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 오류내지

20년 만의 출조
4짜 두 마리가 반기다

김철규 호봉레저, 탑레저, 토코떡밥, 태흥 필드스탭

지난 6월 25일, 함께 출조하자는 박경식(텐텐) 후배의 부탁에 붕어가 나올만한 곳을 여기저기 알아보았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장마가 시작되기도 전에 주말마다 비가 오는 날씨가 이어지며 어디서도 붕어가 나온다는 소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20년 전 자주 다녔던 강화도 오류내지가 떠올랐다. 경치가 좋으면서 쉴 수 있는 그늘까지 있는 곳이다. 20년 전 오류내지는 신생저수지로, 작지만 예쁜 붕어가 많이 낚여 자주 찾던 곳이다. 그러나 관리형 저수지가 된 이후로는 한 번도 찾지 않았었기에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했다.

▲ 수심이 깊은 오류내지 하류권 전경.

포인트 바로 옆에 주차 가능해
약 20여 년 만에 찾은 오류내지는 예전의 모습이 하나도 없었다. 주변으로 전원주택이 늘었고 연안에는 1인용 접지 좌대가 놓여 있었다.
오류내지는 인천시 강화군 송해면 하도리에 자리 잡고 있으며 무지락골지 또는 하도지라고도 불린다. 3만3천평의 중형급 계곡지. 중형 저수지임에도 수상좌대는 없으며 1인용 접지좌대만 70여 개가 설치되어 있다. 접지좌대 주변으로 화장실이 있고 관리실 옆에 방갈로만 2동 있을 뿐 다른 편의 시설은 없었다.
옛 지명인 오류내는 인근 무지락골 5곳의 물줄기가 모이는 개천이란 뜻으로, 비가 지나가면 무지개가 노닐어 ‘무지락골(무지락은 무지개가 피어난다는 뜻의 우리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2000년에 완공됐는데 작은 둠벙이 있던 곳에 제방이 축조되어 중형 저수지가 되었다. 둠벙에 있던 붕어들이 몇 년 만에 월척급 붕어로 급성장해 인기를 끌었다. 그때는 새우도 엄청 많이 잡혔고 무엇보다 작은 장어만 한 미꾸라지가 낚시에 마릿수로 잘 낚였던 곳이다.
관리실에서 100여 미터쯤 더 들어가면 큰 버드나무가 있어 하루 종일 나무 그늘이 졌다. 그곳에 본부석 설치가 가능했다. 그 옆에는 1인용 접지 좌대 5곳이 설치되어 있었다.
금요일 오후였지만 아직 낚시인들이 많지 않아 포인트를 살펴보다가 그 중 하나를 골라 하룻밤 묶어 가기로 하였다. 저수지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도로가 있고 포인트 옆에 바로 주차가 가능해 접근성은 아주 좋았다.

▲ 하늘에서 바라본 오류내지.

첫 입질에 올라온 42cm 붕어
오후 5시가 지났지만 30도가 넘는 초여름 날씨라 따가운 햇살을 피해 파라솔부터 설치하고 대편성을 시작했다. 물이 워낙 맑은 계곡지라 바닥이 훤히 보였고 물속에는 20cm가량 자란 수세미풀이 가득했다. 수세미풀을 피해 찌를 세우다 보니 3.6칸부터 4.4칸까지 10대를 편성하는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미 해는 서산을 넘고 있었다.
이날 밤 많은 비가 예보되어 텐트를 설치한 후 본격적인 낚시를 시작하였다. 물이 맑아서인지 낮에는 입질이 없었다. 어둠이 내리고 얼마 후 박경식 씨 부부가 도착해 옆자리에서 대편성을 시작했다. 밤 11시경에는 조우 김석일(무릉거사) 씨가 필자를 위문하기 위해 찾아왔다.
늦은 밤 도착한 조우들과 삼겹살을 구워 야식을 먹고 나니 자정이 넘었다. 다시 자리에 돌아와 보니 찌 하나가 2m가량 이동해 있었다. 또 하나의 찌는 2마디가량 올라와 있었다. 미끼는 옥수수.
붕어가 다녀갔다는 뜻이기에 옮겨진 채비를 회수해 보니 옥수수는 사라지고 없었다. 다시 옥수수를 달아 던지려고 하는데 오른쪽에 있던 4.0칸 대 찌가 서서히 솟아오르고 있었다. 던지려던 낚싯대를 급하게 내려놓고 정점에 다다른 찌를 보고 챔질했다.
붕어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며 이리저리 끌고 다녔지만 채비를 감을만한 장애물은 없었기에 느긋하게 손맛을 즐기며 무사히 뜰채에 담을 수 있었다. 계측자에 올려보니 우람하고 강인한 비늘을 가진 42cm의 대물붕어였다. 4짜로 첫 붕어를 올리고 나니 잠이 싹 달아났다.
첫수가 나오고 1시간여가 지난 후 이번에는 우측 4.4칸 대의 찌가 서서히 솟았다. 이번에도 챔질에 성공하니 강하게 저항하며 옆 낚싯대를 감아 버렸다. 손끝에 전해지는 힘은 역시 대물 붕어였다.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며 강하게 저항하는 녀석을 무사히 뜰채에 담아보니 역시 사짜에 육박하는 대형붕어였다. 그러나 계측자에 올려놓고 확인하려는 찰라, 우당탕탕 튀어 오르며 물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후 새벽녘에 또 한 번의 입질을 받았지만 아쉽게도 목줄이 터지며 얼굴도 못보고 말았다.
날이 밝았지만 밤새 내리던 비는 그칠 줄 몰랐다. 철수를 미룬 채 오전 낚시까지 해보다가 대를 접었다. 원래는 2박 낚시를 계획하고 왔지만 갑자기 다음날 아침 다른 일정이 생겨 철수를 하여야 했다.

▲ 20년만의 오류내지 출조에 42cm를 올린 필자.

▲ 동행한 박경식 씨의 부인이 4짜붕어를 들고 모델이 되주었다.


▲ 취재일에 4짜를 올린 낚시인.


▲ 취재일에 월척을 올린 낚시인.

작년에 51cm 혹부리붕어도 낚여
필자 주변에 앉았던 낚시인도 허리급 이상 붕어 2수를 낚아낸 것을 목격하는 등 밤낚시에 씨알 좋은 붕어가 나왔다. 토요일 아침이라 비어져 있던 주변 좌대들도 하나둘씩 자리가 채워지고 있었다.
오류내지는 우람한 체구의 대물 사짜 혹부리가 가끔씩 나와 낚시인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곳으로, 지난해에는 후배 박상희 씨가 51cm의 오짜 붕어를 낚아 대물터임을 확인시켜준 곳이다. 그 이후에도 가끔씩 대물 혹부리 붕어가 낚였다고 알려져 있다.
유료터지만 향붕어나 잉붕어는 방류하지 않으며 대호에서 어부들이 잡은 붕어 중 대물 붕어 위주로 선별해 한 번에 500kg씩 방류한다. 그래서 터는 세지만 입질만 받으면 월척 이상으로 손맛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날 필자 손에 넣은 붕어는 2마리뿐이지만 모두 4짜였고 이후로도 몇 차례의 입질을 볼 수 있었다. 멋진 찌올림과 손맛을 위해 이 여름이 가기 전에 다시 한 번 오류내지를 찾을 계획이다.

▲ 오류내지의 방갈로.


▲ 출조한 일행들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즐기고 있다.

▲저수지 상류에 있는 고인돌.


▲ 밤 수면에 빛나는 케미들.

가는 길 내비에 ‘오류내낚시터(강화군 송해면 하도리 562)’를 입력하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