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 특집 캠핑낚시]

1 영덕 경정해수욕장 현장기

원투낚시로 낭만과 손맛을 모두 낚았다
이영규 기자

▲ 캠낚 원투낚시 촬영에 동행한 김해진 씨가 채비를 원투하고 있다.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영덕 경정해수욕장은 캠낚 장소로도 으뜸이었다.

요즘 바다 원투낚시 캠낚의 메인 테마는 차박이다. 낚시인들이 차에서 먹고 자며 낚시한 지는 오래됐지만 차박 전용 텐트와 캠핑 장비를 제대로 갖춘 것은 불과 몇 년 전부터다. 바다 원투낚시와 차박의 콜라보 현장을 찾아 경북 영덕으로 떠났다.

청주 싸파낚시 매니저인 전재형 씨와 지난 5월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낚시박람회 때 만나 캠낚 원투낚시 동행출조를 계획했다. 2년 전부터 ‘낚시캠핑 충청/대전/경기’ 동호회라는 카카오톡 채팅방을 운영 중인 전재형 씨는 캠낚 장비 중 도킹텐트라는 차박 텐트가 원투낚시인들에게 인기라고 말했다.
도킹텐트란 SUV 차량의 뒤쪽에 연결해 쓰는 텐트로, 트렁크 문을 열면 도킹텐트와 트렁크가 바로 연결돼 하나의 주거공간이 만들어진다. 넓은 주거 공간 확보와 더불어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원투낚시인들은 짐이 많아 가급적 차를 낚시터 가까운 곳까지 몰고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차량과 텐트가 일체이다 보니 짐을 따로 정리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고.
이번 촬영에는 평소 캠낚을 자주 즐기는 경기도 화성에 사는 김해진 씨, 대전에 사는 김환수 씨도 동행하기로 했다.

▲ 전재형 씨가 운영 중인 낚시캠핑 충청/대전/경기 동호회 실시간 카톡방 화면.


▲ “이게 웬 횅재냐!” 싸파낚시 청주점 매니저 전재형 씨가 새벽에 올라온 1kg짜리 대물 붕장어를 보여주며 놀라워하고 있다.

당진영덕간고속도로 타니 청주에서 2시간에 도착
6월 26일 토요일 오전에 경북 영덕으로 내려갔다. 이날은 전재형 씨 외에 동호회 회원 3명이 동행하기로 했다. 전재형 씨는 전날 미리 출발해 촬영에 적합한 장소를 물색했고, 최종적으로 영덕군 축산면에 있는 경정해수욕장으로 캠낚 장소가 정해졌다.
참고로 청주에서 영덕까지는 당진영덕간고속도로를 타면 불과 2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고속도로 완공 전에는 3시간 이상 걸리는 코스라 내륙지역 낚시인들에게 영덕은 큰 메리트가 없었다. 그러나 출조 시간이 1시간 이상 단축되면서 지금은 대전, 청주, 보은 지역 낚시인들의 단골 주말낚시터로 변신했다.
경정해수욕장은 캠낚시 장소로 그만이었다. 일단 공중화장실이 두 곳이나 있었고 해수욕장 뒤편 도로가에 상점과 식당들이 많았다. 해수욕장 규모는 작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곳이었는데 토요일 오전이 되자 야유회, 물놀이, 단합대회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현지인들의 ‘간섭’이 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요즘은 어디건 캠낚 명소로 소문난 곳은 현지민과의 마찰이 심한 편인데 경정마을 주민들은 마을을 찾아오는 외지인들을 손님처럼 맞이하는 느낌이었다. 마을에 민박집은 물론 상점과 식당들도 많다보니 마을 경제 활성화를 위한 목적도 큰 듯했다.
베이스캠프는 경정해수욕장 초입에 차려졌다. 전재형 씨의 SUV 차량 꽁무니에는 이미 도킹텐트가 설치돼 있었다. 도킹텐트는 저가는 10만원대, 고가는 70만원대인데 보통은 20~30만원대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도킹텐트 내부에는 야전침대, 식탁, 의자 등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오늘 연인 송어진 씨와 함께 온 김환수 씨의 도킹텐트 안은 더욱 아기자기했다. 블루투스 스피커와 오디오는 물론 야간에 설치할 할로겐 등불과 고급스럽고 편안해 보이는 비치의자 등으로 한가득이다.
도킹텐트는 보통은 바닥면 없이 사용한다. 그래서 출입 때마다 신발을 벗지 않아도 돼 매우 편리했다. 전재형 씨는 “도킹텐트도 바닥면을 연결할 수 있지만 그러면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이렇게 맨땅 위에 설치해야 확실히 캠핑 온 기분도 나고 음식 조리 때 국물을 흘려도 신경이 덜 쓰이죠. 수시로 들락날락 하는 낚시인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입니다.”

▲ “보리멸 씨알 좋죠.” 김해진 씨가 취재일 낚은 보리멸을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 20cm가 넘었다.


▲ “낚시도 재밌지만 먹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음식 장만을 마친 동호회 회원들이 도킹텐트 안에서 회포를 풀고 있다.

캠낚은 과정 자체가 손맛이자 즐거움
원투낚시 포인트는 베이스캠프에서 고작 20m 거리. 안전을 위해 해수욕객이 수영하는 구간을 빗겨난 곳으로 원투해 입질을 기다렸다. 전재형 씨의 살림통을 보니 씨알 굵은 보리멸과 성대가 여러 마리 들어있었다. 보리멸은 20cm가 넘을 정도로 굵었고 성대도 비슷한 크기였다. 보리멸과 성대 외에 어떤 어종이 낚이냐고 묻자 김해진 씨가 다섯 손가락을 펴 보이며 설명했다.
“보리멸과 성대는 동해안 어디서나 잘 낚이고 이철에는 가자미, 강도다리, 노래미, 농어도 올라옵니다. 밤이 되면 붕장어도 노려볼만한데 이 포인트는 처음이라 어떨지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낮에는 해수욕객이 많아 번잡스럽다보니 큰 고기 낚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원투낚시 전문가들답게 캐스팅 비거리가 대단했다. 전재형 씨는 싸파낚시의 최고급 원투대인 오버레인저를 사용했다. 은빛 보디에 카본 디자인이 들어간 외형이 매우 고급스러웠다. 미끼를 달고도 족히 100m는 채비가 날아갔다. 곡사포처럼 날아가는 채비를 보자 교통체증에 막혔던 답답함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한편, 김환수 씨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민물 쏘가리낚시와 선상낚시를 즐기다가 작년부터 원투낚시에 입문해 매주말 캠낚을 즐기고 있었다. 내가 “조과가 확실하고 큰 고기를 많이 낚을 수 있는 선상낚시가 더 재미있지 않느냐”고 묻자 김환수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맞습니다. 선상낚시만큼 조과 확실한 낚시도 드물죠. 그런데 선상낚시는 여유가 없어요. 종일 배 난간에 기대어 입질을 기다리기 때문에 피곤하죠. 말씀대로 조과 위주 낚시다보니 마음에 여유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원투낚시로 돌아섰는데 대만족입니다. 조우들과 여유롭게 대화도 나누고 도란도란 모여앉아 음식을 해먹는 재미도 그만입니다.”
김환수 씨는 낚시 말고도 캠핑을 취미로 즐겨왔다고 한다. 선상낚시 때는 별개의 취미였지만 원투낚시로 돌아선 지금은 두 장르가 결합돼 더 즐겁고 여유로운 취미가 됐다며 만족해했다.
김해진 씨는 원투낚시인들이야 말로 캠낚의 명수들이라며 엄치를 치켜세웠다.

“원투낚시는 다른 낚시에 비해 시간 여유가 많은 장르죠. 그래서 대부분의 여유 시간을 음식을 만드는데 보냅니다. 자연스럽게 코펠, 버너, 텐트 같은 캠핑 장비에 관심이 높아집니다. 그러다보니 낚시보다 캠핑에 더 관심을 갖는 사람도 많은 편이죠. 맹목적으로 낚시만 즐기면 조과가 나쁠 때마다 풀이 죽지만 캠낚은 그럴 일이 없어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손맛이자 즐거움이기 때문이죠.”
낮에는 보리멸과 성대로 손맛을 보다가 밤 6시경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람? 웬만한 뷔페 저리가라 할 만큼의 많은 음식이 등장해 깜짝 놀랐다. 오겹살, 양념불고기, 돼지김치찌게에 집에서 직접 담근 오이지와 고추절임까지 등장했다.
내가 “늘 이렇게 진수성찬을 준비하느냐”고 묻자 보통은 그렇다고 한다. 각자 음식을 준비해올 때가 많기 때문에 한자리에 모아놓으면 오늘처럼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는 게 캠낚의 특징이라는 것. 순간 갯바위에서 라면만 끓여먹어도 감지덕지라며 만족하던 내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요리 과정에 시간은 다소 걸렸다. 숯불 피우고, 상추 씻고, 불판 준비하고, 각자의 식기 챙기고, 한쪽에선 찌개 끓이고… 이 준비 시간만 족히 한 시간은 걸리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누구 한 명도 지겹다는 표정이 없었다. 이 준비도 캠낚의 즐거움일 것이다. 식사를 마친 후 설거지 하는데 또 1시간가량 걸린 것이 함정이었지만…
저녁식사를 끝낸 후 본격적인 밤낚시에 돌입하자 또 하나의 ‘이벤트’가 펼쳐졌다. 각자의 도킹텐트 입구에 크리스마스 트리 같은 무드등을 설치해 분위기를 돋운 것. 원투낚시인들의 낭만과 여유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 해수욕장 옆 경정포구의 야경.


▲ 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공용화장실.


▲ 마을에 있는 상점. 각종 낚시용품도 팔고 있다.


▲ 원투낚시를 준비 중인 전재형 씨. 싸파낚시의 빅헌터 메탈릭 트윈 삼각대에 최고급 원투대인 오버레인저를 거치했다.

새벽 2시에 올라온 1kg짜라 왕붕장어
나는 저녁을 너무 과하게 먹은 탓인지 일찌감치 피로가 밀려와 밤 10시경 개인 텐트로 들어가 뻗어버렸다. 그런데 새벽 2시경 목청이 찢어질 듯 소리 지르는 김해진 씨의 목소리에 깨서 나가보니 김환수 씨가 엄청난 씨알의 붕장어를 낚아 놓고 있었다. 무게가 정확히 1kg이나 나가는 대형 붕장어였다.
해수욕장에서 킬로급 붕장어라니… 길이는 80cm에 달했다. 전재형 씨가 사진을 찍기 위해 두 손으로 잡았지만 몇 초를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힘이 장사였다. 촬영팀에게 웃음꽃을 선사한 괴물 붕장어는 즉석에서 붕장어구이로 변신해 술안주로 사라졌다.
새벽 5시에 기상했지만 킬로급 붕장어에 필 받은 세 명은 동틀 무렵까지 낚시한 터라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다음 출장이 잡혀있어 카톡으로 인사 메시지를 남기고 상경하려다 인근 지역 원투낚시 여건을 살펴볼 겸 해안도로를 타고 축산 방면으로 올라가봤다. 주차공간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차박 차량들이 몰려있었다. 언제부터 붙박이가 됐는지 모를 정도로 오랜 동안 터를 잡은 장박 차량이 대다수였다. 차량 앞에는 어김없이 원투낚싯대가 거치돼 있었는데, 차박 열풍과 맞물린 원투낚시 열풍은 최소 수년 이상 유지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 전재형 씨가 도킹텐트 입구에 무드등을 연결해 낭만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 다양한 크기와 디자인의 도킹텐트. 원투낚시에 특히 편리해 보였다.


▲ 싸파낚시의 입문용 원투낚시 세트. 피서철에 부담 없이 사용하기에 좋은 제품이다.


▲ 경정해수욕장 캠낚에 동행한 낚시인들. 왼쪽부터 전재형, 김해진, 송어진, 김환수 씨.


▲ 밤낚시로 굵은 성대를 올린 김환수 씨.


▲ 규모는 작지만 한적한 분위기의 경정해수욕장.


▲ “보리멸 너무 이뻐요.” 첫 원투낚시로 보리멸을 올린 송어진 씨.

문의 싸파낚시 청주점 043-235-1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