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바붕어 운영자 박현철 프로가 옥수수 알갱이에 옥수수 글루텐을 5겹 코팅한 옥무침을 보여주고 있다.
해결사 박현철의 대물붕어 히든카드
옥무침
이영규 기자
▲ 비바붕어 운영자 박현철 프로가 옥수수 알갱이에 옥수수 글루텐을 5겹 코팅한 옥무침을 보여주고 있다.
비바붕어 박현철 프로가 최근 애용 중인 옥무침이 대물붕어 낚시인 사이에서 화제다. 옥무침이란 옥수수 알갱이에 글루텐 떡밥을 겹겹이 입힌 것으로, 글루텐 떡밥의 높은 집어력, 옥수수 미끼의 씨알 선별력이 결합된 미끼를 말한다. 지난 5월부터 7월 중순 현재까지 약 3개월간의 현장 테스트를 거치는 동안 50cm 포함 많은 4짜와 월척붕어를 낚아내며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옥무침이란 ‘옥수수에 떡밥 가루를 묻힌다’는 데서 이름을 따왔다. 기본적인 방식은 양어장에서 쓰는 ‘흔들이’ 미끼 제조법과 유사하나 실제 제조 과정은 큰 차이가 있다. 양어장 흔들이는 물을 적신 낚시바늘에 고운 떡밥 가루를 한두 차례 묻히는 게 전부지만 옥무침은 바늘이 아닌, 바늘에 꿴 옥수수 미끼에 글루텐을 여러 겹 코팅한다는 게 큰 차이점이다(자세한 제조법은 뒤에 설명한다).
옥무침을 개발한 비바붕어 박현철 프로는 글루텐 대물낚시의 장점과 옥수수 대물낚시의 장점을 고루 섞어 놓은 게 옥무침이라고 말한다. 박현철 프로의 말이다.
“낚시를 해보면 입질은 확실히 떡밥이 빠릅니다. 반면 씨알은 옥수수에 굵은 편이죠. 그래서 입질도 빠르면서 씨알까지 굵게 낚이는 미끼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옥무침을 생각해냈습니다. 붕어는 미끼가 입 앞에 있다고 해서 무조건 흡입하지 않습니다. 무조건 흡입한다면 우리는 매번 떼고기를 만날 겁니다. 붕어는 미끼를 살짝 물어도 보고 이리저리 굴려도 보다가 자기 마음이 내킬 때 삼키게 됩니다. 바로 그 갈등의 순간에 글루텐 떡밥 특유의 어필력이 흡입을 유도하고, 그때까지 형태를 온전히 유지한 옥수수가 실질적인 미끼 역할을 하는 원리입니다.”
박현철 프로가 옥무침을 처음 사용한 것은 5월 중순 무렵 군산 강정지에서다. 이날 박현철 프로는 최대 50cm를 비롯 4짜와 월척만 10마리 넘게 낚았다. 강정지는 군산에서도 터가 센 대물터로 유명하다. 밤새 한두 마리만 낚아도 성공인 곳에서 대물만 10마리 이상 낚았다는 것은 옥무침의 효과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후 춘천 지내지 방송 촬영 때 4짜 두 마리를 올린 것을 비롯, 출조 때마다 옥무침으로 큰 재미를 보고 있다는 게 박현철 프로의 설명이다.
▲ 벵에돔바늘 6호에 꿴 옥무침.
▲ “찌몸통까지 확실히 올리더군요.” 보령 해창지를 찾은 박현철 프로가 새벽 2시경 옥무침으로 올린 42cm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 옥수수글루텐에 코팅된 옥수수 미끼.
글루텐 5겹 코팅이 키포인트
박현철 프로가 옥무침을 개발한 건 같은 비바붕어 동호회 회원이 권유한 ‘옥수수 흔들이’가 계기였다. 그런데 그 회원이 만든 옥수수 흔들이는 실전에서 문제점이 많았다. 옥수수가 담긴 캔에 글루텐 떡밥을 많이 넣고 대충 흔들다보니 코팅력이 크게 떨어진 것. 코팅이 1회에 불과해 겉으로는 커보였지만 캐스팅하면 분말이 쉽게 떨어져 나갔다. 물속에 들어가서도 옥수수와 빨리 분리됐다. 코팅력을 높인다고 글루텐 떡밥을 너무 많이 섞으면 떡처럼 변해버리는 것도 문제였다,
이에 박현철 프로는‘어떻게 하면 글루텐 코팅이 옥수수에 오래 붙어있으면서 부드럽게 부풀도록 만들까?’를 고민하며 시행착오를 겪다가 드디어 5겹 코팅을 고안해냈다. 5겹 코팅이란 말 그대로 옥수수 미끼에 글루텐 떡밥을 5겹 입히는 것으로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뚜껑이 있는 반찬통에 옥수수 알갱이 30~40개를 넣는다. 이때 옥수수 국물은 넣지 않는다. |
단단하지만 주무르지 않아 물속에서 빨리 부푼다
지난 6월 30일. 박현철 프로와 함께 옥무침의 위력을 취재하기 위해 보령 해창지를 찾았다. 오후 4시경 도착한 해창지에는 11명의 연안 낚시인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아직 입질 시간이 아니라서 그런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고작 두 명 뿐이었다.
박현철 프로가 보트를 펴는 사이 연안 낚시인에게 전날 조황을 묻자 고개를 젓는다. 밤새 전원 꽝을 맞았다는 것이다.
어둡기 전에 중류권 마름밭으로 이동해 보트를 고정했다. 이 곳은 수초가 밀생해 연안에서는 접근이 어려운 구간이다.
박현철 프로는 마름과 청태가 뒤엉킨 수초대 중에서 일자로 길게 뚫려있는 수초구멍에 찌를 세웠다. 수심은 2m 남짓. 마름에 뒤엉킨 청태군락이 마음에 걸렸지만 실제로 바닥은 봉돌이 통통 튈 정도로 깨끗했다.
채비 준비가 끝나자 박현철 프로가 옥무침을 제조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제조법은 매우 단순했다. 완성된 미끼는 원래 옥수수 크기의 두 배 정도로 부풀어 있었다. 손으로 만져보니 쿠션감이 좋았고 손톱으로 외피(겹겹이 쌓인 글루텐 떡밥)를 벗기자 제법 쫀쫀한 찰기가 느껴졌다.
내가 “이렇게 겹겹이 코팅이 되고 쫀쫀하면 물속에서 덜 풀리는 것 아니냐?”고 묻자 박현철 프로가 웃으며 말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코팅이 단단하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그러나 지금 이 코팅은 손으로 주무른 게 아니라 옥수수 알갱이를 눈사람 만들 듯 떡밥 가루에 굴린 상태라 글루텐 떡밥에 공기층이 가득 차 있죠. 그래서 물속에 들어가면 그 틈으로 물이 쉽게 흡수되고 빨리 부풀어 오릅니다. 외피는 부드러워지면서 장시간 놔둬도 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떡밥만 흡입해도 옥수수가 함께 빨려들게 됩니다.”
옥무침을 제조할 때는 가급적 점도 강한 글루텐 떡밥을 쓰는 게 유리했다. 그래야 코팅이 잘 되고 물에 들어가 부풀어도 옥수수와 오래 붙어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첫 캐스팅 후 두 시간 정도가 흐른 뒤 채비를 꺼내자 그때까지도 글루텐 잔분이 옥수수에 묻어 나왔다.
▲ 박현철 프로가 사용한 해결사 속공 채비와 옥무침
▲ 보트를 론칭한 박현철 프로가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 수초제거기로 마름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 1분 정도 물에 담가놓은 옥무침. 외피가 금방 부풀었지만 형태는 그대로 유지했다.
새벽 2시에 옥무침을 삼킨 42cm 붕어
요즘 해창지는 붕어가 새벽에 입질한다는 얘기에 초저녁에 일찍 자고 새벽 1시경 일어났다. 그때까지도 박현철 프로는 찌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옥무침 처리한 미끼와의 조과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옥수수 알 그대로를 바늘에 꿰어 놓은 상태였는데(어차피 한방터라 합리적인 비교 테스트는 못 되지만) 터 센 대물터답게 그때까지도 찌는 미동도 없었다.
시계가 새벽 2시를 가리킬 무렵 ‘역시 한방터는 재미가 없어…’라는 푸념으로 옥수수를 갈아주려던 찰라에 박현철 프로의 보트 부근에서 철퍽덕~ 하는 물소리가 크게 났다. 동시에 박현철 프로의 가쁜 숨소리도 섞여서 들려왔다.
랜턴으로 보트를 비추자 케미가 달린 찌밑으로 커다란 무언가가 끌려오고 있었다. 붕어가 마름을 한무더기 뒤집어 쓴 상태였다. 뜰채가 보트 위로 올라올 때 은빛 광채가 달빛에 살짝 빛났다. 크다. 멀리서 봐도 40cm는 족히 넘는 놈이었다.
이후로는 더 이상의 입질 없이 날이 밝았고 아침에 박현철 씨 보트로 다가가 밤에 올라온 놈을 계측하니 정확히 42cm였다. 조과 사진을 찍는 사이 박 프로의 4칸 대 찌가 몸통까지 솟았지만 붕어를 들고 있는 바람에 챔질하지 못했다. 아직 7시까지는 입질이 온다던 그의 말 그대로였다.
연안으로 철수해 조과를 종합해 보니 취재일에 해창지를 찾은 12명의 낚시인 중 붕어를 낚은 사람은 박현철 프로가 유일했다. 그만큼 취재 당일 해창지 붕어의 활성이 좋지 못했다는 방증인데, 박현철 프로는 붕어 활성이 급격히 떨어져 옥수수가 덜 먹히는 늦겨울과 초봄에 옥무침이 위력을 발휘할지도 모른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 박현철 프로가 아침에 42cm 붕어를 낚았을 당시를 연출해 보이고 있다.
단순 건조하게 느껴지는 옥수수 미끼 낚시에 활력소 될듯
물론 옥무침 덕분에 박현철 프로가 이날 유일하게 4짜를 낚았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다만 옥무침 사용 후 붕어를 만날 확률이 30%는 높아진 것 같다는 박현철 씨의 설명처럼 ‘붕어가 미끼를 먹을까 말까’를 고민하는 갈등 상황이었다면? 옥무침만의 시너지 효과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론은 가능할 듯싶었다. 12명 중 4~5명이 붕어를 낚았다면 몰라도 박현철 프로만 유일하게 혼자 붕어를 올렸으니까 말이다.
옥무침은 조과를 떠나서, 그동안 옥수수 낚시와 글루텐 떡밥낚시 사이에서 ‘선택장애’를 겪던 낚시인에게도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다분히 단순하고 건조하게 느껴지던 옥수수 대물낚시 패턴에 새로운 재미와 활력을 불러 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매력으로 다가왔다.
▲ 박현철 프로의 공략 포인트. 길게 트인 마름구멍에 찌를 세웠다. 배스터의 짧은 입질에 대비해 찌와 찌 간격을 촘촘히 유지해 입질을 기다렸다.
▲ 지난 5월 중순 군산 강정지 출조 때 옥무침으로 50cm 붕어를 올린 박현철 프로.
▲ 박현철 프로가 강정지에서 옥무침으로 올린 5짜, 4짜, 허리급 월척들.
옥무침 제조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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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알갱이는 가급적 작은 게 유리해
옥무침은 글루텐 떡밥이 겹겹이 코팅되는 것이므로 옥수수 알갱이는 작아도 상관없다. 옥수수 알갱이가 크면 옥무침도 과하게 커진다. 과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코팅 횟수를 줄여야 되므로 점착력에서 손해다. 부드럽지만 알이 너무 작아 평소 미끼용으로 잘 쓰지 않던 제품이 오히려 옥무침에는 적당하다.
옥무침은 글루텐 떡밥이 겹겹이 코팅되는 것이므로 옥수수 알갱이는 작아도 상관없다. 옥수수 알갱이가 크면 옥무침도 과하게 커진다. 과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코팅 횟수를 줄여야 되므로 점착력에서 손해다. 부드럽지만 알이 너무 작아 평소 미끼용으로 잘 쓰지 않던 제품이 오히려 옥무침에는 적당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