밤 낚시를 해보았으나 계속되는 배수 탓인지 잔 씨알이 낱마리로 낚였다고 한다.
수심은 최고 1.5m 정도. 좋지 못한 조황과 낚시 상황으로 인해 잠시 갈등했으나 연안을 돌며 수심과 물색 등 여건을 고려하여 동쪽 제방과 남쪽 연안을 만나는 양수장 연안에 포인트를 정했다.

▲ 내봉지 남쪽 연안의 석축 제방. 이곳도 동쪽 석축 포인트와 여건이 비슷하다.

▲ 필자(좌)와 호남골붕어 유근상 회원이 아침에 동시에 입질을 받아서 낚은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 내봉지 동쪽 제방 아래에 있는 주차 공간.

▲ 내봉지 동쪽 제방 아래에 있는 주차 공간.

▲ 철수 전에 내봉지 주변 청소를 마치고 플래카드를 들고 기념 촬영을 했다.

▲ 호남골붕어 유근상 회원이 아침에 찌를 세우자마자 붕어를 낚았다.

자정 무렵 새우 미끼에 바라던 월척이
내봉지는 인근의 분매수로에서 물을 퍼 올려 담수하는 양수형 저수지다. 내가 앉은 자리는 양수장 앞이어서 그런지 제법 수심이 나왔다. 글루텐과 옥수수를 병행하여 미끼로 꿰어 찌를 세웠으나 잡어인 동사리가 극성을 부렸다. 또한 찌의 움직임도 없이 미끼가 사라지는 등 어려운 낚시는 시작되었다. 결국 옥수수를 두알 내지는 딱딱한 것을 골라 꿰어 맞서 보았으나 해질녘까지 붕어 입질은 받을 수 없었다.
그 사이 평소 친분이 있는 호남골붕어 회원들이 찾아와 자리를 잡았다. 이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초저녁 시간에 채집된 새우를 미끼로 꿰어 찌불을 밝혔다. 미끼를 수시로 확인했지만 잡어 입질로 피로만 더해가던 밤 10시경 호남골붕어 유영민 회원을 비롯해 광양 낚시인 노영한 씨가 월척붕어와 잔 씨알 붕어를 낚았다. 혹시나 하고 긴장하며 피로를 날려버릴 씨알 굵은 붕어만을 기다리던 중 중 자정 무렵에 새우 미끼에 바라던 월척붕어가 낚였다.
비가 올 듯 말 듯 잔뜩 흐린 날씨는 아침까지 이어졌다. 날이 밝자 잡어들이 또다시 극성을 부려 옥수수와 글루텐으로 미끼를 바꿨다. 옥수수보다는 글루텐에 입질이 우세했다. 낚이는 씨알은 18~27cm가 주를 이뤘다.
밤사이 20cm 정도의 배수가 이어졌고 앞으로 1m 정도 배수가 더 이루어진다면 보조제방이 드러날 것으로 걸로 보인다. 보조제방이 드러날 경우 붕어 호황도 기대해볼 수 있겠으나 오전에 양수하고 저녁시간에 배수를 하는 내봉지만의 양수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 배수로 인해 수위가 내려가 마치 바닷가 해수욕장처럼 연안이 드러난 내봉지 상류 연안.


▲ 북쪽에서 바라본 내봉지 전경.

▲ 내봉지 주변의 버려진 쓰레기를 모아 분리하고 있는 호남골붕어 회원들.

▲ 필자가 내봉지에서 낚은 붕어 조과.

▲ 호남골붕어 회원들이 사용한 옥수수 글루텐 미끼.

내비 입력 도덕면 봉덕리 1608(동쪽 제방아래 양수장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