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특집_버림받은 시즌의 부활, 단오감성돔 ①남해도 갈화리
데워진 물 찾아 내해로 내해로!
“이곳에 봄감성돔은 원래 없었다!”, 초여름은 내만 갯바위낚시의 황금시즌
김진현 기자
5월이 오면 그동안 텅 비어 있던 내만의 바다가 꿈틀대기 시작한다. 노래미와 도다리만 간간이 낚이던 바다에 감성돔들이 진주하는 것이다.
▲ 큰 씨알의 감성돔을 걸어 파이팅 하고 있는 하태암 사장. 하지만 이내 목줄이 터져나갔다.
▲ 갯바위 물칸에 넣어놓은 감성돔. 기대한 대물은 모두 놓치고 잔챙이만 확인했다.
경남 남해군 고현면 갈화리. 남해도와 맞은편 광양제철소 사이로 후미져 들어온 이 잔잔한 내해에 지금 감성돔 어군이 형성되고 있다. 겨우내 어영(魚影)을 보기 힘들던 이곳에 3월부터 볼락, 도다리, 쥐노래미 등이 낚이기 시작했고 5월 전후에는 감성돔이 가세했다.
4월 28일, 남해도 휴게소낚시 하태암 사장과 함께 갈화리 난초섬 일대로 감성돔낚시를 나섰다. 갈화리 앞바다에는 난초섬을 비롯해 크고 작은 대여섯 개의 섬이 있는데 4월 중순부터 감성돔이 낚이기 시작하여 5~6월에 대물감성돔이 잘 낚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 “이제 곧 큰놈들이 들어 올 겁니다.” 강영훈씨가 오전에 떼섬에서 낚은 감성돔을 들어 보이고 있다.
낚싯배로 불과 5분도 안 되는 거리라 원도에 비하면 동네슈퍼 드나드는 기분이다.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잔잔해 낚시하기엔 최적조건. 떼섬과 돌섬에 각각 내려 낚시를 시작했다. 하태암 사장은 0.5호 막대찌를 꺼내 들었고 나머지 낚시인은 1~2호 막대찌, 나는 2B 전유동 구멍찌 채비를 꾸렸다. 수심은 7~8m. ‘어떤 채비를 써도 잘 물어 준다’는 하태암 사장의 말에 써보고 싶은 채비를 맘대로 골랐다.
“초여름엔 입질이 예민하다고 하지만 낚시해보면 그렇지 않아요. 시원합니다. 찌는 눈에 잘 보이는 것을 쓰면 아무거나 상관없어요. 얕은 곳이라면 전유동도 효과적입니다.” 하태암씨는 “갯바위 앞에 자라있는 해초를 넘기면 수심이 8m 내외가 나오는 구간이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조류는 채비를 서서히 흘려보내기 딱 좋은 속도. 낚시를 시작하자마자 하태암 사장이 30cm 정도 감성돔을 낚아냈다. 순조로운 출발. 하지만 그 뒤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의문의 입질이 연달아 들어왔고 죄다 터뜨려 버렸다. 결국 30cm급 몇 마리만 낚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하태암 사장은 “큰 씨알이 몇 마리 들어오긴 했지만 아직 갈화리는 피크시즌이 아닙니다. 적어도 5월 중순쯤 되어야 본격적으로 대물감성돔이 낚이고 마릿수 재미도 볼 수 있어요. 오늘 채비가 쉽게 터져버린 이유도 아직 수온이 낮은 탓에 감성돔이 암초나 갯바위 턱에 바짝 붙어서 입질했기 때문입니다.”하고 말했다.
▲ 전형적인 내만권의 감성돔 낚시터인 남해도 갈화리 앞바다. 남해 휴게소낚시 회원들이 난초섬 일대에 있는 떼섬에 내려 감성돔을 노리고 있다. 뒤에 작은 돌섬이 있고 멀리 희미하게 광양제철소가 보인다.
오뉴월은 내만에서 5짜 낚이는 유일한 시기
5월 전후에 감성돔이 무리지어 들어오는 내해가 갈화리만은 아니다. 순천만이나 섬진강 하류, 자란만과 고성만, 낙동강 하구 같은 기수지역까지, 연중 물고기가 가장 내만 깊숙이 그리고 광범위하게 포진하는 시기가 늦봄과 초여름인 것이다.
그러나 감성돔 자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많은 낚시인들이 5월 이후에는 산란감성돔을 낚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대신 참돔이나 돌돔, 벵에돔 등 대체어종으로 전환해서 낚시를 즐기는 이가 많아졌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다른 어종들도 이 시기에 산란을 앞두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낚시든 어업이든 연안에서 물고기들이 가장 잘 잡히는 시기는 각 어종들이 알을 낳기 위해 군집하는 시기다. 그렇기 때문에 유독 감성돔만 산란기 낚시를 자제하자는 말은 낚시인들만의 모순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게다가 5월 이후 초여름을 감성돔 시즌에서 빼버린다면 우리 바다에서 감성돔 낚시터는 크게 축소된다. 이곳 남해도 갈화리 뿐 아니라 남해안의 항포구에서 가까운 내만에서 40cm급 감성돔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시기가 사라지는 셈이며, 특히 초여름에만 반짝시즌이 형성되는 서해안의 감성돔낚시는 존폐의 기로에 선다.
더구나 겨우내 감성돔이 잘 낚이던 외해의 갯바위도 초여름은 놓치고 싶지 않은 낚시호기다. 일단 5~6월엔 30cm 이하의 잔챙이보다 40cm 이상의 큰 씨알이 잘 낚인다. 5짜 배출빈도도 겨울철보다 더 높다. 기상이 좋은 날이 연이어지기 때문에 출조할 수 있는 날이 많고 겨울처럼 악천후와 싸우는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또 고등어 따위가 설치던 가을에 비해 잡어의 성화가 덜하여 크릴만 가지고도 하루 종일 낚시할 수 있다. 수온의 상승으로 감성돔의 활성도 높아져서 바닥만 노리는 힘든 낚시를 할 필요가 없고 전유동 등 다양한 기법을 구사해볼 수 있다. 바람과 파도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저부력찌에 가벼운 채비로 아기자기한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장점 때문에 5~6월이야말로 찌낚시다운 찌낚시를 즐길 수 있는 호기가 되며, 특히 초보자들이 감성돔을 낚기엔 가장 적기라고 말할 수 있다.
▲ 엄나무섬 비석자리에서 감성돔을 노리고 있는 낚시인. 발판이 낮고 조류가 완만하게 흐르는 곳으로 5~6월에 대물감성돔이 낚인다.
대부분의 낚시인들이 5월 전후에 낚이는 감성돔을 ‘봄감성돔’ 혹은 ‘산란감성돔’이라고 부르는데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다. 먼저 5월은 봄이 아닌 초여름이다. 그리고 무작정 산란감성돔이라고 부르지만, 감성돔의 산란기는 5월부터 7월까지 길게 걸쳐 있어 정확한 시기가 밝혀져 있지 않다. 외해에선 약간 빨리 산란하는지 몰라도 내만 깊숙한 곳에 있는 감성돔은 7월이 되어서야 산란하기도 한다. 6월에 산란에 임박한 감성돔이 자주 눈에 띄고 7월이 되어 해초가 삭아 없어질 무렵이면 감성돔도 내만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단순히 배가 빵빵하거나 항문만 벌겋게 되어있으면 산란감성돔이라고 하지만, 그런 감성돔은 12월의 황제도, 1월의 금오도, 2월의 노대도, 3월의 추자도 등지에서도 내내 볼 수 있다. 즉 감성돔이 각 지역별로 언제부터 언제까지 산란한다는 통계가 없는 만큼, 어느 시기의 감성돔을 알감생이라고 해야 할지도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출조문의 남해 휴게소낚시 010-3838-4440