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72

대형 댐의 계절에 따른 수질 변동
녹조기와 청수기
김범철, 강원대학교 환경학부 명예교수·‌전 한국하천호수학회장

일반인들은 대형댐의 수질이라고 하면 으레 녹조현상을 떠올릴 것이다. 매스컴에 보도되는 사진이 대부분 녹조현상을 보여 주는 사진이기 때문이다. 호수를 자주 찾지 않는 사람들은 호수에는 늘 녹조현상이 있는 것이며 댐 건설은 항상 수질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는 오해이다. 물을 정체시키는 것은 수질을 일시적으로 악화시키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하류로 방류하는 물은 정화된 물일 수 있으며, 실제로 환경부에서는 수질 개선을 위해 탁수 발생 지역에 많은 침전저류지를 만들어 주고 있다.
호수의 수질은 계절에 따라 크게 변동하므로 녹색으로 물드는 시기가 있는가 하면, 흙탕물로 채워져 있기도 하고, 바닥이 들여다보이는 맑은 시기도 있다. 호수의 맑기는 주로 식물플랑크톤의 종류와 밀도에 의해 결정되는데, 식물플랑크톤은 계절에 따라 종류와 양이 달라진다. 이 가운데 늦여름에 흔히 나타나는 종류가 호수를 녹색으로 물들이는 남조류인데 남조류는 수면으로 떠올라 녹색의 스컴을 형성하기 때문에 가장 육안으로 두드러지게 보이는 현상이며 이것이 흔히 매스컴이 보여주는 호수의 모습이다.

댐의 수질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는 홍수
그러나 호수를 자주 찾는 사람은 계절에 따라 물색도 달라지고 물의 맑기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수질의 계절 변동은 대형 댐과 하천형 보에서 다르게 나타나는데 호수의 저수량과 체류시간, 유량, 하수유입량 등의 상호작용에 의해 복합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상류의 대형 댐에서는 늦여름인 8~9월경 홍수 이후에 녹조현상이 나타나는 반면에, 강 하류의 하천형 댐이나 보에서는 초여름 가뭄기에 녹조현상이 나타나다가 홍수 후에는 사라진다.
대형 댐에서 수질을 결정짓는 핵심요소는 홍수이다. 우리나라는 여름몬순기후지대에 위치하기 때문에 폭우가 자주 발생하며, 여름에 탁수가 가장 많이 발생하여 식물플랑크톤의 먹이가 되는 인이 많이 유입한다. 대형 댐의 유역에는 어디나 경사진 밭들이 있고 큰비가 내릴 때마다 탁수가 발생한다. 탁수란 토양과 퇴비가 유실되어 나타나는 현상인데 가축의 분뇨는 퇴비로 이름이 바뀌어 밭에 뿌려지고 폭우가 내릴 때 토양과 함께 유출되어 호수로 유입한다. 퇴비에는 가축분뇨에서 기인한 인이 많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농경지대 탁수는 늘 인의 농도가 높고, 따라서 폭우 후에 호수 내 인의 농도가 높아진다. 이 시기를 홍수기 또는 탁수기라고 부를 수 있는데 여름 탁수기는 우리나라의 기후 특색이다. 외국에서는 겨울에 강수량이 더 많은 곳도 있고, 유럽에서는 폭우가 없어 퇴비나 토양의 유실이 심하지 않다 보니 퇴비를 많이 쓰는 유기농이 친환경농업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홍수기가 지나면 호수 내에서 토양 입자가 침강하면서 2주일쯤 후부터 녹조기로 들어선다. 녹조의 시작은 폭우가 내리는 시기에 따라 해마다 조금씩 다른데 대략 8~9월이다. 이때는 높은 수온, 일조량, 높은 인농도, 체류시간 등 녹조현상이 발생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모두 충족되어 남조류가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영어로는 이를 monsoon bloom이라고 부른다. 미국이나 유럽에는 겨울에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이 있는데 겨울에는 비 온 뒤에도 녹조현상이 생기지는 않는다.

▲ 대형 댐 식물플랑크톤 밀도의 계절 변동(소양호 10년 평균)

댐 물고기가 여름 오름수위에 산란을 많이 하는 이유
우리나라에서 일반인들이 매스컴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호수의 사진이 바로 이 녹조기의 사진이며 일반인들은 호수가 연중 이렇게 녹색을 띠는 것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식물플랑크톤도 생물이므로 서서히 사멸하여 감소한다. 식물플랑크톤은 동물플랑크톤이나 어류의 먹이가 되며, 침강하여 죽기도 한다. 물속에 떠 있던 미세한 토양입자가 식물플랑크톤 표면에 달라붙으면 침강속도가 더 빨라진다. 가을이 되면 수중의 인은 플랑크톤이 모두 흡수하여 먹어치웠기 때문에 인 농도가 감소하여 여름처럼 빨리 성장할 수도 없다. 겨울이 되면 수온도 낮아지고 일조량도 감소하여 성장속도가 더욱 느리다. 이 시기를 물이 점차 맑아지는 침전정화기라고 부를 수 있겠다.
침전은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작이다. 하수처리장이나 정수장에서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주요 방법이 침전이다. 정수장에서는 응집제를 첨가하여 입자들을 서로 결합시켜 침강속도를 더욱 빠르게 한다. 호수 내의 침전정화 효과도 동일하며 여름 탁수기 이후 일 년 내내 일어난다. 훙수기에 다량의 탁수를 가두었다가 수개월간 침전시켜 맑아진 물을 봄에 가뭄이 들 때 하류에 공급하는 셈이다.
봄에는 갈색을 띠는 규조류 식물플랑크톤이 증가하는 시기가 있다. 외국의 자연호에서는 일 년 중 식물플랑크톤이 가장 번성하는 시기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늦여름 녹조기만큼 뚜렷하지 않다. 규조류가 증식한 이후 초여름에는 물이 맑아지는 청수기를 맞이한다. 동물플랑크톤이 증식하여 식물플랑크톤을 잡아먹어 물이 맑아지는 현상인데, 특히 물벼룩이라는 동물플랑크톤이 수중의 부유미생물을 잘 걸러 먹기 때문에 물을 맑게 하는 데에 크게 기여한다. 이 시기는 호수에 따라 다른데 대략 4~6월이다. 이때 플랑크톤 네트로 채집을 하면 육안으로도 볼 수 있는 1mm 이상 크기의 물벼룩이 많이 관찰된다.
동물플랑크톤 증식기는 여름에 어류의 치어가 다량 생산되어 잡아먹히거나 홍수가 발생하여 하류로 방류될 때까지 지속한다. 식물플랑크톤이 먼저 성장을 시작하면, 이를 먹고 동물플랑크톤이 성장하며, 동물플랑크톤을 치어가 먹고 자라는 것이니 먹이사슬을 연결하여 치어의 생존에 기여하는 매우 중요한 현상이다. 어류의 산란 시기는 동물플랑크톤이 증식하는 계절에 맞추어져 있는데 산란 시기가 호수마다 조금씩 다른 것은 해당 호수의 청수기에 적응한 결과이다. 대형 댐에서 여름 오름수위에 어류가 산란을 많이 하는 것은 홍수기 이후에 녹조기가 나타날 것이고, 이를 먹고 동물플랑크톤이 증가할 것을 예측한 행동이다.
호수를 방문할 때 지금이 어느 시기에 해당하는가를 헤아리며 물을 관찰한다면 훨씬 더 호수에 대한 이해가 높을 것이다. 

▲ 대형 댐 식물플랑크톤 밀도의 계절 변동(대청호 10년 평균)

▲ 대형 댐 수질의 계절 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